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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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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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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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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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호영은 화가 나서 거칠게 인천 연안 부두 창고 문을 열었다. 오랜만에 만난 재진을 눈앞에 두고도 그대로 돌아서야 해서 화가 났던 것이다. 어깨에 총알이 박혔더라도 경찰은 추적쯤은 따돌릴 자신이 있었다. 부상당한 자신 대신에 영진이 부하들을 더 푼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진에게 일의 우선순위는 지한을 처리하는 것이지 호영과 재진의 대결은 아니었다. 얼굴을 일그러트린 호영과 달리 영진은 냉담한 얼굴을 한 채 창고로 들어갔다.


창고는 족히 백 평은 넘을 것 같은 공간에 한쪽 벽에는 컨테이너 박스가 여러 개 쌓여 있을 뿐인 다소 휑한 공간이었다. 컨테이너 박스가 쌓인 반대쪽에 인상이 험상 궂은 남자들이 어슬렁거리거나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영진이 들어가자 남자들은 열을 맞춰서기 시작했다. 그들 옆 바닥에는 야구 모자를 쓴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남자 옆에는 철제 의자가 놓여 있었다. 영진은 한걸음에 걸어가 남자의 멱살을 잡고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야구 모자를 홱 잡아당겼다.


크고 휑한 창고 안에서 영진의 거친 숨소리가 울렸다.


“......녀석이 아니야.”


영진은 약에 취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우진을 보다 찢어진 눈으로 부하들을 노려보았다. 순식간에 창고 안이 조용해졌다.


“누가 데리고 왔지?”


영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창고에 울렸다. 줄을 맞춰 선 부하들 중 사륜구동에서 우진을 들쳐 업고 온 남자가 바닥에 넙죽 엎드려 덜덜 떠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자, 잘못했습니다, 혀, 형님. 사, 살려만 주십시오.”


영진은 맨 앞에 선 부하에게서 칼을 뺏어 든 뒤 바닥에 엎드린 남자에게로 걸어갔다.


“일어서.”


남자는 벌벌 떨면서 바닥에서 일어나려 애썼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제대로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영진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남자의 목덜미를 잡아 일으킨 뒤 칼로 배를 푹 찔렀다.


“으아아악....”


남자의 비명이 울려 퍼지자 깍두기 머리 남자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호영은 무덤덤한 얼굴로 영진의 행동을 보고 있었다. 부하들을 떨게 만드는 비명은 얼마 가지 못했다. 영진이 남자의 등을 찔러 영원히 조용하게 만들어 버렸다.


영진은 몸이 축 늘어진 남자를 놓고 철제 의자에 걸터앉으며 물었다.


“보고 들어온 거 없나?”


그러자 제일 앞에 선 남자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남수가 현장 상황을 알려왔습니다. 녀석들과 치고 박는 중으로 거기에 지한이라는 녀석은 없었답니다. 심지어 김 이사 조카 녀석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


영진은 입을 다물고 머릿속으로 재진과 마주쳤던 현장을 그려보았다.


“달리 녀석이 도망갈 데가 없어. 근처에 민가는커녕 산도 없으니까. 녀석이 피할 구석은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거지.”


영진은 철제 의자에서 일어섰다.


“너희 중 몇 명은 선착장으로 가. 녀석이 배를 타고 나올 수 있으니 감시 철저히 하고.”

“예.”

“나머지는 나와 함께 섬으로 간다.”

“예.”


영진의 부하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창고 안에서 한 번 더 울렸다. 호영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영진을 쳐다보았다. 영진은 턱짓으로 호영의 어깨를 가리켰다. 호영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혀 문제없습니다.”

“좋아.”


우진은 조금 전 영진이 손을 놓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진 충격으로 정신을 차렸다. 그래서 영진과 인상 험악한 남자들의 상황을 곁눈질로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 의식을 잃은 척 했지만 깍두기 머리 남자가 자신을 가리킬 때 움찔 볼을 떨었다.


“저 녀석은 어떻게 할까요?”


영진은 땅에 널브러져 있는 우진을 쳐다보았다.


“다른 데 가두어 둬. 쓸모가 있을지 모르니까.”


영진의 부하가 우진을 끌고 창고를 나가자 호영이 끼어들었다.


“섬에 저도 데리고 가주십시오.”


영진의 눈과 호영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영진은 살기 가득한 호영의 눈이 마음에 든 듯 슬쩍 한쪽 입가가 올라간 미소를 지었다.


