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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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ver1day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최근연재일 :
2024.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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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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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DUMMY

'씨발. 내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속으로 욕을 하면서도 강창모는 들고 있는 야구배트를 쥔 손에 힘을 주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와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들이 그의 앞뒤와 옆에 서 있었고 그들도 야구배트나 골프채 같은 연장을 들고 있었다. 


창모의 맞은 편에도 한 무리의 남자들이 서 있었는데 그들의 손에도 마찬가지로 연장이 들려 있었고 양쪽은 살벌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씨발. 처음인데 뭔가 익숙한 이 느낌은 뭐냐?'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것은 지금 상황이 조폭 영화에서 늘 등장하는 클리셰인 두 조직간의 대치 상황과 완전 똑같기 때문이다. 


두 무리의 남자들이 무기를 들고 서로를 노려보는 그런 상황말이다. 


영화에서 보는 것과 다른 점이라면 영화를 볼 때는 관객이었지만 지금은 당사자라는 것이었다. 


관객으로 볼 때는 팝콘을 먹으면서 빨리 싸우라고 했지만 당사자가 된 지금은 스스로에게 한 억지 농담으로도 풀리지 않는 긴장감에 창모의 입 안은 바짝 말라 있었다.


'씨발. 우리가 더 많으니까 괜찮을거야.

덕수 형이 그냥 서 있기만 하라고 했어.

그러니까 난 그냥 서 있기만 하면 되는거야.'


속으로 말을 하면서 창모가 등을 보이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고등학교 2년 선배이자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덕수의 등을 바라보았다. 


평상시처럼 밤거리를 헤메다 우연히 덕수를 만났고 오만원짜리 몇 장을 건네는 덕수를 따라온 창모는 덕수의 등을 보며 야구배트를 들고 서 있었다. 


창모가 속해 있는 쪽은 앞에 서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똥폼을 잡고 있는 형님이라는 사람을 포함해서 모두 19명이었고 마찬가지로 앞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며 창모쪽 형님과 이야기를 하는 상대쪽은 그 형님을 포함해서 12명이었다. 


창모의 시선이 덕수의 등을 넘어서 부하들을 뒤에 두고 이야기를 하는 두 형님들에게 머물렀지만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창모에게 들리지 않았다. 


'영화 졸라 봤나 보네. 씨발.

오줌 마려운데 빨리 좀 끝내라. 

씨발. 오늘 운이 안 좋다고 했는데 집에 있을걸.'


이곳에 오기 전에 분명히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도 긴장감에 소변이 마려워진 창모가 앞에서 담배를 피며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형님을 보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패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쪽수다.


여러 명이 마구잡이로 뒤엉켜서 싸우는 데다가 연장질까지 하는 상황에서 사람 많은 쪽이 유리한 것은 당연하고 다행히도 창모쪽이 많은 인원이었기에 싸움이 벌어진다면 유리한 것은 창모쪽일 것이다.


그러나 싸움에서 이긴다고 해서 다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고 조직원도 아닌 창모의 입장에서는 싸움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창모는 그저 싸움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그가 바라는 방향과는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틱.


창모쪽 형님이 피우던 담배를 거칠게 바닥에 던지더니 뒤로 돌아서서 창모쪽으로 돌아오자 상대편의 남자가 바닥에 거칠게 가래침을 뱉고 자신의 부하들에게로 돌아갔다. 


"쳐."


형님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지자 덕수를 포함한 조직원들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야!"

"죽여!"

"조져버려!"


창모와 창모처럼 아는 형의 손에 이끌려 온 몇 사람들이 놀라서 어디둥절해하다가 한템포 늦게 달려나갔다. 


두 무리의 조폭이 자정이 넘은 시간 어두운 공원에서 패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조폭들의 싸움은 멋지다. 


주인공은 붕붕 날아다니며 맨 주먹으로 연장을 든 놈들을 주먹 한 방에 한 놈씩 날려버리고 어쩌다 한 대를 맞아도 얼굴 한 번 찡그리고는 바로 상대를 응징한다. 


그러나 실제의 싸움은 그렇지 않다. 


퍽. 퍽. 퍼벅. 퍽.


서른 명이 넘는 성인 남자들이 손에 든 야구배트나 골프채를 휘둘렀다. 


