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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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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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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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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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마을이 온통 불타고 있었다. 케인 가문과 이웃 잭슨 가문과의 소규모 분쟁에 에디가 살던 베르난 마을이 휩싸인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다 집에서 나오지 않고 숨어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에디의 어머니가 찬거리를 사러 장터로 나간 것이 걱정이었다.


“앨리엇! 너는 에디랑 지하실에 숨어 있어라! 아버지는 네 엄마를 찾아올테니까!”


아버지는 형인 앨리엇에게 어린 에디를 맡기고 어머니를 찾으러 밖으로 나섰다.


“형. 무서워.”

“걱정하지 마. 에디. 별일 없을 거야.”


13살 난 형 앨리엇이 8살 난 동생 에디를 달랬다.


바깥에는 말들이 달리고 병장기가 부딫히는 싸움 소리가 났다.

매캐한 연기 냄새가 나고 비릿한 피 냄새도 났다.

어린 두 소년은 지하 창고에서 떨고 있었다.

두 소년은 어서 빨리 병사들이 사라지고 부모님이 돌아오시기를 빌었다.


어느덧 바깥의 싸우는 소리가 잦아드는가 싶더니 판금 갑옷이 덜컥거리는 소음과 함께 여러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누, 누가 집에 들어왔나 봐 형.”

“쉿. 에디 조용히 해.”


앨리엇이 주의를 주었지만 집안에 들어온 병사들은 인기척을 느낀 듯했다.


“집안에 누가 있냐? 나와라! 안 나오면 집을 다 불 질러 버리겠다.


험악한 목소리가 위협했다.


“어쩌지 형?”


에디가 앨리엇에게 물었다. 앨리엇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렸다.


“안 나올 거냐! 다 태워 버리겠다.”


-화르륵.


병사들이 횃불에 불을 붙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앨리엇은 마음을 정하고 에디에게 속삭였다.


“에디. 넌 여기 가만히 있어. 형 혼자 나갔다 올게.”

“혀, 형···. 나 혼자는 무서워.”


형의 옷깃을 잡는 에디에게 앨리엇이 손을 꽉 잡아주며 말했다.


“에디. 여기가 제일 안전해. 아빠 엄마랑 형이랑 다 같이 돌아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언제 오는데?”


에디가 울먹이며 물었다.


“글쎄. 적어도 내일 안으로는 돌아오겠지. 그때까지 여기서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조용히 숨어있는 거다. 할 수 있지?”


앨리엇의 말에 에디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하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불 지르지 마세요! 여기 나왔어요! 이 집에는 저밖에 없어요. 부모님은 밖으로 나가셨어요!”


그 후로 뭐라고 얘깃소리가 들렸지만 지하실에 틀어박혀 있는 에디에게는 잘 들리지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우르르 집 밖으로 나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앨리엇은 지하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형도 그 사람들과 같이 나간 걸까?’


아무리 기다려도 지하실로 돌아오지 않는 걸로 봐서는 끌려 나간 듯했다. 어린 에디도 병사들에게 끌려 나가면 큰 봉변을 겪는다는 걸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마을에서 몇 명이나 병사들에게 끌려가서 첩자 취급을 당하고 크게 엊어맞아 몸져누운 사람들의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형은 무사할까···”


에디는 걱정되고 혼자 컴컴한 지하실에 있으려니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지하실 바깥으로 나가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렇게 에디는 두려움에 떨면서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뜬지 한참은 지난 것 같은데 부모님과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바깥에서는 별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했다.

어린 에디는 배고픔을 더 못 견디고 지하창고 문을 슬며시 열었다.


천장과 연결된 창고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온 에디는 한동안 집 안에 위험이 없는지 바짝 긴장해서 살폈다.


이윽고 별 위협이 없다고 판단한 에디는 부엌으로 가서 딱딱한 호밀빵을 허겁지겁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우유도 꺼내 마셨다. 살 것 같았다.


한동안 멍하니 식탁에 앉아있던 에디는 밖으로 나갈 결심을 했다.

