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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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작품등록일 :
2023.09.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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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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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내게도 운명은 동일할까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나는 뭐가 이토록 못내 아쉬운 걸까.

내 인생에서

그리고 다른 나머지 모든 것들에서.

뭐가 그렇게 아쉽고 미련이 남는 걸까.



크레뮐켑테이톤의 서신을 다 읽고

불태워버린 데이모레페이게스는

타오르는 불꽃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싯돌로 불을 붙인 촛불은

대낮에도 평화롭고 또 여유 있게,

하염없이 부드러운 춤이라도 추듯이

너울거리고만 있었다.

그냥 최선을 다 해서 그 끝까지 가 보자.

뭐가 어떻게 되더라도 그 최후에게

다 맡겨 보자.

혼돈은 혼돈대로 정리를 해줄 것이고

영광과 평안은 그것들대로 다 가져다줄 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가볍게 공허한 걸까.

뼈에 스며들어서 스치듯

뼛속을 어루만지며 가는

이 차갑고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 걸까.

이토록 맑고 청명한 대기 속에

하늘마저도 드높기만 한 이런 날에

저 바람은 사실은 무척이나

내 혈관을 할퀴면서 심장까지 이르는구만.

나는 왜 이런 오래된 슬픔으로 덮인

완전히 깨져버린 피부의 인형을 붙잡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날 좀 그만 놓아주었으면

그래서 사랑과 욕망의 이름이라는

그 이유에서 해방이 된

무지(無知)와 탈각(脫却)이라는 미래에서

그저 흐르듯이 그냥 앞으로만 가고 싶은데.

한낮은 타오르듯 환해서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었다.

파란 피가 감도는 느낌처럼

세상에는 새로운 기운이 수혈되어서

세상의 혈관들마다 그리고 세상의 장기 조직들마다

또다시 투명하고 넓게 드리워진

차갑고 냉각된 설레임이 그러나

평온하고 평범하게,

언제나처럼 다시 찾아와서는 기어이 갈아치우고 있었다.

어제의 모든 기억들과 오늘의 새로운 욕망들을

서로 마주하고 대신에 그 후에 서로 바꿔가면서.

데이모레페이게스는 참으로 유치하다는 듯이

탑 위의 높은 방에서

보기 좋고 탁 트인 그 전망 속에서

세상을 약간 어이없고 밉살스럽다는 듯이

일종의 혐오감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그도 알고 있었다.

혐오스러운 것은

그리고 그가 혐오스러워 하고 있는 것은

그런 세상에 비쳐진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크레뮐켑테이톤의 제안은 대담하고 놀라웠다.

듣자 하니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크레뮐켑테이톤의 정확한 나이는 잘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나 그에게 반말을 했지만

- 외견상 외모는 매우 젊은 20대 청년이었으므로 -

실제로는 그와 나이가 비슷한 사람은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없었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데이모레페이게스 역시

그와 나이가 비슷하지 않을 것이다.

불사의 신체라는 궁극의 힘에 도달한

마법의 일종을 수련한 것인지

그건 데이모레페이게스도 잘 몰랐다.

하지만 그게 어찌 되었든

데이모레페이게스에게 좋을 리가 없었다.

그가 상대를 해야 할 적수의 한 명이

불사의 신체에 이미 도달을 했거나

비슷한 단계까지 갔다고 한다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엔 좋을 것은.

그런데 그런 그가 갑자기

그의 적들 중에서 한 명이 분명한

데이모레페이게스에게

갑작스레 제안을 한 것이었다.

협상을 통한 일종의 동맹이었는데

잘 될 리도 또 그다지 흥미도

없었거니와 또 데이모레페이게스에게는

생기지 않았다.

14년 전에 교관 시절에

외부 초빙이라는 자격으로 낯선 소년이

임시 특별 교관으로 잠깐 방문했었다.

그때에도 이미 이온 더웨인켈퍼시안경은

바위의 학교에서도 전설적인 존재였었지만

몰래 따로 또, 은밀하게 마법을

다른 비밀한 장소에서 가르치고 있었던

대마법사이자 굉장한 교관이었다.

