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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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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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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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DUMMY

기철은 겨우 정신을 차린 뒤 재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 일이 틀어졌어요. 계획대로 지한 씨가 놈들에게 잡혀갔는데 제가 그만 정신을 잃는 바람에 바로 전화하지 못했어요.”


기철의 귀로 재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어왔다.


“얼마나 기절했지? 아니, 그보다 발신기 추적은 되지?”


기철은 위치 추적기 화면을 쳐다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지한 씨 시계에 붙인 발신기 신호는 잡혀요. 그런데 지한 씨가 끌려간 곳과 달리 산 밑입니다. 아무리 제가 기절했다고 하지만 그렇게 빨리 산 밑으로 이동하는 게 힘들 텐데......”

“알았다.”


재진은 휴대폰을 끊고 장씨 부하가 알려준 방향으로 뛰었다. 5분도 되지 않아 재진은 위치 추적기 앞에 비스듬히 앉아 끙끙거리는 기철에게 닿았다.


“선배.”


기철은 일그러진 얼굴로 재진을 불렀다. 그러고는 진기와 석현이 지한을 끌고 간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재진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풀이 짓눌리고 나뭇가지가 꺾인 길을 달렸다. 재진의 뒤를 따라온 현도는 위태롭게 앉아 있는 기철에게로 갔다.



재진은 역시 풀이나 수풀이 짓눌려 있고 돌 위에 피까지 떨어진 공터에 도착했다. 그는 허리를 굽혀 핏자국에 손을 댔다. 피는 온기는 없었지만, 아직 굳지 않았다.


‘여기서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그런데 확실히 여긴 지한 씨 시계에서 나오는 발신 신호와 다른 곳이야. 그렇다면 녀석들이 지한 씨의 시계를 산 밑으로 던졌다는 말이 돼. 녀석들은 발신기 존재를 안 거야.’


재진은 이를 악물었다. 경찰 위장으로 섬에서 빠져나간다는 계획뿐 아니라 발신기까지 들켰다.


제일 처음 석현과 진기의 존재를 눈치챈 사람은 기철이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아무렇지 않은 척 등을 돌리고 있어도 기철의 눈을 피하지는 못했다. 기철은 휴대폰 메시지창에 수상한 인물이 들어온 것을 지한에게 알렸다. 지한을 안심시키려 한 행동이지만 메시지를 보고 지한은 다른 생각을 했다. 지한은 오히려 지금 상황을 이용해 영진을 유인하는게 어떻겠냐고 타이핑한 뒤 기철에게 보였다. 자신이 미끼가 되어 영진을 끌어내면 재진과 장씨 부하들이 기습한다는 계획이었다.


기철은 물론 재진도 지한의 계획을 반대했다. 그를 더 이상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한은 포기하지 않고 석현과 진기가 듣지 못하도록 자신이 세운 계획을 문자로 찍어 보냈다. 그 메시지를 읽고 재진과 기철은 계획대로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만약 지한이 세운 계획대로 하지 않았다면 위험에 빠지는 것은 이쪽이었다. 영진이 발신 위치를 속이고 자신들을 기습했으면 지한을 구해내는 것은 둘째치고 재진과 기철 그리고 장씨 부하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재진은 경찰로 위장한 장씨 부하 중 문신한 사람을 보고 잘못된 것을 알아냈다는 지한에 대해 듣고 재진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섬에 도착해 지한을 구해낼 생각만 하느라 재진은 장씨 부하들 몸의 문신을 확인할 생각도 못했다. 그런 사소한 것 때문에 일이 크게 엉켜 버리고 말았다.


재진은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바짝 차렸다.


‘일의 책임은 나중에 물어도 된다. 지금은 지한 씨가 있는 곳을 찾아내야 돼.’


문제는 사람을 끌고 간 흔적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한을 끌고 간 녀석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주의를 기울인 것 같았다. 난감한 심정이던 재진의 눈에 흙바닥 적힌 낙서가 들어왔다. 돌로 흙바닥에 새긴 글자 근처에도 피가 떨어져 있었다. 피가 떨어진 정도를 봐서 누군가 흙바닥에 누운 상태로 적은 것으로 보였다. 정황으로 봐서 지한 일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S5가 무슨 뜻이지?”