창고에서 무기가 될 만한 삽을 쥐고 바깥으로 나섰다.


바깥은 생지옥이었다. 곳곳에 학살당한 마을 사람들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었고 민가는 불타 잿더미가 되었고 돌담은 무너져 내려있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시신들을 수습하고 있었다. 커다란 수레에 시체들을 싣고 어디론가 나르고 있었다.


에디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얘, 너 에디 아니니?"


이웃집에 살던 아줌마가 에디를 알아보았다.


"부모님은 어쩌고 혼자 나와 있니?"

"어젯밤에 나가셔서 안 돌아오셨어요."


아줌마가 "저런···"하는 소리와 함께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에디를 봤다.


"저희 부모님 못 보셨어요?"


아줌마는 고개를 저으며 못 봤다고 말했다.


"혹시 모르니 마을 중앙 광장으로 가보렴. 살아 있는 사람들은 거진 그쪽에 모여 있더라."

"감사합니다."


에디는 꾸벅 인사하고 중앙광장으로 향했다.


중앙광장은 공동묘지로 화해 있었다. 마을 곳곳에서 수레로 실어 온 시체들을 일렬로 눕혀 놓았다.


살아남은 마을 사람들 중에는 광장 바닥에 누워있는 자신의 가족을 발견하고 오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에디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여기 있을 리가 없어.'


부모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길 빌면서 에디는 중앙 광장을 돌았다.


어느 정도 시체 사이를 해맨 끝에 에디는 나란히 누워 있는 부모님의 모습을 발견했다.


피투성이가 되어서 사지가 온전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얼굴도 뭉개져서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아니길 바랬다. 그러나 입고 있는 옷차림과 어머니의 반지를 볼 때 틀림없는 부모님의 시신이었다.


에디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눈물이 자꾸 흘러나왔다.


한동안 부모님의 시신 앞에서 울고 있던 에디는 형 앨리엇을 찾을 생각을 했다.


한참을 찾았지만 형 앨리엇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한 가닥 희망이 생기긴 했다. 혹시 형 앨리엇이 살아 있을 수도 있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혹시나 마을에서 사람들을 끌고간 병사들을 못 보셨나요?”


“글쎄다. 병사들이 서쪽으로 갔다는 걸 봤다는 사람은 있는데 어느 쪽 병사인지는 모르겠구나.”

“난 잘 모르겠다. 내내 헛간에 숨어있었거든.”


주변 사람들 중에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부모님의 시신은 수습해서 장례를 치러드릴 수 있었다. 비록 다른 사망자와 같이 치르는 공동 장례식이었지만.

베르난 마을에 사망자를 하나하나 장례 치러줄 여력은 없었다. 공동 장례라도 치러주는 것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추모였다.


관도 없이 땅에 묻히는 부모님의 시신을 보며 에디는 하염 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결국 형 앨리엇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앨리엇이 살아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앨리엇 말고도 병사들에게 끌려간 사람들이 많았다.

그 가족들은 에디처럼 한 가닥 희망을 품은 채 슬퍼하고 있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에디는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복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이 너무 불합리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구체적인 생각은 아니었지만 자신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빠뜨린 녀석들에게 복수하고야 말겠다.

어린 에디는 굳게 다짐했다.



***



에디는 눈을 떴다.


“또 그 시절의 꿈인가···”


지난 밤에 어린 시절의 꿈이 나온 것이다.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아닌 마을이 불타고 사람들이 죽는 꿈.


그 잔혹한 꿈은 잊을 만하면 나타나서 에디를 채찍질하는 것 같았다.

복수를 잊지 말라고.


복수의 대상.

그 대상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명확한 목표를 심어준 것은 현재 에디가 모시고 있는 영주인 클라이드 스콧이었다.


양친이 돌아가시고 형이 실종된 후 에디는 고향 베르난을 나와서 떠돌이 용병대에 들어갔다.

세상에 대한 울분만 있을 뿐 아무런 구체적인 꿈이나 미래가 없이 상대를 죽이는 일에만 몰두했다.

