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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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작품등록일 :
2023.09.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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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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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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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상과 그 의미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내가 내 자신을 들여다 볼 때,

낯선 사람을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면 저쪽의 심연에 있는 자는 누구이고

이쪽에 있는 나는 또 누구인가.

거기에 있는 너는 누구이고 여기에 있는 나는 또 누구인가.

내 물음에 대답을 해줄 수 없는 거기 있는 너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거기 있는 너는 과연 누구인가.







세이덴미트레퍼스경은

혼자서 아침부터 술잔을 들고

크고 아름다운 자주색 천이

두껍게 겹겹이 푹신한 층을 이룬

고급스러운 솜들을 잘 덮고 있는

의자에 앉아있었다.

넓고 아름다운 통유리창은 광대하고 멀찍이 펼쳐진

맑고 매끄러운 유리창 너머의 모든 풍경들이 잘 비쳐보였다.

유리창은 늘 맑게 잘 닦아놓으라고

집사장에게 지시를 내렸으므로

그가 없을 때면 하인들이 부지런히

상시로 닦아놓아서

언제나 맑고 깨끗했다.

그래서 풍경들이 아주 잘 내다보였다.

바깥의 풍경들이 잘 보이지 않는 탁한 유리창 상태를

그는 몹시 싫어했다.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이

마치 그의 삶에서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

전망이 불투명해진 삶의 어느 지점처럼 여겨져서였다.

다른 이유들도 있었지만.

비가 그친 다음 날이었다.

그래서 간밤의 비가 그친 후에는

역시 늘 그랬듯이 상쾌하고 소슬해서

싸늘하도록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놀랍도록 맑고 싸늘하고 너무 청결하게 모든 것이

일체가 다 깨끗해져서

비현실적인 이세계(異世界)로

소환되어진 것만 같은

시각적인 착시 현상까지 저절로 느껴지는.

술잔은 아름답고 얇은 투명함으로

그 속에 들어있는 엷은 호박 보석빛 술까지

아름답고 영롱한 매혹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와 그가 입고 먹고 마시고 쓰는 모든 물건들과

그리고 그의 삶이 그랬듯이.

실내의 장식들과 가구가 놀랍고 탁월한 매혹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면 감탄으로 말을 못 잇게 만들었다.

조형성과 장식성을 절묘하게 혼합하고 균형을 찾아서

장식성이 일상적인 감각을 너무 밀어내고 침범하지 않도록

대단히 세심하게 그래서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도록

일일이 공간에 대한 배려를

심미적으로 한 방이었다.

세이덴미트레퍼스경은 너무 낯설 정도로 설레는 미감은

일상 생활을 하는 자신의 방에서는

어느 정도 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화려하고 지극히 예리한 취향과

또한 반대적인 섬세한 조율까지 마지막으로

그 위에 추가하듯 더할 수 있는

그의 교양과 재능은 보기 드문 세련된 수준이었다.

뺄 것과 더할 것, 이 단순한 두 가지 조합만으로도

방의 실내 장식성과 또한 마찬가지로 인생의 여러 구성이

달라졌다.

그러나 이런 것들마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을

잘 모르고 살다가 그냥 인생을 끝내고 말았다.

세이덴미트레퍼스경은 아침이 다가오는 순간을

조금씩 음미하고 있었다.

그가 오른손 술잔에 들고 있는 술처럼.

술이라는 액체가 그의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면서

느껴지는 황홀하고 따뜻한 감각과

그의 두 눈이 맞이하는 새 아침의

차갑고 청신(淸新)한 보이지 않는

맑은 대기의 장막이

감각과 풍경이라는 조합으로

그를 물끄러미 생각에 잠기게 했다.

어제도 그는 처녀를 죽이고 자신의 대저택으로 돌아왔었다.

사냥도 그렇다고 취미도 아닌

그저 심심풀이로 시간을 때우려고 했던 짓이었다.

매번 혹은 때때로 야심한 심야에 나가는

그만의 습관적인 일탈이었다.

