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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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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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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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백(4)

DUMMY

잠시 후에 태백이 데려온 애는 얼마 전 수감된 백악(白嶽)의 후임이 아닌가!

어머니 백사가 집안에 한 명쯤은 일본통이 있어야 한다며 또다시 조총련 출신을 데려온 것이다.

내가 아지트에 있을 때 수련하는 걔를 지켜본 결과는 나이는 어리지만 무술에 조예가 깊은 편이었다.

다만 공중곡예를 자유자재로 돌고 또 도는 게, 무술이 아니라 서커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장백은 치사하게도 싸움 좀 한다는 후배를 이용해 청백에게 앙갚음을 하려는 게 아니겠나?

새로 온 재포(재일동포)는 청백에 비해서는 터무니없는 단신임에도 전혀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더라.

아무래도 그 애는 사무라이의 피가 좀 섞인 것 같다.

둘은 젊은 피답게 ‘간보기’도 없이 바로 본론에 돌입하는 게 아닌가? 세상에나!

양쪽에서 몇 번 치고받더니 양방 모두 당황해하고 있다.


신입 재포는 내 예상대로 청백의 긴 리치와 원거리 킥으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더라. 타격 거리를 잡는 것 자체가 용이치 않았으니까.


청백 역시 전혀 상대방의 공격 패턴을 예상하지 못하겠다는 난처한 기색이 아니냐? 내가 봐도 재포가 구사하는 스타일은 정통 가라테가 아니었다. ‘타이도(體度)’라는 정체불명의 무술이란다.


상대방과 얼굴을 맞대고 겨루다가도 느닷없이 엉덩이가 보이면서 어퍼컷과 같은 킥이 올라온다. 결코 몸을 180도 회전시킨 게 아니다. 순식간에 양손은 바닥을 짚은 채 다리를 걷어 올리는 수법이다. 당나귀를 연상하면 되겠다.


따라서 청백은 큰 신장으로 인해 오히려 낭심을 몇 차례나 가격당할 뻔했다. 정식 격투 경기가 아니므로 낭심보호대가 없는 관계로 자칫 고자도 될 위험성이 다분하구나. 이를 어쩌랴?


다행히 서로 카운터 펀치와 킥을 날리려는 마지막 순간에 어머니 백사가 나타났다. 험악한 인상을 쓰면서 뭐 이런 정신 나간 새끼들이 있냐는 표정을 지으셨다.

장백과 재포는 꼬리를 내린 채 백사를 따라 아지트로 귀가하더라. 천만 다행이었다. 청백의 청백리 가문이 여기서 막을 내릴 뻔 했거늘···.


그 일이 있은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청백에게 연락이 왔다.

백사가 서울 외곽으로 급하게 이동 중이란다.

우린 청백에게 경거망동을 삼가고 미행하되, 감시만 하라고 엄중하게 지시했다.


다음 보고는, 백사가 어느 집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이상한 점은 신고 있던 스타킹 한쪽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옷이 다 젖은 채···.


나 여무명은 청백의 보고를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다음 날 신문에는 여지없이 어떤 나이 지긋한 분의 자살사건이 나왔으니, 어쩌랴.


그랬다. 예전부터 백사는 급하면 자기가 직접 신고 있던 스타킹을 벗어 대상자들의 목을 조르는 수법을 애용했다. 교살의 여제답게···.

아무리 백사가 중년을 훨씬 지난 나이어도 자기보다 나이 많은 여성을 해치우는 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

그러했기에 백사는 원래 절대 팬티스타킹은 착용하지 않는 패션 습관을 아직도 고집 중.

왜, 왕년에도 젊었던 백사가 스타킹을 벗고 있는 황홀경(怳惚境)에 빠져 감상하던 많은 남자들이 제 명을 다 채우지도 못한 채 황급히 황천길로 떠났지 않았나?


그건 그렇고, 우리는 이번 스타킹 건에 대해 백사가 직접 나설 만큼 긴급 하명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신문에 나온 바로는 샤워기 줄이었다는데···. 제정신인 분들이라면 이해가 가려나?





다시 저 다니엘이 말할게요. 우린 청백으로 하여금 백사의 아지트를 계속 살피도록 지시한데 이어 대만 조폭 죽련방이 왜 여무명을 공격했는지에 대해서도 정보수집을 지속했답니다.


그리하여서 흑견을 데리고 여무명을 공격하던 여인의 거취를 찾아낼 수 있었죠.

