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단장이 민주정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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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3.11.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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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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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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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DUMMY

밤이 되었다.

클라이드는 참모를 비롯한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튜릭 성채 밖으로 나와 5km 떨어진 케인 군의 야영지로 향했다.


야전 지휘소로 세워진 거대 텐트 안쪽에 에디가 앉아서 클라이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클라이드와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작년 10월에 지하 감옥에 갇혀 있을 때는 생각도 못 했던 일이었다.

클라이드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던 때도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대면하게 되니 의외로 차분한 기분이었다.

‘신기하군. 그 놈의 목을 비틀어 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았는데···’

에디는 자신이 생각보다 차분한 이유를 알고있었다.

‘개인의 복수라는 작은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라티나 지방을 통일하고 케인 가문에 민주정을 세운다. 그 목표가 현재 에디가 추구하는 모든 것이었다. 그 앞에서 클라이드를 향한 복수 따위는 이미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분하고 되갚아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민주정을 세운다는 목표가 방해 받는다면 클라이드에 대한 복수 같은 건 어찌 되어도 좋다.’

에디는 차분한 마음으로 클라이드의 제안을 들을 생각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클라이드가 야전 지휘소에 도착했다.

“에디, 오래간 만이구나.”

클라이드가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안 쪽으로 들어섰다.

“앉으시지요.”

클라이드는 에디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그래, 그간 어떻게 지냈느냐? 케인 군의 총사령관을 맡고 있다며?”

클라이드는 마치 옛 친구를 대하듯이 허물없이 친근한 말투로 물어왔다.

“물으신 말씀은 죽었어야 할 내가 어떻게 살아남아서 도망갔는지 궁금하신 겁니까?”

에디의 날카로운 말에 클라이드는 주춤했다.

“허, 허허. 나는 널 그냥 잠시 감옥에 가둬두라 명했을 뿐이다. 모든건 유진 그놈이 독단적으로 행한 일이다. 실제로 지금 그놈은 내가 내쫓은 상태다.”

실제로는 스스로 도망간 것이었지만 클라이드는 그렇게 둘러댔다.

“저도 옛날 일로 가타부타 말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지금 케인군 총사령관으로 영주님을 만나고 있는 겁니다. 사사로운 인사보다는 용건만 간단히 말하시죠.”

‘거, 건방진···!’

에디의 차가운 말에 클라이드는 열이 머리 끝까지 뻗쳤지만 여기서 화를 내봤자 자신만 손해라 생각하고 가까스로 감정을 진정시켰다.

“에디, 내가 왜 케인 군의 막사를 찾아왔겠느냐. 우리 스콧 가문은 망하게 생겼다. 어떻게 사정을 봐주면 안 되겠느냐?”

클라이드가 짐짓 울상을 지으며 에디에게 매달렸다.

에디는 클라이드가 거짓으로 몸을 낮춘다는 걸 알았지만 오래 알고 지내던 전 주군이 비굴하게 나오자 마음이 다소간 약해졌다.

“내가 뭘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소? 말이나 해 보시오.”

“저, 정말이냐?”

클라이드가 언제 그랬냐는 듯 비굴한 웃음을 만면에 띄우며 참모를 불렀다.

“그걸 가져와라.”

참모가 책상에 올려놓은 것은 조약 문서였다.

“이게 무슨 문서요?”

“정전 조약서다. 당분간 만 전쟁을 멈추어다오. 케인 가문과 스콧 가문이 과거 사이가 안 좋았던 건 맞지만 이제는 서로 다툼은 그만두고 평화롭게 지내는 게 어떻겠느냐? 고통 받는건 백성들 뿐이지 않느냐?”

클라이드가 은근하게 말했다.

‘고통받는 건 백성들이라고···?’

하지만 에디는 클라이드의 입에 발린 말에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지금 민생이라고 하시었소! 전쟁을 일으켜 라티나 지방의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밀어넣은 건 당신 아니오!”

에디의 호통에 클라이드는 혼이 나간 듯이 놀랐다.

“그, 그래. 내가 잘못했다. 다 내 잘못이다. 하나 너도 알다시피 먼저 쳐들어 온 건 애드리언 케인이 아니냐? 나는 가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반격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 반성하고 있다. 전쟁은 그만두자. 네가 이 문서에 사인만 해준다면 나는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

클라이드가 애걸하듯 말했다.

“내가 이 문서에 사인해 준다면 정말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소?”

“무, 물론이다!”

에디가 펜을 들었다.

‘돼, 됐다!’

클라이드는 쾌재를 불렀다.

‘그깟 종이조가리가 뭐란 말이냐? 이 위기만 넘겨서 군사력을 회복한 다음에는 내 앞에 네놈을 무릎 꿇려 주겠다.’

클라이드는 이를 악 물며 생각했다.

“잠깐.”

사인을 하려던 에디가 갑자기 펜을 멈췄다.

“왜, 왜 그러느냐?”

“내가 이 조약서에 사인을 하려면 지켜줘야 할 게 있소.”

“그게 뭐냐? 말해봐라.”

클라이드는 에디의 맘이 바뀔라 급하게 말했다.

‘어지간한 거라면 다 들어주고 군대를 물리게 하는 게 급하다.’