침대에서 편안히 휴식 같은 잠을 자고

일어나서 가볍게 술 한 잔.

그리고 씻고 다시 아침이라는 식사를 한다.

그게 통상적인 일과였었다.

그가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또 그만큼 열렬히 추진하지 않을 때는.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생명처럼 사랑하기 시작했었던

첫 연인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세상에 태어났다는 그리고

지금 자신의 눈앞에 그녀가 존재하고 있다는 그 사실에서

그는 매일매일을 감사했었다.

신들에게 이 세상에게 그리고 그녀의 부모와 그녀에게

또 자신에게도.

세상에 그녀가 태어나서 자신과 사랑에 빠질 나이까지

생존해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세상이 축복과 환희로 가득 찬

곧 지상 천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거나,

혹은 지상 천국이라고 믿었었다.

적어도 몇 달간은 그랬었다.

그러나 그녀와 첫 육체적 관계가 있고 나서,

두 달이 채 안 되어가는

한 달 하고도 3주쯤 되었을 때

그는 세상이 붕괴하고 그의 인생에서

멸망과 소멸의 순간이라도

목격한 듯한

공포로 전율을 하고 말았다.

그녀를 자신의 저택으로 불러서

같이 아름다운 밤을

애틋하고도 열렬히 보내던 그날 밤도

예전의 다른 밤들과 다를 것은 전혀 없던

똑같은 환희와 여전히 흥분스러운 밤이었다.

통상적인 연애의 지금까지 있었던 기간처럼.

그러나 그 고조된 감정들과 충족된 욕망으로

만족스럽기만 하던 육욕과 애정과 연애의

빛깔들과 소리들과 색채들과 촉감들은

모조리 다 부서지고 말았다.

술을 그녀와 마시고 사랑과 웃음으로

폭발할 것 같은 환희의 상태로 늘 하던 동침을

그날 밤도 역시 똑같이 치렀으나,

불행히도 그날 밤은 그녀가 너무 술을 많이 마셨었다.

그녀는 정사가 끝나자마자 깊이 잠이 들었고

그가 그녀를 지켜보며 세상에 다시 없을 만족감으로

미소를 지으며 지켜볼 때

그녀는 사랑스럽고 귀엽게 그렇게

자신만의 깊은 잠이 들었다.

그는 홀로 내버려두고서.

그러나 그 후부터 서서히 문제가 터졌다.

그녀가 자다가 말고 갑자기 토하기 시작했다.

전신(全身)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적나라한 알몸이라는

황홀한 분위기로 감싼 그녀가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있다가 눈도 뜨지 못하게

깊이 잠이 들어있으면서도

꾸역꾸역 꽐꽐꽐

마구 토하고 있었다.

갈색과 황토색과 진홍색과 별별 색채의 토사물들이

건더기를 비롯하여 즙 같은 것들까지 다 함께

마구 쏟아져나왔다.

그 전에 한 시간 전까지

그와 섬세하고도 나른한 입맞춤을 서로 하던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그 입술들을

수면 중에 멋대로 벌리고는

그냥 마구 토하고 있었다.

그 더러운 토사물들 찌꺼기 몇 개가

아름답고 선연한 선을 그리는 그래서

신들이 빚은 것만 같은 그녀의 입술 여기저기에

달라붙어있었다.

입술에 액체 같은 것들도 묻어있었다.

그녀가 잠결에 잘 알아들을 수도 없는 헛소리들을

두세 단어를 웅얼거리다가

혀를 내밀어서 그 토사물 액체들을 날름거리며 핥았다.

두 눈의 아름답고 긴 속눈썹들은 여전히 엷은 황금빛

그늘을 그녀의 감은 두 눈꺼풀에 내리고 있었다.

젊고 어린 세이덴미트레퍼스경은

가만히 그 모든 광경들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자꾸만 호흡이 곤란해지고 있었으므로

할 말도 또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더 큰 상황이 터질 줄은 그도 또 잠든 그녀도

도무지 몰랐으리라.

