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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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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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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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2)

DUMMY

그래서 그들 가족은 한동안 대만 국적으로 살아내야 했으리라.

백미는 유독 시를 좋아했는데, 그중에서도 으뜸은 시선(詩仙)이라는 이백이라오.

여기엔 또 다른 이유가 존재했소이다. 시인인 이백이 항상 긴 칼을 차고 다니는 등 무인 기질이 충만해서 좋다고 하더이다.


그는 선실 이모와 나 이렇게 셋이서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자주 이백의 시를 읊었소.


그중에서도 기억나는 것이 ‘행로난(行路難-인생길 어려워라)’의 한 구절인 ‘발검사고심망연(拔劍四顧心茫然-검을 빼들고 사방을 바라보니 가슴이 막막하다)’ 로 기억한다오.


그는 이백 시를 통해 남아로 태어났음에도 이 땅에서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던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소.


훗날 난 ‘행로난(行路難)’이란 시를 2006년에 다시 듣게 되는구나.

그해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미국 부시 대통령을 만나 행로난에 나오는 ‘장풍파랑회유시(長風破浪會有時-거센 바람이 물결을 파할 날이 올 것이니),

직괘운범제창해(直掛雲帆濟滄海-그대로 구름 같은 돛을 편 채 창해를 넘어가리라)’를 인용하며 중국과 미국 사이에 마찰이 있지만 미중관계 발전을 위해 이를 뚫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 아닌가!


나조차도 ‘깜 놀’했으니. 이에 부시는 시를 인용하는 후 주석의 문학적 소양에 크게 감동한 나머지 이날 북한과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중국 측에 요청했건만.


근데 어째 시 내용과는 다르게 후 주석은 ‘내가 북한 지도부를 혼내주겠다.’는 적극적 응답 대신에 외교적 협상을 통해 협력하겠다는 뻔하디뻔한 원칙론만 내세우더라.


그렇게 중국이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공화국은 미 본토까지 때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수 있었소이다!


내가 보기엔 아들 부시가 ‘아버지 부시’ 덕을 많이 본 금수저 출신이어서 지나치게 순진했던 게 아니겠소? 아무려면, 그렇고말고.


부시는 어지간해서는 본심을 보이지 않는 중국 지도자들을 몰라봤고, 막가파 불량국가인 공화국을 물로만 봤던 게요.


내가 공화국을 걱정하는 건 미국 대통령들이 더 이상 참지 않을 지경이 다가오고 있어서요.


최근 한국에 보내는 대사들을 보면,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은 친구인 리퍼트를 보냈다가 정체불명 괴한에게 칼 맞게 했고, 공화당의 트럼프는 해군 제독 출신인 해리 해리스 전 태평양군 사령부 사령관을 보내 계속 한국정부와 신경전을 벌이게 하고 있잖소?


해리 해리스는 과거 대사들과는 다른 역대급 무장이라고 평가하면 된다오. 왜 하필 해군출신이? 자칫 머지않은 시간에 멀지 않은 바닷가에서 세계적인 해전이 펼쳐질까 두렵소이다.


이런 건 그냥 흘려듣고 그러면 아니 되오. 누구를 그 자리에 임명했는가를 보면 보낸 분이 여기에 어떤 계획과 대응을 할 것인가를 알 수 있어서요.


다음 대통령이 대사로 누구를 보낼 것인가를 보면 다음 수순을 가히 짐작할 수 있소이다.


다시 백미(白眉)로 돌아와, 내가 홀로 주당이었다던 이백처럼 술 한잔하다 보면 백미에게 미안한 생각이 조금 들더구나.


과거 북에서 보위부 간나 새끼들에게 극한의 고문을 당하면서 나 살겠다고 백미의 정체를 불어버리지 않았겠소!


당시 보위부는 이선실 이모를 파렴치한 이중간첩으로 몰면서 측근들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에 나섰는지라. 그렇게 되었소이다.


나중에서야 내가 한국에 내려와서 들었던 얘기로는 백미가 북에서 내려온 체포조와 격투를 벌였다는구나.


그때 백미는 크게 부상을 입은 채 사라져버렸다는데. 체포조 4인방 역시 피해는 극심했다더라. 북조선 체포조원들은 인천 소재 백미 아버지가 운영하던 중국집에 침입했으나, 백미와 사장 겸 주방장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주방보조까지 나서서 널찍한 중식도를 휘두르는 통에 혼비백산했다는구나.


