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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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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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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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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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케인 가문 사람이란 말에 에디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저는 얼마전까지 스콧 가문에서 기사단장을 지냈던 사람입니다. 케인 가문과 전쟁터에서 맞선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입니다.”

에디의 말에 앨빈도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자면 우리는 원수 사이였던 거군요.”

“허. 그런일이 있나? 하지만 다 옛날 얘기 잖은가. 에디 씨는 이제 스콧 가문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 아닌가. 그럼 그냥 동향 사람으로 생각하는 게 좋겠네.”

노교수의 말에 앨빈도 맞장구 쳤다.

“교수님 말이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케인 가문 사람이라곤 하나 정치적인 것에는 관심도 없고 할 자격이 있지도 않습니다. 이곳 수도에서 가문에 관한 것은 잊고 연구자로 살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니 신경쓰지 말아 주십시오.”

앨빈이 그렇게 말해주자 에디도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말씀해 주신다면 저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나저나 고향은 아직도 케인 가문과 스콧 가문이 다투고 있나 보군요.”

에디가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앨빈 교수님은 먼 수도에 계셔서 잘 모르고 계실 겁니다. 두 가문의 다툼은 더 심해져서 얼마전에는 폴리나 성관, 피아몬테 성관을 두고 전쟁까지 벌인 상태입니다. 제가 모시던 스콧 가문의 영주 클라이드는 아예 케인 가문을 멸망시킬때까지 전쟁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큰소리까지 친 상탭니다.”

앨빈은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치닫는 고향의 전쟁소식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어째서 사람들은 전쟁을 하는 걸까요. 저희 아버님과 스콧 가문의 영주는 이미 충분할 정도의 영토를 다스리고 있는데 왜 그것에 만족하고 살지 못하는 건지···”

앨빈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에 에디는 놀랐다.

케인 가문의 영주가 아버님이라면 눈 앞의 앨빈 케인은 영주의 아들이라는 말인가?

기껏해야 친족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보다.

하지만 이렇게 먼 수도에서 학문에 전념하겠다고 한 걸 보면 후계순위에 있는 손윗 자식은 아닌 듯 싶었다. 애초에 케인 가문의 장남과 차남은 에디도 대략적으로 어떤 인물들인지 알고 있었다. 그 두사람은 벌써 각각의 기사단을 맡아서 전쟁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셋째 이후의 아들일 확률이 높았다.

샘솟는 호기심에 못이겨 앨빈에게 물어보려다 에디는 생각을 거두었다.

앨빈 스스로가 가문의 일은 잊고 동향사람으로 여겨달라고 한 터였다.

그리고 자신은 더이상 스콧 가문의 기사단장이 아니었다.

앨빈이 케인 가문의 몇 째 아들이건 그에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그보다도 앨빈이 연구하고 있다는 새 학문 민주정에 대해서 들어야 했다.

“앨빈 교수님만 괜찮다면 한동안 아카데미 근처에 머물면서 민주정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 싶은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에디가 정중하게 두손을 앞으로 모으며 가르침을 청했다.

“무슨 허락까지야. 배우고 싶으시다면 부족한 학문이지만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앨빈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정말이십니까?”

기뻐하는 에디에게 앨빈이 웃으며 말했다.

“원래 남을 가르치는게 공부를 복습하는데는 좋은 방법이지요. 사실은 정치제도는 사람들이 별로 관심이 없어서 배우려는 학생이 많지 않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왕족이 아니면 세습 귀족만이 할 수 있는 정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일반 백성은 별로 없었다. 하물며 공화정 중에서도 마이너한 민주정이라면 더했다.

앨빈은 그런 마이너한 학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좀 기쁘기도 했다.


에디는 덴블란쉬에 여관을 하나 빌리고 앨빈의 연구가 끝나는 오후에 몇시간씩 정기적으로 민주정제도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이 남는 오전에는 아카데미에서 외부 수강생을 위해서 마련한 강좌를 들었다.

현재는 기사단장을 그만둔 신분이지만 아무래도 군사학과 병법, 무술에 관한 학문에 관심이 갔다.

강좌의 교수는 전직 장군들이었고 심지어 전직 용병단장도 있었다.

에디는 용병단장의 수업을 우선해서 들었다.

장군들의 체계적인 군사학도 관심이 갔지만 아무래도 여러 전장에서 수라장을 헤치고 살아남은 용병단장의 살아있는 전장지식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전쟁으로 부모님을 비롯해서 마을 사람들이··· 그런일이 있었군요.”