영화처럼 멋지게 휘두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한 대 맞고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없다.


"으악!"

"내 팔! 내 팔!"

"다리! 내 다리!"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야구배트를 향해서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올린 사람은 팔이 부러졌고 쓰러져서 발을 버둥거리던 사람은 누군가가 마구잡이로 휘두른 골프채에 맞아 다리가 부러졌다. 


고통에 찬 비명 소리와 적의에 가득찬 고함 소리가 차가운 밤의 공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분명히 창모가 속한 쪽이 인원도 더 많았지만 창모처럼 머리수만 채우려고 데리고 온 사람이 있어서인지 싸움이 시작되자 상황은 창모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학창시절 일진들과 어울리는 불량스러운 학생 중 하나였지만 일진에 끼지는 못하고 빵셔틀을 하며 일진의 위세를 등에 업고 일반 학생들을 괴롭히던 창모는 밤공기를 가득 채운 살의와 피 그리고 비명과 고함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나 창모의 앞에 골프채를 들고 선 상대는 그렇지 않았다.


본인의 것인지 아니면 남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피를 뒤집어쓴 상대는 멍하게 서 있는 창모의 머리를 향해서 골프채를 휘둘렀다. 


자신의 머리를 향해서 휘둘러지는 골프채를 보았지만 창모의 굳은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손에서 힘이 빠지며 들고 있던 야구배트마저 바닥에 떨어뜨렸다. 


창모가 들고 있던 야구배트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골프채의 헤드가 창모의 머리를 때렸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깨진 창모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야만 했지만 그런 상황을 벌어지지 않았다. 


분명히 골프채의 헤드가 창모의 머리를 때렸지만 창모는 조금 전과 다를 것이 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 


창모의 머리는 깨지지 않았고 피도 나지 않았다. 


대신 골프채의 헤드에 맞은 부위에서 약한 빛이 흘러나왔다. 


놀란 상대가 자신이 들고 있는 골프채와 창모를 번갈아 바라보았고 창모도 놀라서 자신의 머리를 때린 골프채와 그걸 들고 있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골프채를 든 상대였다. 


상대는 다시 한 번 골프채를 창모를 향해서 휘둘렀다. 


붕.

퍽.


공기를 가르는 소리에 이어서 둔탁한 타격음이 들렸지만 창모는 여전히 그대로 서 있었다. 


퍽. 퍽. 퍽. 퍽.


상대가 골프채를 마구 휘둘러서 창모의 머리, 어깨, 팔, 옆구리 그리고 다리를 마구 때렸지만 맞은 부분에서 약간의 빛이 흘러나오기만 할뿐 창모는 여전히 그대로 서 있었다.


상대가 자신을 마구잡이로 두들기는 것을 보면서도 창모는 무엇인가가 자신의 몸에 닿는 것을 느낄뿐 조금의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창모는 깨달았다. 


자신이 말로만 듣던 루나틱이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향해서 날아오는 골프채의 헤드가 보였고 창모가 손을 뻗었다. 


탁.


빠르게 휘둘러진 골프채의 헤드를 맨손으로 잡았으니 손뼈가 부러지거나 적어도 엄청난 통증이 느껴져야 했지만 창모의 손은 멀쩡했고 통증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약한 빛이 손바닥에 머물다가 사라진 것이 전부였다. 


창모가 상대를 향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퍽.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창모의 주먹에 맞은 상대가 서너명의 사람들과 충돌하고 그들을 쓰러뜨리면 나가 떨어졌다.


놀라운 모습에 싸움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160cm가 살짝 넘는 작은 키에 50kg 대 초반의 체중을 가진 왜소한 창모의 주먹 한 방에 180cm가 넘고 두터운 지방층이 온몸을 감싸고 있어서 120kg은 넘어보이는 거구가 날아간 것이다.


그냥 날아간 것으로 끝이 아니었고 뒤에 있는 사람 서너명과 부딪치고도 힘이 남아서 더 날아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모두가 멈췄지만 창모는 그렇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본 창모의 눈에 덕수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들어왔다. 


피를 흘린 덕수를 보고 그쪽으로 가려고 마음먹고 발을 내딛는 순간 창모의 몸이 쏘아져 나가듯이 앞으로 달려나갔고 앞으로 뻗은 주먹이 덕수의 피가 묻은 야구배트를 들고 있는 남자의 배를 때렸다. 


