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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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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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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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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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DUMMY


기철은 당황한 심정으로 금줄이 쳐져 있고 그 너머의 음침한 곳을 쳐다보았다. 위치추적기를 보면 지한은 그 안에 있었다. 비석 없는 무덤이 멀리 보이는 그곳은 빈말로도 호감 가는 곳이라 할 수 없었다.


“정말로 여기에 지한 씨가 있습니까?”


뒤따라온 장씨의 부하 중 한 사람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신호가 이 안에서 잡히니까 지한 씨가 있겠죠.”


기철이 금줄을 넘으며 대답하자 장씨 부하도 그 뒤를 따랐다.


“하긴, 숨기에 여기만 한 데가 없긴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기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사람들이 찾지 않을 만한 곳이었다. 그늘지고 버려진 공동묘지같이 음침한 이곳은 경호 일을 하면서 여러 일을 겪은 기철도 오기 꺼림직한 곳이었다.


‘조폭에게 쫒기는 것보다 여기라도 숨어 있는 게 낮다고 생각한 건가?’


기철은 몇 번 보지 못한 지한이 딱하다고 생각하며 위치추적기를 쳐다봤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한이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모두 멈춰요. 지한 씨가 여기로 걸어오고 있어요.”


기철과 장씨 부하들은 모두 멈춰서 앞을 집중해서 보았다. 얼마 있지 않아 무언가를 담은 흰 봉지를 든 지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오셨네요.”


지한은 기철과 장씨 부하들이 선 곳으로 가볍게 뛰어갔다. 예상과 달리 불안에 떨거나 겁먹은 얼굴이 아니어서 기철은 아무 말 없이 지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기철은 지한에게 비슷한 일은 겪은 적이 있는지 물으려다 말았다. 지금은 재진이 자신에게 맡긴 임무를 끝내는 게 중요했다.


“지한 씨, 그래도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묻고 싶은 건 여러 가지지만 먼저 섬을 나가는 일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예. 그런데 재진 씨는 같이 안 오셨나요?”

“선배는 따로 저쪽 두목을 쫓고 있어요. 아는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이쪽보다 훨씬 많은 사람과 함께요.”


기철은 어깨에 멘 가방을 땅에 내린 뒤 그 안에서 옷과 모자를 꺼내 지한에게 건네주었다. 지한이 옷을 펴보니 그것은 경찰 제복이었다. 모자 앞에는 독수리 마크와 경찰이라 적혀 있었다.


“혹시 경찰로 위장해서 섬을 나가자는 건가요?”

“예. 지한 씨뿐만 아니라 우리도 경찰 제복을 입을 겁니다. 그리고 경찰 흉내를 내며 해안가로 가면 됩니다. 그곳에 모터보트를 숨겨뒀거든요.”

“그 모터보트를 타고 육지로 가자는 거군요. 하긴, 아무리 막 나가는 그들이라도 경찰에게는 함부로 못할 거긴 하죠.”

“필요하다면 경찰이라도 봐주지 않겠지만 되도록 성가신 일은 피하려 할 겁니다.”


지한은 기철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고 있던 셔츠를 벗고 제복 상의를 입었다. 기철과 장씨 부하들도 배낭을 내리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경찰 제복으로 다 갈아입고 모자까지 쓴 뒤 기철이 물었다.


“아, 맞다. 여기 지한 씨 휴대폰요. 선배가 병지 씨에게서 받아온 겁니다.”

“병지가 제 휴대폰을 재진 씨에게 줬다고요?”

“병지 씨가 차에서 나가기 전에 주웠다고 했어요.”


범퍼가 찌그러지고 연기까지 차 안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병지는 지한의 휴대폰을 들고 나왔다. 지한은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생각해준 병지가 고마웠다.


기철이 다시 물었다.


“지한 씨, 배고프지 않으세요? 간단한 요깃거리를 가져왔으니 지금 꺼내줄까요?”

“아니요. 여기 들어오기 전에 섬에 있는 가게에 들러 먹을거리를 샀어요.”


지한은 봉지 두 개를 들어 보였다. 기철은 압축한 침낭이 든 봉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처음에는 산에서 노숙할 생각이었습니까?”