원래 마법사들만이 공유하고

그들끼리만 전수받고 전수시키던

가장 지극한 비밀이었던

마법이라는 능력이

이토록 광범위하게 다른 사회 분야에

무분별한 전파가 대규모 유출처럼

되고 만 것은

과거에 특별한 대사건이 있고 난

그 후로부터였다.

역사에서도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의.

그러나 역사책에서는 다른 명목으로

그리고 다른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관련된 것들은 최소한의 일부로서만 전해지도록.

언제나 은폐는 불가피했었다. 세상의 모든 분야에서.

워낙 복잡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투명하고 단순하게 공개를 해도 되는 것은

그야말로 세상의 분야들에서 드물었다.

다른 악의나 다른 기타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사람들의 이런저런 소동과 난리를

그저 미연에 막기 위해서만이라도

그래야만 했었다.

그때에 더웨인켈퍼시안경이 놀라고 감탄할 정도로

크레뮐켑테이톤의 능력은 가히 탁월했었다.

학생들이 모두 너무도 놀라서 일제히 일동이 다

경악을 할 만큼이었다.

침착하고 온건하기로 정평이 있는

더웨인켈퍼시안경이 늘 감탄에 감탄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칭찬을 정말 겨울 소나기처럼 적게 하는

그 나이가 든 노인네가 늘 그랬었다.

그러나 데이모레페이게스는

그런 크레뮐켑테이톤에 대한

이상한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다.

그가 맡고 있는 직책이 특수하고 중요한 종류여서

그는 온갖 것들을 다 총괄하다시피해서였다.

그에게는 가족과 친척이 없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늘 홀로 살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그의 가족들과 친척들이

한꺼번에 다 몰살이라도 당하듯이

죽게 된 시점이

국가적 사태와 혼란 시기에

절묘하게도 맞물려있다고 했었다.

다른 어떤 부하들은 그에게

크레뮐켑테이톤 집안에서

오직 크레뮐켑테이톤만 유일무이하게

그 모든 가문 전체가 겪은 환란을 무사하게 피한 것은

뭔가 대단히 기묘하다고 조언 같이 보고를 했다.

촛불들이 일렁거리는 깊고 깊은 심야의

외딴 골방에서 세 사람만이 있는 탓에

으스스하게 뒷통수의 머리칼들이

뻗쳐서 위로 솟구쳤다.

데이모레페이게스는 알았다고,

그렇게만 말하고는

두 사람을 돌려보냈다.

자기와 비슷한 종류의 인간을 구경하고

두 눈으로 눈앞에서 목도하는 느낌은

생경하고도 역겨웠고

기이하게도 괴상한 긴장감이 팽배했다.

앞으로 그를 자주 뒷조사를 비롯해서

경계를 해야만 하겠다는

이상하고 낯선 예고 같음 예감을

데이모레페이게스는 느끼면서

어디서 이런 알 수 없는 불안이 자꾸만

찾아오는 걸까,

정말 초조해지도록 미진한 상황 파악에

자주 난감해졌다.

크레뮐켑테이톤은 정말 미지의

마음이 놓이지 않는

대단히 위험하고도 불길한 인물이었다.

지금까지 그런 사람들을 많이도 보아왔지만

크레뮐켑테이톤은 뭔가 단계가 많이도 달랐다.

잘 짐작이 가지 않는 훨씬 윗 단계에서 그는

지내고 있었다.

막막한 심정으로 기이하고도 설명이 힘든

앞날에 대한 장애물 같은 감정이거나

막연한 불안감을

크레뮐켑테이톤에게서

늘 데이모레페이게스는 느껴야만 했었다.

그 후로는 거의 소식조차도 들려오지 않고

살아는 있는지 아니면 죽었는지

세간에 소문조차도 희미하게 거의 전해지지 않던

완전한 은둔으로 자취를 감춘 그 어린 소년이

왜 갑자기 요새 다시 그렇게 또 나타는 났을까?

세상을 방문할 마음이 없는

파랗고 요사스럽게 섬뜩한 선명하기 짝이 없는

고치 속에 들어간 아름다운 벌레 같은

그가 왜 다시 나타났을까?

