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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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최근연재일 :
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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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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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DUMMY

“물론 에디 단장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구해줬다는 게 말짱 거짓말은 아닙니다. 이블린 아가씨에게 받을 건 넘치게 받긴 했지만 걸렸을 때를 생각하면 위험한 일이니까요. 평소 같으면 받지 않았을 일이죠.”

폴이 웃음을 흘렸다.

에디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지하감옥에서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해준 게 이블린이었다니···

“대체 왜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하는거냐?”

에디의 물음에 폴은 약간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요 몇 달동안 이블린 아가씨를 호위하다보니 느껴지더라고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뭐 그런 게? 귀족이라고는 해도 첩실의 자식이라 차별당하는 게 느껴져서 좀 안쓰럽기도 하고. 그냥 그런 느낌.”

폴은 와인잔을 빙빙 돌리면서 말을 이었다.

“저도 오랜시간 전장에서 지내지 않았습니까. 촉이 옵니다. 스콧 가문은 오래 버티지 못 하겠구나 하는··· 만약에 튜릭을 공격하게 된다면 이블린 아가씨 만큼은 지켜줘요.그래도 약혼자였잖아요?”

폴의 말에 에디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클라이드의 딸이었다. 개인의 은원관계를 떠나서 그녀의 처분은 정치적 상황에 좌우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할 거에요? 대답은 듣고 가고 싶은데.”

폴의 말에 에디는 주저없이 대답했다.

“이블린 아가씨는 내가 꼭 지키겠다.”

자신의 지위는 케인 군의 총사령관이었다. 조금 무리를 한다면 그녀 한 명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가능할 터였다.

“좋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전장에서 보겠군요.”

폴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글쎄. 내가 아는 네녀석이라면 벌써 도망가고 없을 거 같은데?”

에디의 말에 폴이 조금 뾰루퉁한 얼굴로 웃으며 받았다.

“역시 단장은 날 너무 잘 아는군요. 크큭.”


***


잭슨가문.

케인 가문은 남쪽에는 스콧 가문이 있고 북쪽에는 잭슨이 있어 중간에 끼여있는 모양새였다. 지금껏 군사동맹을 맺은 스콧과 잭슨은 서로를 도와왔다.

케인 가문이 튜릭을 점령하려면 잭슨 가문이 비어있는 동안 자신들을 노리지 않도록 협상할 필요가 있었다.


앨빈은 잭슨가문의 영주 굴리엘모 잭슨과 담판을 지으러 와 있었다.

회담장에는 두 사람과 중신 몇 명만이 단촐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보고 스콧 가문과 동맹을 파기하라고? 그렇게 하면 우리가 얻는 이득이 뭐요?”

굴리엘모는 앨빈을 떠보듯 말했다.

“아시다시피 스콧 가문의 상황은 많이 안 좋습니다. 우리 병력을 동원하면 금방이라도 점령할 수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스콧 가문과 계속 동맹을 유지할 이유가 있습니까?”

앨빈이 웃으며 말했다.

“글쎄. 하지만 우리가 스콧 가문을 도와 벤폴을 괴롭힌다면 꼭 케인 가문이 쉽게 이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텐데.”

굴리엘모가 느긋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여간내기는 아니다. 공짜로는 우리의 제안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거군···’

앨빈은 쓰게 웃으면서 생각했다. 자신이 가져왔던 패를 깔 시간이 된 듯했다.

“케인 영지에서는 예로부터 철광석이 풍부하게 나지요. 잭슨 가문이 우리 가문의 영지를 노리는 것도 그 철광석의 이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굴리엘모의 눈빛이 달라졌다. 앨빈의 제안에 흥미가 생긴 듯했다.

“앞으로 두 가문이 동맹으로 있는 한 케인 영지에서 나는 철광석의 40퍼센트를 잭슨 가문에 독점적으로 납품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비과세로요.”

“호오···”

굴리엘모가 미소지었다.

철광석을 잭슨 가문과 반으로 나누겠다는 이야기였다. 케인 가문이 이렇게 양보해 준다면 굳이 케인 가문의 영지를 뺏으려 하지 않아도 되었다. 잭슨 가문도 적은 케인 가문만은 아니었다. 북 쪽에 강력한 가문들이 잭슨을 경계하고 있었다.

전국시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였다. 케인 가문이 먼저 숙이고 들어온 이상 잭슨에서 먼저 손을 내칠 필요는 없었다.

“좋소. 앞으로 우리 가문이 먼저 벤폴을 공격할 일은 없을 것이오. 군사 동맹의 이야기는 스콧 가문이 정리되면 천천히 얘기해 보도록 합시다.”

굴리엘모가 앨빈을 향해 악수를 청했다.

‘우리 가문을 전적으로 돕지는 않겠지만 적대하지는 않겠다는 건가.’

앨빈은 미소를 지었다.

‘어찌 되었든 잭슨이 적으로 돌아서지 않는 것만 해도 우리에게는 큰 이득이다.’