“아니요. 제가 가게에서 침낭을 산 것을 알면 저쪽 사람들은 산속을 뒤질 테니까요.”

“.....눈을 돌릴 미끼 같은 거네요.”

“재진 씨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고 싶었거든요.”

“.....지한 씨, 혹시 전에도 나쁜 놈들에게 쫓긴 적이 있었나요?”

“아니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면서 어떻게 저들의 시선을 돌릴 생각까지 했나요? 보통은 되도록 멀리 도망치는 것만 생각하는데.”

“그냥 그러면 좋겠다 싶었죠. 그보다 재진 씨는 저쪽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아나요? 무턱대고 산을 뒤져서 저쪽 두목 위치를 알기 어려울 텐데.”

“선배님이 저쪽 사람에게 발신기를 붙였어요. 여기 점 두 개가 보이시죠? 여기 이쪽 것은 지한 씨 시계에서 나오는 거고 뒤에 것은 그쪽 사람 옷 속에 있는 거죠. 두 점이 가까워지면 제가 선배한테 전화하기로 했어요. 선배는 발신 위치에 의지해서 저쪽 두목 위치를 알아내려는 거죠. 그리고 경찰로 위장한 장씨 부하들이 먼저 조사를 마치면 그때 저와 지한 씨가 이동하면 됩니다.”


기철이 지한에게 위치추적기 화면 속 발신 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네요.”


지한은 재진의 작전이 마음에 들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기철은 묘한 시선으로 지한을 쳐다보다가 장씨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이제 출발하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기철은 자신을 따라오는 지한을 한 번 힐긋 본 뒤 위치추적기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육지로 돌아가면 이 사람 과거를 한번 조사해봐야겠어. 혹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있었는지.’



*



산 중턱의 비교적 넓은 동굴 입구에서 영진은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동굴 주위는 수풀이나 크고 작은 나무들이 서로 얽혀 있었다.


‘이런 곳이라면 한 사람 정도는 숨을 수는 있겠는데......’


영진은 다소 초조한 심정으로 부하가 지한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해주기를 기다렸다. 그러고 있는 때에 휴대폰이 울렸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우리가 타고 온 보트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뭐?”

“게다가 선착장 근처에 보트가 대어져 있습니다. 녀석들이 섬에 도착해서 우리 보트의 줄은 끊은 것 같습니다.”

“우리 발을 잠시 섬에 묶어두고 싶었던 건가?”

“그리고 모래사장에서 싸운 흔적과 끌려간 흔적이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부하의 보고만으로 영진은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호영은 기대와 달리 재진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게다가 호영을 따라갔던 영진의 부하들도 호영과 같은 신세가 된 것이다. 영진은 이제야 호영과 연락이 닿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알았다. 거기서 지키고 섰다가 다시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보고해.”

“예.”


영진은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녀석들을 치고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려면 다소 시끄러워도 할 수 없지.’


영진이 열 맞춰 서 있는 부하들에게 돌아서는 데 지한을 찾으러 나갔던 석현과 진기가 동굴로 다가왔다.


“형님, 녀석이 어디에도 없어서 섬에서 오래 산 노인네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섬에 비밀스러운 장소가 있는지. 그랬더니 그 노인네가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

“예. 섬에서 무당일을 하는 노파가 사람들 출입을 막는 곳이 있답니다. 옛날에 이 섬에 해괴한 일이 종종 일어났다고 합니다. 아침에 멀쩡하던 사람들이 이유 없이 병들거나 귀신에 들리거나 바다에 빠져 죽거나 했답니다. 무당질하는 노파는 이 섬에 깃든 원귀 때문이라며 섬의 서쪽 땅에 금줄을 치고 사당까지 만들어 원귀를 달랜다고 합니다. 섬사람들은 부정 탄다고 그곳을 입에 올리지도 않는답니다.”

“......그래서 그 중늙은이가 우리에게도 금줄을 쳤다는 땅에 대해서는 입 다물었다는 거군. 유 작가는 원래 이 섬을 촬영 장소로 허락받으러 올 셈이었지. 그렇다면 이 섬의 이장 연락처는 알았을 테고 그 무당이 지킨다는 땅에 대해서는 이장을 통해 알았겠지.”