그중 한 명은 아예 돼지고기처럼 다져지기까지 했다니 그날의 끔찍한 전투의 참상이라니!


몽고족이 세운 원나라 때 한족이 반란을 획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중식도를 다섯 가구에 하나씩만 허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소.


그만큼이나 무지막지한 연장임을 말해 무엇 하랴. 인천에서 북조선 체포파와 중국집 주방파 간에 벌어진 혈투의 결과는 어떠했겠소?


백미 부친이 표창에 맞아 즉사했고, 주방보조는 부상을 입은 사장 아들인 백미를 데리고 피신했다는구나.

이 대목에서 나 백사는 백미가 어디선가 이를 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오.


중국인들은 원래 복수를 미덕으로 여기는 민족이 아니던가.

사드 보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거든. 한민족처럼 금방 잊어버리고, 과거 원수가 조금만 잘해줘도 ‘해벌레’하지 않는단 말이오.


중국에는 복수심을 표현한 사자성어가 이처럼 많소이다.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수 없다는 대천지수(戴天之讐)를 비롯하여 원입골수(怨入骨髓-원한이 뼈에 사무침),

칠신탄탄(漆身呑炭-몸에 칠을 하고 재를 삼킴) 등 다양하지 않소이까.


특별히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와 월나라 간의 전쟁에서 유래된 와신상담(臥薪嘗膽)과 오월동주(吳越同舟)가 유명한데···.


더욱이 무시무시한 말이 있으니. ‘군자복수(君子復讐) 십년불만(十年不晩)’이라오. 해석하자면 ‘군자가 복수를 하는 데 있어서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라오.


중국인은 누구처럼 도덕적 DNA라는 용어를 쓰지 않소. 복수적 DNA만 있을 뿐이거늘. 이 어찌 두렵지 않소이까? 그래서 니들 남조선이 요즘 사드 땜에 당하는 겨.


내가 지금 바쁜 와중에도 이런 한물간 사자성어를 챙기는 이유는 작금의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좌우 대립이 마치 오나라와 월나라 간의 싸움 같기에 하는 소리요.


한때 좌파가 폐족임을 자처하며 몸을 사리는 척하면서 와신상담(臥薪嘗膽) 했던 것도 너무나 유사해서 비유해보았소.


거기에다가 좌파나 우파는 결코 대한민국이라는 배에 함께 탈 수 없는 사람들이 되었다오.

그래서 생각한 사자성어가 좌우동주(左右同舟) 아니겠나!


비록 현재는 원수지간이 되었으나, 국가에 닥칠 큰 위험에 대해서는 하나로 뭉칠 것을 기대하면서···.


나 백사는 자주 꿈에서 백미를 마주친다오. 끔찍한 꿈도 자주 꾼다오. 어찌 무섭지 아니하리오.


내가 누군가와 외식 도중 식당 주방에서 갑자기 백미가 튀어나와 한쪽 팔로 중식도로 휘두르는 악몽을. 에구머니나, 흉측해라!


그다음 장면은 큰 접시에 내 왼쪽 팔이 갖은양념으로 요리되면서 마무리.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북에서 내려온 체포조는 백미를 생포하는데 실패함으로써 당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벌을 감형 받을 요량으로 백미의 잘린 팔 한쪽을 가져갔다는 것이외다.


다시 현재 시간이 가리키는 2020년 경자년(庚子年)으로 돌아오자꾸나.

그건 그렇고. 갑자기 화가 치민다오.

최근에 여명이 결국 독립을 선언했다던데 어찌하오리까.

감히 나에게 정식으로 반기를 들다니!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이런 날이 언젠가는 올 줄 알았지만, 막상 당해보니 기분이 묘하오.


내가 어떻게 이처럼 탄탄한 회사를 이루었는데, 이제 조금 살 만하자, 어려서부터 육성해온 직원이 이직을 하다니!

모르면 몰라도 회사 기밀과 노하우를 가지고 딴 회사로 가겠다는 의도가 아니겠소이까? 이만저만한 배신행위가 아니외다.

관련법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는 부도덕한 행위가 아니면 또 무엇이겠소?

내가 공화국으로부터 받은 쥐꼬리만 한 공작금으로 그 허름한 건물 6층 사무실을 임대해 사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 강남에 빌라 한 동 전체를 매입하기까지 흘린 땀과 눈물에 대해서, 딴 놈들은 절대 알 수가 없소이다.


