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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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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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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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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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형민이 FN 소속 피디로 계약을 마쳤다는 비서의 보고 듣고 진성은 잠시 헛것을 들었나 싶었다. 보고 받은 바로는 분명 형민은 지한을 싫어한다고 했다. 우습지도 않은 대결도 지한이 이길 가능성이 없었다. 똑같은 배우를 쓰고 연출과 편집을 형민이 맡았기에 지한에게 승산이 없었다. 진성은 이런 식으로 지한을 회사에서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만든 뒤 뒤처리를 할 생각이었다.


다만 지한이 직접 형민에게 연출을 부탁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진성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당장 능력 있는 피디가 필요한 지한이 자신이 패할지 모르는 행동을 스스로 한 데는 그럴 이유가 있었다. 지한의 행동이 마음에 걸렸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것은 진성의 실수였다.


비서가 형민의 계약 소식을 전해준 자리에 도현도 같이 있었다. 도현은 표정에 아무 변화 없이 굴곡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 작가는 애초에 대결에 큰 관심이 없었을 겁니다. 윤 피디가 남이 쓴 시나리오로 극단 스태프와 배우와 협업해서 작품을 직접 만들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을 테니까. 그리고 윤 피디가 직접 마지막 결정을 내리게 해서 스스로 FN 피디가 되게끔 한 것은 앞으로를 위해서 좋은 방법입니다.”


진성은 자신이 놓친 부분을 도현이 정확히 읽어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입안이 쓴 것을 느끼며 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강제로 피디를 시키는 게 아니라 윤 피디가 스스로 FN 피디가 되는 것을 선택하도록 만든 셈이지.”

“만만치 않은 녀석입니다. 이렇게까지 계획을 짜고 실행을 옮기는 건 보통 심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위험한 녀석이기도 하지.”

“위험한 녀석이라뇨?”

“서현수와 친했던 녀석이야.”

“서현수요?”


현수의 이름이 나오자 도현의 가면 같은 얼굴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눈가에 경련이 일었던 것이다. 그와 반대로 진성의 얼굴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녀석이 현수와 친했다는 말을 듣고 최근 일어난 일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

“최근에 있었던 일이요?”

“형석은 교통사고로 죽었지. 예지는 정신병원에 들어갔고 준수는 감옥에 있지. 형석은 이쪽에서 처리한 거지만 애초에 형석이 이상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했을 수 있어. 세 건 다 먼저 유 작가가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는 그렇게 된 셈이지.”

“.....우연이라기에는 기분 나쁠 정도로 관련이 있군요.”

“그리고 이 일들은 유 작가가 FN에 들어오고 나서 일어났어.”


진성의 말을 듣고 도현은 차가운 얼굴로 앞을 응시하다 피식 웃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빛은 더없이 사나웠다.


“그런 위험인물을 용케 그대로 놔두셨군요. 혹시 같은 작가여서 마음이 약해지신 건 아닌지.”

“직접 손을 쓰지 않고 준수가 움직이게 했지. 서현수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내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했거든. 일단 그 능력이 너무 아까워......”

“아무리 능력 좋은 작가라도 권 작가님 아래로 들어올 수 없다면 위험인물일 뿐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김 이사와 손을 잡았기에 더욱 힘든 상대가 됐고요.”

“......”

“권 작가님, 유 작가를 제 식으로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진성은 냉혹하게 눈을 빛내는 도현을 쳐다보았다.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자신 있다는 말인데. 김 이사가 유 작가 곁을 지키고 있는 상황인데도.”

“김 이사의 경우는 회장님이 해결해주셔야 합니다.”

“.....할아버지가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텐데.”

“회장님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김 이사는 첫 번째 부인의 집안사람일 뿐 혈육으로 이어진 사람은 권 작가님이니까요. 회장님은 결국 권 작가님을 택하실 겁니다.”


