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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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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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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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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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음악이 들어있었다면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메릴테이레트로피에스가

높고 높은 산 위에서 아래를 까마득하게 굽어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내려다보기도 두려운

지상과는 너무 먼 곳이라서

너무 높은 곳에만 올라가면 두려워서

다리부터 떨리고 식은땀이 마구 나는 사람들은

겁이 나서 오르지도 못할 높은 산꼭대기였다.

메릴테이레트로피에스는

불어오는 서늘하고 차가운 바람에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가늘게 뜨고

침착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괴팍하고 싸늘하며 완고해서

그 강한 성격으로도 악명이 높은 그는

웬일인지 부드럽고 즐겁게 잔잔하게 웃고 있었다.

나무들은 푸르게 창성해서 즐비하게

마치 열병식에 엄숙하게 참가한 군사들처럼

끝도 없이 오래되고 새로운 녹음으로서

뾰죽뾰죽하고 날카롭게 늘어서있었다.

사방이 너무 탁 트여서

가슴이 절로 시원해지고 웅장해졌다.

자연은 말없이 위대하고 그 속에 인간은

참으로 미미하고 시시했다.





단지 욕망만이 강해서

너의 인생이 그렇게 망했다고

너는 아직도 착각을 하고 있구나?

그래, 좋을 때지. 인생에 있어서.

정말로 좋을 때라고.

보아라, 이 얼마나 좋은 계절인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고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고

나는 그저 산 정상에서

둘러보며 이 모든 풍경들을 구경만 하노라.

보아라, 이 얼마나 좋은 가을빛인가.


이제는 혼자서 낭독이나 낭송이라도 하듯이

무슨 연극 배우처럼 연극 대사라도 외우며 연기하듯이

이 위대한 불멸의 음악가인 늙은 노인네는

자못 기분이 좋은 듯 고요히 신이 나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은 더는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그 이상으로 들떠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제자인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이 어두워진 얼굴로

가을날의 온 산이 천 개 만 개 단풍이 든

그 장관은 사방을 둘러보면서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메릴테이라는 의미는

메릴이라는 오래된 종족 성씨가

변해서 이름에 접두사로 붙은 것이라고

사람들은 스승에 대해서 말했었다.

그 뜻은 멧새라고 했었다.

고대에는 고작 새나 동물로 이름과 성을

삼았었다고 했었다.

멧돼지라는 뜻인 단어가 아직도

변했다고는 하지만 성씨로

그대로 꿋꿋이 남은

정말 오래된 귀족 가문도 있었다.

테이라는 단어는

산이라고 했었다.

메릴테이는 그러므로

산에서 지저귀는 멧새, 산새,

그런 의미가 있었다.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은

그때나 지금이나 스승이 밉고 원망스러웠다.

자신을 그렇게 멸시하고 가벼운 모욕처럼

늘 막 대하는 사람이 왜 굳이 일부러

선발이라도 하듯이

나를 제자로 거두었을까?

게다가 외부에 알려지기로는

스승은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을 수제자쯤으로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그렇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만년에 다 늙어서 오래 살지도 못할 그런 나이에

얻었던 제자임에도.

그러나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은

스승 곁에만 가면 자신이 한없이 작아졌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싫었었다.

스승은 대단히 무례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나 스승님이나 다 같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인데

음악은 귀족 같은 상류층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그 무엇이었기 때문에 그 점이 늘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은 못마땅했고

이해도 못했었다.

아니면 그 외엔 단지 왕족들만이 음악을

즐기고 배웠었다.

다른 평범한 평민들이나 그 밑의 계층들은

먹고 사는 생업이 너무 절실하고 바빠서

돈이 문제가 아니라

도저히 배울 만한 여가도 나지 않았다.

물론 음악을 배울 만한 수업료도 전혀 없었지만.

스승님이나 자신이나 다 말할 필요도 없이

교양이 가득가득한 품위 있는 상류층인데도

스승님의 성격은 그랬었다.

그러나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은

모르고 있는 점이 있었다.

그도 역시 성격이 상당히 삐뚤어진

못된 인간이었다는 걸.

자신의 모습은 못 보고

남의 모습만 선명하고 또렷이 보는

흔해빠진 우(愚)를 범하는 사람이

역시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이었다.

자신의 신체에서 나는 악취는 못 맡아도

남의 몸뚱이에서 나는 체취는 대단히 민감하게

잘 감지하는 그 보편적인 어리석음이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이

자신의 스승님을 잘 평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남들은 몽둥이로 구타를 당해도 좋고

악보를 얼굴에 던져서 맞아도 좋으니까,

제발 제자로 음악만 배울 수 있다면,

그렇다면 어떤 수모나 모욕도 다 견딜 수

있다고 하는

음악사에서 불멸의 존재라는 평가를

이미 살아서 얻은 그 노인네가,

다 늙어서 편안하게 살아도 모자랄 나이에

굳이 수고스럽고 피곤하게 직접 가르친

그것도 손자라고 해도 막내 손자쯤이 될

어린 나이의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을

직접 고르고 선택한 그 깊은 뜻을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은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지도 몰랐다.

