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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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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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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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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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윤 피디

DUMMY

“윤 피디님, 혼을 부를 때 말입니다. 윤 피디님이 쓰신대로면 거친 목소리로 중얼거리면 되는 거죠? 유 작가님은 원래 목소리보다 반 옥타브 올리고 마치 반쯤 최면에 걸린 듯이 하라고 되어 있고요.”


주인공 역을 맡은 최상현이 형민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래요.”

“이런 모습과 반대로 강신무를 출 때 윤 피디님은 흐느적흐느적 추라고 되어 있는데, 유 작가님은 좀 더 힘있게 추길 원하네요. 두 분이 이런 부분들에서 달라서 재밌네요.”


상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지만, 형민은 입을 다물고 생각에 빠졌다.


‘이해 안 되네. ’부름‘은 분명 내 꺼라고. 얼마나 오랫동안 고심해 썼는데 배우들이 연기하고 영상으로 찍으면 녀석이 쓴 게 더 괜찮은 거지? 게다가 녀석은 카메라로 배우들을 찍을 구도까지 써 놓았어. 영상의 색을 어떻게 쓰는지 음악은 뭘로 할지 다 정해두었어. 혹시 이 녀석, 남몰래 피디로 일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형민은 상현이 연기 연습하는 것을 보고 다시 마음이 쓰린 것을 느꼈다. 상현이 대사를 거친 목소리로 대사를 소리칠 때 형민은 단지 미치광이가 난동을 부리는 인상을 받았다.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돌릴 정도였다.


‘젠장. 왜 자꾸 비교가 되냐고?’


형민의 머릿속에 지한이 쓴 시나리오로 가득했다. 급기야 형민은 근심 어린 얼굴로 머리를 두 손으로 싸매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던 한길은 슬그머니 극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권 작가님, 지금 윤 피디가 배우들에게 연기 지시를 하고 있습니다. 연습이 끝나면 곧 촬영에 들어갈 듯 합니다.”

“그래? 윤 피디는 지금 어떤 상태지? 여전히 유 작가에게 적의를 보이나?”

“지금도 윤 피디가 유 작가를 욕하고 있습니다.”

“그래? 흠......, 뭔가 주목할 일이 있으면 다시 연락해.”

“예.”


한길이 다시 극단 쪽으로 몸을 틀자 뒤에서 누군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잠깐. 할 말이 있는데.”


한길이 돌아보니 근육질에 눈빛이 날카로운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의 위압감에 한길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누....누구세요?”

“당신, 저번에 이어 또 권 작가에게 보고를 했지? 내 의뢰인이 지켜보라고 하지 않았으면 당신은 무사하지 못했을 거야. 다치기 싫으면 조용히 따라와.”

“겨, 경찰 부를 거야. 다, 다가오지 마.”


한길이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나려 하자 남자는 한길의 어깨를 한 손으로 잡고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짤막한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진 한길을 남자는 다시 잡아끌고 가 검은색 suv에 태웠다. 차 안에는 얼굴이 희고 턱이 뾰족한 남자가 있었는데, 한길을 넘겨받은 즉시 제압해 손으로 입을 막았다. 운동선수 같은 남자는 차에서 떨어져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김 이사님, 윤 피디를 감시하던 녀석을 지금 차 안에 잡아뒀습니다.”

“혹시 그 사람을 다치게 한 건 아니지? 또 저번처럼 전치 6주로 만든 건 아니고?”

“아닙니다. 아주 무사합니다.”

“일단 그 말을 믿어주지. 재진이 네가 직접 그 사람을 설득해서 우리 쪽 사람으로 만들고.”

“예, 알겠습니다. 녀석의 가족은 확인 끝났으니 문제 없습니다.”

“이봐, 가족은 건드리면 안 된다고 했잖아. 다른 방법을 써.”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김 이사님.”


전화를 끊은 뒤 재진은 뚜벅뚜벅 차로 다가갔다. 차 문을 열자 뒷좌석에 제압되어 떨고 있는 한길과 눈이 마주쳤다. 재진은 명훈의 말을 떠올리고는 한길에게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그 웃음은 개구리를 눈앞에 둔 뱀이 짓는 것 같은 웃음이었기에 한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막힌 입에서는 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



10분짜리 ‘부름’ 영상 비교를 위해 지한은 병지와 극단 ‘혼’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병지는 형민이 연출은 물론 편집까지 맡았기에 마음이 복잡했다. 지한을 믿는 마음 한편으로는 형민이 이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있었다. 병지는 지한을 힐금거리며 주머니 속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안녕하세요, 윤 피디님.”

