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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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작품등록일 :
2023.09.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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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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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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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즐거운 한낮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츠토펠은

곧고 똑바른 막대 같은 걸 들고서 계곡과 들판을 건너서

앞만 바라보면서

걷고 있었다.






지금까지 츠토펠은 자신의 삶을

혹은 사상이나 의견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의혹도 흔들림도

또한 주저하게 되는 상황조차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임무를 부여받고는

성실하게 이행을 다 하기 위해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어디론가? 어디든 가고 있었다.

신전에서 기거하고 또한 그곳에서 직분을

다 하고 있었으므로

신전이 시키는 모든 명령들을 그는

철저히 그리고 일종의 의무감이 아니라

일종의 자랑스러운 자부심으로 따랐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명예를 위해서 기꺼이 즐겁고 기쁘게 해야만 한다고

그는 진심으로 믿었다.

신전은 수많은 사람들과 암중에서 몰래몰래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 받았다.

신념과, 인생의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같은 공식에서 나온 같은 결론이고

같은 단어들이었다.

신념이 곧 인생이라고 츠토펠 그는 믿었다.

그가 어렸을 적에 신전이 거두었으므로

신전은 곧 그에게 어버이와도 같은 존재였고

그런 은혜를 베풀었었다.

피가 흐르고 살이 있고 뼈와 털이 있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물적인 존재에 불과했었지만.

그는 신전이 데리고 가서 받아주지 않았더라면

들판에서 늑대나 다른 야생 짐승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으리라고

사람들은 말했었다.

신전에서 재직하는 신관들과 성직자들을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이 다.

그는 그 어린 시절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너무 어려서 걸음마도 못 떼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신전에는 살아서 영웅적으로 대위업을 쌓다가

그만 애석하게 죽어버린 자가 모셔져있었다.

고대의 민중들은 그를 대단히 슬퍼하면서

결국에는 신들의 한 명으로 죽은 그를 승격시켜버렸다.

그가 조국을 수호하는 이민족 국가와의 전쟁뿐만이 아니라

다른 전쟁에서도 상승 장군처럼 져본 적이

별로 있지 않을 만큼 대영웅이었기에 그랬었다.

그러나 점점 이 계통의 전국에 점점이 산재했었던 신전들은

다 하나같이 변질되어갔다.

점차 고대 종교와 고대 신화의 전투신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언젠가에는 급기야, 그 고대 신화에 등장하던 전투의 신이

그 당시에 그 영웅으로 태어나서

조국을 위해 무수히 많은 전쟁과 그만큼의 승리를 안겨다주고는

최후에는 정말로 애석하게 패배하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죽은 그의 시체가 묻힌 곳은 이제는 남의 영토처럼

타국가에게 점령이 당한 지 너무 오래도 되었지만

그 정확한 위치도 사실은 아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냥 막연히 추정만 하는 장소들이 몇 곳이 있기는 있었다.

전쟁신이었던 존재와 당대에 전쟁의 영웅으로

늘 승리자였던 사람이라는 두 가지가

악신의 인상을 더 많이 주던 신화속 신이지만

고대에서 사람으로 엄연히 살았던 그를 실제로

동격으로 간주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그의 이름으로도 불리었고

또 그 전쟁신의 신전으로도

신전의 이름은

각각 다르게 또는 같이 퍼져있었다.


전쟁신을 모신 신전에서 일년내내

성직자로 재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는 온갖 잡일들을 다 했다.

그러나 그가 잘만 하면

그도 언젠가는 그런 같은 신전의 성직자들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신관들은 가끔 말했었다.

그에게 단순히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서

듣기에만 좋은 말로 해주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츠토펠도 그런 식으로 신관이 되어서

신전에서 평생을 살다가 늙어버린 신관들을

여러 명 지금도 모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재능과 성실성 그런 여러 가지 요소들을

잘 검토하고 잘 감안해서

합격점을 매길 수 있으면

정식으로 신관의 초급 단계부터

수련을 시킨다고 그들은 말했었다.

