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판타지

새글

마법왕국
작품등록일 :
2023.09.12 13:38
최근연재일 :
2024.09.20 17:12
연재수 :
1,741 회
조회수 :
1,114
추천수 :
9
글자수 :
512,566

작성
24.07.25 16:01
조회
11
추천
0
글자
11쪽

짐승들의 슬기로운 시대

인생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길들




DUMMY

얼마나 많은 길을 더 걸어야만

박쥐는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노래를 더 불러야만

박쥐는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저 세월의 먼지들은 알고 있을까.

저 시간이 내려앉은 바람들의 무늬들은 알려줄까.





한낮에는 인간으로 공공 장소에서

태연하게 또 의젓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닐지만

깊은 밤이 되면 다시 날개를 펼치고

날개 달린 짐승이 되어서

깊고 깊은 어두운 골짜기를 마음대로 날아다녔다.

활공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어디로 그 후에는 갈 것인가.





그래서 뭘 어쩌라는 말이냐.

이것이 늘 박쥐들이 전하는 전언(傳言)이었다.

고작해야 그것 밖엔 안 되는 동물들이었다.

공경하는 마음도 삼가하는 마음도 없는

그저 자신들의 이익과 먹이가

박쥐들에게는 최대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그것만이 진실이었다.

더는 없었다.

그 외에는.









그러나 박쥐에게도 할 말은 엄연히 있는 법이다.

박쥐들도 엄연히 인간들이었다.

인간이 할 말도 못하고 산다는 것은

어리석은 수준이 아니고 자살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할 말이 있다면

박쥐들도 울부짖고 절규해야만 한다.

그것이 공평과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모두가 아름다워질 수 있는 길이었다.

모두가 다 아름다워질 수 없다면

그 길만큼은 공평과 평등으로 아름다워져야만 했다.

그것이 정의이리라.


하지만 그 정의도 가끔은 실현이 안 될 때가 더러

있었다.

낯선 풍경이 갑자기 길을 떠났을 때

처음 가 보게 된 곳이어서 난데없이 나타듯이.

사람들은 그럴 때마다 당황했고 반응했다.

사람들마다 달라서 그렇지만.

그렇다고 딱히 그 반응 때문에 세상이 달라지는

경우도 없었다.

다만 그 정도 반응은 당연히 있었다.

정의가 공평과 평등이라는 기회와 등을 돌릴 때

과도한 반응이 가끔 있었다.

어느 누구도 배제의 이름으로

자신이 겪게 되는

불평등만큼은

못 견뎠다.

차라리 타인이 불평등을 겪게 만들겠다면서.

남이 당하는 불평등과 거기서 비롯되는

불편함과 고통은

편안하고 즐거운 구경거리가 될 수는 있어도

자신이 그런 편안하고 즐거운 구경거리가 되어서

역으로 평등한 조롱 거리가 되는 것만큼은

어떨 때는 죽음까지 감수하면서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공평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서 그만큼 드물고

그만큼 어려운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가끔은 놀라운 사기꾼이 나타났다.

그 틈새를 파고 든.














아직도 입을 열지 않겠단 말이냐?

사람들이 분노로 목이 터져라 크게 고함을

터뜨리고 있었다.

모여있는 곳은 어두운 숲속이었다.

나무들이 빙 둘러서 구경하듯이 에워싸고 있었으나

그 가운데쯤일 둥근 공간은 비어있는 풀밭처럼 드러난.

그 짧게 자라난 풀밭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누군가를 추궁하고 있었다.

원래 더러운 곳에는 방비를 잘 하므로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곳에 마련해두기 마련이다.

장차 그들이 저지르고 싶은 계획들을 위해서.

사람들이 한결같이 얼굴이 붉게 변해서

서로 우왕좌왕 크게 고함들을 질세라 먼저

앞다투어서 지르고 있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시종일관 그 모든 소동에도

그 가운데에 포위가 되어있는 사람은

침착하기만 했다.

