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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전가야
그림/삽화
전가야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3
최근연재일 :
2024.09.13 12:11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77,523
추천수 :
937
글자수 :
573,503

작성
24.07.26 12:10
조회
563
추천
4
글자
19쪽

69화. 팬적단

DUMMY

*****


한편, 아이온 가에서는 내년의 업무 일정과 함께 아이언 훈련소의 인사이동이 짜인 조직도를 보며 회의를 하고 있었다.


아이언 백작은 내년 아이언 훈련소 인사 조직도를 훑어보다 이름 하나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엥? 제라니언이 왜 여기 있어?”


아이언 백작은 새로 구성된 훈련소 조직도를 보다 제라니언의 이름을 보고 인상을 지긋이 찡그리며 말하자


“네 백작님, 이번에 승급한 하급 삼급 중 뛰어난 실력을 갖춘 제라니언을 하급생 관리자로 보직을 배정하고 싶은데 무슨 문제라도....”


조직도를 제작한 관리자가 백작의 눈치를 보며 말하자


“엥 개를? 진심이야?”


백작의 의외의 반응에 지니어스 학사장은 관리자를 도와주려는 듯


“제라니언은 말수도 없고, 성품이 온순한 데다 출신 또한 확실하고 무위 또한 출중하여서 선발인원에 넣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애는 안돼 빼!!”


백작의 의외의 단호함에 학사장과 관리자들은 어리둥절했다.


아이언 백작은 잠시 과거의 제라니언과의 만남을 회상하였다.


*****



평범한 가정집. 촛불 하나로 주변을 밝히고 있는 어두운 방 안에 기력이 없어 보이는 노인이 침대에 누워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는지 겨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허억~, 허억~


힘없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힘겹게 숨을 내쉬던 노인은 그러면서도 옆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앳된 청년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평생 기사로서 인생을 후회 없이 살다 세월에 밀려 은퇴 후 고향에 내려와 적적하게 보내던 그의 말년에 가슴 뛰는 연애를 하게 되어 중년이 훌쩍 넘은 나이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늦둥이 자식을 갖게 되었다.


가족과 행복한 노후를 계획하던 것도 잠시 아내가 자신보다 허망하게 먼저 떠나고 홀로 살아가야 할 아이를 위해 자신의 무술을 가르치는데 최선을 다한 그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죽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아들아, 너는 이분을 따라 아이온가의 훈련소에 입학하거라. 너라면 충분히 아비의 길을 갈 것이다.”


“네 아버지”


“너는 기사가 될 때까지 하루..중 허억.. 꼭 필요할 때만 한마디 꼭 한마디 말만 허억~ 하는걸 아비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거라. 허억~”


노인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보며 말을 힘겹게 마치며 거친 숨을 쉬었다.


“네. 아버지 맹세할게요.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겠습니다.”


청년은 아버지에게 맹세를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노인은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는지 힘을 짜내 다음 마지막 유언을 말하였다.


“그리고 허억.. 절대 기사가 될 때까지는 허억.. 절대 여...자를 여자를 가까이 허억.. 하면 안 되느니라”


“아빠 그건....”


“아들, 절대 안 되느리라. 허억.. 절대..절대로..여..자..여자는...절.대.로.”


*****



과거의 기억을 되짚던 아이언 백작은


“안돼, 개는 절대 안 돼”


제라니언의 비밀스런 과거를 아는 그가 이마에 주름을 잡힐 정도로 언짢게 말하자.


지니어스 학사장은 그런 백작의 눈치를 보며 제라니언의 이름에 X 자를 표시했다.


*****



늦은 밤,

등불이 켜져 있는 노천 온천탕에 검은 머릿결과 반대로 백옥 같은 피부를 여인이 몸을 가리던 타월을 벗어 한쪽에 놓고 조심스레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갔다. 따듯함이 스며드는 기운에 몸이 편해지는 한편 수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게 정말 괜찮은 건가..’


그녀는 아이를 재우고 온천을 하러 내려왔다. 바트의 설득으로 코로나시로 가기로 마음먹었던 그녀는 뜻하지 않게 그 사람의 동생인 더스틴의 부담되는 보호를 받으며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며칠 후면 코로나시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마음속 한 가지 생각만으로 그녀는 수심에 잠겼다.


“어머! 안녕하세요.”