에디는 굴리엘모의 손을 맞잡았다.


*


6월 4일.

케인 가문의 3만 병력이 폴리나 성관을 빠져나왔다. 목표는 스콧 가문의 수도 튜릭 성채.

이미 전황이 기울었다고 판단하자 주변의 소영지(小領地)들에서는 케인 가문에 줄을 대려 군사들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군사를 보내서 라티나 지방의 패자가 될 케인 가문의 편에 서겠다는 걸 앞다투어 증명하려고 했다. 덕분에 케인 가문의 군사 숫자는 3만에 육박하고 있었다.

6대의 충차와 3대의 정란, 2대의 투석기 그리고 3만의 보병. 이미 케인 가문 군대의 위용은 어떤 난공불락의 성이라도 쉽게 버티지 못할 정도의 규모가 되어있었다.

‘대군에는 전술이 필요 없다.’

에디는 군의 진용을 보며 미소지었다. 질래야 질 수가 없는 병력 차이였다.

튜릭 성채는 성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야전 진지를 구축하며 방어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병사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것은 밖에서 보아도 빤히 알 수 있었다.


클라이드는 미칠 지경이었다. 에디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했고, 원군을 요청한 잭슨가문에서는 한 달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내가! 라티나 지방, 아니 브리아 왕국의 패자가 될 내가 고작 에디같은 녀석에게 당할 거 같으냐!”

책상을 두들기며 내뱉는 클라이드의 외침은 상처입은 맹수의 것처럼 들렸다.

그때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며 참모가 들어왔다.

“영주님. 케인 가문의 군세가 론웰 평야를 넘었습니다! 늦어도 내일 저녁 때쯤이면 튜릭에 당도할 겁니다.”

참모가 어두운 얼굴로 보고했다.

클라이드는 초조하게 손톱을 뜯으며 중얼거렸다.

“여기서, 여기서 끝날 수는 없다···! 나는 살아 남아야 해··· 튜릭을 빼았기더라도 나만 무사하면 다시 재기할 수 있다···!”


6월 6일.

멀리서 보이는 튜릭 성채의 성벽을 보며 에디는 감상에 잠겼다.

“이제 곧이군. 튜릭 성채만 함락시키면 케인 가문이 라티나 지방을 통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네.”

앨빈이 어느새 에디의 옆에 와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습니다. 내일 전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승리해 보이겠습니다.”

에디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전쟁의 천재니 새삼스럽게 걱정 되지는 않네. 다만 기억하게. 이 전투가 끝이 아니야. 우리의 진정한 싸움은 이 전투가 끝난 뒤에 시작 될 걸세.”

앨빈의 말에 에디는 다시금 깨달았다.

‘그렇다. 전쟁이 끝난 뒤가 우리의 진정한 싸움이다. 평화로운 세상에 다시 전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정치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민주정을 도입하기 위한 싸움은 이번 전쟁처럼 단기간에 결판이 나지 않을 걸세. 10년 20년. 어쩌면 그보다 더 긴 세월이 걸릴지도 모르지. 각오는 되어 있나?”

앨빈이 웃으며 물었다.

“물론입니다. 그 준비를 위해서, 내일 싸움은 절대 져서는 안 됩니다.”

“우린 이길거야. 이겨야만 되네.”

에디와 앨빈 두 사람은 결연한 표정으로 튜릭 성채를 노려봤다.


그날 저녁.

의외의 사자가 케인 진영에 방문했다.

“영주님께서 마지막으로 케인 영주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

스콧 가문의 사자가 앨빈의 앞에 무릎 꿇고 서신을 전달했다.

“이제와서 항복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앨빈이 차가운 얼굴로 서신을 받았다.

“나는 전쟁에 관한 모든 결정을 에디에게 일임했네. 정 만나고 싶다면 에디와 만나 대화를 나누라고 전하게.”

앨빈의 말에 사자는 머리를 조아리며 물러갔다.

사자가 물러간 후 앨빈이 옆자리에 서 있던 에디에게 물었다.

“클라이드의 의도가 뭐라고 보는가?”

“글쎄요. 클라이드가 쉽게 항복할 자는 아닙니다. 탐욕스러우면서 끈질기고 포기를 모르지요. 또 무슨 잔재주를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무슨 책략이든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

“뭐라? 나보고 에디 녀석과 대화를 하라고!”

사자에게 보고받은 클라이드가 분노해서 소리쳤다.

“앨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감히 건방지게 그 따위 소리를!”

영주대 영주로 대화를 청했는데 자신의 부하랑 대화하라는 것은 클라이드를 얕잡아 보는 처사였다.

그런 클라이드를 참모가 달랬다.

“영주님, 대화 상대가 누구든 어떻습니까? 오히려 에디라면 그동안의 정에 호소해서 더 괜찮게 협상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으으윽···이놈들··· 날 무시한 대가는 훗날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클라이드는 분을 삭이면서 중얼거렸다.

참모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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