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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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왕국
작품등록일 :
2023.09.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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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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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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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그러나 이쪽이나 저쪽이나 어차피 다 마찬가지가 인생이다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그래서 뭘 어쩌라고? 나보고 뭘 어쩌라는 말이야?

날카롭고 높은 목소리가 텅 비어있는 교실에서

멀리 울려퍼졌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뭘 그게 아니야? 도대체 내가 뭘 어쩌라고?

무슨 말을 정말 하고 싶은 건데?

레이피엘페이셔스는 화가 난 것만 같았다.

오늘 따라 왈디에가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그녀는 요새 몸이 불편해져서 그런지

이상하게 성격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뱃속의 아이가 점점 더 커지면서

그녀의 기분도 조금씩 미세하게 증가하는 몸무게처럼

자꾸 불쾌해지고 알 수 없는 막연한 초조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기분 탓인지 아니면 실제로 여름이 진행되고 있어서

그래서 더운 건지

후텁지근하고 갑갑한 더위 같은 것에

레이피엘페이셔스는 점점 더 그리고 몹시

기분이 나빠졌다.

얘가 왜 날 붙잡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지?

이미 아주 미약하게나마 아이가 배를 차기 시작했다.

배 깊은 곳의 어디인가에서 그 작은 발로

자신의 배를 차고 있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게

레이피엘페이셔스는 차츰 당혹감이 더 심해지고 있었다.

이 아이를 내가 사랑해야만 할까

귀찮고 신경질적으로 여기며 그렇게 대하며 미워해야 할까.

예정에 없던 모든 사건이 그렇듯이

예정에 없이 찾아온 아이라서 그랬었다.

뭐가 뭔지 알 수도 없는 조용하지만 깊은 심연 같은

감춰지고 숨겨진 혼돈이었다.

그녀만의 혼돈이자 그녀만의 혼란인.

고독한 혼돈이거나 혼란이 된다한들

그녀는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다만 이걸 어떻게 처리하거나 어떻게 파악하고

그래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 점이 가장 곤란스러웠다.

어서 오늘은 집에 가고만 싶었다.

그리고 복대도 아무래도 구입도 미리미리

해두어야만 할 것 같았다.

타인들의 시선은 무엇이 되었든

좋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골치 아픈 것들이 많은데

계속 이 어린 녀석이 붙잡고는

놓아주지를 않았다.

도대체 무슨 미친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어떤 감도 오지 않았다.

횡설수설 얘기가 중구난방으로

막 튀어다녔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음악 학교를 다니는 것과 졸업 이야기 등을

하고 있더니 이제는 레이피엘페이셔스에 관한

이야기들로 어느새 넘어가있었다.

언제까지나 음악을 계속 레이피엘페이셔스에게서

배우고 싶다고 하더니

이제는 레이피엘페이셔스가 개인 수업을

그것도 구태여 자신의 집에까지 찾아와서

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개인 음악 수업을 가르치면서까지

돈을 벌어야 할 만큼 돈이 급한 사람은

이 음악 학교 어디에도 없었다.

가르치는 교사들이나 배우는 제자들 그 누구도.

말도 안 되는 횡설수설을 하는 걸 보니까

뭔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 너무나 분명했다.

차츰 진해지는 역겨운 예감과는 달리

이런 상황이 레이피엘페이셔스는 그냥 모든 것이 싫었다.

어서 이 땀이 자꾸만 흐르기 시작하는 학교를 떠나서

집에 가서 얼음처럼 찬물에 온몸을 씻고는

일단은 침대에 드러누워서 쉬고만 싶었다.

그런데 계속 질질질 말을 끌고

또 그만큼 말을 시켜가면서

이 어린 놈이 자꾸 뭔가를 지연시키고있었다.

이상하고 재수가 없는 말들만을.

이 녀석이 날 여자로 대하는 육체적 욕정을

지금 호소하려는 속셈인 걸까?

단 둘이서 음악 수업을 받고 싶다니?

왜 음악 수업을 일대일 개인 수업으로

받고 싶어 하는데?

둘이서 그렇게 자주 만날 이유가 없잖아?

이것도 남자다운 육체의 욕망에 시달리는구나?

혐오스러워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

레이피엘페이셔스가 자꾸만 얼굴이 불타오르듯

붉어지는 것을 어떻게든 억누르려고 하는 모습은

어딘가 약간 애처로웠다.

눈앞의 어린 남자가 해대는 말에는

아직 그런 의미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역력히 징그러운 감정들이 밀려왔다.

그 동안에 음악 학교에서 이 녀석이 보였던 모습들은

이 녀석과는 무관했었다는 걸까.