처음부터 신관이 되려고 지원한 사람들을

골라서 교육을 시키고 수련을 시켜서

그런 사람들로 육성을 하는 것이

가장 정통의 방법이겠으나,

신전에서 고아들을 불쌍하게 여겨서

어디 출신인지 누가 부모인지도 모르면서도

거두어들였더라도 사람의 소질과 인성만

괜찮다면 그 자도 얼마든지 신관으로

수련을 통해서 임명시킨다는

그 점에 츠토펠은 역시 매료되었다.

다른 가난하고 부모에게 갓난아기로

강보에 싸여있을 때부터 버려진 사람들처럼.

또는 걸음을 걷게 되고 간단한 몇 마디의 말을

배우고 난 후에 그때 나이에 이렇게 된 사람들처럼.

신전에서는 별다른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시키는 대로만 잘 하면 어느 누구도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선천적인 질병이 있었다.

흉부에 자꾸 피가 차고 고이는 병이었다.

그래서인지 가끔 머리가 어지럽고 호흡이

가빠져서 올 때가 있었다.

그러나 주술과 마법 등등 온갖 다른 것들에도

- 신전에서 행해지고 익혀야 하는 것들이 아닌 -

능통한 신관들도 그의 폐 양쪽에 다 깊은 침을

찔러넣어서 빼내고는 들여다 보면서

어느 이상한 점도 양쪽 폐에 다 없다고 말했었다.

그때마다 하는 말은 폐에는 전혀 피가

고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만 흉곽의 다른 부위들을 찔러보면

그 길고 긴 금속 침에 피가 묻어서 나왔다.

그 침으로 찔러 넣어서 조사를 신관들이 할 때마다

그는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일종의 가벼운 마법을 걸어서

그렇게 침을 찌르고는 조사를 하는 것이기에

그의 몸을 침으로 찔러댈 때에도

그는 통증과는 무관했다.

그가 오래 살지 못 살지

그것조차 불확실했다.

단지 숨이 차고 현기증이 올 정도로

흉부에 피가 자꾸 차오른다고

반드시 일찍 죽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폐가 작아서 숨이 좀 찬다고 한들

쉬엄쉬엄 힘든 노동은 하지 않으면서

오래 장수할 수도 분명히 있으니까.

그래도 그는 그 점이 매우 불만스러웠다.

혹시라도 신관에 임명될 기회를

그 건강 상태가 막게 된다면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도 없었다.

단지 몸이 조금 부담스럽기만 했었지,

특별히 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고

무엇보다 불분명한 증상과 그런

불분명한 원인의 질병이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의 모든 만사가 다 그랬지만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면

그 결과나 그 후의 단계인 혹은 그 전의 단계인

대처할 방법조차 명확하지 않거나

어떨 때는 심지어 완전히 불가능해졌다.

너무 불분명해서 처음부터 그 원인들이

완전히 모르는 종류라면.

원인이 없는 것처럼 두려운 것도

사실은 흔치 않았다.

미지의 모든 것은 일종의 두려움을

옅고 엷게든 짙고 진하게든 느끼게 한다.

악마나 악귀가 무서운 점은

그것들의 능력이 악하게 신비스럽고

공포스럽고 경외스러울 정도로 굉장해서

감히 대적이 힘든 점도 있었지만

너무 막연하고 너무 모호해서

단지 두려울 때도 적정하고 적당히...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있을 때도 의외로 많았다.

미지는 모든 것들이 두렵고 망설여지는 법이다.

모든 악당들이 다 탁월한 완력과 전투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듯이.

단지 악당의 패거리에만 들어가도

더 이상은 겁이 나서도 못 건드리고 마는 것처럼

그런 사악하고 사이(邪異)하면서 무시무시한

악마적인 분류에만 들어가도

그 다음에는 <인식적인 관습>으로

무조건처럼 그런 악마적인 존재들이랍시고

어떤 판단조차도 하지 않고 무서워했다.

관습적인 인식이든 인식적인 관습이든.

언제나 마음에 드는 대로 살 수만은 없는 점이

이 세상의 가장 공평한 불평등이었다.

세상의 그 누구더라도 만사를 자기 마음대로

뭐든지 다 해가면서 살 수는

절대적으로 없었다.

왕들마저도 마음대로 안 되는 덧없는 인생의 순간들이

툭하면 산적해있었다.