로켓 우먼(rocket woman)을 말하는 것이에요.

이번엔 저 다니엘이 그녀에 대한 감시를 전담했어요. 무명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어서인지 그녀 얼굴상태가 궁금했지만 확인할 순 없더라고요.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인데, 너무너무 아쉽네요. 안타깝기도 하고요. 그리고 놀라웠지요.

그렇게 개에게 물려 생고생을 했음에도 옆에는 하얀 대형견이 따라다니다니!


이번 개는 백견(白犬)? 얼핏 진돗개로 보이는데. 아니네요. 진돗개와 많이 닮아서 착각했습니다. ‘기슈견(紀州犬)’이래요.

이놈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 신사를 지킨다는 ‘고마이누(狛犬)’가 연상되더군요.

그래서 저 다니엘은 그녀 이름을 모르기에 제 취향대로 별명을 붙인답니다. 견녀(犬女)라고···. 여자가 개를 죽도록 사랑해서 붙여봤지요.


어! 로켓 우먼이자 견녀는 상당히 거물급으로 보이는 자를 만나고 있는데요? 거물급은 조금 이상하네요.

팔 한쪽이 의수(義手)를 했는지 너무 부자연스러워서요.


우리가 이들의 동향을 빠짐없이 탐지하고 있는 비결은 첨단과학의 힘으로 제조한 불법장비 덕택이죠.

인근 주차된 차량에서 죽련방이 아지트로 사용 중인 사무실을 향해 도청용 안테나로 전파를 쏘는 동시에 멀지 않은 원룸에서 적외선 망원경으로 동태를 감시 중이었어요.


아뿔싸, 우리가 너무 죽련방을 우습게 봐 탈이 났지요. 이들 죽련방은 자신들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걸, 속된 말로 눈치 까고요. 우리가 임시로 쓰고 있던 원룸을 급습했으니, 이를 어쩌랴.


원룸 안으로 밀고 들어온 죽련방 조직원들은 5-6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원룸 창밖으로도 20여 명가량이 진을 치고 있지 뭐예요.


밖에 있는 무리 중에서 일부 사람들은 왜색(倭色)이 짙더군요. 이들이 혹시 야쿠자가 아닐까요?

아마도 죽련방과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함께 하고 있는 ‘이나카와카이’조직일 테지요. 나머지는 한국인 마약유통 조직원들일 테고···.


이들 모두 겉으로 봐서는 사시미 칼이나 야구방망이 같은 것은 가지고 온 것 같지 않았답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우린 저항을 포기한 것이죠. 총을 옷 속에 감추고 있음이 틀림없었으니까요. 한 놈에게는 한국전쟁 영화에서나 보았던 따발총까지 보이다니!

따발총은 소련이 개발한 페페샤(PPSh)를 일컫는답니다.

중공군이 1950년 10월 19일 압록강을 넘어올 때 이를 가지고 왔고, 북한과 베트남이 이를 개량해 새롭게 선보인 총이에요.

이들 마약관련 조직들은 자금이 풍부한 세력이기에 각종 총기들을 소지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죠.


우리 둘은 그들의 다른 아지트인 서울 외곽으로 개 끌려가듯 끌려갔지요. 거물급으로 보였던 자가 저쪽 끝에서 중국집에서나 사용하는 중식도(中食刀)를 숫돌에 대고 직접 벼리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말 그대로 엽기적인 그놈이라고 해야 할까요?

중국인들은 중식도를 차이따오(菜刀)라 부르며 서양에서는 클리버(cleaver)라 한답니다.


갑자기 예전에 수호전(水滸傳)에서 읽었거나, 홍콩영화 신용문객잔(新龍門客棧)에서 보던 영상이 징그럽게 연상되네요.

수호전의 손이랑(孫二娘)과 신용문객잔의 장만옥(張曼玉)이 빚었다는 인육(人肉) 만두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여 등골이 오싹해졌죠.

본론에서 좀 비켜간 얘기지만 몇 해 전인가 조선족이 여자 시신을 손괴한 사건이 기억났어요. 그자는 체포당한 후 한국경찰이 자기를 구타하지 않아 오히려 이상했고 감동마저 느꼈대요.

중국에선 원래 이런 죄는 사형당하기 전에 엄청 맞거든요. 한국인도 예외는 아니죠. 특히 마약으로 걸려서 들어가면 해골이 침하될 때까지 맞는대요. 그야말로 반죽음인 거죠.


