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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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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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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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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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화 내어주고 얻기

DUMMY

663화 내어주고 얻기


말하는 방식이며 전하는 사람은 달랐지만 요약하자면 심양과 남경의 뜻은 같았다.


바로 새로운 나라며 왕들 들이는 일을 받아들임이 마땅하다는 말이었다.


다만 결론은 같을지언정 그 연유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달랐다.



***



“대학사, 미안합니다.”


내각 대학사 겸 병부상서 양사창에게 사과한 의흥제 주자랑은 거기서 말을 그치지 않았다.


“허나 내게는 이게 도전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합당한 말로 들립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지요. 이건 내게 대단히 매혹적인 말입니다.”

“폐하.”


주자랑이 이르는 말에 양사창은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여 그는 신하 된 자로서 모시는 이에게 위로하는 말을 건넸다.


“병기와 군사를 의지하지 않고 천하를 도로 품는 일입니다. 어찌 좋게 보이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도로 찾는 일이라. 맞는 일이오. 그리고 그대의 말은 훌륭한 변명이 되겠지.”


주자랑은 그렇게 말한 후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 그러나 그대와 독대하는 이 자리에서만큼은 숨기지 않고 이르겠소. 적은 강하고 우리는 여전히 답보하니 다른 방향을 궁구하고자 서방에 사람을 보냈소.”

“황상의 뜻대로 서방에서 훌륭히 교우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태감 장화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모든 일이 좋게만 풀릴 거라고 기대하기엔 나는 너무 많은 걸 겪었고 보았소.”


저를 표현한다면 젊다는 말을 가장 먼저 논함이 보통이건만 황제의 말은 젊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했다.


마치 지천명은 된 거 같은 씁쓸함이 담긴 말에 양사창은 차마 무어라 더 입을 열지 못했으니 그를 대신하듯 주자랑이 말을 이었다.


“동시에 나는 내 마음 한켠에 품은 생각이 있소. 바로 아버님을, 선황을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이오.”

“청출어람은 당연히 목표해야 할 도리입니다. 또한 사람이라면 응당 부모 된 자로서 자식이 잘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이가 없습니다.”

“그런가.”


단조로이 대답한 주자랑은 멀리 산둥이 있는 방향을 보니 그는 사방 천하가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환상을 보았다.


그리고 그 손이 반드시 선하지만은 않음도 보았으나 주자랑은 오히려 그를 반겼다.


“누가 남명이라고 하면 좋다. 인정한다. 하지만 대명은 다시 한번, 아니 전보다 더욱 크게 일어날 것이다.”



***



“황태후께서는 여전히 우리를 믿지 못하시는 건가?”


영친왕 아이신기오로 아지거가 툭하고 내뱉은 말에 자리한 다른 친왕들은 동감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까지 우리를 걱정하시면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례한 거 아닙니까?”

“어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양친왕 아이신기오로 와극달이 불만을 담아서 이른 말에 요여친왕 아이신기오로 아바타이가 나서서 말렸다.


그 말에 와극달은 제가 말한 것이 너무 과했음을 느끼고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것이 소리가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아지거의 목소리가 빈자리를 채웠다.


“우리야 자제하지만 이건 다른 친왕들을 자극할 여지가 있습니다.”

“말은 바로해야지. 우리도 자제하기 어려운데 남들은 어떻겠는가. 특히 정친왕은 이런 일에 민감하지.”

“그게 문제입니다.”


아바타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우려를 표한 아지거는 사방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지금 우리는 황상이라는 그릇을 예친왕과 정친왕 그리고 섭정친왕회라는 다리 위에 올려둔 상태입니다. 그런데 그 한 축을, 아니 세 축 모두 믿지 못하여 다른 다리를 준비하는 모양새가 아닙니까. 잘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요. 허나 자칫하면 새 다리가 기존에 있던 다리를 칠 겁니다.”

“그럴 거다. 하지만 이미 논하여 마무리한 이야기며, 예친왕 역시 이 일을 통해 다방면에서 저들을 압박하며 갈라칠 계획을 세웠지 않더냐.”

“어차피 통할 일이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지거의 물음에 아바타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아지거는 쓰게 웃었다.


아바타이가 한 말처럼 어차피 청나라가 이를 받아들이는 건 기정사실이긴 했다.


하지만 때때로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법이니 지금이 딱 그러했다.


“우리가 주장하여, 아니 딱히 우리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그저 도르곤, 그 녀석이 내비친 의견이 주된 이유였다면 상관없었을 겁니다. 정친왕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거야 우리가 중간에서 잘 조율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렇지. 헌데 지금 이 결정은 섭정친왕회의 상언 및 예친왕의 말로 정해진 게 아니다, 그 말을 하고 싶은 거겠지?”

“섭정은 우리지 황태후가 아닙니다.”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대꾸하는 아지거의 말에 아바타이는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드러내지는 마라.”

“예?”