그 불멸의 노인네와 주변의 사람들도

한결같이 잘 몰랐으니까.

그래서 음악 학교에 오면서도

그 사람들의 표정은 자주 언짢았다.

어쩔 수 없었다.

당대에도 그리고 그의 사후에도

확고부동하게 어느 누구도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음악계의 존재인 메릴테이레트로피에스가

그렇게 필수적인 제자로 대하며 직접 가르친다는데.






그리고 지금은 아직은 가을이 아니었다.

한낮에는 길거리가 이글거리며

화산의 분화구에서 흘러나오는 용암처럼

녹은 것만 같이 뜨거워도 너무 뜨거웠다.

가을이 오려면 한 달이나 그 이상 몇 주를 보태서

더 기다려야만 할 것 같았다.

계절은 가도 사람은 그대로이고

그리고 세상에는 인간들의 욕망만이 머무르고 있었다.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은

음악 학교의 전반기 학기 수료식 기념회에서

완전히 인상적인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진심으로 모든 사람들이 그의 피아노 연주가 끝나고

멋적게 또는 겸손한 척, 괜히 민망스레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이 의자에서 일어나서

관객석으로 돌아서자

일동이 동시에 기립해서는 엄청난 박수를 쳤다.

가히 열광적이어서

정말 물이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고

산이 무너지고 땅이 떠내려갈 듯한 용암이

분출하는 듯한 굉장한 박수 소리였었다.

이제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의 기교도

절정에 다가가고 있는 듯싶었다.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도 이제는

더 이상 어린애의 나이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연주자가 비교적 이른 나이에 만개하고

정점에 도달할 수는 있다고 해도

그의 나이는 너무 어렸다.

그 모든 것이 섭리도 아니고 예정도 아니고

그냥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이 가지고 태어난

그의 두 손에 그냥 간직되어있는 재능일 따름이었다.








음악 학교는 드디어 방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길고 긴 여름날이 이제 학교의 학생들에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학교에는 방학이라는 것이 있을 턱이 없었다.

학교는 고작해야 그저 건축물일 뿐이니까.





미덴필트가 훔쳐낸 악보는

그대로 학교에 원본이 돌려졌다.

누가 미덴필트의 멱살을 붙잡고 점심 때 먹은 음식들이

뭔지 알 수 있는 입냄새가 훅, 끼칠 듯이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고 미친 듯이 큰 고함을 치면서

협박을 너무 겁 나게 해서가 아니었다.

미덴필트도 악보가 분실되면

의심이 당연히 발생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는 나이였고 그 정도의 두뇌 회전은 되는

소녀였으니까.

이제 소녀도 벗어나서 처녀의 나이로 진입을 해가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데 학교에 에팅켄퓌스가 잘 나타나지를 않았다.

그래도 1학기 방학식 겸 수료식에는

에팅켄퓌스가 나타는 났었다.

어딘가 많이 아픈 환자처럼 얼굴이 창백했고

무엇보다 표정이 대단히 안 좋았다.

그래도 그도 지정되었던 그의 무대를

순서대로 연주하고 내려왔다.

3위쯤의 큰 호응이 있었다.

이런 기념 무대에 순번이야 어떻든

연주자로 순서를 배정받는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고 일종의 인정이었다.

마지막 최종 연주자는 당연히 말할 것도 없이

피케메이엘레세이시엔이었다.

미덴필트는 아쉽게도 연주 무대를

전혀 지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청중석에서 귀만 열고

가만히 감상만 하고 단상의 무대를 쳐다만 보았다.

아무려면 어떤가. 그녀에게는 원래 재능이

이들보다 적었던 것을.

그러나 에팅켄퓌스가 몸이 별로 건강하지 못한 점이

적어도 그렇게 겉으로는 보이는 점이

미덴필트에게 신경이 쓰이게 했다.

보석 보관자들인 총 7명의 명단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미덴필트는 에팅켄퓌스가

보석 보관자의 한 명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었다.

미덴필트도 이런 얼어붙은 겨울 강이나 겨울 호수의

얼음장 밑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물고기들 같은

이런 집단과 이런 세계에 뛰어들고 말았다.

모든 명단을 그녀가 알 수도 없거니와,

그런 기회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다만 에팅켄퓌스가 왜 저렇게 몸이 불편해보이는지

그게 미덴필트는 몹시 궁금했다.

에팅켄퓌스처럼 고집이 세고

가끔 냉소적으로 변하는 소년이

순순히 자신의 질문에 답해줄 것 같지는, 결코 그렇게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에팅켄퓌스의 그 크지 않은 몸집 속에 들어있는

겉모습과는 다른 위험하고 폭발적인 기질을

언제부턴가 미덴필트만큼은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는 쉬운 소년이나 쉬운 남자가 결코 아니었다.









미덴필트가 건네준 악보들을 받은

크레뮐켑테이톤은 잠자코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음악을 연주할 수도 있었지만

그 음계에 고유한 계명들의 첫 글자들을

일단 이어서 단어와 그리고 단어들의 문장으로

만들어보고 있었다.

문장이 만들어질지 그것은 미지수였었다.