곧 그녀가 뿌직 뿌직 뿌지직, 거리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잠든 그녀가 그런 소리를 내다니.

역겹고 고약하기 짝이 없는 악취가 어디선가 나기 시작했다.

그가 황망해서 숨이 막힌 정신 상태에서도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그만 동작이 멈춰지고 말았다.

그녀의 엉덩이 골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노랗기도 하고 갈색 같이 보이기도 하는

굵고도 긴 대변이 덩이와 줄기를 이루고 이어가면서

크고 묵직하게도 계속 계속 분출이 되고 있었다.

젊었던 그는 그 당시까지 그 어떤 여자라고 하더라도

그녀가 오줌이든 똥이든

신체 바깥으로 분출하는 광경을 구경한 적이 없었다.

눈앞에서 생생하게 똥이라는 극도로 혐오스러운 물질이

살아있는 여자의 몸에서, 잠이 들었건 생생히 깨어있든

노예 여자든 집안의 하녀든 평범한 평민 여성이든

젊은 여자든 어린 꼬마 여자 아이든 늙은 여자든

어떤 여자에게서도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잠들어 있는 이 미녀는

그가 결혼을 연애의 기간에서 고작 몇 달이 경과했음에도

벌써 진심으로 진지하게 고려해보고 있는

그가 생각하기에는 신들이 그만을 위해서

직접 지상으로 내려보낸 것만 같은

천상의 피조물 같이만 느껴지는 여자였었다.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귀기(鬼氣)가 느껴질 정도로

무섭게 하얘진 그는

서둘러 하반신과 상반신에 옷들을 대충 걸치고는

미친 듯이 그곳을 빠져나갔다.

세면장이 있는 옆방으로 들어간 그는

옷도 벗지 않고 힘없이 털썩 주저앉아서는

하염없이 흐느껴 울었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눈물들이 평소에 숨어있었는지

그는 젊은 처녀와 어린 소녀처럼

끝없이, 계속, 언제까지나 울었다.

그도 그때 그 당시에는 젊은 청년이었으니까.

울어도 울어도 끝이 없이 영원히 새벽이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정말 길고도 긴 밤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다 지나간 날들이었다.

그 이후로 가끔 그는 젊은 처녀들만을 사냥하고 돌아다니는

괴이하고도 괴상한 기벽(奇癖)이 생기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너무 화가 치밀어오르는 밤에만

그는 사냥을 하러 무작정 검고 깊은 심야의 세상으로 나갔다.

세계의 본질을 만지고 감각하려고

세상이 잠든 깊은 밤에만 그는 그렇게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이게 대낮의 그토록 평화롭던 그곳들이고 그 세상인가.

그는 조용하고 경건한 분노로 사냥감이 될

젊은 여자들을 찾아다녔다.








세이덴미트레퍼스경이 천천히 치즈 한 조각을

오른손으로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고는

이빨들로 음미하기 시작했다.

맨들맨들하면서도 약간은 촉촉한 식감이

건조하고 나서도 자연의 본질을

여전히 어느 정도는 지니고 있었다.

오른손에 묻은 미세한 끈쩍끈적한 기름끼를

그는 탁자 위에 놓여있었던 헝겊들에서

한 개를 들어올리고는

잘 닦았다.

그는 일부러 그런 얇고 매끄러운 고급 헝겊들을

단지 식탁용으로 대량으로 마련해두고 있었다.

그는 그토록 아주 작고 사소한 촉감도 싫어할 만큼

무척이나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누구에게서 배운 것도 아니고

누가 그를 그렇게 훈련을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는 끈적끈적하거나 찐득찐득하거나 텁텁하거나

더럽거나 불쾌하거나 지저분하다거나

그런 온갖 불필요한 기분 나쁜 느낌들을

극도로 증오했었다.

마찬가지로 세상 속에서 그렇게 나타나는

그런 쓸데없는 것들도 대단히 증오했었다.

그는 그 이후로도 다른 수많은 여자들을 사랑했다.

연애와 이별을 반복하고 다시 반복하면서

그는 어느덧 지금의 나이가 되고 말았다.