이 평범한 세상에는?

잘 알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으므로

자꾸만 머리가 아파오는 짓은 하지 말자고

그냥 데이모레페이게스는 더 이상은

생각하지 않기로 해버렸다.

이제는 편지도 완전히 재로 변해버렸으므로

데이모레페이게스에 보내진 이야기들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비를 나름대로 최대한 정성껏 해서는

그를 만나야만 그 다음에는

뭐가 되든 결정이 나고 또 당연하게 그 결과로

뭔가가 다시 발생할 것이다.

그가 만나자는 날에

그의 목적이 실제로

그의 말과는 다르게 뭐가 있는지

그것이 관건이었고 핵심이었다.

이 단순해 보이는 놀랍도록 복잡한 소년 혹은 청년이

내게 뭘 시도를 해보려는 걸까.

실제 나이는 최소 백 몇 십 살이거나 어쩌면

그 이상인 2백 살이 넘었을지도 모른다는.










외이겐테르델핀은

자신의 왼쪽 어깨뼈를 뽑아내고 있었다.

크게 다쳤다거나 부상 때문인

그런 특별히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비감할 정도로 기분이 크게 저하가 되었던 것도

마법의 영약이 대단하게 기특한 효험이 있었으므로

신체의 부상이 빠르게 회복이 되자

기분마저도 한결 나아졌다.

그 마법의 영약을 교환받기 위해서

그는 임무 하나를 다 낫지도 않은 몸으로

일단은 그쪽에게 해주어야만 했었다.

사람의 머리 하나를 잘라서

갖다가 주어야만 했었다.

그 머리통을 확인한 사람들은

그걸 대뜸 전혀 소중하게 보관은 하지도 않고

내다가 버렸다.

그렇게 받아온 마법의 영약은 물약 계통이어서

먹기만 하는 것이었다.

피부에 바르는 종류는 아니었다.

놀랍도록 신속한 회복의 기세를 지켜보며

그의 다친 마음도 조금씩 어느덧 아물어갔다.

완전히 모든 마음이 그렇게 회복이 된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의 자존심이든 그의 의지든 그의 분노든.

어깨뼈를 뽑아서 한참을 명검(名劍)이나 마검(魔劍)처럼

찬찬히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던

그가 어깨뼈에 오른손을 가만히 갖다가 대고

덮어버리듯이 세심하게 쓰다듬고는 멈추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서 붉고도 환한 너무도 맑은 냉기(冷氣)가

막 분출이 되어서 그 어깨뼈로 마구 마구

그러나 대단히 질서를 갖춘 차분한 속도로 흘러들어갔다.

마력적(魔力的)인 느낌의 그

선명하도록 진홍색으로 된 맑고 깨끗한 빛은

차갑고 서늘하게 두 눈에 촉각처럼 포착되면서

신속하고도 조용히 곧 완전히 사라졌다.

그가 다시 눈앞에 그 어깨뼈를 들어서는

햇볕에 찬찬히 비쳐서 들여다보듯이

아무도 없는 빈 방에서 지켜보았다.

별다른 특징이라고는 없는

평범한 시체의 보통 어깨뼈 해골처럼 보였다.

그가 왼손으로 그 어깨뼈를 원래 있었던

자신의 왼쪽 어깨에 살 속으로 집어넣었다.

피부에 어떤 찢겨지고 절단된 틈도 없이

그대로 부드럽고도 매끄럽게 들어간 어깨뼈는

더욱 빠르고 더욱 매끄럽게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게 완전히 사라졌다.

순간, 번쩍하고 늑대의 푸른색 머리통이

그의 왼쪽 어깨에서 나타났다가는

천천히 스러지듯 사그러들다가

이윽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제 그는 비행의 능력을 더욱 몇 단계는

상승시킨 것이다.

이 마법을 더욱 숙련하기 위해서

치료를 위한 마법 물약을 비밀리에

모종의 집단과 만나서 건네받고

또 그 대가인 거래로 그들의 사악한 청탁을 완수해줄 때에

다른 한편으로 그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들이 거절을 하든 흥미를 느끼고 협상을 하든.

