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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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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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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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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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DUMMY

진기는 강 변호사가 자신을 만나겠다는 말을 듣고 이제 됐다 싶었다.


‘그래. 백 실장은 당연히 나를 구슬릴 필요가 있지. 석현이 새끼 말만 듣고 내가 입을 싹 닦을 거라 생각하면 안 되지.’


강 변호사는 백도현에 대해 입을 다무는 대가로 출소 후 일자리를 주겠다고 했다.


“......일자리요?”


진기는 마뜩찮은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설마 그걸로 내가 당신들 말대로 할 거라 생각합니까?”

“이제부터 진기 씨가 뭘 원하는지 들으려고 합니다.”

“그래요?”


진기는 의자 등받이로 몸을 기대며 한껏 여유로운 얼굴을 했다. 마치 상대편 조폭을 두고 이리저리 가늠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먼저 변호사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들으셨겠지만 서초 경찰서 짭새들이 민 탐정 일 때문이라면서 입안을 면봉으로 긁어갔거든요. 그거 짭새 드라마 보니까 유전자 검사라던데. 이거, 재수 없으면 민 탐정 때문에 골로 갈 수 있겠더라고요. 뭐, 강 변호사님이 내 변호해줘도 되고 아니면 다른 변호사도 괜찮죠. 나야 내 변호만 잘 해주면 그게 누구든 상관 안 해요.”

“변호사라..... 아직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데 변호사부터 구하는 겁니까?”


강 변호사가 진기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니면 서초 경찰들이 하는 검사에서 자신이 걸리겠다 하는 거라도 있는지......”


강 변호사의 은근한 말투에 진기는 버럭 화를 냈다.


“이봐, 당신.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당신들은 막말로 내 앞에서 기어야 돼. 유전자 조사에서 뭔가 나온다? 절대 나 혼자 죽지 않지.”


강 변호사의 눈빛에 냉랭한 빛이 떠올랐지만 입은 미소 짓고 있었다.


“그렇게 화만 내지 말고 우리 냉정하게 따져보죠. 나는 당신과 싸우러 온 게 아니니까.”


강 변호사는 한껏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진기를 쳐다보았다.


“당연히 이쪽에서 진기 씨를 보호할 변호사를 고용할 겁니다. 만약 진기 씨가 실행범으로 나오더라도 형을 최소한만 살게 해줄 겁니다. 게다가 감방을 나오면 사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뒤를 봐 드리죠.”


팔짱을 끼고 강 변호사를 살펴보던 진기가 대뜸 입을 열었다.


“10억.”

“예?”

“나는 말이야. 말만 번지르르한 놈들 말은 안 믿어. 통장에 정확히 10억 꽂아서 와요. 그러면 나는 당신 하라는 대로 할 테니.”


생각지도 못한 요구에 강 변호사는 얼어붙은 듯 잠시 진기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이봐, 당신, 지금 이걸로 한몫 잡으려는 거 같은데 사람이 욕심을 과하게 부리면 탈이 날 수도 있어. 당신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든 우리가 대처 못할 거라 생각해? 우리가 손 쓰면 당신 감옥에서 평생 썩을 수도 있어.”


그 말을 듣고 진기는 보란 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럼, 감옥에서 평생 썩지 뭐. 백 실장하고 함께 말이야.”


진기의 이죽거리는 말을 듣고 강 변호사의 눈에 분노가 어렸다. 하지만 강 변호사는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봐요, 박진기 씨. 잘 생각해봐요. 만약 당신의 DNA가 나온다면 당신은 민 탐정의 유력 살해 용의자가 됩니다. 검찰은 이걸로 당신을 기소하겠지. 백도현이 시켜서 그랬다고 하면 경찰은 당신이 자백했다고 할 겁니다. 당신이 자백하면 재판에서 다툴 것 없이 살인범으로 판결 날 겁니다. 그걸 원하십니까?”


강 변호사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껏 여유를 부리던 진기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아무런 말도 못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당신과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 당신이 원하는 거는 나 혼자 결정할 수 없으니 그분과 상의해야 합니다. 다음에는 긍정적인 대답을 가지고 면회오죠.”