여자들은 모두 제각각 아름다웠으나

다 하나같이 똑같았다.

인식의 변환이 이루어지고 나서는

더 이상 세상은 그 전에

그가 익숙해져있었던 그런 세상이 아니었다.

특별히 누가 더 아름답냐가 아니라

그 모든 미녀들은 어느 누구도

그가 그토록 사랑했었던

그가 젊었던 날들에 함께 들어가있는

그때 그 시절의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를 닮지도 않았다.

모든 미녀들이 다 같이 눈과 코와 귀와 입이 있었으나

어느 누구도 그녀를 닮은 부분조차도 갖고 있지 않았다.

창밖에 멀리서 뭔가가 보였다.

날아다니는 새가 온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정원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매듭이 크게 달려있는 바구니였다.

곧 바구니는 사라져서 그의 시야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는 일어나서 여유 있고 침착하게 유리창을 열고

유리창 바깥으로 나가보았다.

난간을 짚고 서서 너무 차가워서 기분이 다 상쾌해지는

오늘의 첫 공기를 피부로 촉각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보았다.

연한 보라색 큰 매듭이 매달린 바구니는

사뿐하고도 온전하게 풀밭에 떨어져있어서

마치 처음부터 그 전날부터 몇 주일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만 같이 어떤 흔적도 없었다.

그는 어떤 기척도 내지 않고 정원으로 착지했다.

나뭇가지들로 짠 바구니를 들어올리고서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종이 쪽지가 들어있었다.

불의 접시가 어디로 갔는지 그 행방이 적혀져있었다.

판타지 문피아 또 다른 세상을 위하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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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고요한 날들은 지나가고 다시 분주한 날이 또 다가오리라 24.08.05 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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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성년의 망각 24.08.01 7 0 12쪽
101 울 줄도 모르는 사람들 24.08.01 5 0 15쪽
100 그러나 이쪽이나 저쪽이나 어차피 다 마찬가지가 인생이다 24.07.31 9 0 15쪽
99 사랑의 근본적인 비밀 24.07.30 5 0 12쪽
98 증오도 사랑도 모두 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24.07.29 6 0 14쪽
97 다시 세상에는 어둠이 또 내릴 것이다 24.07.26 8 0 11쪽
96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싶었다 24.07.26 7 0 12쪽
95 짐승들의 슬기로운 시대 24.07.25 11 0 11쪽
94 무덤이 없는 계절 24.07.25 9 0 11쪽
93 세상에 음악이 들어있었다면 24.07.25 5 0 11쪽
92 사랑이 인생과 세상 속에 들어있다면 24.07.22 3 0 12쪽
91 욕망과 사랑의 방정식 24.07.22 5 0 12쪽
90 필요가 없는 것들의 의미 24.07.21 3 0 11쪽
89 악마적인 말들도 가끔은 달콤한 의미가 있을 때가 있다 24.07.21 5 0 14쪽
88 왜냐고 묻는다면 그런 의미는 없을지라도 24.07.21 5 0 12쪽
87 신들의 즐거운 한낮 24.07.20 8 0 11쪽
86 세상을 스쳐 지나가는 희미한 목소리를 붙잡아서 24.07.20 12 0 11쪽
» 또 다른 세상과 그 의미 24.07.20 6 0 12쪽
84 흘러가는 운명처럼 단지 그렇게 24.07.19 3 0 11쪽
83 가장 많은 시련은 가장 많은 시도 속에 함께 있다 24.07.19 5 0 12쪽
82 내게도 운명은 동일할까 24.07.19 7 0 11쪽
81 음악과 시간의 강물 24.07.17 4 0 12쪽
80 3대의 피아니에지스테 : 3+1=3 24.07.16 8 0 11쪽
79 나무에 새겨진 글귀 24.07.16 3 0 11쪽
78 왜 나는 내가 아니고 나라고 하는 이상한 사람인가 24.07.15 2 0 12쪽
77 내가 아는 세상 24.07.10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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