수업 첫날. 아무래도 에디의 사연이 궁금해서 물어온 앨빈은 에디의 이야기를 듣고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사건의 무대가 모르는 도시도 아니고 자신 고향의 한 마을이다 보니 비극적인 마을의 참사가 더 앨빈의 마음에 와 닿았다.

“저는 에디 씨와 달리 그런 비극적인 일을 겪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케인 가문의 3남으로 태어나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죠. 어릴적 부터 제가 먹고 입는 것과 절 돌봐주는 하인들이 먹고 입는 것이 완전히 달랐으니까요. 나를 돌봐주는 하인들과 내가 뭐가 다르길래 이렇게 생활에 차이가 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세상에는 왜 귀족이 있고 평민이 있고 또 왕족이 있는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귀족으로 태어나셔서 그런 생각을 하시다니 역시 좀 남다른 구석이 있으셨던 거 같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죠. 사람은 먹고사는데 바쁘면 다른 걸 생각할 시간조차 가지지 못합니다. 저는 귀족 부모님 덕에 먹고 사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먹고사는데 별 쓸모도 없는 공상을 할 여유가 있었던 겁니다. 일종의 사치죠. 현실적으로 왕립 아카데미의 생도나 교수의 태반이 귀족출신입니다. 가난한 백성들에게는 생각하고 살 여유조차 없는 것입니다.”

앨빈의 말은 에디의 마음에 크게 들어왔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것조차 사치. 그 말대로다.’

자신도 스콧 영지에서 기사단장으로 있으면서 번 돈으로 몇달간 아무 일 안하고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아카데미까지 오게 된 것이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앨빈의 얘기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교수님의 말대로 민주정을 브리아 왕국에서 펼칠 수가 있다면 이 나라의 전란을 끝낼 수 있을까요?”

“글쎄요. 스콧 영주의 말처럼 전란을 끝내는 것은 결국 강한 무력이 될 겁니다. 말로써 아무리 상대를 설득하려고 해도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치닫은 상황에서는 먹혀들리가 없으니까요. 다만 전쟁이 끝난 후에는 민주정이 그 평화를 오랫동안 지키는데 유효한 방법일 겁니다.”

‘역시나 전쟁을 끝내려면 무력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에디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 듯했다.

“그렇기 때문에 에디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전란의 세상을 끝내는데는 민주정이 별 효력을 발휘 못할지도 모릅니다.”

앨빈의 말에 에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힘으로 전란의 세상을 제압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또다른 힘있는 자들이 세상을 어지럽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민주정은 꼭 필요한 제도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민주정을 떠나서 앨빈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있는 것만으로도 제가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들을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계속 배울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렇게까지 말해주신다면 저도 가르치는 보람이 있을 것 같군요.”

앨빈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에디는 낮에는 용병술 전술에 관한 강의를 듣고 저녁에는 앨빈의 강의를 듣는 생활을 시작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3개월의 시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버렸다.

주변의 나무들은 어느새 붉게 물들고 바람은 선선해져서 가을이 다가왔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었다.


에디는 여느때 처럼 저녁 강의를 듣기 위해 앨빈의 연구실로 향하고 있었다.

연구실로 들어갔는데 앨빈이 평소 못 보던 집사차림의 노인과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 에디. 어서오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어느덧 가까운 사이가 되어 말을 놓게 된 앨빈이 탁상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은 선약이 있으셨나 보군요. 강의는 내일 받아도 좋습니다만.”

에디의 말에 앨빈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얘기는 대충 끝났네. 다니엘. 이 얘기는 끝나고 사택으로 가서 하지.”

“예. 도련님. 그럼 먼저 돌아가 있겠습니다.”

집사 풍의 노인은 에디에게 간단히 목례를 하고 연구실 밖으로 나갔다.

“못 보던 사람인데, 교수님 가문에서 온 사람입니까?”

에디의 물음에 앨빈이 난처한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문의 상황이 심각한 모양이야. 전투에서 아버지는 중상을 입으시고 첫째 형은 전사. 둘째형은 행방불명이라더군. “

앨빈의 말에 에디는 깜짝 놀랐다.

“아, 그 사이에 전쟁이 그렇게 격화됐군요···.”

“그런모양이네.”

“그나저나 영주님이 중상이시고 두 아드님이 그렇게 되었으면 케인 가문은 완전히 몰락한 거나 다름 없겠군요... 아, 죄송합니다 말이 지나쳤습니다.”

에디는 앨빈의 처지를 생각못하고 함부로 말해버린 걸 깨달았다.

“그리 신경써주지 않아도 되네. 가문과 의절하다시피 나와서 별로 애착은 없으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앨빈의 표정은 많이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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