퍽. 


달려오면서 아무렇게나 내지른 주먹에 맞은 상대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라서 몇 미터를 날아간 후에 땅에 떨어졌다.


"형. 괜찮아요?"


창모의 말에 피투성이가 된 덕수가 힘들게 눈을 뜨더니 창모를 보며 물었다. 


"창모야. 괜찮니?"

"괜찮아요.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좋네요."


미소를 지은 채로 창모가 주변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미안하다. 진짜 싸움이 벌어질 줄은 몰랐어."

"괜찮다니까요. 좋아요. 정말 좋아요. 근데 형?"

"응?"

"이 싸움 내가 끝내도 되죠?"

"뭐?"


덕수가 되물었을때 창모는 이미 덕수의 옆에 없었고 덕수가 움직이면서 만들어낸 공기의 흐름이 피에 젖은 창수의 얼굴에 차갑게 느껴졌다. 


퍽. 퍼벅. 퍽. 퍽.  퍽. 퍽.



둔탁한 타격음이 들리고 서 있던 상대편 조직원들이 바닥에 쓰러지는데는 3분도 걸리지 않았다. 


두 번의 주먹질도 필요없었다.


오직 한 번의 주먹질이면 덩치가 아무리 크건 문신이 아무리 많건 모두 쓰러졌다. 


이제 상대편에서 남은 사람은 싸움 전에 창모쪽 형님과 이야기를 한 상대편의 형님 뿐이었다. 


갑자기 달라진 상황에 당황한 것이 분명한 상대편 형님이 갑자기 권총을 꺼내들었다. 


"씨발. 좇같은 새끼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다 죽여버리겠어."


겨우 권총 한 자루로 이 사람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는 일이지만 총을 본 창모쪽 조직원들은 몸이 굳었는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상대편 형님의 손에 들린 권총은 체코의 CZ75 Pre B를 북한에서 무단 복제한 백두산 권총이다. 


백두산 권총은 북한군의 제식 권총이었는데 데이보스 사태로 북한 정권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상당량이 시중에 풀렸다. 


큰 인원 차이에도 상대편 형님이 싸움을 피하지 않은 것은 부하들보다는 권총을 믿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총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창모는 그렇지 않았다. 


'두려워하지마. 저런 작은 총으로는 너를 어쩔 수 없어.'


마치 누군가 그렇게 말을 해주는 것처럼 창모는 총이 자신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생각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자신이 루나틱임을 자각하는 순간 창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알아차렸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움직임과 힘이었지만 창모는 마치 자신이 벤치 프레스를 얼마까지 할 수 있는지 아는 헬창처럼 자신의 능력을 알았고 그렇게 알고 있는 자신의 능력에 따르면 상대가 들고 있는 권총따위는 창모 자신에게 장난감 총이랑 다를 것이 없었다. 


이리저리 총을 움직이며 위협을 가하던 형님의 눈에 창모가 몸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씨발! 움직이지 말라고. 쏜다."

"쏴."

"씨발. 내가 못 쏠거 같아! 이거 진짜 총이야. 개새끼야!"

"쏘라고."


말을 하며 창모가 천천히 상대편 형님을 향해서 걸어왔다. 


한걸음, 한걸음 또 한걸음.


창모는 상대편 형님이 총을 쏘기 쉽도록 일부러 천천히 걸었고 걸음이 더해지며 창모와 형님 사이의 거리가 3미터 정도로 가까워졌을때 방아쇠에 걸려 있던 손가락이 움직였다. 


탕. 타당. 탕. 탕. 탕. 


백두산 권총이 불을 뿜으며 창모에게 총알을 쏘아냈고 모두 명중했다. 


그러나 창모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고 창모의 몸에서는 피 한방울 흐르지 않았다. 


총알이 창모의 몸에 닿는 순간 골프채에 맞을 때보다 조금 더 강한 빛이 흘러나와서 퍼져나갔고 총알은 그대로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틱. 틱. 틱.


놀란 형님이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지만 탄창을 모두 비우고 슬라이드가 뒤로 빠져버린 권총에서는 발사되는 총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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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24.05.24 25 1 12쪽
» 14 24.05.23 2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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