“그러지.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고맙습니다.”

“고마울 필요가 없어. 이것만 명심해. 기회란 무한정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야.”


그 말에 호영은 당연하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저 모습을 봤는데 다시 기회를 놓치겠습니까?”


호영은 턱으로 배와 등을 칼에 찔려 죽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렇긴 하지.”


영진은 어느새 냉담해진 얼굴로 호영의 말에 답했다.



*



지한은 재진 일행과 깍두기 머리 남자들이 싸우는 어지러운 상황을 틈타 인천항으로 들어와 외이도 배를 탔다. 일단 자신이 피하면 재진 일행에게 부담을 덜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쉽게도 병지와 같이 오지 못했을 뿐 아니라 휴대폰을 챙기지도 못했다. 차가 스타렉스와 난간에 연이어 부딪치면서 휴대폰이 어디론가 날아갔는지 주위에 없었다.


지한은 야구모자를 쓰고 사륜구동의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경호원에게서 보호받을 사람이 직접 차를 운전할 거라 상대방은 예상하지 못할 거라던 재진의 말이 맞았다. 2년 전 따놓은 운전면허증이라 처음 운전대를 잡을 때는 어색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우진 역시 야구모자를 쓰고 병지 옆에 앉아 있었다. 그 때문에 우진이 지한 대신 위험하게 되었다.



배 안에는 외이도 지도가 붙어 있었다. 생각보다 꽤 큰 섬이었다. 그래서인지 외이도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꽤 되었다. 지한은 인상 좋아 보이는 중년 남자에게서 휴대폰을 빌려 재진에게 전화했다.


“접니다. 혹시 지금 통화할 수 있으세요?”

“예. 지한 씨는 지금 어딨나요?”

“외이도로 가는 배 안에 있습니다. 우리 차를 친 차에서 나온 남자들이 많아 마땅히 눈을 피할 데가 없어 배 승선객 사이에 숨었어요. 그런데 몸은 어떤가요? 마지막으로 봤을 때 옆구리에서 피가 나던데요.”

“저는 괜찮습니다. 총알이 옆구리를 스친 정도더군요.”

“그건 다행이네요...... 저 대신 끌려간 우진 씨 소식은 모르죠? 그리고 병지는 무사한가요?”

“......병지 씨는 무사합니다. 제가 발견해서 택시를 태워 집으로 보냈습니다. 우진도 괜찮을 거고요. 무엇보다 지금은 지한 씨 신변이 제일 걱정입니다. 죄송하지만 다른 사람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만약 저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갚지 못할 빚이 생기는 거 같아서요. 그리고 저는 괜찮습니다. 지금 섬으로 가는 이 배를 타고 그대로 나올 테니까요. 그러니 재진 씨가 절 데리러 오시면 될 것 같은데요.”

“아니요. 지한 씨. 그러지 마십시오. 미안하지만 섬에서 잠깐 숨어 있을 수 있습니까?”

“섬에 숨어 있으라고요?”

“예. 제 후배 말로는 녀석들이 금방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 근방에 녀석들 아지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서 녀석들이 데리고 간 남자가 지한 씨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지금쯤 배가 드나드는 선착장을 감시하고 있을 겁니다.”


경찰이든 다른 경호업체 사람에게든 도움을 요청해 외이도에 갔다 오는 배에서 내릴 지한을 선착장에서 기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거침없이 총을 쐈다. 녀석들이 경찰을 아랑곳하지 않고 총을 쏠지도 모를 가능성이 있었다. 재진은 그런 위험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 사람들이 선착장에서 감시하고 있을 거라고요?”


지한의 목소리에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재진은 미안한 마음에 앞에 지한이 있기라도 한 듯이 고개를 숙였다.


“일이 이렇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지한은 재진의 말에 차마 괜찮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럴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았다. 대신 지한은 다른 말을 했다.


“.....우진 씨는 괜찮을 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이 데리고 갔다면 무사하지 않을 텐데.”

“.....녀석들 중 아는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분명 우진을 미끼로 쓸 겁니다. 날 불러내기 위한.”

“재진 씨를 불러내기 위한 미끼요?”

“악연으로 묶인 사이라서요. 지한 씨, 어쨌든 섬에 도착하면 되도록 안전한 곳에 숨어 있어 주십시오. 제가 직접 섬으로 갈 테니까요.”


외이도의 지리를 몰라 정확한 장소를 말해주지 못하고 막연하게 안전한 장소라고만 해서 재진은 마음이 쓰렸다.