쉿! 비밀이요, 북조선 몰래 꼬불친 돈은 있긴 하오만···. 개인적으로 몰래 차명으로 숨겨둔 강남 건물들도 제법 있을 테고. 남한 인민들이 추앙하는 조물주 위의 건물주가 아니더냐!


거기다 지금 살고 있는 강남 빌라를 재건축할 경우,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오.


약간 걱정되는 부분은 사업이 갑자기 번창하다 보니 미처 시신들을 뒤처리 못하고 강남 빌라를 짓는 과정에서 콘크리트와 함께 벽과 기둥에 발라버렸다는 것인데···.


그것만 생각하면 해골이 복잡하므로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겠소. 세월이 흘러서 유골이 발견된다 해도 남조선 인민들은 놀라지 말라우.


왜, 얼마 전인 2017년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 횟집 공사장에서 백골 사체 16구가 집단으로 발견된 것 보지 않았나? 이게 다 보통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오.

굳이 이 사체들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마라. 서로 피곤해진다. 야!


오래전 그 아이를 김포공항에 마중 나갔었는데, 그날이 엊그제 같소.

세월이 엄청 빨리 지나가버렸구나. 안내원 동무가 나에게 전해준 쪽지에는 한자로 ‘餘東明(여동명)’이라고 쓰여 있었거든!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을 연상시키는 건방진 이름이 아니던가? 이왕이면 아예 이름 없이 살라고 무명(無名)이란 기가 막힌 이름을 새로 주었건만, 이제 컸다고 자기 살길을 찾겠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을 테요.


한번 해병만 영원한 해병이 아닐 텐데. 한번 암살자도 영원한 암살자인 것을 모르는 놈! 마치 일본의 닌자(忍者)가 대를 이어 암살자로 고독하게 사는 것처럼 말이오.


따라서 자의든, 타의든, 그 동기가 어떠하든, 한번 이 길로 들어섰으면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것임을 알려 줘야 하겠소이다. 아무렴···.


그런데 혹시 일본 망가에 나오는 ‘고독한 미식가’가 숨어사는 닌자가 아니었을까? 임무를 완수하고 오늘은 뭐 먹지? 고민하다 먹어야 힘을 내서 죽이지, 라며 홀로 식사를 즐기는···. 잠시 쓸데없는 생각이었소이다.


문제가 있긴 하오. 우리 식구 중에는 여무명을 해치울 수 있는 인재가 없다는 것인데···.

왕년에 힘 좀 썼던 태백도 그동안 술만 처먹어서인지 영 힘을 못 쓰고 있소.

지금도 퇴출 대상 1호라오. 듣자 하니 최근에 남조선 고삘이에게도 당했다며? 이 색휘 빨리 퇴출시켜야 한다니까.


다음은 장백? 그간 중국무술의 달인이라고 뻥쳤던 것이 얼마 전 국정원 방첩요원들에게 처발린 이후 민낯이 드러났지 뭐겠소.

포수였던 조상 대대로 내려온 사격솜씨도 약물 중독 때문에 손이 떨려 예전만 못하다오.

특히 이놈은 요사이 딴 데 정신이 팔려 뭘 하느라고 그렇게 싸다니는지 모르겠소.

제대로 보고조차 안 한다니까. 이놈은 분명히 제 잇속을 챙기고 있을게요. 워낙 흉악한 놈이니까


나머지 젊은 것들은 근성들이 없소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오.

그렇소. 지금 감옥에 있는 백충(白蟲)과 트레이드했던 미백(美白)이 있지 않소이까?

함경도 에미나이 말이요. 전투력에 있어서는 남은 우리 식구 중에서 미백을 따라갈 자가 없소이다.

내 고향사람이라고 편애하는 게 아니요. 게 중에는 심지가 곧은 처자라오. 예수쟁이가 되었다는 것이 약간 걸리긴 하다만. 이럼 어떨까? 그녀를 소속 조직에서 잠시 빌리기로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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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월백(3) 22.01.05 38 0 11쪽
55 월백(2) 22.01.05 39 0 11쪽
54 월백(1) 22.01.04 37 0 11쪽
53 장백(5) 22.01.04 39 0 12쪽
52 장백(4) 22.01.04 4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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