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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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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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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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DUMMY

재진에게 문자를 남긴 사람은 명훈이었다. 재진은 석현과 진기를 쫓아갈 때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뒀기에 그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문자는 경찰청에서 지시받은 인천 경찰서 소속 경찰들이이 외이도로 간다는 내용이었다.


“지한 씨, 김 이사님이 말한대로 경찰들이 지금 외이도로 오고 있다네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재진 씨, 휴대폰 좀 빌려줄래요? 김 이사님에게 전화해볼려고요.”


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지한에게 내밀었다. 지한이 직접 무사하다고 말하는 게 명훈을 더욱 안심시킬 것 같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명훈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한은 대신 병지에게 문자를 남겼다.


“바쁘신 것 같네요. 재진 씨, 전화 한 통 더해도 되요?”

“얼마든지 쓰셔도 됩니다.”


재진은 지한이 부모님에게 전화할거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지한의 입에서 ‘서초구 경찰서죠’라는 말이 나오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민우현 탐정 교살 사건을 담당하시는 형사님이시죠?”

“그런데 누구십니까?”

“민 탐정님과 같이 일했던 강형섭 씨 지인입니다. 민 탐정님을 교살한 용의자가 지금 외이도에 있습니다.”


지한은 서초구 형사에게 영진의 존재를 알렸다. 재진은 마치 도깨비에게 홀린 얼굴로 지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녹음이라고요?”


지한이 통화를 마쳤을 때 재진이 물었다.


“민 탐정을 교살한 사람의 음성을 어떻게 녹음했습니까?”

“재진 씨가 준 시계에는 발신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녹음 기능도 있잖아요? 제가 녀석들에게 붙잡혔을 때 시계의 녹음 기능을 켰어요. 녀석들의 범죄 행위를 입증하기 위해서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말까지 듣게 됐어요. 저를 붙잡은 녀석이 입이 가벼운 녀석이었거든요. 그 녀석이 저를 겁주려고 형섭 씨와 민 탐정 일을 꺼내더라고요. 자기들이 민 탐정을 직접 목매달았다고 말이죠. 마침 민 탐정을 담당했던 형사들이 타살 증거를 발견해 다시 조사하고 있었거든요.”


재진은 입을 반쯤 벌리고 지한을 보다가 피식 웃어 버렸다. 안도감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지한이 감탄스러웠던 것이다.


“지한 씨, 혹시 제가 하는 일을 배워볼 생각은 없습니까? 아주 잘하실 것 같은데요.”

“잘하다니요. 호신술 하나 배우지 않아 그렇게 맥없이 끌려갔는데요.”


지한은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지만 재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목에 남은 자국과 찢기고 멍든 얼굴을 보면 지한은 끌려가는 동안 심하게 맞고 목이 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외상 후 장애가 남을 만한 일을 겪고도 지한의 얼굴에 적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적들의 범죄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증거를 손에 넣었다며 좋아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보통 담이 센 게 아니야.’


재진은 지한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지한에게 경호 일을 배워보라고 말한 게 농담이 아니었다. 재진은 이번 일을 하면서 영진이 얼마나 단단한 벽이고 위협적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지한은 그런 영진을 넘어섰다. 가게에서 침낭을 사서 영진의 시선을 돌렸을 뿐 아니라 자신을 유인하려고 석현과 진기를 잠입시킨 일을 거꾸로 이용해서 영진을 기습하려고 했다. 재진이 지한과 일할 수 있다면 그 영향력을 해외로도 뻗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진은 마을 중앙으로 통하는 길옆에 매복한 장씨 부하들을 매복시킨 뒤 현도와 함께 해안가가 보이는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의 목표는 영진이었다. 작은 단서로 자신의 계획을 깨고 조직적으로 부하들을 쓰는 인물이라면 마을 중앙으로 향하는 길목에 재진이 지키고 있을 것을 예상했을 것이다. 정황상 영진은 섬의 길을 잘 아는 주민을 데리고 있었다. 마을 중앙길로 부하들을 보내고 자신은 샛길로 빠져 해안으로 향할 가능성이 컸다.


“장씨, 부하들에게 경찰 제복 벗고 원래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했지?”

“당연하지. 여기서 공무원 사칭죄로 경찰에 체포될 수는 없잖아?”

“그리고 그런 일로 장씨에게 더 빚을 질 수는 없지.”

“그 말 들으니 아쉬운데. 미래를 위해 곽씨에게 빚을 더 지워야 하는데.”


현도는 씨익 웃으며 농담인 듯 진담인 듯 말했다.


“근데 그 사람, 여기로 올 거는 확실해?”


재진은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해변을 살피며 대답했다.