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여인 하나가 다가와 그녀에게 아는 척을 하며 다가왔다. 설희도 그녀의 얼굴을 아는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 시간에 혼자 온천을 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다가온 안나는 몸을 가리던 타월을 벗어 한쪽에 내려 놓았다. 그녀는 자신의 젊음을 일부러 보란 듯이 금발의 하얀 피부에 봉긋 솟아오른 가슴과 잘록한 몸매를 드러내며 설희의 옆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몸을 담갔다.


“아~ 좋다. 쉬러 오셨으면서도 일만 하시는 분들은 정말”


안나는 답답한지 넋두리를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안나라고 해요. 언니 같은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설희라고 해요.”


“그때 보고 처음으로 인사 하는거 같네요. 그렇죠?”


“네 맞아요.”


그녀는 밤하늘을 보며 감탄하며 말을 하였다.


“별이 참 많이 보이네요. 마치 하늘에 강물이 흐르는 거 같아요. 정말 아름다워요”


몇 달전 헬론시로 출장을 갔다 온 바트가 상회에 임신한 미모의 동양 여자를 데리고 오자. 그때 실망과 함께 화가나 잠시 울컥했던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민망한지 얼굴이 붉어졌다.


“네 그렇네요. 아름다운 밤하늘이네요”


그녀는 잠시 근심을 털어내려는 듯 웃으며 안나의 대화를 받아주며 얘기를 나누었다.


*****




촛불로 밝아진 회의실에 여러 명의 사내들이 한 사내의 설명에 집중하며 듣고 있었다.


“빅핸드에서 지금과 같은 협력을 해주시면 내년 안에 도시의 9할을 저희 손안에 둘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라이너가에서 핫스프링을 자치 지구로 변경하는 건의가 왕의 승인으로 통과시켜 주민 투표로 영주가 교체되는 투표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 있게 펼쳐진 지도를 가리키며


“계획대로만 된다면 제가 지금 영주를 몰아내고 반드시 자리를 차지해 핫스프링를 3년 안에 완전히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일이 계획대로 된다면 총수님께서 만족할 만한 보상을 약속하겠습니다.”


다이크가 자신 있게 앞으로 계획을 뭴러 총수에게 설명하였다.


“다이크 경의 예상 밖의 성과는 저희 상단에서도 적잖이 감탄하고 있습니다.”


“칭찬 부끄럽습니다.”


“허나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과 지금보다 더 큰 문제들이 하나둘 나올 겁니다. 거기에 대비해야 할 겁니다.”


“고견 감사합니다. 쥐새끼가 고양이한테 원한 품어 봤자입니다. 분수를 알고 어떻게든 살길 찾아 도망쳐야지요. 억울하다고 덤비면 고양이한테만 좋은 일만 시키는 거 아니겠습니까.”


매서운 다이크는 눈빛에는 타오르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지금까지 오는데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습니다. 그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지금처럼 적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더욱더 조여 재기 불능을 만들 겁니다.”


‘음, 좋지 않아 복수만으로 일을 처리하다니’


오랜 경험으로 주변인들이 복수로 인한 비참한 결말을 여러 번 봐온 그는 앞으로 상단의 위치를 생각했다. 그렇게 어두운 밤은 별들은 수만큼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



이틀간의 휴식을 보낸 상단은 물품 정리를 맞히고 떠날 채비를 하였다.


“바트군, 고향에 잘 다녀오게나”


“네, 총수님 돌아오면 들리겠습니다.”


총수는 손주를 보듯 웃으며 마차를 탓다


“바트, 잘 다녀와”


“누나, 나중에 봐”


안나는 같이 못 가는 바트를 보며 서운한 듯 마차에 올라탔다.


“바트군, 난 자넬 믿네”


“네??”


오퍼스 국장이 웃으며 바트의 어깨를 두드리곤 마차에 올랐다.


빅핸드 사람들과 인사를 한 후 얼마 안 있어 상단의 마차는 출발을 시작하였다. 흰산 길드 용병들은 지나가면서 바트 일행에게 잘 다녀오라는 말을 건네고 처음 출발할 때처럼 상단의 뒤를 호위하며 따라갔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마차 한 대가 와 그의 앞에 섰다.


“우리도 이제 가볼까”


바트는 더스틴이 몰고 온 마차에 올라탔다. 양옆으로 데바, 제라니언, 칼리온, 샌들러가 말을 타고 마차를 호위하였다. 핫스프링시를 떠나 점심이 되자 일행은 여관에서 싸준 샌드위치를 앉아서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형”


“응!”


“데바형이 따라오는 건 알겠는데 저 두 분은 왜 같이 가는 거야?”