“어....., 어.... 유 작가.”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기세등등했던 것과 달리 형민은 지한과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빨리 알게 된 것 같네. 다른 사람이 쓴 ’부름‘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지한은 ‘부름’을 비교하기 위해 준비한 화면과 투표함을 슬쩍 보고는 그 앞에 설치된 의자에 앉았다. ‘부름’에 출연한 배우들과 극단 ‘혼’의 스태프들 역시 하나둘 의자로 향했다. 지한은 비장한 얼굴로 자신 옆에 앉는 병지를 보고 웃지 않기 위해 입을 꾹 다물었다.


형민은 긴장한 얼굴로 TV 화면을 등지고 섰다.


“오, 오늘 ‘부름’의 두, 두 가지 버전을 보고 더 잘 된 것을 뽑아주세요.”


형민은 입을 다물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투표함을 가리켰다. 긴장한 형민을 보고 병지가 의아하다는 듯이 귓속말로 물었다.


“그런데 윤 피디는 왜 저렇게 긴장한 거야?”

“결과물이 자신의 생각과 달라서 그런 거지. 저 사람은 이미 알걸. 어떤 버전이 더 좋은지.”

“무슨 소리야?”

“두고 보면 알아.”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는 지한을 병지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지한의 지금 당장 병지의 의문을 풀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병지가 못마땅하다는 눈빛을 보내도 지한은 흔들리지 않았다.


형민은 먼저 지한이 쓴 시나리오로 찍은 버전을 틀었다. 영상이 시작되자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숨소리조차 줄이고 ‘부름’에 빠져들었다. 홀 안을 채운 소리는 감탄의 소리나 상현의 압도적인 연기에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뿐이었다. 형민은 몸에 전율을 느끼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상이 끝나자 사람들은 압도적인 작품에서 빠져 나온 것을 안도하는 숨을 내쉬며 손뼉을 쳤다.


형민은 망설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마지못해 자신이 썼던 ‘부름’을 켰다. 그것을 보고 병지는 알았다. 이번 대결에서 지한이 이겼다는 것을. 형민이 자신의 시나리오로 만든 버전에 자신 있었다면 저렇게 힘들어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확신으로 바뀌었다. 지한이 썼던 버전과 달리 사람들은 영상에 잘 집중하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민망해하는 듯한 기침 소리가 들렸다. 형민은 얼굴이 빨개진 채 자신의 영상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 그러면 ‘부름’에 출연했던 배우분들..... 투, 투표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 버전의 영상이 끝나자마자 화면을 끈 형민이 더듬거리며 배우들에게 부탁했다. 그 부탁에 따라 배우들은 종이에 숫자를 적어 투표함에 넣었다. 열 명의 배우가 모두 자리에 앉자 형민은 투표함으로 다가갔다.


병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형민이 이겨 지한을 고소할 일이 없으니 명훈의 변호사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여기고 있을 때 형민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왔다.


“.....5대 5입니다.....”


병지는 화들짝 놀라 형민을 쳐다보았다.


“첫 번째 버전과 두 번째 버전 모두 다섯 표씩 얻었습니다......”


병지는 당황한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5, 5대 5라고..... 이건 말도 안 돼......”


병지는 흔들리는 눈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지한은 병지와 달리 입가에 옅게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이것 참 곤란하군요. 단번에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다니.”


지한은 애석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병지는 그가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윤 피디님이 결정하는 것으로요. 윤 피디님의 한 표가 향하는 버전이 승자가 되는 겁니다.”


지한의 말에 병지는 경악한 듯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렸다.


“지, 지한아......”


병지는 겨우 지한을 불렀지만 뒷말을 잇지 못했다. 형민 역시 넋이 나간 듯 지한을 쳐다보다 입을 달싹거렸다.


“내.... 내가 투, 투표해 정하라고?”

“예. 윤 피디님이 승자를 정해주세요.”

“.....내가 이기면 당신이 고소당한다는 걸 잊지 않았겠지?”

“그럼요. 윤 피디님이 이기면 윤 피디님을 모욕했던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셔도 됩니다.”


형민은 제자리에 선 채 입을 반쯤 벌리며 지한을 보고 있었다. 그런 형민을 지한은 다시 재촉했다.


“윤 피디님은 어떤 버전을 승자로 뽑고 싶습니까?”