당황하여 묻는 말에 아바타이는 눈빛을 침잠하게 하며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 이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거니까.”



***



“이로서 산둥 회합에 사람들을 더 들이는 일이 결정되었습니다.”


소현세자가 이르는 말에 자리한 이들은 제각각 표정을 지었다.


순나라 정왕 이자성은 만족스러운 얼굴이었고, 대리국 국왕 임경업은 무덤덤하여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양나라 시왕 손전정은 긴가민가한 얼굴이었으며, 명나라 병부시랑 오삼계는 걱정이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청나라 예친왕 아이신기오로 도르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얼굴이었으니 그는 그 얼굴에 드러난 것을 알리듯 입을 열었다.


“이걸로 새로운 나라며 왕이 자리하는 건 확실하다. 그리고 그 기준은 분명하게 말해서 다스리는 땅과 백성이 있어야 하며, 자신들이 어찌 살아가고 있는지 그 양상과 제도 그리고 근간한 사상을 알려야 한다.”

“그렇습니다.”


도르곤이 명료하게 정리한 말에 소현세자가 대답하자 그는 바로 말을 이었다.


“허면 묻지. 추천하는 방식은?”

“전에 일렀듯, 그 권한은 황제국에게 있습니다. 다만 그 역시 의결을 거쳐야 하니, 부결되면 들어오지 못합니다.”

“그러면 조선도 그러한가?”

“그에 대해 조선은 바라는 것이 있으니, 여기에 계신 분들께 가부를 묻고자 합니다.”


소현세자는 그렇게 말한 후에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흠흠. 조선은 주최자로서, 그리고 조선이라는 이름이 있는 한 천자 자리를 넘보지 않음을 공언할 것입니다. 이는 도전하는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자는 물론이고 황제 역시 칭하지 않겠다는 말에 사람들은 다소 묘한 얼굴로 소현세자를 바라보았다.


이는 바꾸어 말하자면 다른 이들은 그럴 여지가 있다고 말함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어찌 생각하건 소현세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조선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천하가 사방을 덕으로 교화하여 올곧은 도의를, 인의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하여 그저 기다리고 기다릴 생각이나, 그 기다림이 그저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하는 것을 말함은 아닙니다. 그러한 일은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나무 아래 누움과 다르지 않지요.”

“천자도 황제도 칭하지 않고 어떻게 도래를 바랄 생각인가?”


도르곤이 하는 말은 비단 그만의 물음이 아니었다.


분명 조선도 꾸미는 것이 있고, 바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욕심을 전혀 내지 않는 것처럼 말하니 영 이상하기만 하였던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이것이 대답이라고 하듯 소현세자가 힘주어 대답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하였습니다. 하물며 천하 대신 살피는 일이라면 얼마나 도움이 있다고 한들 부족하겠지요. 하여 조선이 추천하는 나라는 의결 없이 참여할 수 있게 하여주시기를 바랍니다.”

“작군. 하지만 가장 근본되고 커.”


도르곤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빛냈다.


그리고는 사방을 둘러보더니 세 번왕에게 물었다.


“아직 회합 중이다. 고로 결정은 나를 비롯한 청나라 사람들은 물론이고 명나라 사람들 역시 내릴 수 없다. 의결하게.”


의결하라는 말에 번왕들은 저도 모르게 서로를 보았다.


“이러한 일은 중한 일이니 결정함에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그런 와중에 오삼계가 반사적으로 막아서나 그 반대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아직 회합 중이다. 그렇게 마음대로 할 거라면 나도 상관없다만?”


더 나서면 앞선 논의며 합의를 죄 부수어 버리겠다는 협박이었다.


더불어서 오삼계로서는 도무지 피할 수 없는 협박이기도 했으니 이미 황명으로 이 자리에 선 그는 오로지 그 명에 따라야 했기 때문이었다.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앉은 오삼계는 여차하면 이 자리를 없이 하라는 황명이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런 심정 따위는 다른 이들에게 그리 중하지 않았으니 특히나 결정권이 맡겨진 세 번왕이 그러했다.


“차후에 조선이 안건을 한 해에 한 번 낼 권한을 얻음에 비추고자 한 가지 법도를 더 세우겠습니다. 안건을 낸 나라는 그 안건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없습니다.”


안건을 내세울 수 있는 나라는 조선이 처음에 말한 것처럼 명과 청뿐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이 조항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조선에게는 있는 것은 스스로 내려놓음이었으니 작은 대가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찬성이오.”

“나는 반대요.”


그런 와중에 두 사람이 금세 뜻을 밝히니 찬성한 것은 이자성이요 반대한 것은 손전정이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시선이 남은 한 사람에게 모이니 시선을 받은 임경업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건부로 찬성하겠습니다.”

“어?”

“어?”


임경업의 입에서 나온 말에 이자성과 손전정은 자리도 있고 소리를 흘렸다.


당연히 반대할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힐끗 본 임경업은 소현세자를 보며 말을 이었다.