“가는 길에 데려올 사람이 있어”


“누구?”


바트의 말에 더스틴은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을 하는 거 같았다. 그 고민을 한 번에 날려주는 사내가 있었으니


“순정 늑대 만나러 가”


“순정 늑대요?”


“저것들은 짝퉁이고, 오리지널 순정 늑대 만나러 가”


“우리가 짝퉁이라니 똥개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막 뱉네”


칼리온이 눈을 희번득하게 뜨고 당장이라도 모가지를 뽑겠다는 듯 살기를 품었다.


“으앵~, 응앵~”


칼리온의 살기에 선미가 놀랐는지 울음을 터트렸다.


“쯔쯔, 저러니 짝퉁 소리 듣지 애 울잖아”


데바의 핀잔을 듣자. 칼리온은 더는 화를 못 내고 짜증이 났는지 자리를 피했다. 샌들러도 일어나 데바에게 눈을 흘기곤 그의 뒤를 따라갔다.


“적당히 좀 해라. 이번엔 네가 심했다. 가서 사과해”


더스틴이 한 소리 하자 데바는 의외로 알겠다는 듯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늑대들에게 갔다.


- 어라? 데바형이 순순히 말을 듣네, 의왼데


바트는 몰랐다. 데바가 더스틴의 말을 왜 순순히 듣는지를 그가 코로나시에 입성할 때까지는


“식사를 하고 좀 더 가서 야영을 할 겁니다. 불편하겠지만 다음 마을까지는 어쩔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아니에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스틴이 설희에게 양해를 구하자. 그녀는 괜찮다며 이것도 고맙다는 말을 하며 자리를 옮겨 울고 있는 선미를 달랬다.


*****



이틀 후,

마차를 몰던 일행은 점심때가 돼서야 서북부와 서남부 사이를 경계가 되어 흐르는 스틱강의 돌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다리 및 겨울의 스틱강은 북부에서 내려오는 찬바람에도 아직까지는 완전히 얼지 않아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게 보였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몇몇 사람들이 돌다리 밑에서 얇은 얼음을 깨고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고 있었다.


‘존이 생각나네. 잘 지내고 있으려나’


그 모습에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가 생각나는 바트였다.


“잠시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갑시다.”


칼리온과 샌들러는 점심을 먹고 휴식도 없이 짐을 꾸리며 일을 보고 뒤따라가겠다고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더스틴은 이유를 아는지 그들에게 혹시 만나지 못하면 다음 마을에서 먼저 간 사람이 기다리자는 약속을 하고 그들을 보냈다.


“늑대들 갔나 보네”


다리 밑으로 내려간 데바가 주민들이 잡아놓은 팔뚝만 한 잉어 두 마리를 사들고 와서 보란 듯이 흔들었다.


“저녁에 잉어구이나 해 먹자고”


잉어들은 손질해서 받았는지 비늘과 내장 손질이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일행은 식사를 마저 하고 길을 다시 떠났다. 한참을 가자 어디선가 작은 메아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너무 멀리서 밀려오는 소리라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두 번이 아닌 시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들릴 듯 말듯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ㅁ~~~ㄹ~~~ㅁ~~~ㄹ~~~ㅁ~~~ㄹ~~~~@


한참을 가고 나서 이내 희미하게 들리던 작은 메아리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겨울날의 해는 짧아 이동을 길게 할 수 없어 어둠이 점점 밀려오자 일행은 앞이 보이지 않는 밤이 되기 전에 서둘러 추운 겨울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덤불숲과 나무들을 찾아 야영지 터를 잡고 밤새 추위를 몰아낼 땔감을 구해 불을 지폈다.


“나는야~ 오늘의 요리사 짜짜라짜 짜짜 잉~어구이~~~”


데바는 낮에 산 잉어를 나무에 꿰어 장작불에 구우며 흥얼거렸다. 칼집을 낸 잉어살 사이로 들어간 소금이 불에 톡톡 튀면서 내는 소리와 함께 살 속으로 스며들며 자작나무의 타탁 타탁 타는 소리와 어울리며 즉석요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칼리온형과 샌들러형은 언제쯤 올까요?”


“개들 순정 늑대 아니 마리 찾을 때까지 안 올 거야”


“순정 늑대 이름이 마리인가요?”


데바는 제라니언에게 잉어를 맡기고 양념장을 만들며


“응, 늑대의 영혼을 품은 아이지”


“와우, 형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무슨 전설 같은데요.”