어쩌면 자신이 복수해야 할 대상을 전쟁을 일삼는 영지의 병사들이라고 생각한 건지도 몰랐다.

그 시절에는 그런 자각조차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낼 뿐이었지만.


그때 용병으로 참여한 스콧 영지의 연병장에서 영주 클라이드의 연설을 듣게 되었다.

에디는 아직도 그때의 일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스콧 영지에서는 병사들을 강도 높게 훈련 시킨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비록 용병이지만 스콧 가문의 작전에 참여한 이상 가문의 사병(私兵)에 준하는 훈련을 받을 것이 계약 내용에 포함되어 있었다.


에디는 투덜거리는 동료 용병들과 함께 이번 전쟁의 타당성을 가르친다는 연설을 듣기 위해서 미리 부동자세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의 행렬에 맨 뒷줄에 섰다.



연병장의 높은 단상에서 당당한 태도의 중년 귀족이 나타났다.

이 자가 스콧 영지의 영주인 클라이드 스콧이라고 했다.


‘영주가 직접 나서서 병사들을 조련한다는 건가?’


들어보지 못한 파격적인 일이었다.

에디는 궁금증이 일어서 저 튀는 영주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윽고 연설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클라이드 스콧의 연설은 에디에게 구체적인 ‘사상’을 심어주었다.


어째서 자신이 비극적인 일을 당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그런 일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2.



왕은 서른 살의 젊은 나이에 붕어 했다. 10살 난 에드워드 왕을 업고 권력을 쥐려는 힐튼 왕비와 야심만만한 왕제(王弟) 라울 공작의 권력 다툼으로 브리아 왕국은 전란에 휩싸였다.


43명의 제후는 국왕파와 왕제파로 나뉘어서 전쟁을 시작했다.

쌍룡 전쟁이 발발한 지도 2년 째.

왕국은 어수선한 가운데 조용히 멸망하고 있었다.


브리아 대륙의 서쪽에 위치한 폴리나 지방에서도 국왕파인 스콧 가문과 왕제파인 케인 가문이 지방의 패권을 두고 2년째 지리멸렬한 소규모 분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



라티나 지방의 폴리나 성.


한 달 전 케인가문의 공격으로 피아몬테 성관이 함락된 이래 한동안 소강상태이던 스콧가문과 케인가문의 분쟁이 다시 본격화되었다.

100년 전 케인가문에게 빼앗긴 폴리나 성관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었다.


클라이드는 반격의 작전의 시작으로 피아몬테 성관이 아니라 폴리나 성관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일에는 단순히 공격받았으니 반격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난 100년간 겨뤄왔던 두 가문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둘 중 한 가문이 완전히 멸망할 때까지 싸우겠다는 뜻이 담겨있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이었다.

하늘은 밤처럼 깜깜했다.

그 어둠 속으로 스콧 가문의 선봉부대. 청룡기사단과 적룡기사단의 병사들이 발소리를 죽여가며 접근하고 있었다.


“서둘러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룡기사단의 미천한 놈한테 뒤져서는 안 된다!”


클렉이 휘하의 병사들을 닥달하며 충자를 옮기고 있었다.

클렉의 재촉이 효과가 있었는지 확실히 청룡기사단의 충차는 적룡기사단의 충차보다 앞서서 폴리나 성채로 향하고 있었다.


3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적룡기사단도 서문을 향해서 충차를 끌고 있었다.


“단장님. 저놈들이 용쓰는 거 같은데요?

우리도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부단장 폴 코백이 나란히 말을 타고 가는 에디를 향해서 말했다.

에디는 청룡기사단 쪽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먼저 가라고 내버려 둬. 우리는 이대로 진군한다.”

“이대로 가면 청룡기사단 놈들이 먼저 폴리나 성채에 도달할 텐데요.

선봉 자리를 빼앗겨도 괜찮습니까?”


폴이 샐쭉한 얼굴로 말했다.


“먼저 도착하는 건 별 상관이 없다.