영진은 일이 꼬이게 만든 원흉인 중늙은이를 떠올리고는 이를 갈았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손보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지한을 확보하는 게 더 중요했다. 영진은 부하들을 돌아보며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은 모두 날 따라와라. 해안가로 간다. 그곳에서 녀석들을 처리해야겠어.”

“예.”


열 맞춰 선 부하들이 고개를 숙이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석현이 영진에게 좀 더 다가서며 물었다.


“해안가에서 전면전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곳이라면 섬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경찰에 신고할 텐데요.”

“지금까지처럼 몸을 사리면서 움직이기에는 시간이 없어. 녀석들이 유 작가와 섬을 떠나기 전에 한꺼번에 처리한다.”

“녀석들이 섬에 왔을 때 막지 못했다면 호영은......”


석현은 말을 다 잇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짐작 가는 일을 굳이 들춰서 영진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영진이 부하들과 동굴을 나서려는 순간 다시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섬에 경찰이 왔습니다.”

“경찰이?”


영진은 발걸음을 멈췄다.


“예, 경찰은 대여섯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알았다. 너는 이곳으로 오지 말고 해안가로 가서 그곳 상황을 보고해라.”

“예, 형님.”


영진이 휴대폰을 구에서 내리자 석현이 말했다.


“형님, 경찰도 전면전 대상에 들어갑니까?”


영진은 아무 말 없이 석현을 쳐다보았다. 비교적 최근에 영진의 부하가 된 곱슬머리 남자는 경찰이라는 말에도 주눅 든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래.”

“그러면 섬 주민이나 외지인들도 대상에 들어갑니까?”


영진은 석현에게 사나운 눈빛으로 경고했다. 그의 말에 토 달지 말라는 경고였다. 영진은 두말하는 것을 싫어했다.


“여기는 섬이 커서 외지인도 많더라고요. 시비를 거는 주민이나 외지인도 있고 해서 미리 처리해도 되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시비를 거는 주민이나 외지인?”

“예.”


석현은 지한을 찾는 중에 밭에서 농작물을 훔치는 거 아니냐며 진기에게 달려들었던 남수에 대해 보고했다. 영진은 남수가 했던 말을 듣고는 눈빛이 예리해졌다.


“녀석은 섬 주민이 아닐거다. 적어도 농사 지어본 적 없는 녀석이야.”


그 말에 석현이 물었다.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녀석이라뇨?”

“감자는 가을 작물이다. 여름 밭에서 캘 수 있는 게 아니야.”


석현뿐만 아니라 진기도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진은 석현을 보며 진기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니가 저 녀석을 조사해봐라. 녀석들이 분명 이런 짓을 벌인 이유가 있을 테니까.”


석현은 진기에게로 다가가 진기가 입은 옷을 꼼꼼히 살폈다. 진기는 석현의 얼굴만큼이나 파리해져 차렷 자세로 무릎을 떨고 있었다. 석현은 진기의 상의 주머니에서 발신기를 발견했다.


“찾았습니다.”


석현은 영진에게 다시 와서 발신기를 보이며 말했다.


“진기 윗옷 주머니에 있었습니다. 섬 주민 행세하던 놈이 실랑이하든 중 넣었을 겁니다.”


영진은 발신기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녀석의 목표는 유 작가를 섬에서 우리 몰래 빼내는 것 아니었나? 경찰까지 부른 마당에 굳이 우리에게 발신기를 붙이려고 그런 잡스러운 짓을 할 이유가 없을 텐데?’


영진은 섬에 경찰이 나타났다고 보고한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섬 어디에서 경찰을 봤지?”

“섬 서쪽 부근에서 봤습니다.”

“그래?”


섬 서쪽에 무당이 금줄을 쳐놓은 곳이 있었다. 지한이 몸을 숨긴 것으로 의심되는 곳이었다. 부하의 말을 듣고 영진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곳으로 갈 테니 경찰을 보게 되면 다시 전화해라. 내가 직접 경찰을 봐야겠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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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구치소 사건 24.09.10 1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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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구치소 사건 +2 24.09.07 13 1 12쪽
89 공략 +2 24.09.06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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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윤 피디 24.08.07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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