진심으로 말하는 바트의 말에 데바는 자랑스럽게 웃으며


“전설일 수도 있고 아님 사연이 많다고 해야 하나, 야 고기 안 타게 뒤집어라. 탄 건 니가 다 먹어야 한다.”


데바의 말에 제라니언은 서둘러 잉어를 뒤집었다. 타지 않은 잉어 살을 보며 안도하는 제라니언이였다.


“여기서 북쪽으로 쪽 올라가면 어딘지 아냐?”


“네 잘 알죠. 거기는 화이트산맥으로 가기 전 제일 큰 산중 한 곳인 하울링 마운틴 이잖아요.”


“맞아, 그럼 거기가 왜 하울링 마운틴인지 잘 알겠네”


전설의 늑대왕의 살고 있다는 하울링 마운틴 일반 늑대보다 몇 배는 크고 그의 발톱은 강철을 찢고, 그의 이빨은 철을 씹어 먹으며 그가 내는 하울링으로 산사태를 일으킨다는 전설의 늑대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구전으로 내려오는 전설이고 간혹 일반 늑대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덩치 큰 늑대가 보이긴 했어도 전설 속의 모습을 한 늑대는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늑대들이 많이 살아 사람들이 출입을 꺼리는 화이트산맥 아래 여러개의 큰 산들로 이뤄진 이름있는 곳이었다.


“늑대왕의 전설 정도는 알고 있어요”


“나도 그렇고 개들도 거기 지역 출신이야. 그리고 있어”


“네?”


데바는 더는 할 말이 없는지 방금 만든 양념장을 껍질이 살짝 타기 시작한 잉어의 몸에 발랐다. 제라니언이 눈치껏 잉어를 뒤집자 반대편 몸에도 양념장을 골고루 바른 다음 쉬지 않고 천천히 생선을 돌렸다. 몇 분후 나무젓가락으로 잉어가 속살까지 익었는지 찔러본 후 데바는 만족했는지 숯불 속에서 꺼낸 잉어의 살을 끔직 끔직하게 발라 접시에 담은 후, 야심 차게 만든 비법 양념 소스를 골고루 뿌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잉어구이는 의외로 호평과 칭찬 일색이었다.


입이 까칠해져 식욕이 없던 설희 마저도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잉어요리를 한입 먹곤 깜짝 놀라며 칭찬하였다. 거짓이 아닌지 그녀는 접시에 담아있는 잉어 요리를 다 비웠다. 더시틴은 그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데바의 요리를 추켜세웠다. 데바의 어깨가 으쓱으쓱 해지는 저녁 식사였다.


*****



다음날 칼리온과 샌들러는 아침이 해가 떠오를 때까지 오질 않았다. 일행은 남은 잉어 머리와 뼈로 밤새 푹 곤 육수에 야채를 넣어 수프를 만들어 빵과 아침을 먹은 다음, 가기로 정해둔 마을로 이동을 하였다.


이동 전에 더스틴이 혹시 몰라 그들이 알수있게 이동 흔적의 표식을 남기곤 마차 안의 커튼을 열고 그녀에게 말했다.


“오늘 오후에는 일라이 마을에 도착할 겁니다. 그때까지만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아니에요. 덕분에 편하게 가는걸요. 고맙습니다.”


마차의 바닥은 땅에서 올라오는 찬 기운을 막기 위에 몇 겹의 천과 곰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짖은 밤색의 매트가 깔려 있었다. 그녀와 아이는 춥지 않게 구해온 푹신한 새의 속 깃털로 속을 채운 이불을 두르고 있었다.


더스틴은 고개를 끄덕인 후 바람이 마차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꼼꼼히 막아 묶은 후 이동을 하였다. 더스틴은 아이와 산모의 상태를 진찰받으러 일부러 남부 아래쪽에 있는 일라이 마을에 들려 가기로 사전에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곳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성자의 마을인 일라이는 종교적으로 의학적으로 뿌리가 깊은 곳이었다.


일행은 해가 떠 있는 오후가 되어 일라이 마을에 도착해 여관을 잡고 더스틴은 설희를 대리고 수도원으로 나머지 일행은 코로나시까지 갈 때 필요한 식료품을 사기 위해 둘로 나뉘어 볼일을 보았다.


오랜 전통이 있는 성자의 마을이라 그런지 마을의 규모는 제법 컸지만, 검소함을 추구하는 종교적 채색 때문인지 외관은 검소하고 소박해 보였다.


