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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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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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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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드라마 ‘부름’의 촬영 현장을 알아보고 있는 로케 매니저인 상필은 요즘 곤란한 심정이었다.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윤 피디는 꽤 까다로운 사람이어서 그의 입맛에 맞는 촬영 장소를 찾기 쉽지 않았다. 고민에 싸인 상필의 얼굴을 보고 건영이 다가와 커피를 내밀며 물었다.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마침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상필은 건영에게서 머그잔을 받아서 한 모금 마셨다.


“윤 피디 말이야. 애써 괜찮은 장소를 찾아오면 두 번 살피지도 않고 단칼에 싫다고만 해. 누구는 촬영 장소 찾느라 발바닥에 땀나도록 돌아다니는데 말이지.”

“아, 윤 피디. 까다로운 사람이지. 이번 드라마는 무속 신앙이 들어간다면서? 그러면 어디 영험한 산이나 바다 같은 장소를 원하겠네. 옛날에는 바다에서 용왕제를 지내기도 했잖아? 뱃사람들 고기 잡고 무사히 육지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그리고 산도 좋지. 마을을 지켜주는 영험한 나무가 있다든지 조상신을 모시는 사당이 있다든지 하니까. 그런 곳이면 그럴싸한 분위기가 날 것 같은데.”

“그건 주로 지방이잖아? 이번에는 그렇게 멀리 못 간다고 하던데. 안전이라든지 뭐 여러 가지 문제 때문이라고 하더라.”

“그래? 네가 왜 심란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겠다. 적당한 장소 찾기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네.”

“그렇지. 촬영 장소를 어디로 할 건지 고민하느라 소화가 안 돼서 밥도 먹는 둥 마는 둥이야.”

“그러면 안 되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지방이 힘들다면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섬은 어때? 아직까진 육지보다 폐쇄적인 곳이라 그런 전통이 남은 곳이 있어.”

“섬? 괜찮은데? 어디 그럴듯한 섬 알고 있는 거 있냐?”

“인천항에서 좀 떨어진 ‘외이도’라는 섬이 있거든. 2년 전에 여름휴가 차 낚시하고 캠핑이라도 할까 찾아갔던 곳인데 분위기부터가 범상치 않은 곳이었어. 뭐, 이상한 소문도 있고 말이야.”

“이상한 소문?”

“거기가 아직 용왕제를 지내는 곳이야. 섬이니까 주민들 대부분이 어부거든. 아직도 제를 지내고 점을 보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 몇십 년 전에 섬에 기근이 생겼는데 용왕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살아 있는 돼지를 공양했다는 소문도 있어.”

“살아 있는 돼지를 공양했다고?”


상현이 놀라서 소리치자 사무실 안의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쏟아졌다. 상현은 머쓱해 커피를 마시는 척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피했다.


건영은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 차마 살아 있는 사람을 공양할 수 없어 돼지로 대신했다고 하더라. 아무튼 묘하고 괴상하기로 치면 내가 갔던 곳 중 넘버원이지. 진짜 그만한 곳이 잘 없다니까.”

“섬이라고 했잖아. 외지인들을 거부하거나 하지 않아? 순순히 촬영하게 해줄까?”

“그거야 설득하기에 달렸지. 섬을 알려서 관광 수입이 늘어난다고 하면 오히려 좋아할 것 같은데.”

“외이도라고 했지? 용종도에서 배 타고 가면 돼?”

“그래. 외이도를 찍은 사진이 아직 내 사진 파일에 있어. 하도 묘한 곳이라 한 번 더 가볼 생각이거든. 그거하고 가는 경로 노선 사진도 네 메일로 보내줄게.”

“고맙다, 야. 네 덕분에 한시름 놨어.”

“뭐, 됐어. 동료 좋다는 게 뭐냐. 이럴 때 도와야지. 윤 피디가 오케이하면 한 턱 쏘는 것만 잊지 마라.”

“당연하지. 일만 잘 되면 한 턱만 쏘겠냐? 두 턱도 쏠 수 있지.”


상현은 기분 좋은 얼굴로 커피를 쭈욱 들이마셨다. 자기 자리로 돌아온 건영은 옆 사람을 등지고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작성해서 보냈다.


‘일단 상현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백 실장님.’


일 분도 되지 않아 도현으로부터 ‘알았다’ 하는 짤막한 메시지가 건영의 휴대폰으로 왔다.


*



상현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지한은 물론 병지도 합격점을 줬다. 무속 신앙이 아직 남아 있고 묘한 소문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섬을 촬영하겠다는 허락은 그 섬의 촌장이나 이장 같은 사람에게 받아야겠지?”


여전히 사진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지한이 말하자 병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 허가를 받으면 섬까지 이동하는 비용이라든지 그곳에 머무는 동안 발생할 금전적인 거 미리 승인받아야겠지? 회계 담당자와 미리 의논해야 할까?”