잘 될지 잘 안 될지

그건 그때 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봤자, 몇 분이거나 몇 십 분 후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참을 음계와 그 계명을 골똘히 분석을 하고 있는데

실마리가 잘 풀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창문이 번쩍, 빛이 폭발하더니

뭔가가 날아들었다.

화산에서 용암이 분출할 때 가끔

기묘한 뜨거운 빛 덩어리들이

분화구 위의 공중에 폭발하듯이.

날아들어온 것은

나무를 태워서 만든 숯이었다.

아주 크고 굵은 나무둥치째로 만든 듯한.

적의(敵意 )와 살의( 殺意)를 담은 듯한

붉고 선명하게 타오르는 반짝거리는

점점이 빛나는 불티들이 여기저기 박혀있는

큰 숯둥치는 천천히 불타오르면서

이곳저곳 크레뮐켑테이톤의 방을

불태우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다 알고 있지?

나는 그렇게 극비로 내 거처를 알리지 않았는데?

게다가 들어오는 길도 쇠사슬 줄 말고는 없는데?

이상하다고 생각에 시달리고 있어봤자

너무 늦어진다고

일단은 판단하자마자

크레뮐켑테이톤은 악보들을 내버려두고

벌떡 일어났다.

저 타오르는 불쾌한 적개심 덩어리들을

걷어내고 내다버려야만 한다.

불길쯤은 그는 그냥 두 손으로 만져도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불길들로 변해서 타오르는 눈빛들 같은

불티들로 뒤덮인 숯둥치에게

그가 다가가려는데

숯뭉치 같은 나무둥치가 변신했다.

갑자기 벌떡 일어난 숯덩이들은

두 세 세 개 모두가 검은 갑옷을 전신에

위아래로 완벽하게 갖춰서 입고

또 얼굴에도 검은 투구를 써서 완전히 가린

흑기사 세 명으로 변해서는

길고 시커먼 장검을 일제히 각자 다

갑옷 장갑으로 뒤덮인 오른손에 쥐고는

성큼성큼 주저함도 망설임도 없이

대담하고 거침없이 모두 다 함께 다가왔다.

세 명의 흑기사와 그들이 각자 쥐고 있는

검은 칼날의 검은 장검에서도

다 같이 푸르고 섬뜩한 화염들이

여기저기서 스며 나오듯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놀라기는 했지만 곧 신속하게

얼굴이 돌덩이처럼 매섭게 굳어져서는

크레뮐켑테이톤은 그들에게

질풍처럼 흉악하게 돌진했다.

판타지 문피아 크레뮐켑테이톤의 성 그리고 악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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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고요한 날들은 지나가고 다시 분주한 날이 또 다가오리라 24.08.05 3 0 11쪽
105 한낮의 적막한 화재 24.08.05 6 0 11쪽
104 누가 너희들의 엄마를 따뜻하게 먹여 돌아버렸나 24.08.05 3 0 12쪽
103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 24.08.04 7 0 14쪽
102 성년의 망각 24.08.01 6 0 12쪽
101 울 줄도 모르는 사람들 24.08.01 5 0 15쪽
100 그러나 이쪽이나 저쪽이나 어차피 다 마찬가지가 인생이다 24.07.31 8 0 15쪽
99 사랑의 근본적인 비밀 24.07.30 5 0 12쪽
98 증오도 사랑도 모두 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24.07.29 5 0 14쪽
97 다시 세상에는 어둠이 또 내릴 것이다 24.07.26 8 0 11쪽
96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싶었다 24.07.26 6 0 12쪽
95 짐승들의 슬기로운 시대 24.07.25 11 0 11쪽
94 무덤이 없는 계절 24.07.25 9 0 11쪽
» 세상에 음악이 들어있었다면 24.07.25 5 0 11쪽
92 사랑이 인생과 세상 속에 들어있다면 24.07.22 3 0 12쪽
91 욕망과 사랑의 방정식 24.07.22 5 0 12쪽
90 필요가 없는 것들의 의미 24.07.21 3 0 11쪽
89 악마적인 말들도 가끔은 달콤한 의미가 있을 때가 있다 24.07.21 4 0 14쪽
88 왜냐고 묻는다면 그런 의미는 없을지라도 24.07.21 5 0 12쪽
87 신들의 즐거운 한낮 24.07.20 7 0 11쪽
86 세상을 스쳐 지나가는 희미한 목소리를 붙잡아서 24.07.20 11 0 11쪽
85 또 다른 세상과 그 의미 24.07.20 5 0 12쪽
84 흘러가는 운명처럼 단지 그렇게 24.07.19 3 0 11쪽
83 가장 많은 시련은 가장 많은 시도 속에 함께 있다 24.07.19 4 0 12쪽
82 내게도 운명은 동일할까 24.07.19 6 0 11쪽
81 음악과 시간의 강물 24.07.17 4 0 12쪽
80 3대의 피아니에지스테 : 3+1=3 24.07.16 7 0 11쪽
79 나무에 새겨진 글귀 24.07.16 3 0 11쪽
78 왜 나는 내가 아니고 나라고 하는 이상한 사람인가 24.07.15 2 0 12쪽
77 내가 아는 세상 24.07.10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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