“......”


형민은 TV 화면과 투표함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다시 지한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홀 안의 모든 사람들이 형민의 입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 내가 승자를 뽑는다면......”


형민의 입술이 달달 떨렸다.


“내, 내가 생각하기에......”


형민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지한을 노려보듯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이겼어.”


형민의 말에 홀 안은 순간 조용했다가 이내 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채워졌다. 병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지한과 형민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렇군요. 제가 이겼군요.”


지한은 형민의 판결 전과 다름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윤 피디님이 제 조건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FN 소속 피디가 되어 제 지시를 따르는 겁니다.”


형민은 머뭇거리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 나온 김에 오늘 계약하도록 합시다.”


지한은 병지를 돌아보며 말했다.


“병지야, 김 이사님에게 변호사를 부탁드렸으면 해. 고소 사건 담당 변호사가 아니라 계약서를 검토해주실 변호사로 부탁해.”


병지는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겨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병지는 극단 ‘혼’을 나와 차에 오르고서야 지한에게 질문할 수 있었다.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야? 난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어.”

“뭘?”

“배우들 반응은 분명 네가 쓴 버전에 호의적이었거든. 근데 투표 결과가 5대 5로 나왔어..... 게다가 너는 윤 피디더러 승리작을 고르라고 했고.”

“투표 결과가 5대 5로 나온 건 내가 배우들에게 부탁해서 그런 거야.”

“뭐?”

“어제 오후에 극단 배우들에게 전화를 걸었어. 정확히 5대 5로 마음에 드는 버전을 선택해 달라고.”

“.....배우들이 네 말을 용케 들었네.”

“5대 5 결과가 나와야 윤 피디를 그 괴상한 스튜디오에서 나오게 할 수 있다고 했거든. 모두들 윤 피디를 걱정하는 걸 알고 부탁했지. 덕분에 윤 피디는 FN 소속 피디가 되어 바깥세상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되었잖아.”

“그것은 그래도 윤 피디가 마지막에 자신이 쓴 버전을 골랐다면 어쩌려고 그런 거야? 혹시 윤 피디가 네가 쓴 것을 선택할 것을 안 거야?”


지한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자신이 쓴 것을 선택하면 윤 피디는 이대로 ‘부름’을 땅속에 묻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거야. 아끼는 자식 같은 작품을 차마 떠나보낼 수는 없잖아?”


지한의 말을 듣고 병지는 약이 올랐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걱정하는 데도 무사태평이었네. 너 배우들에게 투표 결과를 부탁한 건 부정행위라는 건 알지? 배우들이 사실은 모두 윤 피디를 선택했을 수도 있었거든. 나도 윤 피디 쪽이 더 좋았고.”


그러자 지한이 대놓고 웃었다.


“윤 피디 버전 영상을 볼 때 그렇게 크게 하품을 계속했으면서 그런 말을 하면 믿음이 안 가잖아.”


지한의 말에 병지의 얼굴이 빨개졌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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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페이퍼 컴퍼니 24.09.16 7 0 12쪽
95 구치소 사건 24.09.14 7 0 12쪽
94 구치소 사건 24.09.13 11 1 12쪽
93 구치소 사건 24.09.11 10 1 11쪽
92 구치소 사건 24.09.10 14 1 11쪽
91 구치소 사건 24.09.09 16 1 12쪽
90 구치소 사건 +2 24.09.07 14 1 12쪽
89 공략 +2 24.09.06 13 1 12쪽
88 공략 24.09.04 14 0 12쪽
87 공략 24.09.03 15 0 12쪽
86 공략 24.09.02 12 0 11쪽
85 공략 +2 24.08.31 17 0 12쪽
84 공략 +2 24.08.30 15 0 11쪽
83 수사 24.08.28 16 0 12쪽
82 수사 시작 +2 24.08.27 18 0 12쪽
81 수사 시작 +3 24.08.26 20 0 12쪽
80 탈출 24.08.24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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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탈출 24.08.21 20 0 12쪽
77 탈출 +2 24.08.20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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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대결 24.08.17 23 0 12쪽
74 대결 +3 24.08.16 22 0 13쪽
73 위기 +2 24.08.14 18 0 12쪽
72 위기 24.08.13 19 0 12쪽
71 위기 +2 24.08.12 20 0 13쪽
70 위기 +2 24.08.10 21 0 12쪽
69 위기 24.08.09 20 1 12쪽
» 윤 피디 24.08.07 2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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