진성은 다시 입을 다물고 조금 전까지 살펴보고 있던 회사 재무제표를 쳐다보았다. 최근에 눈에 띄게 회사의 재정 상태가 좋아졌다. 정수가 FN 작가인 지한과 함께 작업을 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퍼지면서 회사에 투자자가 늘었다. 정수가 찍고 있는 드라마의 광고는 벌써 완판되었고 더구나 넷플릭스 방영권까지 따냈다. 이 모든 일 뒤에는 지한이 있었다. 지한은 분명 진성의 라인에 속했다면 더없이 소중한 인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서현수와 관련 있고 김 이사와 손을 잡은 지금 지한은 진성에게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었다.


진성은 도현에게 살짝 몸을 내밀고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백 실장, 어떤 방법을 쓰든 그 녀석을 내 앞에서 치워.”

“알겠습니다.”


마치 진성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도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


형민이 FN 피디로 계약을 마쳤다는 보고를 받고 명훈은 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리얼 예능 시나리오 막판 작업에서 손을 떼고 지한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김 이사님.”

“유 작가, 그동안 애 많이 썼어요. 병지 말로는 괴상하기 그지없는 윤 피디를 설득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아무래도 병지가 과장한 것 같은데요. 윤 피디는 자기 세계가 강해서 그렇지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 말에 명훈은 피식 웃었다.


“그래요? 하긴 병지가 보기보다 겁이 많아서 실제보다 크게 부풀렸을 수도 있겠네요. 병지 녀석, 이틀에 한 번꼴로 유 작가를 걱정하는 전화를 했거든요.”

“괜히 김 이사님을 귀찮게 해드렸네요.”

“병지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유 작가는 위험한 일도 서슴없이 해버리니까.”


명훈의 목소리에는 살짝 나무라는 듯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저번에 유 작가는 가족을 지켜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자신의 안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 했죠. 사실 권 작가가 유 작가를 가장 많이 노리고 있을 텐데.”

“저는...... 죄송합니다. 주위에 사람이 있으면 감시받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이거든요.”


지한은 명훈이 자신에게도 경호원을 붙였으면 하는 마음인 것을 알았다. 하지만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 지한은 혼자 움직이는 게 편했다.


“.....유 작가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대신 병지와는 웬만하면 같이 다녀줬으면 해요. 그러면 적어도 권 작가 쪽 사람들이 대놓고 유 작가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면 병지가 위험해지지 않나요?”

“아, 그렇네요. 삼촌이 조카를 위험하게 만드는 제안이었네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명훈은 전혀 곤란해하는 말투가 아니었다.


“그러면 유 작가가 위험한 일을 피하면 되겠네요. 그리고 이것은 파트너로서의 부탁이기도 합니다.”


명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지한을 파트너라고 불렀다. 지한은 한순간 말문이 막혔다.


“유 작가, 혹시 파트너라고 해서 놀랐나요? 유 작가는 직원 이상으로 회사에 공헌했으니 그 정도 위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유 작가는 단지 시나리오를 쓰는 게 아니라 컨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데 관여하게 될 겁니다. 윤 피디를 데리고 오면서 그 정도 각오는 했겠죠?”

“아..... 그건.....”


지한은 정곡을 찔려 순간 당황했다.


“......예. 그렇습니다.”


지한은 순순히 인정했다. FN에서 진성의 자리를 없애는 것이 지한의 목표였다. 현수의 덕으로 시작한 자리였다. 그렇기에 지한은 진성이 지금과 같은 지위를 갖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유 작가, 유 작가가 컨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 성과를 내면 회사의 대표 이사로서 인센티브를 지급할 생각입니다. FN 주식으로요.”


지한은 명훈의 말에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컨텐츠 제작으로 성과를 내면 인센티브로 제게 FN 주식을 주시겠다고요?”

“그래요. 지분은 적을지 몰라도 주주 총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는 있을 겁니다. 유 작가의 지분이 늘수록 그 목소리의 힘도 커질 거고요. 적어도 권 작가와 비슷한 위치에 올라서서 싸워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긴 하네요.”

“주주 총회에서는 나도 그렇지만 이수 씨가 도움을 줄 겁니다. 유 작가를 마음에 들어 했으니까.”

“주주 총회에서 도와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정식으로 자리를 마련해서 유 작가와 의논하고 싶으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미리 말해주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전화하죠.”

“예.”