어디까지나 외향적인 눈으로 그렇게 보일뿐


*****



“돈만 밝히는 성직자 새끼들, 치료비와 물약 몇 개를 주고 말도 안 되게 받아 처먹다니”


데바는 치료비로 금화 두 개를 썼다는 말에 혀를 내둘렀다.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앞당기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했으나 그래도 데바는 지출된 금액에 어이없어했다.


“소리 낮춰, 그녀가 들으면 곤란할 거야.”


더스틴은 데바가 자중해 주길 바라며 그를 달랬다.


“제라니언형 형도 고향이 이쪽이지 않아?”


“좀 더 아랫마을에 아버지가 사시면서 치료차 이 마을에 종종 왔었는데 그때 치료사였던 어머니를 이곳에서 만나 인연이 되었어”


마을에 도착하고 제라니언은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밖을 나오지 않고 여관에서 보냈다.


“오랜만에 고향에 왔는데 아는 지인분들을 찾아뵙지 그래”


“아버지가 어렸을 때 잠시 살다 떠나셔서 거의 타지 사람이라 딱히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지 않으셔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어”


“어머니 쪽도?”


“어머니 쪽은....”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제라니언은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가 오늘 이 정도 말한 것도 말을 많이 한 걸 아는 바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일행은 하루를 여관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한 후 오전에 출발을 하였다.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게시판의 글을 보고 인상을 쓰던 더스틴이 혀를 찼다.

표지판의 글은 꽤 오래전에 작성돼 붙어 있었는지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래지고 달아 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자나 깨나 속옷 조심, 입은 속옷도 다시보자#

#속옷 도적 조심. 팬적단 수괴의 행방을 알거나 정체를 아는 자에게 후한 상금 있음#


바트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데바를 위해 글을 읽어주었다. 바트의 말에 데바는 이 마을에 생각나는 전설적인 인물이 있는지


“아! 그놈 남부에서 정말 유명했었지. 아직까지 팬적단 수괴가 안 잡혔나 보네 여자 속옷이라면 나이, 신분, 국적, 불문으로 목표가 된 속옷은 반드시 훔쳤다는 희대의 변적 이였어. 오죽했으면 그놈을 숭배하는 팬적단도 만들어졌을 정도야. 당시 얼마나 심했으면 놈들이 훔친 속옷 때문에 여자들 속옷값이 몇 배나 폭등했다고 하더군. 이 동네 여자들이 속옷 입는 걸 포기했다고 할 정도면 의적단 같기도 하고 헤헤”


데바는 코쓱을 하며 당시 상황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지는 듯 헤벌쭉해졌다.


“허! 그 팬적단의 탄생지가 여기군요.”


“맞아”


바트도 어렸을 때 화이트 형님과의 팬티 사건이 생각났는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게시판을 다시 한번 봤다.


“몇 년 전부터 갑자기 속옷 도난이 사라졌다고 하던데 아직까지 붙어있는 걸 보면 잔챙이들만 잡히고 수괴인 그놈은 안 잡히고 잠수 탔나 보네.”


그는 읽지 못하는 현상 포스터를 보며


“그놈 잡히면 곱게는 못 죽을 거야 잡히면 아마 여자들에게 속옷으로 목매달아 죽겠지 낄낄”


시린 겨울 찬 바람이 쌩쌩 부는 데도 불구하고 제라니언은 이마에는 식은땀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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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화. 금의환향 24.07.30 554 4 14쪽
70 70화. 늑대왕 로보와 마리 24.07.29 559 5 11쪽
» 69화. 팬적단 +2 24.07.26 564 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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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화. 설희2 24.07.24 562 5 13쪽
66 66화. 1호실 인싸들 24.07.23 570 4 11쪽
65 65화. 아이온 성의 주인 +2 24.07.22 568 5 11쪽
64 64화. 오랜만이다 24.07.19 567 5 13쪽
63 63화. 악마보다 더 더 더한놈들 24.07.18 580 5 13쪽
62 62화. 소고기는 못 참지 24.07.17 582 6 12쪽
61 61화. 이게 훈련이야? 이게 특훈이야? 24.07.16 586 4 10쪽
60 60화. 가을 축제 24.07.15 591 5 12쪽
59 59화. 1호실 낙오자들 3 24.07.12 600 7 11쪽
58 58화. 1호실 낙오자들 2 24.07.11 600 6 13쪽
57 57화. 1호실 낙오자들 1 24.07.10 60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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