날 더러 뭘 어쩌라는 말이야?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냐?

다시 벼락이 치듯 욕설과 큰 소리가

마구 줄을 지어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웃고 있었다.

엔티레이미크였다.

그를 불러낸 사람들은

엔티레이미크가 전혀 모르던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그도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불의 접시를 정말로 모른다는 말이냐?

다시 화가 나도 너무 나서

어쩔 줄을 모르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얼굴에 난 수염에게까지

분노가 전해지는 듯 수염들이 가닥 가닥이

팽팽하게 당겨져있었다.

날더러 뭘 어쩌라는 건데?

내가 뭘 어떻게 해주면 되는데?

엔티레이미크가 천천히 웃으며 말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은 아저씨들이

전원인 그 사람들은 다시 굉장한 큰 고함들을

마구 질러댔다.

엔티레이미크가 두 손으로 양쪽 고막을

다 막더니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약간 차가운 미소였다.

그가 고개를 양쪽으로 절레절레 내젓더니

두 눈이 약간 기이하게 변해버렸다.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다는 식으로

장난스레 놀리는 것 같기도 한.

그 희미한 금속성 눈빛으로

엔티레이미크는 천천히 두 손을 내렸다.

그리고 그가 엄청난 고함을 투명하게 질렀다.

눈썹이 힘을 준 탓에 이마에서 꿈틀거리며

양쪽이 솟구칠 정도로 그가 큰 고함을 질렀으나

이상하게 그 고함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똑똑히 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리에 실려져 오는

소리마다 다 각자가 다른

소리 위에 새겨진 무늬들이

전혀 귀에 식별이 안 되었다.

소리의 무늬들이 새겨지지 않은

그러나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리지는 않으나 뭔가가 스쳐 지나가듯이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피부로는 촉각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을 휩쓸고 그리고 건드리고 갔다.

그들은 모두 다 땅에 쓰러져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처 놀랄 틈도 없이 모두가 평온한 표정이거나

개중에는 어떻게 된 것인지 겨우 알아차리고는

놀라서 황망하고 혼이 빠져나간 듯한 사람도

간신히 한두 명도 있었다.

사람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공략은 반드시 외부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그들은 서서히 배에 해당하는 옷 부위가

점점 더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붉은 피들은 점차 이제는 쓰러진 그들 주변의

풀밭까지 물들이기 시작했다.

피들이 옷에 엉겨붙어서 핏자국들로 변해갔다.

피부들이 천천히 갈라지면서 여기저기

그들의 목과 손목과 어깨와 얼굴 등에서

붉은 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김없이 그런 옷이 덮고 있지 않아서

시선에 노출된 갈라진 피부들에서도

붉은 살들을 헤치고 다시 피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온몸이라고도 할 수 있을

몸의 이곳저곳에서 피가 나와서

그 많은 피들은 끊임없이 그들의 죽은 몸과

다른 주변의 풀이나 흙이나 개미 같은

벌레들까지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또한 푸르르고 투명한 공기와

산속이라서 쾌적하고 상쾌한 대기까지

불길하고 역겨운 피비린내 같은

음침한 공포로 보이지 않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난데없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박수 소리가 너무 터무니 없어서

엔티레이미크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더웨인케펄시안경이 그곳에는 있었다.

엔티레이미크도 약간은 마법을 전수받았었던.

더웨인케펄시안경이 마법을 잠깐이라도

직접 가르쳤다면 그 제자는 비록

정식 제자는 아니고

그저 임시로 어느 기간만 배운 것이지만

그러므로 놀라운 재능을 가진 자였다.

그런 점에서 엔티레이미크도 역시

같은 종류의 사람을 알아보는

같은 부류의 사람처럼

더웨인케펄시안경을 존경하고 있었다.

서로 비슷한 재능을 가진 늙고 어린 사람들은

그 점에서 타인들을 가볍게 무시할 정도로

월등했다.