지한이 다시 묻자 그제야 병지는 홀린 듯한 얼굴을 들고 지한을 쳐다보았다.


“어......, 삼촌에게 물어봐. 나 이런 거에는 전혀 아는 게 없어...... 삼촌은 지금 사무실에 없으니까......”


병지는 명훈에게 전화를 건 뒤 지한에게 건네주었다. 지한은 명훈에게 드라마 ‘부름’의 적당한 촬영 장소를 찾았다고 말한 뒤 비용 문제를 말했다.


“필요한 만큼 쓰고 나중에 비용 청구를 하면 됩니다.”

“그렇습니까? 이런 일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요.”

“그건 당연하죠. 보통 회사에서 업무를 배울 때 전임자가 인수인계하죠. 그런데 지금 유 작가가 맡은 컨텐츠 제작의 전반을 해내는 자리는 이쪽에서는 이제껏 없었거든요. 회사로 본다면 권 작가가 해온 일이지만 그 사람에게서 업무를 배울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죠.”

“내 준비가 미숙해서 유 작가에게 혼란을 줬네요. 이제부터 컨텐츠 제작에 필요한 비용은 유 작가가 직접 승인하고 나중에 회계팀에 알려주는 걸로 합시다.”

“아.....알겠습니다.”

“유 작가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지만, 이번 작품도 기대할게요.”

“예.”


지한은 병지의 휴대폰을 쥐고 잠시 얼떨떨한 기분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왜 그래?”


병지의 질문에 지한은 명훈이 했던 말을 전해주었다. 병지는 팔짱을 끼더니 묘한 얼굴로 지한을 쳐다본 뒤 입을 열었다.


“삼촌은 갈수록 조카보다 널 더 믿는다 싶은데...... 이제부터 모든 비용은 지한이 너에게 허락받아야 하는 거네? 이거 어쩌면 유 작가님이 아니라 유 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네.”

“사장님은 무슨. 난 아직 창작자라고.”


지한은 일부러 화난 표정을 지었지만 병지를 속이지는 못했다. 병지는 지한에게 입 모양으로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저번에 우진이 모는 차 안에서 놀렸던 일을 지금에서 갚아주는 것 같았다. 지한은 약이 올랐지만 병지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했다.


“일단 재진 씨에게 말해야겠다.”

“어.”


지한은 사무실을 나가 재진에게 외이도를 촬영 장소로 삼을 생각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알겠습니다. 준비하죠.”

“섬이라면 경호하기 힘드시겠죠?”

“쉬운 곳은 아니지만, 그것은 저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섬에 며칠 있을 생각입니까?”

“아니요. 당일치기로 다녀오려고요.”


그 말에 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었던 재진의 얼굴이 다소 밝아지자 지한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재진이 경호를 맡았다고 해도 외딴곳으로 가겠다는 게 민폐가 아닌가 여겼던 것이다.


“지한 씨, 한 가지만 제 부탁을 들어주겠습니까?”

“예? 뭔가요?”


재진이 낮은 소리로 말한 것을 듣고 지한은 조금 놀랐지만 곧 납득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거래처 사장과의 만남을 위해 차를 타고 가던 명훈은 지한과의 통화를 끝내고 조금 전까지 하던 생각을 이어서 했다. 재진의 말대로 지금 지한에게 경호원을 붙인 것은 구멍 난 보트에 임시로 땜질을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원인을 없애지 않으면 위험은 계속 커질 뿐이었다. 이제는 행동에 옮겨야 할 때이다. 만약 지한이 컨텐츠 제작자의 역할을 해낸다면 진성의 욕심을 더 이상 눈감아줄 필요가 없었다.


명훈은 FN 회계 담당자 중 하나인 효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 대리, 이틀 전에 내게 회사 내에 권 작가 쪽과 관련된 비밀장부가 있는 것 같다고 했지? 만나서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 오늘 오후에는 시간이 되나?”

“예. 어디로 찾아뵈면 되겠습니까?”

“이쪽에서 강 대리를 데리러 사람이 갈 거야. 주위 사람들 눈을 피해 따라왔으면 해.”

“알겠습니다, 김 이사님.”


명훈은 휴대폰을 가방에 넣은 뒤 뒷좌석에 등을 깊숙이 기댔다.



*



지한은 병지와 두 경호원과 함께 회색 사륜구동을 타고 외이도 배가 드나드는 항구로 향했다. 미리 외이도로 들어간 상현의 말로는 섬의 이장은 촬영에 찬성했다 한다. 그렇지만 특히 나이 많은 섬사람들은 촬영을 반대했다. 그래서 지한이 책임자로 상현을 도와 촬영 허락을 받을 셈이었다.


“이제야 도착했네. 8시 반 배 시간을 놓치는 줄 알았어.”