외이겐테르델핀은 자신의 전투력에

너무 큰 실망을 이번에 뜻하지 않게도 하고 말았다.

그게 다 자신이 무지하고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니까

그 초라한 무게감이 산보다 더 막중했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이

세상에는 몇 안 된다는

그런 비장하고도 일종의 쓸쓸한 체념에

그는 무척 어릴 적부터 익숙했었고

그만큼 자주 우울했었다.

상류층의 탁월하고 압도적인 사람들 속에서

인맥이나 친분이 많지 않은 그가

의기소침만으로 일관한다는 것은

정말 너무 어리석었으므로

내일의 찬란한 햇살은

스스로가 열자고

그는 독한 결심을 조숙한 나이에 했었다.

그때 내가 걷는 길 자체가 역사가 될 것이고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세상 속에서 행해지는 기준을 새롭게 조성할 것이다.

내 야심은 이 눈부신 이른 아침처럼 푸르르리라.

내 나이는 이 세상의 경이로운 계절들처럼

아직은 생기가 흘러넘친다.

누가 날 막을 것인가?

왈디에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친족은 이래서 타인들보다 훨씬 더 좋았다.

친척에게 서로 상호 협동한다는 그 상황은

어떤 사람들에 대한 협력들보다도 더욱 신뢰할 수가 있었다.

왈디에는 적어도 그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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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고요한 날들은 지나가고 다시 분주한 날이 또 다가오리라 24.08.05 3 0 11쪽
105 한낮의 적막한 화재 24.08.05 6 0 11쪽
104 누가 너희들의 엄마를 따뜻하게 먹여 돌아버렸나 24.08.05 3 0 12쪽
103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 24.08.04 7 0 14쪽
102 성년의 망각 24.08.01 6 0 12쪽
101 울 줄도 모르는 사람들 24.08.01 5 0 15쪽
100 그러나 이쪽이나 저쪽이나 어차피 다 마찬가지가 인생이다 24.07.31 8 0 15쪽
99 사랑의 근본적인 비밀 24.07.30 5 0 12쪽
98 증오도 사랑도 모두 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24.07.29 6 0 14쪽
97 다시 세상에는 어둠이 또 내릴 것이다 24.07.26 8 0 11쪽
96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싶었다 24.07.26 6 0 12쪽
95 짐승들의 슬기로운 시대 24.07.25 11 0 11쪽
94 무덤이 없는 계절 24.07.25 9 0 11쪽
93 세상에 음악이 들어있었다면 24.07.25 5 0 11쪽
92 사랑이 인생과 세상 속에 들어있다면 24.07.22 3 0 12쪽
91 욕망과 사랑의 방정식 24.07.22 5 0 12쪽
90 필요가 없는 것들의 의미 24.07.21 3 0 11쪽
89 악마적인 말들도 가끔은 달콤한 의미가 있을 때가 있다 24.07.21 5 0 14쪽
88 왜냐고 묻는다면 그런 의미는 없을지라도 24.07.21 5 0 12쪽
87 신들의 즐거운 한낮 24.07.20 8 0 11쪽
86 세상을 스쳐 지나가는 희미한 목소리를 붙잡아서 24.07.20 12 0 11쪽
85 또 다른 세상과 그 의미 24.07.20 5 0 12쪽
84 흘러가는 운명처럼 단지 그렇게 24.07.19 3 0 11쪽
83 가장 많은 시련은 가장 많은 시도 속에 함께 있다 24.07.19 5 0 12쪽
» 내게도 운명은 동일할까 24.07.19 7 0 11쪽
81 음악과 시간의 강물 24.07.17 4 0 12쪽
80 3대의 피아니에지스테 : 3+1=3 24.07.16 7 0 11쪽
79 나무에 새겨진 글귀 24.07.16 3 0 11쪽
78 왜 나는 내가 아니고 나라고 하는 이상한 사람인가 24.07.15 2 0 12쪽
77 내가 아는 세상 24.07.10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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