그러나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점은

이기심이 말도 못하게 극악하게 강렬한 것들도

가끔은 인간적인 호감을 누군가에게

가질 때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탐욕에서 나온

터무니 없는 소유욕을

가끔 그렇게 착각에서 나온 진심으로

표현했다.

진심은 악마적인 이기심이었음에도.

아니면 기껏해야

비슷한 동질감이랍시고

혼탁하고 사악한 수작을 걸 때도 있거나.

지금이 아마 그런 때인가 싶어서

레이피엘페이셔스는 혼란스러워졌다.

이 끈질겨도 너무 끈질긴

추악하기만 한 녀석이

뭔가를 저렇게 호소를 해보려고

이런저런 정신이 실성한 듯한 헛소리들을

아무것이나 막 던지고 있는 모습은

가련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이상하게도

점점 더 혐오스러워졌다.

욕망이 강렬해지면 강렬해질수록

욕망이 간절해지면 간절해질수록

그 간절한 욕망이 이상하게도

혐오스러워도 너무나 혐오스러워지고 마는

그런 종류의 욕망들이 있었다.

진하고 짙다고 해서 다 아름다운 것들이 아니었다.

아마도 자신이 여자라서

이런 남자들의 역겨운 욕망에

그렇게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라고

한편으로는 레이피엘페이셔스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레이피엘페이셔스가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는데

욕망 속에서도 윤리나 도덕이 결여되면

그 순간부터 즉시

그 간절하기 짝이 없는 욕망도

너무나 역겹고 너무나 징그럽게 변해버렸다.

무절제하고 맹목적이며 일방적이며 무례하고

광범위하게 범람하듯 한계가 없어진 욕망은

차라리 욕망이 아니라

그냥 강요와 혹은 강요도 아닌, 심지어

절도나 강도나 강간이거나

심지어 살인과도 같은 의미의 범죄로 변하고 말았다.

욕망에서 윤리나 도덕이 제거되고

정말로 강렬해도 너무 강렬한 욕망만이 남는다면,

이미 그 인간은 악마나 마귀처럼 변하고 있었다.

그것이 여자든 남자든 노인들이든 어린아이들이든.

오직 악마나 악귀나 마귀나 괴물만이

욕망을 위해서는

넘지 못할 그 어떤 한계도 없었다.

욕망에도 윤리와 도덕을 통해서

교섭과 조절과 협상이 필요했다.

하다못해 도둑과 도둑끼리도 폭력배와 폭력배끼리도

협상과 담판이라는

일종의 사소한 규칙이 필요했다.

음악에서 음악적 문법이

너무 심하게 깨지거나

무척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진 음악은

그 작곡 기법이 아무리 신선하고

낯설다고는 느껴져도

결코 여러 사람들이 좋아하는 명곡은 되지 못했다.

결국엔 어느 일부의 극소수 사람들만이

좋아하는 노래가 되고 말았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취향과 감수성은 늘 있었으니까.

형식에 나타난 그 밑의 내부적 내용들이

상호 일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상호 연결은,

언제나 세상만사에 걸쳐서 이루어져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들은 어쩔 수 없이

그 밑의 심층에서 흘러나오게 되어있었다.

가끔은 완벽하게 위장과 연기를

겉표면에서만 하더라도.

그리고 욕망이 악에 물들어있을 때

욕망이 만들어내는

그 검은 심연을 닮은 그림자에서

무엇보다 가장 심층적인 본질은

악마적인 이기심이라는 점이었다.

그 상대방에게는 어떤 배려조차도

완벽하게 없는.

그런 악마적이고 이기적인 욕망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인

사랑과 헌신과 배려와 희생을 뒤집어쓰고

멋대로 자행될 때에도

역시 그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있지도 않았다.

이기심은 욕망이든 감정이든

그 반대편에 있는 상대방으로서는

정말 극악스러울 정도로 회피하고 싶은

그 무엇이라는 점을

이런 종류의 인간들일수록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도 욕망이 지나치게 강렬해지면

강렬해질수록

정상적인 다른 감정들은 남지 않게 되는지

이런 종류의 인간들에게는 상식마저도 남지 않았다.

지나친 이기심이 마음 속에서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여백을

스스로 몰아내고야 만 인간들은

점점 더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각종 기능들이

정신 속에서 사라져갔다.

이기심이 강해진 만큼 욕망들이 강렬해졌고

그 강렬해진 욕망들이 시켰기 때문에

자신들이 미쳐가고 있다는 것을

본인들만이 모르고 있었다.

욕망은 상대와 관련된

상호 의존적이거나

상호 영향 관계에 있는 것들이라면

어떤 종류를 불문하고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즉각 구역질이 날 정도로

몹시도 더러운 이기심에 불과했다.