“우리가 지한 씨를 구한 것을 알았으니 그 사람은 분명 싸움 장소를 옮기려 하겠지. 차라리 육지라면 손쓸 방법이 여러 가지니까.”

“곽씨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한번 믿어보지. 일단 곽씨가 말한 대로 해놨어. 그나저나 곽씨의 잔머리는 못 당하겠어.”

“아무리 그래도 장씨만 하겠어.”


재진은 여전히 해변을 보며 현도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쳤다.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재진의 생각대로 해변에 영진이 부하 셋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재진과 현도는 영진에게 들키지 않게 더욱 몸을 낮췄다.


영진의 부하는 보트와 바위를 연결한 밧줄을 풀었다. 재진은 기철을 따라갔던 장씨 부하가 보트 열쇠를 가지고 있었고 석현과 진기에게 습격당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 만약 섬을 떠난다면 자신들이 숨겼던 보트를 이용하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재진은 장씨 부하들에게 보트를 다시 해안가에 띄우라고 명령했다. 그것을 알 길 없는 영진이 보트에 오르고 뒤이어 그의 부하들이 사방을 경계하며 보트에 탔다.


“허락도 없이 남의 보트를 마구 타다니......”


이미 예상했을 텐데도 현도는 못마땅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투덜댔다.


“저 보트값도 곽씨 앞으로 달아놓으면 되지?”

“열 배로 갚아주지.”


영진과 그 부하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재진이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현도는 눈을 빛냈다. 보지 않고도 현도의 상태를 아는 재진이 덧붙여 말했다.


“저 사람 잡을 수 있게 도와주면 스무 배로 갚지.”


재진은 현도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자 현도는 씨익 웃으며 재진 뒤를 따라갔다. 영진이 탄 보트가 해안가에서 2, 3미터 멀어졌을 때 재진은 또 다른 보트에 올라탔다. 현도는 보트의 휠을 잡은 뒤 영진이 탄 보트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쯤 신호가 올 텐데 말이야.”


현도의 말이 신호라도 된 듯 물길을 헤치며 나아가던 영진이 탄 보트는 속도가 줄어드나 싶더니 엔진 쪽에서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도 보트에 불길이 붙은 게 보였다. 그것을 보고 현도는 신난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렇지. 휘발유가 든 엔진에 등유와 경유를 섞어 넣으면 저런 사달이 난다니까.”


자신의 부하에게 섬 주민에게서 얻은 등유와 경유를 보트 엔진에 집어넣으라고 명령을 내렸던 현도는 휘파람을 불며 바다에 뛰어든 영진에게로 보트를 몰았다. 재진은 총을 영진에게 겨누며 말했다.


“자, 한 놈씩 여기로 올라와라. 허튼짓하면 바로 물귀신으로 만들어 줄 테니.”


영진은 재진을 노려보다가 품에서 칼을 빼 들었다. 그러고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는 재진이 보란 듯이 칼로 자신의 목을 그었다. 재진이 놀라 눈을 부릅뜬 사이 영진은 천천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곽씨, 왜 그래?”


보트 조종석에서 현도가 소리쳤다.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재진은 바다 밑에서 다시 떠오르는 영진의 시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해가 지면서 바다에 붉은 기운이 도는 가운데 영진의 시체가 물결에 흔들리는 모습이 괴기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장씨 부하들이 기습을 성공하기도 했지만 일의 수습은 뒤이어 출동한 경찰이 했다. 경찰은 하루가 저문 시간에도 남은 일당을 잡아들이고 주변을 수습했다. 경찰은 영진의 부하들이 잡고 있었던 상현도 무사히 구해냈다. 다행히 섬 주민이 입은 피해는 적었다. 영진의 부하들이 조심하기도 했지만 섬 주민은 애초에 그들을 피해 다녔다. 영진의 길 안내를 맡았던 중년 남자는 협박 때문에 그랬다며 우겼다. 남자의 발뺌에 화가 난 재진이 중년 남자를 따로 혼내주려 했지만 지한이 그것을 반대했다.


“지한 씨가 꾀를 내서 저들 시선을 돌렸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저 남자 때문에 위험할 뻔하지 않았습니까?”


영진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무사하잖아요. 저 아저씨가 처벌받게 되면 섬사람들 사이에 안 좋은 말만 돌 텐데요.”


경찰이 타고 온 배에 타서 점점 어두워지는 섬을 바라보며 지한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당 할머니는 섬이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직접 집으로 찾아갔는데도 만나 주시지 않네요.”

“그런 사람들이야 나쁜 기운이니 좋은 기운이니 할 테니까요.”