“한 해에 한 번 내는 안건, 그 권한을 우리 번국들에도 적용한다면 나는 이 일을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이시오?”


좋지 않게 보이는 일에 손전정이 물으니 임경업은 시선을 돌려 그를 보며 대답했다.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 할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는 말에 손전정은 잠시 그를 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임경업을 믿기로 한 것이었다.


“조선의 세자께서는 이 사람의 말에 어찌 대답하시겠습니까?”

“저는 좋습니다.”


사실상 조선만의 특권을 하나 더 포기하는 셈이었나 소현세자는 개의치 않아 보였다.


그에 임경업은 처음부터 조선이 하나만 바랐음을 깨달았다.


‘역시 그런가.’

허나 그것은 바깥으로 공공연히 말한들 의미가 없었으며, 임경업은 지금 이걸로 얻어낸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따라갈 수 없음은 아쉬우나 이걸로 되었다. 이걸로 잘하면 세 번, 못해도 두 번은 저들을 방해할 틈을 얻지 않았던가.’


안건을 제시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산둥 회합을 열 권한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회합이 열린 순간 모든 나라는 참여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 임경업은 이로서 청나라 일을 꾸밀 때 두 번은 쉬이 훼방할 수단을 얻었다고 여기며 만족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러한 만족도 잠시, 도르곤이 그 정도는 꿰고 있다고 하듯 말하니 임경업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허면 조선의 제안에 그대는 역으로 제안한 셈이니 이걸로 다음 정기 회합까지 대리국은 안건을 제시할 권한이 없는 거다.”

‘교활한 놈 같으니라고.’


생각한 것을 훤히 알고 있다고 하듯 하는 말에 임경업은 도르곤을 노려보았다.


그러한 시선에 도르곤은 한번 해볼 테면 해보라고 하듯 마주 노려보니 임경업은 잠시 눈싸움을 하다가 두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조선 역시 그러하니 우리가 어찌 특별함을 주장하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임경업은 호흡을 골랐다.


어쩐지 입안이 까끌하니 영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나은 길이라 믿었기에 애써 침착했다.


‘남경에 보내어 회합을 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고 그런 식으로는 늦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한 방지책이 이 권한이 될 것이니, 적어도 지금은 이게 옳다.’


생각한 근거를 스스로에게 일러 평정을 얻은 임경업은 천천히 입을 열어 확실하게 제 뜻을 밝혔다.


“대리국은 조선의 특별한 추천을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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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3화 내어주고 얻기 +2 24.08.21 72 11 12쪽
663 662화 달갑지 않은 방법 24.08.20 72 11 14쪽
662 661화 하늘 아래에 있는 세상 +2 24.08.19 70 12 13쪽
661 660화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다르다 +2 24.08.16 85 11 13쪽
660 659화 밝기 전이 가장 어둡다 24.08.15 80 14 12쪽
659 658화 현재만이 전부가 아니다 +3 24.08.14 72 14 12쪽
658 657화 두 마리 토끼 +1 24.08.13 87 10 13쪽
657 656화 끼어들 준비 +1 24.08.12 79 12 12쪽
656 655화 공정한 땅 +3 24.08.11 80 11 13쪽
655 654화 천하를 가둘 울타리 +3 24.08.10 88 12 12쪽
654 653화 천자론 +6 24.08.09 87 12 12쪽
653 652화 대신할 수 있는 자리 +3 24.08.08 82 11 12쪽
652 651화 천하를 다스리는 자격 +3 24.08.07 86 11 14쪽
651 650화 언제나 진심인 사람들 +2 24.08.01 86 9 12쪽
650 649화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 +2 24.07.31 81 10 13쪽
649 648화 고장난명 +2 24.07.30 78 11 12쪽
648 647화 시작과 지속은 쉽지만 끝은 어렵다 +1 24.07.28 78 11 12쪽
647 646화 시시비비 +1 24.07.27 83 11 12쪽
646 645화 화전(和戰) +1 24.07.26 85 12 12쪽
645 644화 그들의 책임 +1 24.07.25 77 13 12쪽
644 643화 합의에 필요한 숫자 +1 24.07.24 79 12 11쪽
643 642화 내세울 만한 이 +1 24.07.23 83 13 12쪽
642 641화 빛이 보이면 다가간다 +2 24.07.21 93 14 12쪽
641 640화 스스로 서기 위하여 +2 24.07.20 90 14 12쪽
640 639화 고난 끝에 얻은 것은 +1 24.07.19 86 15 12쪽
639 638화 좋고 싫고는 중요하지 않다 +2 24.07.18 89 15 12쪽
638 637화 호언장담 +2 24.07.17 85 14 13쪽
637 636화 원동력 +1 24.07.16 83 13 14쪽
636 635화 버림받은 자의 각오 +2 24.07.15 77 14 13쪽
635 634화 뒤틀린 믿음 +1 24.07.14 94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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