강 변호사가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며 진기가 말했다.


“10억 든 통장이 없으면 다시 날 보러 올 필요는 없습니다.”


면회실을 나오자 강 변호사는 딱딱하게 얼굴을 굳혔다.


“쓰레기 같은 녀석이 머리까지 나쁘군. 지 무덤 자리를 지가 파고 있어.”


강 변호사는 커피를 들고 경찰서 문을 열고 들어오던 남자와 부딪혔다. 그 바람에 커피가 강 변호사의 양복에 튀었다. 남색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 세탁비 물어드리겠습니다.”


강 변호사는 언짢은 얼굴로 양복 주머니에 튄 커피 자국을 쳐다보았다. 남자는 지갑 속에서 돈을 꺼내 내밀었다.


“아, 됐습니다.”


강 변호사는 손을 한번 내젓고는 휑하니 남자를 지나 경찰서를 나갔다. 잠시 뒤 남자는 경찰서 문을 열고 나가 강 변호사 차가 주차장을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주차장 구석에 주차된 차 안의 고연수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연수는 도청 발신기를 켰다.



*



지한은 늦은 아침을 먹으며 연수에게서 온 메시지를 읽었다.


‘지한 씨, 최석현과 박진기는 이영진 밑에 있을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서열상 최석현이 위여서 박진기가 석현의 명령을 듣기는 했지만, 진기가 이것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제 아는 동생이 일부러 죄를 짓고 인천 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가서 이영진 밑에 있었던 녀석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석현과 진기 사이가 특히 심상치 않아 보이더라고 하던데요. 이영진이 있을 때는 그나마 유지되던 상하관계에 흔들리는 게 보이더랍니다. 석현이 녀석들에게 이 일은 백도현과 관련 있다는 말을 입 밖에 내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합니다.’


지한은 메시지를 읽다 빈틈없어 보이던 최석현의 모습을 떠올렸다. 폭력이 생활인 그들 중에서도 상당히 이성적인 타입으로 보였다.


‘백도현이 이미 작업을 해놨기에 손쓰기 쉽지 않겠지.’


지한은 속으로 중얼거린 뒤 다시 메시지로 눈을 돌렸다.


‘오늘 아침에 백도현 측 변호사가 진기를 면회했습니다. 석현에게 와서 지시를 하던 변호사가 진기를 면회한 이유가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해당 변호사가 진기를 만나러 가기 전에 도청기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변호사가 경찰서를 나서기 전에 도청기를 수거했고요. 도청기를 붙이고 수거하는 동안 변호사는 딱히 의심스러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변호사가 진기와 직접 나눈 대화는 음성 파일로 보냅니다.’


지한은 메시지 밑에 첨부된 음성 파일을 눌렀다. 그러고는 강 변호사와 진기가 했던 대화를 들었다.


녹음된 소리를 듣고 지한은 난감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진기가 입을 다물겠어. 변호사의 말대로 백도현이 지시했다고 하는 순간 자신이 민 탐정을 살해했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러면 진수를 납치 미수와 폭행으로 감옥에 들어가더라도 백도현은 무사하겠어.”


지한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




강 변호사에게서 전화를 받고 도현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석현과 진기가 유 작가 납치 미수와 폭행죄만이 아니라 민우현 탐정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말입니까?”

“예.”

“아니, 경찰은 두 사람이 민 탐정을 살해한 것은 어떻게 알았다는 겁니까?”

“석현의 말로는 심문 중에 진기가 말실수를 해서 경찰이 알게 되었답니다.”

“말실수?”


도현은 이가 갈리는 것을 겨우 참았다.


“그런 주제에 민기 녀석이 10억을 달라고 했다고요? 내가 민 탐정과 관련되었다는 것을 입닫는 조건으로 말입니까?”

“예.”


도현은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도현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아챈 강 변호사 즉각 덧붙여 말했다.