지한은 조금 얼떨떨한 기분으로 휴대폰을 노트북 옆에 내려놓았다. 진성과 길수가 FN 주주인 이상 주주들 움직임 파악을 위해 병지에게 주주 동향을 알아봐달라고 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직접 자신이 FN 주주가 되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명훈의 말대로 주주가 된다면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지한은 이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한이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뒤쪽 어딘가에서 작게 드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에 들어온 곱슬머리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의 호주머니에 휴대폰이 삐죽 나온 것을 보고 지한은 아차 싶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한은 방금 실수를 저지른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작업실에서 일하는 작가들 중 진성의 사람이 있을 거라 여기고 조심했다. 그런데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명훈의 전화를 받았고 자리를 피할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다.


지한은 곱슬머리 남자를 따라 작업실을 나섰다. 곱슬머리 남자는 지한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그를 피하려고 움직이는 기색이 느껴졌다. 지한은 문을 나서려다 작업실로 들어오는 윤 피디와 하마터면 부딪칠 뻔했다.


“유 작가님, 할 말이 있습니다.”


회사의 규정에 따라 직급으로 이어지지 않은 상대에게는 경어를 써야 했다. 피디나 작가, 배우나 가수가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아, 제가 좀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오겠습니다. 작업실에서 잠깐 기다려주실래요?”

“금방이면 됩니다.”

“아니, 그러니까......”


지한은 마음이 급했다. 다행히 병지가 윤 피디를 따라 작업실로 들어왔다.


“병지야. 잠시 윤 피디님과 있어줘.”

“어, 그래.”


병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지한의 말에 군말 없이 대답했다. 지한은 두 사람을 스쳐 복도로 나갔다. 다행히 곱슬머리 남자가 지한의 시야에 들어왔다. 지한이 곱슬머리 남자를 쫓아 달려 나가는데 FN 직원 명찰을 목에 두른 남자가 지한을 붙들었다. 곱슬머리 남자는 직원을 보았고 눈이 마주친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한은 자신을 잡은 손을 뿌리쳐 간신히 직원에게서 벗어났지만 이미 곱슬머리 남자를 놓친 뒤였다.



곱슬머리 남자는 빈 사무실로 들어간 뒤 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권 작가님, 김 이사님이 유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래? 어떤 말이 나왔지?”

“김 이사님이 유 작가에게 인센티브로 FN 주식을 주겠답니다.”

“FN 주식을 유 작가에게?”

“예.”


곱슬머리 남자는 조금 전 지한이 명훈에게 전화로 했던 말을 진성에게 알려주었다.


“.....그랬단 말이지?”


진성의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곱슬머리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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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페이퍼 컴퍼니 24.09.16 6 0 12쪽
95 구치소 사건 24.09.14 5 0 12쪽
94 구치소 사건 24.09.13 9 1 12쪽
93 구치소 사건 24.09.11 9 1 11쪽
92 구치소 사건 24.09.10 13 1 11쪽
91 구치소 사건 24.09.09 15 1 12쪽
90 구치소 사건 +2 24.09.07 12 1 12쪽
89 공략 +2 24.09.06 12 1 12쪽
88 공략 24.09.04 13 0 12쪽
87 공략 24.09.03 13 0 12쪽
86 공략 24.09.02 11 0 11쪽
85 공략 +2 24.08.31 15 0 12쪽
84 공략 +2 24.08.30 13 0 11쪽
83 수사 24.08.28 14 0 12쪽
82 수사 시작 +2 24.08.27 16 0 12쪽
81 수사 시작 +3 24.08.26 19 0 12쪽
80 탈출 24.08.24 20 0 12쪽
79 탈출 24.08.23 15 0 11쪽
78 탈출 24.08.21 18 0 12쪽
77 탈출 +2 24.08.20 16 0 12쪽
76 대결 24.08.19 16 0 12쪽
75 대결 24.08.17 21 0 12쪽
74 대결 +3 24.08.16 21 0 13쪽
73 위기 +2 24.08.14 17 0 12쪽
72 위기 24.08.13 18 0 12쪽
71 위기 +2 24.08.12 18 0 13쪽
70 위기 +2 24.08.10 19 0 12쪽
» 위기 24.08.09 20 1 12쪽
68 윤 피디 24.08.07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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