결국 유일하게 욕망이 채워지는 쪽은

따로 그리고 일방적으로

늘 한쪽만이

정해져있었으니까.

그냥 새로운 가면의 종류에 불과했다.

아름답고 화려하고 보기 좋은 가면들의

새로운 종류였다.

욕망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툭하면 이렇게

불결해도 너무 불결하고 추악해도 너무 추악하게

변질이 되어버리는 걸

그런 걸 음악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레이피엘페이셔스는 모르고 있었다.

단지 그냥 어렴풋하게 남자라면 다 지저분하게

보여주고 행동하는 그 짓을 이 녀석도 역시

똑같이 저지르는구나, 그렇게

다만 화를 내고 있었다.


날 어서 보내 달라고.

그 말이 너무 하고 싶어서 레이피엘페이셔스는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서 마저 말을 다 해 봐.

난 바빠. 어서 가야 해.

그게, 그게 요... 그게,

왈디에는 자꾸만 말을 더듬으면서

고개를 점점 더 밑으로 숙이기 시작했다.

그게 뭘?

놀라서라기보다는 화가 나서 눈을 크게 뜨고

추궁하듯 버럭 소리를

레이피엘페이셔스는 질러댔다.

앞으로 나올 말이 이미 다 짐작이 되었고

그래서 그게 추잡스럽고 불쾌했으므로

혐오스러운 감정이 다시 또 치솟았다.

저, 저는, 저는, 저는,

그래서 뭘?

고개를 들었다가

차갑게 불타고 있는 레이피엘페이셔스의 눈빛을

확인하듯 쳐다본

왈디에는 다시 고개를 자신감을 잃은 것처럼

숙이더니 우물쭈물하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선생님의,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어서, 그래서,

그래서 뭘?

이미 다 예상하고 있었던 대답이

실제로 그의 말로 나오며

남녀간의 애정이라는 문제에 관한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제 쓸데없이 고찰을 해야 되니까

이마와 그 옆에 있는 머리의 피부가 당겨지면서

레이피엘페이셔스는

또 한 번 더욱 화가 났다.

저는, 저는,

왈디에가 다시 고개를 들며

더듬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화가 난 눈빛으로 듣고만 있다가

그래도 왈디에가 말을 하고 있지 못하자

다시 레이피엘페이셔스가 말했다.

엄하고 싸늘한 말투였다.

말을 하라고. 말을.

기분상으로만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배가 거북하고 무거운 것이 배도 당겨지는 것 같았다.

왈디에가 우물거리며 말을 하려고 했다.

그게, 그게,

갑자기 왈디에의 눈빛이

괴상하면서도 무섭게 변해버렸다.

알 수 없는 분노와 섬뜩한 증오가 가득 담긴

그 모순적인 불길이

두 눈 속에서 공격적인 폭발로 드러났다.

넌 나를 배신한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악녀야!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교실에는

이제는 아주 자잘한 먼지들이 떠돌던 빛나는

정적이 아니라

뜨거워지고 답답한 더위가 배어들고 있었다.

왈디에는 남자였으므로 레이피엘페이셔스가

여자치고는 큰 키였지만

어쨌든 레이피엘페이셔스보다 상대적으로 키가 더 컸다.

그가 두 눈에서 실성하고 흉악한 빛들을 뿜어내면서

그 상태에서 몹시도 빠르게 두 손으로

레이피엘페이셔스의 가슴의 옷깃을 붙잡고

바로 밑으로 광폭하고 거칠게 찢어서 내렸다.

레이피엘페이셔스는 어깨 양쪽에

흰색인 두 개의 가는 끈으로 걸쳐진

희고 얇은 긴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위에 똑같은 색상의 매끄럽고 얇은

긴팔로 된 등 한복판까지만 내려오는 상의를

겹쳐서 입고 있었다.

순식간에 정말 손쓸 틈도 없이

그녀의 희고 매끄러운 두 젖가슴이

바로 출렁이듯 떨어지면서

폭발적으로 노출이 되고 말았다.

양쪽으로 약간 멀어지면서 비스듬히 찢겨진 후에

아래로 내려오면서 갈라진 하얀 옷깃들을

두 손으로 아직도 마지못해 잡고 있던 왈디에가

그녀의 순백으로 부드러운 둥근 두 젖가슴을

이제는 그쪽으로 향해서 옮겨가기라도 한 듯이

떨리는 두 손으로 느릿느릿

그리고 서투르면서도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헤매듯이 어루만지며

고통으로 뒤범벅이 된 것만 같은 기괴한 얼굴로

흡사 독백을 중얼거리듯 이상하게 말했다.