중요한 건 누가 먼저 성을 제압하느냐는 거니까. 클렉 놈이 먼저 가서 화살의 표적이 돼 주겠다는데 우리가 빨리 갈 필요는 없지.”

“아, 그렇군요.

정문 쪽으로 병력이 모인 틈을 타서 시간 차이를 두고 서문을 공격하면 쉽게 뚫리겠군요.”


폴이 두 손을 탁 치며 말했다.


“흐흐흐. 클렉 녀석.

자기가 미끼가 되는지도 모르고 발에 땀나게 달려가는 꼴이 우습네요.

화살이나 맞아 버려라.”


폴이 청룡기사단이 있는 쪽을 향해서 손가락 욕을 하며 말했다.

신분으로 사람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클렉을 좋아하는 적룡기사단원은 폴을 비롯해서 한 명도 없었다.

폴은 그 거만한 클렉이 큰코 다칠 생각을 하자 신이 났다.


“클렉이 미끼가 되어주겠지만 전황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준비 단단히 하도록.

성채에 도착하면 먼저 중갑병과 방패병으로 일진을 구성해서 충차를 방어토록 하고 화살부대가 뒤에서 엄호사격을 하도록 해야 하네.”

“지난 한 달 동안 몇십번이나 훈련한 내용 아닙니까?

잘할 겁니다.”

“그래야겠지.

명심하게 이번 일전은 영주님이 생각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첫 번째 전투라는 것을.”


에디의 말에 폴은 주먹을 가슴에 가져다 대며 경례자세를 하며 “옛!” 하고 절도있게 대답했다.


적룡기사단의 충차가 성채의 100미터 앞까지 도달했을 즈음에 청룡기사단의 충차는 폴리나 성의 정문을 공격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기습에 당황했지만 폴리나성의 케인 가문의 병사들도 과연 정예병이었다.

순식간에 태세를 정비하여 곧 청룡기사단의 충차 쪽으로 폭우 같은 화살비가 쏟아졌다.


“막아라! 방패병은 앞으로 가라!”


클렉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러나 훈련이 덜 된 병사들은 우왕자왕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맨 앞에서 화살을 방어하며 벽 역할을 해야 할 방패 병들 중 상당수가 쏟아지는 화살을 두려워하며 방패를 버리고 도망가거나 너무 뒤쪽에서 진을 치고 방패를 세웠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충차 쪽이 제대로 방어가 되지 않았다.


“뭣들 하느냐! 앞으로 가라!

충차를 방어하란 말이다!”


클렉이 방패병의 뒷목을 잡으며 앞으로 떠밀었다.


“단장님! 무립니다.

적의 화살 공격이 너무나 거셉니다!”


방패병이 얼굴이 하예져서 외쳤다.


“닥쳐라! 지금 단장의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물러서는 놈은 적이 아니라 내 손에 죽을 것이다!”


클렉이 장검을 꺼내 들며 방패병들을 앞쪽으로 몰아세웠다.


“돌격해라! 충차를 문에 박아라!”


클렉이 선두에서 독려하자 청룡기사단도 사기가 올라가서 계속 공격을 하게 되었다.

애초에 기습을 당한 입장에서 케인 가문의 병사들이 수적으로 불리하기도 하였다.


처음에 거세게 내쏟아지던 화살들도 점차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됐다! 적들의 기세가 약해졌다!

더 거세게 몰아 붙여라!”


클렉이 신나서 충차 병사들을 독려했다.


-쿠콰쾅! 우지끈!


얼마 안 가서 성의 정문이 부서졌다.


“됐다! 선봉은 우리 청룡기사단의 차지다!

전군 돌격!”


클렉이 환희에 차서 외쳤다.

정문을 처음 부순 것은 자신의 청룡기사단이었다.

당연한 사실이었다.

미천한 신분을 가진 오합지졸을 모아놓은 적룡기사단 따위가 존귀한 신분으로 구성된 자신의 청룡기사단을 이길 턱이 없었다.


종자부터가 다른 것이다.

에디 녀석의 능력이라고는 영주님한테 아부하는 간신배 같은 것밖에는 없었다.