인천항 표지판을 보고서 병지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출근 시간대라지만 생각보다 길이 너무 막혔어.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출발했을 텐데.”


정지 신호를 받고 차가 멈춘 사이 지한은 앞머리를 다시 정리한 뒤 야구모자를 눌러쓰며 말했다.


“근데 지한아, 좀 생각해봤는데 혹시 이런 아이디어 추가하는 건 어때? 섬에서 묘하게 죽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는 거야. 그때마다 이상한 장면이 목격되고.”

“보통 살인사건 나면 경찰이 조사하지 않아? 그 아이디어대로라면 형사가 나와야 할 텐데.”

“그렇지. 근데 형사물은 너무 수사하는 쪽으로 가니까....... 민간인이 사건에 휘말리고 푸는 게 재밌을 것 같아서 말이야.”

“......니 아이디어 한번 생각해볼게.”

“꼭 그렇게 해. 내가 어젯밤 내내 생각한 거거든. 교수는 남자 교수보다 여자 교수로.......”


병지는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옆에 앉은 재진이 핸들을 급하게 돌렸지만 결국 ‘쾅’하는 소리와 함께 회색 사륜구동이 크게 휘청이다 난간을 들이박았다. 앞 범퍼가 크게 찌그러지고 보닛 사이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지한은 머리가 흔들릴 정도로 충격을 받았지만 안전벨트와 에어백 덕분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에어백이 눈 앞을 가리고 있어서 ‘벌컥’하고 차 문을 연 사람이 누구인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회색 사륜구동을 들이박은 스타렉스에서 인상이 험상궂은 남자들이 각목이나 무기를 들고 우르르 튀어나왔다. 남자들 중 한 명이 빠른 동작으로 사륜구동 차 문을 열었다. 엔진에서 나는 연기가 차 안에 찼는지 시야가 부옜다. 남자는 뒷좌석으로 가서 병지 옆에서 몸을 숙인 남색 야구모자로 돌진해 멱살을 잡고 입에 콜로로폼을 적신 수건을 갖다 대었다. 재진은 급히 차에서 내려 남자에게 달려들었지만 호영에게 막혔다. 그때를 남자는 황급히 스타렉스로 향했다.


“이봐, 니 상대는 그쪽이 아닐 텐데?”


재진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냈다. 기철에게서 추격 결과를 들은 뒤부터 항상 품 안에 넣고 다녔던 것이다. 그러나 호영은 권총을 보고 휘죽 웃었다.


“저 새끼들 치워.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머리에 바람구멍이 날 테니까.”


그러나 재진이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스타렉스에서 나왔던 남자가 먼저 총을 쐈다. ‘탕’ 소리와 함께 재진이 휘청거렸다. 총을 맞은 옆구리에서 피가 흘렀다. 남자가 다시 재진에게 총을 쏘려는 순간 검은색 SUV가 앞을 가로막았다. 다시 한번 ‘탕’ 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호영이 어깨를 총에 맞고 비틀거렸다. 기철은 총을 든 채 차 문을 열고 나와 재진에게로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그러는 사이 스타렉스가 출발했다.


“기철아...... 스타렉스를 쫓아....... 당장......”


재진이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말했다. 기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타렉스를 뒤쫓았지만, 스타렉스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기철은 쓰디쓴 눈빛으로 멀리 보이는 인천항을 쳐다보았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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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구치소 사건 24.09.14 6 0 12쪽
94 구치소 사건 24.09.13 10 1 12쪽
93 구치소 사건 24.09.11 10 1 11쪽
92 구치소 사건 24.09.10 14 1 11쪽
91 구치소 사건 24.09.09 15 1 12쪽
90 구치소 사건 +2 24.09.07 13 1 12쪽
89 공략 +2 24.09.06 13 1 12쪽
88 공략 24.09.04 14 0 12쪽
87 공략 24.09.03 14 0 12쪽
86 공략 24.09.02 12 0 11쪽
85 공략 +2 24.08.31 16 0 12쪽
84 공략 +2 24.08.30 14 0 11쪽
83 수사 24.08.28 15 0 12쪽
82 수사 시작 +2 24.08.27 17 0 12쪽
81 수사 시작 +3 24.08.26 19 0 12쪽
80 탈출 24.08.24 21 0 12쪽
79 탈출 24.08.23 16 0 11쪽
78 탈출 24.08.21 19 0 12쪽
77 탈출 +2 24.08.20 17 0 12쪽
76 대결 24.08.19 17 0 12쪽
75 대결 24.08.17 22 0 12쪽
74 대결 +3 24.08.16 22 0 13쪽
73 위기 +2 24.08.14 18 0 12쪽
» 위기 24.08.13 19 0 12쪽
71 위기 +2 24.08.12 19 0 13쪽
70 위기 +2 24.08.10 20 0 12쪽
69 위기 24.08.09 20 1 12쪽
68 윤 피디 24.08.07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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