도저히 다른 사람들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이곳에는,

마저 말을 다 하지 않았으나

엔티레이미크의 찡그린 얼굴이 나머지 말을

다 대변하고 있었다.

단지 구름 속에 들어갔던 햇빛들이 다시 나와서

그 탓에 눈이 부셔서

엔티레이미크가 그런 표정을 지은 것이 아니었다.

이름 없는 자들에게도 인생은 당연히 있겠지.

그러나, 그런 자들과 다르게

너는 이름이 당연히 있을 테지?

그게 왜? 뭘 묻고 싶으신 겁니까?

이해가 도저히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엔티레이미크가 그를 집중적으로 쳐다보았다.

천천히 더웨인케펄시안경이 다가왔다.

잔디들이 있어서 걸어오는 소리가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숲속은 괴괴하게 산새들이 날갯짓을 하면서

날아다니는 소리들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죽은 사람들은 말없이 얌전하게

붕괴하고만 있었다.

살아서의 기억들을 잃어버린 듯이

시체들마다 피가 너무 많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는 벌어진 그 틈들마다 피가 아니라

다른 것들이 흘러내리듯이 기어나오고 있었다.

벌레들이었다.

작고 미세하고 흉물스러우며

끊임없이 부지런하게

마구 자잘한 움직임으로 끝없이 행렬을 이으며

기어나왔다.

검고 사소하고 잘디잔 벌레들은 볼품은 없었으나

공포스러울 정도로 그 숫자들이 많았다.

교관님이 저렇게 만드신 겁니까?

엔티레이미크가 그 지극히 단정한 얼굴에

작고 미세한 불편한 파문을 지으면서

살짝 돌아보았다가 다시 더웨인케펄시안경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잃어버린 기억이지.

그러나 적어도 나는 아니라네.

나와는 상관 없는 자들의 소행이라고.

다가온 더웨인케펄시안경이 멈추어 섰다.

한동안 둘은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면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바람이 둘 사이를 지나갔다.

다시 다른 바람이 누워있는

살아서 있을 때의 신체의 기억을 잃고

점차 허물어져 가고 있는 사람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불의 접시는 자네가 가져갔나?

알고 싶으십니까?

아니. 나는 궁금하지 않다네.

그리고 자네는 그 용도도 모르잖아?

그럼 교관님은 그 용도를 아십니까?

나야 당연히 알지. 그 접시는 죽은 자를 되살리는

의식에서 쓰는 집기들이야. 단순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불의 접시 하나만 가지고 있어서는

그 의식이 가능하지도 않아.

자네는 알고 있었나?

아니오.

솔직해서 좋군.

그런데 왜 탈취를 한 것인가?

두 사람 사이에 햇살이 쨍~ 하고

날카롭게 길게 내리뻗어서 내려왔다.

아마 공기 중에 무엇인가가

햇살들을 강하게 반사시키는

순간이 찾아온 것 같았다.

저도 그냥 시켜서 명령대로 했습니다.

솔직해서 거듭거듭 좋군.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선수를 치는 것인가?

말씀드린 대로 더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한동안 더웨인케펄시안경은 아무 말도 없이

한참을 눈앞에 있는 어린 소년을 쳐다보기만 했다.

미소년은 햇빛의 역광을 받아서

신화 속의 조각상처럼 아름다웠다.

아깝구만. 아까워.

뭐가요?

라는 말조차 없이 가만히 엔티레이미크는

그대로 있었다.

뭐가 아깝다는 건지 그 말만을 하고서

더웨인케펄시안경은 돌아섰다.

가 버리게나. 나도 가짜 보고서나 또 올리겠네.

그런 불의 접시에 대해서는.

네?

이제서야 침묵을 깨뜨리고

엔티레이미크가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그 불의 접시는 처음부터 가짜였던 거야.

자네는 속은 거야. 혹은 자네 편 사람들은.

자네라고 자신을 나이보다 더 예의 있게

대해준 것을 신경쓸 틈도 없이

어이가 없어서 엔티레이미크는 다시 물어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처음부터 그 접시가 아니었던 거야.