“일단 서초 경찰서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게 먼저입니다. 결과에 따라 석현이나 진기가 서초 경찰서로 넘어갈 겁니다. 누구냐에 따라 다시 당근과 채찍을 써야죠.”

“......그냥 두 녀석 다 영원히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군.”


도현의 말에 강 변호사는 움찔 몸을 떨었지만, 일부러 모른 척하고 입을 열었다.


“문제는 경찰 쪽 정보나 석현과 진기의 상황을 빨리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이런 일은 시간 싸움인데 말입니다.”


강 변호사의 말을 듣고 도현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지 말이 없었다. 그 침묵에 강 변호사는 약간 초조한 심정이 되었다. 그는 의뢰를 맡은 이상 의뢰인에게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싫어했다.


도현이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강 변호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 변호사는 도현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찾아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강 변호사가 채 방법을 찾기도 전에 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우선 서초 경찰서 유치장에 애들 몇 명 들여보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석현이나 진기를 감시하기도 쉽고 여차하면 손을 쓸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거 좋군요. 그렇다면 이쪽에서 유치장으로 미리 애들을 들여보내도록 하죠.”

“예. 저도 좋은 방법이 있을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석현은 길수에게 전화했다.


“길수야, 믿을 만한 애들로 두세 명 데리고 와라.”

“예.”


*





아파트 창으로 늦은 오후의 햇볕이 들이닥칠 즈음에 지한은 박 형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지한 씨, DNA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민 탐정의 이빨에서 채취한 체세포의 DNA와 진기의 DNA가 일치합니다. 그래서 이쪽에서 인천 경찰서에 진기를 인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석현은 심문하는 도중 납치 미수와 특수 폭행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그걸로 영장 청구되었어요.”

“그래요?”

“이제 진기에게서 교사범을 실토하도록 해야죠.”

“진기가 순순히 교사범 정체를 말하진 않을 텐데요.”

“그렇겠죠. 힘든 싸움이 될 거라는 건 압니다. 게다가 석현도 실행범이라는 진술도 해야 하니까요. DNA 검사에서 빠져나갔다 해도 자신이 저지른 죗값은 받아야죠.”

“그렇죠.”

“지한 씨, 저번에 말했던 대로 지한 씨가 서초 경찰서를 드나들 수 있도록 조치해놓을게요. 어쨌든 민 탐정 살해 용의자를 밝혀낸 것도 지한 씨 덕분이니까.”


박 형사가 한 말이야말로 지한이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경찰서에서 보기로 하죠.”



휴대폰 액정에 뜬 시간은 3시 25분이었다. 시간을 확인한 뒤 지한은 FN의 회계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대리님, 미안한데 오늘 야근을 해줄 수 있을까요?”

“야근요? 알겠습니다.”

“어쩌면 상당히 늦은 시간에 이 대리님이 10억 거래를 해줘야 할지도 모릅니다. 대신 내일 하루는 유급 휴가로 처리해 드릴게요.”

“아, 그래 주시겠습니까? 그러면 오늘은 밤샘 근무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지한은 다시 재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옆집으로 가기 위해 지한이 혼자 문을 나서는 것조차 재진이 걱정해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해야 했다.


“재진 씨, 잠시 여기로 오시지 않겠습니까? 의논하고 싶은 게 있어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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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구치소 사건 24.09.14 6 0 12쪽
94 구치소 사건 24.09.13 10 1 12쪽
93 구치소 사건 24.09.11 10 1 11쪽
92 구치소 사건 24.09.10 14 1 11쪽
91 구치소 사건 24.09.09 15 1 12쪽
90 구치소 사건 +2 24.09.07 13 1 12쪽
89 공략 +2 24.09.06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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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공략 24.09.03 13 0 12쪽
» 공략 24.09.02 12 0 11쪽
85 공략 +2 24.08.31 16 0 12쪽
84 공략 +2 24.08.30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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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수사 시작 +3 24.08.26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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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탈출 24.08.23 16 0 11쪽
78 탈출 24.08.21 19 0 12쪽
77 탈출 +2 24.08.20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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