“알겠어요.”


지한이 별말 없이 자신의 말을 따라주자 재진은 미안함을 넘어 처참한 기분까지 들었다. 운전대를 잡은 기철은 얼굴을 찌푸린 채 휴대폰을 내려놓는 재진을 곁눈질로 힐긋 본 뒤 입을 열었다.


“옆구리에 총알이 스친 정도라고요? 무허가 의사 놈한테서 총알 빼낸 지 아직 10분도 안 지났는데요?”

“그러면 어쩌냐? 이런 일을 겪은 지한 씨더러 걱정해달라고 하냐? 더구나 치료받고 오느라 녀석들보다 늦었어. 이건 시간 싸움인데.”


생각과 달리 자꾸 어그러지는 일 때문에 화가 난 재진은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걱정 때문인지 옆구리의 통증이 더 크게 느껴졌다. 재진은 신음을 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단 모터 보트를 타고 외이도로 들어가는 것만 생각해. 무슨 일이 있어도 녀석들보다 먼저 외이도에 닿아야 하니까. 장 씨 지금 모터 보트 타고 오고 있지? 밑에 있는 애들과 함께?”


기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연락받았어요. 배가 다시 나오는 시간보다는 빨리 여기로 올 겁니다.”


기철의 말을 듣고 재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장씨의 모터 보트를 타고 최대한 빨리 외이도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


지한은 재진과의 통화를 마친 뒤 이번에는 상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현이 외이도 사진을 보낼 때 지한이 질문할 것을 대비해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겼던 것이다.


“상현 씨, 유 지한 작갑니다.”


전화가 연결되자 지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 유 작가님, 안녕하세요.”


지한도 상현에게 인사한 뒤 물었다.


“지금 어디 계세요? 사정이 있어 저 혼자 외이도로 가고 있는데 상현 씨와 합류하고 싶어서요.”

“그렇습니까? 저는 지금 섬을 돌아보고 있어요. 역시 건영이 보내준 사진대로 으스스한 장소가 여러 군데 있네요.”

“......건영 씨가 사진을 보내줬다고요? 상현 씨가 직접 찍은 게 아니라?”

“예. 일단 사진에 나온 장소들을 촬영 장소로 허락받으면 제가 직접 오려고 했습니다.”

“그래요?”


지한은 머릿속으로 의문이 하나 떠올라서 잠시 말을 멈췄다. 지한의 침묵에 상현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유 작가님, 왜 그러십니까?”


상현의 목소리에 지한은 퍼뜩 생각에서 벗어났다.


“아, 아닙니다. 일단 제가 배에서 내리면 혼자 섬을 둘러보고 싶네요. 그 뒤 상현 씨에게 전화할 테니 그때 이장님 집으로 안내해줄래요?”

“당연히 이장님 집으로 안내해드려야죠. 그보다 혼자 다니시다 길을 잃으실 수도 있는데 그냥 저와 같이 다니는 게 어떻습니까?”

“주로 큰길로만 다니려고요. 근처에 집이 있는. 혼자서 작품 구상할 시간이 필요해요.”

“아, 작가분이시니까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시겠네요.”

“나중에 제가 먼저 전화할게요.”

“예.”


상현의 짧은 대답을 듣고 지한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상현은 건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아, 네 말대로 유 작가님이 내게 직접 전화했어.”

“그렇지? 유 작가님이 섬에 아는 사람이 너밖에 없잖아. 어쨌든 김 이사님이 사람을 보내실 거거든. 그 사람이 도착하면 네 전화로 연락할 거야. 그때 유 작가님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면 돼. 유 작가님이 요새 회사에서 여러 일이 있어서 사람을 잘 안 믿는다고 하더라. 그러니 김 이사님 사람이 도착할 때까지 비밀로 해.”

“알았어.”


건영은 상현과의 통화를 끝낸 뒤 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시하신 대로 상현에게 전화했습니다.”

“유 작가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했지?”

“예.”

“수고했다.”


영진은 전화를 끊으며 차가운 눈으로 눈앞에 세워둔 모터 보트를 쳐다보았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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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공략 +2 24.09.06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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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공략 +2 24.08.30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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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탈출 24.08.21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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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대결 +3 24.08.16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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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위기 24.08.13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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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위기 +2 24.08.10 19 0 12쪽
69 위기 24.08.09 20 1 12쪽
68 윤 피디 24.08.07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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