그 녀석이 공이라고 주장하는 전공들도 다 허약한 적들만 골라내어 이긴 것에 지나지 않았다.


에디 녀석은 비겁하게 항상 적들의 약한 부분만 파고들어서 집요하게 공격하는 전술을 쓰곤 했다.

당당한 기사가 취할 태도가 아니었다.

기사라면 모름지기 정정당당하게 강한 적과 맞서 싸워서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의 자신처럼.


클렉은 자신에게 도취되어서 맨 앞으로 가서 지휘하려고 했다.


“돌격! 돌격!”


그때 클렉의 주위를 청색 갑주를 입은 기마병들이 둘러쌌다

클렉의 본가에서부터 따라온 호위병들이었다.


“단장님! 너무 앞으로 나오셨습니다. 위험합니다.”

“뒤로 가셔야 합니다.”


클렉은 호위병들의 충고를 무시했다.


“에에잇! 시끄럽다.

나는 에디 같은 겁쟁이랑은 다르단 말이다!

나는 선두에서 병사들을 지휘하겠다!”


그때였다.

부서진 정문이 활짝 열리더니 한때의 기마병들이 어린진의 형태로 치고 나왔다.

케인 가문의 돌격대였다.


특히나 가운데에는 덩치가 2미터는 넘음직한 거대한 기사가 선두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쿠당탕!


케인 가문의 돌격대는 마치 날카로운 창끝처럼 청룡기사단의 부대를 헤집고 다녔다.

가운데의 거대한 기사는 적들을 마치 어린아이 마냥 들어서 던져버리고 거대한 철퇴로 적의 머리를 박살내면서 종횡무진 했다.

그 뒤로 날렵한 기마병들이 혼비백산해 있는 병사들의 가슴팍에 장창을 꽃아서 마무리 지었다.


순식간에 청룡기사단의 돌격부대가 양분되어서 진형이 붕괴되었다.


“멍청한 녀석들 대열을 지켜라!

진을 무너뜨리지 마라!”


클렉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청룡기사단은 큰 혼란에 빠져서 제대로 지휘가 되지 않았다.


“우워어어! 나는 케인 가문의 기사 우고 밴덤이다. 내가 지키는 폴리나 성을 공격하려는 가련한 머저리들의 대장은 누구냐!

자신 있으면 나와서 내 철퇴를 상대해 봐라!”


거한의 사자후에 청룡기사단의 병사들은 위압되어서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저 건방진 놈! 저 녀석의 목을 칠 기사가 없느냐!”


클렉의 외침에 청룡기사단에서 한 기사가 튀어나왔다.


“단장님 제게 맡겨주십시오!”

“딕! 네가 있었구나.”


클렉이 반긴 기사는 청룡기사단의 딕 캐넌이었다.

캐넌은 청룡기사단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자였다. 그의 덩치 또한 우고 만은 못해도 2미터 가까이 되는 거구였다.


“네놈이 덩치만 믿고 까부는 모양인데 오늘 내 손에 잘 걸렸다.”

“흥. 스콧 영지 놈들은 입만 살았냐?

나불대지만 말고 어서 덤벼봐라.”


캐넌이 등자를 찼다.

캐넌의 말이 우고를 향해서 돌진했다.


“죽어라!”


-카앙!


“이, 이런?!”


캐넌의 일격이 우고의 왼손에 들린 라운드실드에 의해 간단하게 막혔다.

그리고 캐넌의 옆구리는 완전히 비어있었다.

우고의 철퇴가 캐넌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쿠지직.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핏방울과 내장이 비산했다.


“크허억.”


힘을 잃고 쓰러지는 캐넌의 머리를 우고가 움켜잡았다.


“흥 역시 입만 산 잔챙이였나.”


-쿠직.


딕 캐넌은 내리쳐진 우고의 철퇴에 머리가 박살나 죽었다.

캐넌의 피가 우고의 얼굴로 튀었다.

우고는 입 주위에 묻은 피를 핥으며 씨익 웃었다.


“짭쪼름 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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