“기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섬 주민들을 겁먹게 한 건 사실이니까요. 이번에는 촬영 장소로 못 쓸 것 같아요. 그것마저 섬 주민들에게는 소란스러운 일이 될 테니까.”


재진은 잠시 말없이 지한을 쳐다보다가 가볍게 피식 웃었다.


“이거 지한 씨에게 못 당하겠는데요. 제가 부러워하는 점이 두 가지나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좀 덮어놓고 일을 저지르는 편인데 그럴 때면 기철이 항상 잔소리를 하죠. 제 행동으로 크고 작은 피해를 본 사람들 마음을 좀 생각하라고요. 김 이사님과 알고 지내면서 잔소리하는 사람이 하나 더 늘었지만요.”

“김 이사님과는 전부터 알고 지내셨네요.”

“예. 그분이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로 출장을 갈 때 저를 고용했죠.”

“재진 씨는 해외에서도 활동했네요.”

“그랬죠.”


이번에는 재진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는 잘 해냈는데. 어째 국내산 조폭들이 반군보다 다루기 더 어렵냐......’


재진이 속으로 툴툴대고 있을 때 현도의 목소리가 갑판 뒤편에서 들렸다.


“어이, 곽씨. 여기 와서 말 좀 해줘. 난 곽씨 도움 요청 때문에 이 섬에 온 거잖아.”


재진은 경찰 앞에서 쩔쩔매는 현도를 돌아봤다가 지한에게 말했다.


“지한 씨, 장씨 도우러 가봐야겠네요.”

“예. 그런데 제게 부럽다는 나머지 하나는 뭐죠?”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요.”


재진은 뒤돌아 현도에게 다가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보다 한참 어린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 거라고 말하긴 쑥스럽지.’



재진이 자리를 떠나자 지한은 섬을 보며 안 좋았던 기억은 그만 떠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할 일을 해야지.’


지한은 재진이 기철에게서 받아온 휴대폰을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러고는 서초구 형사에게서 받은 번호로 전화했다.


“형사님, 민우현 탐정 일로 전화한 사람인데요.”

“그래요. 지금 외이도로 가고 있어요.”

“그 용의자들이 저와 관련해 조사를 받을 거거든요. 그 뒤에 형사님이 조사 대상으로 요청하시면 될 것 같아요.”

“용의자들이 어디서 조사받을지 혹시 아나요?”

“경찰청 소속 분들이 외이도에 와서 용의자들을 체포했거든요. 형사님이 용의자들을 만나기 전에 제가 먼저 녹음한 것을 들려드리고 싶은데요.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 제가 서초구로 갈까요?”

“지한 씨가 괜찮다면 오늘 만났으면 합니다.”

“그래요? 그럼, 인천 경찰서 근처 까페가 어떠신가요? 제가 거기서 피해자 진술을 해야 하거든요.”

“알겠습니다. 저희가 먼저 가서 기다리겠습니다.”

“피해자 조사가 끝나는 대로 갈게요.”

“알겠습니다.”


지한은 전화를 끊고 손목에 찬 시계로 눈을 돌렸다.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다짐했다.


“이번엔 쉽게 못 빠져나가게 해야 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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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구치소 사건 24.09.14 5 0 12쪽
94 구치소 사건 24.09.13 9 1 12쪽
93 구치소 사건 24.09.11 9 1 11쪽
92 구치소 사건 24.09.10 14 1 11쪽
91 구치소 사건 24.09.09 15 1 12쪽
90 구치소 사건 +2 24.09.07 13 1 12쪽
89 공략 +2 24.09.06 13 1 12쪽
88 공략 24.09.04 13 0 12쪽
87 공략 24.09.03 13 0 12쪽
86 공략 24.09.02 11 0 11쪽
85 공략 +2 24.08.31 15 0 12쪽
84 공략 +2 24.08.30 14 0 11쪽
83 수사 24.08.28 14 0 12쪽
82 수사 시작 +2 24.08.27 16 0 12쪽
81 수사 시작 +3 24.08.26 19 0 12쪽
» 탈출 24.08.24 21 0 12쪽
79 탈출 24.08.23 15 0 11쪽
78 탈출 24.08.21 18 0 12쪽
77 탈출 +2 24.08.20 16 0 12쪽
76 대결 24.08.19 16 0 12쪽
75 대결 24.08.17 21 0 12쪽
74 대결 +3 24.08.16 21 0 13쪽
73 위기 +2 24.08.14 17 0 12쪽
72 위기 24.08.13 18 0 12쪽
71 위기 +2 24.08.12 19 0 13쪽
70 위기 +2 24.08.10 19 0 12쪽
69 위기 24.08.09 20 1 12쪽
68 윤 피디 24.08.07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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