그녀의 젖가슴 가까이

얼굴을 갖다대려고 하는 듯

고개를 내리고 숙여서

엉거주춤한 낮은 목소리에서

원망과 살의(殺意)와

분노에 가득 찬 회한이 번쩍거리며

흉맹스럽고도 잔인하게 내비치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네가, 네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너를, 얼마나, 얼마나, 내가 너를,

레이피엘페이셔스가

자신의 엷은 갈색 젖꼭지들까지

다 튀어나온 두 젖가슴을 두 팔로

간신히 쓸어올리듯 놀라서 담아올렸다.

투명한 대기 한가운데에 갑작스레

맨살갗의 흰 피부로

두 젖가슴이 가볍게 처지듯

옷을 뚫고 나타나듯이

내려온 것을

두 팔로 덮어서 가리면서

분노와 충격으로 놀란 두 눈으로

눈앞의 어린 혹은 젊은 남자를 바라보기까지

정말 순식간에 이 모든 것들이 벌어졌다.

감고 있던 눈앞에서 눈을 우연히 떴는데

깜짝 놀라게 하는 빛이 갑자기 터지고 만 듯

참담할 정도로 황망하게

너무 극심한 순식간에 모든 것들이 터져서

이 모든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도 않았지만

레이피엘페이셔스는 그저 본능적으로

오른손을 들어서 왈디에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레이피엘페이셔스의 오른손에서

하얗고 노란 광선 줄기가

크고 둥글며 넓게 원처럼 나와서

그대로 왈디에는 즉시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병자는 역시 어쩔 수가 없군.

기절을 해서 교실의 바닥에 쓰러져 있는

왈디에를 차갑고 매섭게 노려보면서

레이피엘페이셔스가 말했다.

경멸과 혐오라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궁리와 고민이라는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감정들이었다.

악마처럼 실성을 했구나. 너도.

이래서 남자들이 싫다니까.

고집이 센 인간들은 대개는 언젠가는

이렇게 추악할 대로 추악해졌다.

무리를 하면 할수록

잘 된다고 믿는 점이

고집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가장 큰 특징이었다.

순리와 다른 것이 무리였고

무리하게 저지르고

무리하게 버티는 것이

고집이라는 개념의 활동이었다.

고집이 센 인간들은

어리석었고

어리석은 만큼 추악했다.

고집이 세다는 자신들의 장점이

의지가 강하고 정념이 굳세다라는

또 다른 개념들에 대한 일맥상통이라면서

스스로 즐겁게 기뻐하면서까지

철저하게 확신했다.

고집이 센 사람들은

대부분이 자신들의 신념이

굳세고 강하다고 즐겨 믿었다.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하든

거울 속에 비친 자기에게 너무 심하게

반해있었다.

레이피엘페이셔스는 대충 양쪽과 그 외에

앞가슴을 가렸던 잘게 찢어진 흰색 옷조각들을

수습하려고 끌어올렸다.

완전히 옷 전체에서 떨어져 나가지는 않았고

그래도 매달려는 있었으므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 번 더 역겹다는 듯이 정신을 잃고

교실 바닥에 길게 누워있는

왈디에의 정수리를 혐오스럽게 내려보다가

배가 자꾸 욱신거리며 당겨서

레이피엘페이셔스는 배를 내려다보았다.

오른손으로 배에 조용히 대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쓰다듬다가

이윽고 등을 돌리고 차가운 얼굴로 걸어나갔다.

왼손으로는 가슴 한복판을 눌러서

옷이 흘러내리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판타지 문피아 그러나 이쪽이나 저쪽이나 어차피 다 마찬가지가 인생이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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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고요한 날들은 지나가고 다시 분주한 날이 또 다가오리라 24.08.05 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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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증오도 사랑도 모두 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24.07.29 6 0 14쪽
97 다시 세상에는 어둠이 또 내릴 것이다 24.07.26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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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무덤이 없는 계절 24.07.25 9 0 11쪽
93 세상에 음악이 들어있었다면 24.07.25 5 0 11쪽
92 사랑이 인생과 세상 속에 들어있다면 24.07.22 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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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악마적인 말들도 가끔은 달콤한 의미가 있을 때가 있다 24.07.21 5 0 14쪽
88 왜냐고 묻는다면 그런 의미는 없을지라도 24.07.21 5 0 12쪽
87 신들의 즐거운 한낮 24.07.20 8 0 11쪽
86 세상을 스쳐 지나가는 희미한 목소리를 붙잡아서 24.07.20 12 0 11쪽
85 또 다른 세상과 그 의미 24.07.20 5 0 12쪽
84 흘러가는 운명처럼 단지 그렇게 24.07.19 3 0 11쪽
83 가장 많은 시련은 가장 많은 시도 속에 함께 있다 24.07.19 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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