자네가 훔쳐간 접시는.

네?

다시 외마디 소리를 묻는 엔티레이미크의

두 눈이 황당한 눈빛으로 채워지면서 무척 커졌다.

그 접시가 아니라네.

이미 멀어져가고 있는 데웨인케펠시안경의

등 뒤에서 소리들도 점점 멀어져가면서

작게 들려왔다.

자네는 일부러 설치해둔 덫에 걸려든 거야.

그래서 결과적으로 자네와 자네 편 사람들은

정체만 들키고 만 것이라네.

이 사실을 아무도 몰라.

왕궁 같은 곳의 사람들만 알고 있고

그 밑의 사람들도 거의 다 모른다네.

데이모레페이게스도 확실히 모른다고.

겨우 나 정도야 되어야 알 수 있을까.

게다가 나는 나이도 정말 많으니까.

더 물어볼 틈도 없이 더웨인케펄시안경은

어느새 점점 오후의 햇살 속으로 사라지듯이

자꾸만 작아지면서 그리고 점점 더

흐릿한 빛에

물들어가듯이 더 멀어져만 갔다.

판타지 불.jpg




보물상자를 가지세요! 자신만의 보물상자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보물상자와 거울과 반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6 고요한 날들은 지나가고 다시 분주한 날이 또 다가오리라 24.08.05 3 0 11쪽
105 한낮의 적막한 화재 24.08.05 6 0 11쪽
104 누가 너희들의 엄마를 따뜻하게 먹여 돌아버렸나 24.08.05 3 0 12쪽
103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 24.08.04 7 0 14쪽
102 성년의 망각 24.08.01 7 0 12쪽
101 울 줄도 모르는 사람들 24.08.01 5 0 15쪽
100 그러나 이쪽이나 저쪽이나 어차피 다 마찬가지가 인생이다 24.07.31 9 0 15쪽
99 사랑의 근본적인 비밀 24.07.30 5 0 12쪽
98 증오도 사랑도 모두 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24.07.29 6 0 14쪽
97 다시 세상에는 어둠이 또 내릴 것이다 24.07.26 8 0 11쪽
96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싶었다 24.07.26 7 0 12쪽
» 짐승들의 슬기로운 시대 24.07.25 12 0 11쪽
94 무덤이 없는 계절 24.07.25 9 0 11쪽
93 세상에 음악이 들어있었다면 24.07.25 5 0 11쪽
92 사랑이 인생과 세상 속에 들어있다면 24.07.22 3 0 12쪽
91 욕망과 사랑의 방정식 24.07.22 5 0 12쪽
90 필요가 없는 것들의 의미 24.07.21 3 0 11쪽
89 악마적인 말들도 가끔은 달콤한 의미가 있을 때가 있다 24.07.21 5 0 14쪽
88 왜냐고 묻는다면 그런 의미는 없을지라도 24.07.21 5 0 12쪽
87 신들의 즐거운 한낮 24.07.20 8 0 11쪽
86 세상을 스쳐 지나가는 희미한 목소리를 붙잡아서 24.07.20 12 0 11쪽
85 또 다른 세상과 그 의미 24.07.20 6 0 12쪽
84 흘러가는 운명처럼 단지 그렇게 24.07.19 3 0 11쪽
83 가장 많은 시련은 가장 많은 시도 속에 함께 있다 24.07.19 5 0 12쪽
82 내게도 운명은 동일할까 24.07.19 7 0 11쪽
81 음악과 시간의 강물 24.07.17 4 0 12쪽
80 3대의 피아니에지스테 : 3+1=3 24.07.16 8 0 11쪽
79 나무에 새겨진 글귀 24.07.16 3 0 11쪽
78 왜 나는 내가 아니고 나라고 하는 이상한 사람인가 24.07.15 2 0 12쪽
77 내가 아는 세상 24.07.10 8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