언젠가는 결국 날아오는 겨울 철새들처럼.

그 점을 평민이거나 평민으로서의 혈통도

심지어 아닐 수도 있는

또한 젊고 젊은 츠토펠이라고 해서 모를 리가 없었다.

신전에는 사람들이 이따금 방문했다.

전쟁신을 모시는 그 신전의 특성상,

젊은 여자들이나 어쨌든 여자들이

자주 오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또한 나이가 들은 남자들도 그렇게 자주 오지는 않았다.

단체로 혹은 가족의 단위로 사람들이 몰려왔다가

참배와 의식을 참여하고 또 물러갔다.

전쟁신은 언제나 근엄하고 또 한편으로는 무시무시하고

불길하게 보일 때가 많았다.

흉험하고 흉악한 것이 전쟁이었으니까.

다만 신적인 존재가 되었으므로

어느 정도 정제된 분위기로 흉악한 공격성과

난폭한 적개심을 차분하고 위압적인 모습으로

대신 걷어냈다.

전쟁신의 한 명 혹은 두 명에게

무얼 빌고 가고 무얼 부탁하고 가는지

그 복의 종류에 대해서

외부의 세간에서는 그렇게 궁금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로

자꾸 교대라도 하듯이 돌아가면서 번갈아 가면서

신전에 참배를 위해서 찾아가건만

서로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츠토펠은 자기가 아는 세상이

이 신전과 신전에 관련이 있어서 찾아오는 사람들 외에는

더는 없었므로 하루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일찍

될 수 있는 한 서둘러서 신전의 신관이 되고 싶었다.

가끔은 왕궁의 관리들도 오고 갔다고

그런 다음 날에는 신관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신관들의 이런저런 말들이 다시 신전 전체에 퍼져서

신전에서 잡일을 하는 사람들과 가끔 신전에 찾아온

외부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졌다.












지금 츠토펠이 심부름을 하러 가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일찍부터 미리 나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후리후리하게 키가 크고

머리카락들이 더벅머리처럼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은

잘 생긴 츠토펠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쪽 사람들은 이 사람 저 사람 번갈아 가면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협상은 처음의 약속대로 잘 되었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다 잘 끝났다.

신전은 그 대가로 한 달 뒤에

거액의 돈을 돌려받을 것이며

가을이 되어 추수를 하면

대량의 곡식들도 받을 것이었다.

신전에서도 사람들은 먹고는 살아야만 하니까.

돌아오는 길에서도

츠토펠은 거금을 약속대로 지급한다는 소식을

가져다가 그대로 전달해줄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에게 호감이 있었던지

생색이라도 내듯이 금화도 5닢이나 주었다.

벌써 4번 5번 자꾸 협상의 단순한 심부름꾼으로

자주 만나게 되자 반갑다고 사례금도

그럴 공식적인 이유도 없건만

그에게 따로 특별히 준 것이었다.

그는 그쪽 사람들이 돈이 참으로 많은 단체라고

막연히 추측하면서 그저 즐겁기만 할 뿐이었다.

어차피 신전 밖을 나갈 기회가 평생에 걸쳐서

드물고 많지 않은 그가 그 돈을 어디에 가서

쓸 수 있을 가능성이나 기회도 없었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신전에서 평생을 거주하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랬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가슴도 그렇게 무겁거나

숨이 차지 않았다.

아직 각혈이나 졸도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그런 상황은 단 한 번도 그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신전에서는 아직 저녁이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서 서둘러야만 신전에 느긋하고 여유 있게 도착할 것이다.



그러나 츠토펠이라는 젊은 인생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는데

신전에서 웬 집단과 왕래를 한 것은

신전에서 대량의 물약을 제조해서 건네준 거래가

이유였다.

신전에서는 단순히 그 전쟁신만을 섬기고

또 그에 따른 성스러운 종교 의식을 거행하면서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량의 물약은 합법처럼 보이기도 했고

불법처럼 위험하게 여겨지기도 했었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이쪽저쪽으로 풍경이 달라졌다.

어떨 때는 그 물약의 용도가 이렇게,

어떨 때는 그 물약의 용도가 또 저렇게.

판타지 문피아 악마 신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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