여하하던지 간에, 죽련방 보스는 갈고 있던 중식도를 들고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계몽군주와도 같이 거룩한 한 말씀을 하시네요.

“이 칼이 뭔지 알겠나? 중식도 중에서도 유명한 ‘금문채도(金門菜刀)’라네.

금문채도는 모르더라도 ‘금문 고량주’는 들어봤겠지?


그래, 대만 땅 금문도에는 공산당과 국민당 간의 전투과정에서 떨어진 포탄이 어마어마했지.

1953년에서 1961년까지 대륙에서 금문도로 날린 포탄이 110여 만발이라는 통계도 있다네. 바로 그 포탄을 가지고 만든 것이 이 칼이란 것쯤은 칼 맞을 자네들이 알았음은 해. 그게 이 칼에 대해 자네들이 취할 수 있는 예의라고나 할까.”


이때 갑자기 마스크를 쓰고 있던 로켓 우먼이 나서서 적극 만류하는가 싶더니 거의 애원하다시피 요청했지요.


“저에게 저 새끼들을 요리할 기회를 주셨음은 하무니다!”

보스와 로켓 우먼은 한국말을 해요. 화교와 재일동포라서 그렇답니다. 나머지 죽련방 부하들은 한국말을 잘 모르는 눈치네요. 서로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을 뿐이죠.


부하사랑이 지극한 보스는 한참을 생각하다, 로켓 우먼에게 우리 둘의 처리를 양보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지 뭐예요.

이때 보스에 대한 경호차원에서 일련의 죽련방 무리가 따라 나갔지요.

이제 남아 있는 건 로켓 우먼과 총을 든 자 몇 명뿐. 이거 우리가 묶여 있다고 너무 우습게 보는 게 아닌가요?


견녀는 우선 과거 자기 안면이 송두리째 철거당한 데 대한 복수차원에서 가라테 펀치를 무명에게 연달아 날렸죠.

역시 로켓 우먼의 무공은 위력적이라 하리요. 무명의 안면은 이미 옆으로 돌아간 데다. 좌로 밀착된 코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와 한쪽 얼굴만 적셨거든요.

아수라백작이 된 것이죠. 얼굴뼈는 어그러졌으며 코 뼈다귀가 결딴나 버렸구나! 전체 윤곽이 좀 너덜너덜해졌다고나 할까.


견녀는 바로 이어서 칼을 꺼냈지요. 방금 전에 그녀의 보스가 들고 있던 양날의 중식도가 아니었답니다.

얼핏 보기에도 날카로운 날이 한 개인 일본산 주방용 식칼이네요.

로켓 우먼은 이 칼이 일본에서 칼 제작으로 유명한 세키시(關市)에서 제작한 작품이라고 자랑했죠.

이어서 베어낸 고기는 뒤에서 자기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흰둥이 개에게 줄 것이라고 친절하게 향후 계획도 소개하더군요.

정말 잔인한 견녀! 우린 아무리 화가 나도 점잖지 못하게 ‘개년’ 이란 표현은 쓰지 않겠어요.

더욱이 내가 놀랐던 것은, 여무명이 예전과 다르게 여자 앞에서 떨고 있다니! 결코 전사답지 못한 행동이거늘.

뭐니 뭐니 해도 감정을 극도로 자제해야 하는 전문킬러답지 못했지요.


이때였답니다. 로켓 우먼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얼굴을 보라며 마스크를 벗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를 어찌할꼬! 여무명은 이 와중에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뿜었죠. 그녀의 이목구비야 어찌 됐든 괘념치 않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뿜는 순간 침과 피가 함께 튀어 올라 뒤에서 기다리던 백견에게 뿌려진 것이죠. 마치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추상화가 하얀색 개에 그려졌으니···.

여무명이 “미안⁓.”이라며 정말 미안해하고 있지만.

개가 아니라 로켓 우먼에게 미안했던 것이죠. 그녀의 얼굴은 미인이라고도 볼 수 있을 만큼 거의 완벽하게 고쳐졌고, 원더풀한 한류 메이크업을 거쳤지만, 이거야말로 일본 성인용품 ‘리얼돌’이랄까요? 너무 어색해서죠.

급기야 마지막 뚜껑마저 열려버린 로켓 우먼은 “빠가야로(馬鹿野郞)”를 외치며 세키시 전통 칼을 휘두르려 하는 찰나에 우리의 청백(淸白)이 안으로 뛰어들어 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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