에디는 펜을 놓고 엄한 눈길로 클라이드를 바라봤다.

“첫째. 클라이드 당신은 영주의 자리에서 물러나서 은거해야 하오. 은거 장소는 케인 가문에서 정할 것이오.

둘째. 스콧 가문은 군대를 해산해야하오. 경비는 케인 가문의 군대가 할 것이오.

셋째. 스콧 가문은 중요한 정치 결정이나 외교 사항에서 먼저 케인 가문과 상의해서 일을 결정해야 하오.

이 세 가지만 지킨다면 영주님을 비롯한 스콧 가문 중신들의 죄를 묻지 않고 신변을 보장하리다.”

에디는 막힘없이 세 가지 요구사항을 나열했다.

클라이드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라! 스콧 가문을 완전히 속국으로 만들겠다는 소리 아니냐!”

에디는 차가운 눈길로 클라이드를 노려봤다.

“속국이고 뭐고 이미 스콧 가문의 운명은 우리 손아귀에 있소. 그런데도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거요? 이런 되도 않는 종이 쪼가리에 사인을 할 머저리가 있다고 보시오?”

에디가 비웃으며 조약서를 갈가리 찢었다.

“이··· 이···!”

클라이드가 화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에디!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클라이드. 헛된 욕심은 버리고 항복하고 은거하시오. 그래도 한 번은 주군으로 섬겼던 인연이 있으니 여생은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보내도록 해 드리겠소.”

에디의 단호한 태도에 클라이드는 더 말해봐야 소용 없겠다고 생각했다.

“좀 생각할 시간을 다오. 당장에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겠느냐?”

“내일 정오까지 결정하시오.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성벽에 하얀 깃발이 걸려있지 않다면 성채를 공격할 것이오.”

에디의 말에 클라이드가 사색이 되었다.

“너무 촉박하지 않느냐!”

“잘 새겨 들으시오. 당신을 위해서 내가 양보할 것은 더는 없소. 잘 생각해서 결정하시오.”

그 말을 끝으로 에디는 입을 닫았다.

클라이드는 하는 수 없이 터덜터덜 튜릭 성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많은 비자금을 가지고 도망갈 수밖에 없겠다. 저놈의 손아귀에 닿지 않는 벽지에 숨어있다가 기회를 노리는 수밖에···.’

튜릭 성채로 돌아온 클라이드는 도망가기로 결정했다. 성채를 버리고 오늘 밤 중으로 도망간다면 에디가 자신을 쫒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클라이드는 참모를 불러들였다.

“오늘 밤 중으로 빼서 이동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겠느냐?”

클라이드의 의도를 알고 참모는 놀랐다.

“성채를 버리고 도망가실 생각입니까?”

“그럼 내가 여기서 성채와 같이 옥쇄를 하거나 케인 놈들 밑에서 귀양 살이를 하는 게 더 낫겠느냐? 나만 무사하면 스콧 가문은 언제라도 다시 재건할 수 있다. 내가 먼저 살아나는 게 급하다.”

참모는 비참한 기분이었지만 어쨌거나 자신도 클라이드와 운명 공동체였다. 클라이드가 무사하지 못 한다면 자신 역시 죽은 목숨이었다.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클라이드에 집무실에서 나온 참모는 기다리고 있던 맏아들 랠프와 맞닥뜨렸다.

“케인 가문과 회담은 어찌 되었느냐?”

“그것이···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쪽에서는 영주님이 물러나시고 완전 항복하는 것 외에는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였습니다.”

참모의 말을 들은 랠프의 얼굴이 굳어졌다.

‘역시 그렇게 되었는가···’

“그럼, 저는 이만.”

참모가 목례하고 지나갔다.

랠프는 아버지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랠프냐?”

클라이드가 흘끗 쳐다봤다.

“아버지. 어쩌실 생각입니까?”

“어쩌긴 뭘 어쩐단 말이냐. 이렇게 병력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 싸워 봤자 헛수고다. 마지막 방법은 어떻게든 말로 적을 구워 삶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상대 총사령관이 에디 녀석이니 다 끝난거나 마찬가지다.”

클라이드가 한탄조로 말했다.

“나는 비자금을 챙겨서 튜릭 성채를 뜰 생각이다. 너도 따라 오너라.”

클라이드의 말에 랠프가 깜짝 놀랐다.

“튜릭을 버리고 도망가겠다고요?”

“어차피 여기 이대로 죽치고 있어봐야 방법이 없다. 더 늦으면 도망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잡힐거다.”

클라이드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 군대는 훈련받은 정예병입니다. 그런데 한 번 싸워보지도 않고 성채를 내주다니요. 저는 남아서 싸우겠습니다.”

랠프가 결연하게 말했다.

“멍청한 녀석. 정예병이고 나발이고 적의 숫자부터 3배가 넘는다. 이길 가망이 없어.”

“가망이 없더라도 저는 끝까지 성채를 지키겠습니다.”

랠프가 클라이드로부터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너 좋을대로 해라.”

‘저리 머리가 안 돌아가니··· 둘째 조지를 데려가야겠군.’

클라이드는 혀를 차며 랠프를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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