재진은 지한이 낙서를 남겼다면 자신들이 알아볼 수 있게 남겼을 거라 생각했다. 자신은 모르지만 기철이라면 S5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재진은 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불안정해서 몇 번 자리를 이동한 끝에 기철과 연결될 수 있었다. 재진은 자신이 발견한 것을 기철에게 말해주었다.


“S5라는 낙서가 땅바닥에 새겨져 있다고요?”

“그래. 혹시 지한 씨에게서 들은 게 있냐?”

“.....지한 씨가 금줄 쳐진 곳에서 몸을 숨길 때 이 섬의 무당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 무당에게서 지한 씨가 지도를 하나 얻어왔는데요.”


기철은 지도를 4등분해서 시계 방향으로 방향 지시를 내렸던 군대 상병 이야기를 지한에게 해줬다고 털어놓았다.


“지도를 4등분해서 시계 방향으로 지시를 내렸다?”


재진은 다시 낙서로 눈을 돌렸다.


“그렇다면 S는 남쪽이라는 뜻이네. 여기서 남쪽으로 5시 방향에 뭐가 있지?”

“선배는 어딨는데요?”

“......네 쪽에서 E2 방향이야.”

“그러면......”


기철은 휴대폰 와이파이를 켜서 섬 지도를 검색했다.


“선배가 있는 곳에서 S5면 코끼리 모양 바위가 나오네요.”

“코끼리 바위?”

“예.”

“그러면 수습되는 대로 장씨와 부하들을 코끼리 바위 쪽으로 가라고 전해라.”

“알겠어요.”


재진은 남쪽 5시 방향으로 가는 길에 발을 디뎠다.



*



석현은 지한의 팔을 잡고 되도록 주위에 흔적이 남지 않도록 걸었다. 산에서는 막 꺾인 나뭇가지나 방금 짓눌린 풀은 추격할 수 있는 힌트를 주는 행동이었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석현이 진기보다 속이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더구나 석현은 허리춤에 권총도 차고 있었다.


‘이 사람에게는 거짓으로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겠어.’


지한은 난감한 기분을 느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재진이 자신들 부하에 발신기를 붙였다는 것과 가짜 경찰 행세를 알아챈 영진에게 가면 지한에게는 거의 희망이 없었다. 지한의 가라앉은 표정을 보고 진기가 이죽거렸다.


“이 자식, 지 저승길로 간다는 건 아나보네. 아까는 그리 바락바락 소리치면서 사람 성질을 긁더니. 맞을 짓을 아주 골라가면서......”

“조용히 해.”


석현이 진기의 말을 가로막은 뒤 주변을 자세히 살폈다.


“무슨 소리가 들렸는......”


이번에는 석현이 말을 잇지 못했다. 수풀에서 튀어나온 재진이 발로 석현의 머리통을 차버렸던 것이다. 충격이 커서 석현은 지한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재진은 지한 앞에 서서 석현의 턱을 무릎으로 차올렸다. 석현은 근처 나무에 부딪쳐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진기가 칼을 꺼내 들고 재진에게 달려들었다. 재진은 칼을 든 진기의 팔을 발로 쳐낸 뒤 그대로 얼굴을 차버렸다. 진기는 비틀거리다 칼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지한은 재진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석현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석현은 재진을 보며 손을 허리로 향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재진에게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음......!”


입안에 헝겊이 있어서 분명하지 않은 소리였지만 재진은 경고의 의미를 알아듣고 몸을 옆으로 굴렀다. 그와 동시에 ‘탕’ 소리가 나며 총알이 재진 뒤의 나무에 박혔다.


지한 역시 나무 뒤로 숨어 석현이 총을 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났다. 그러다 급히 움직이는 바람에 진기에게 맞았던 옆구리나 얼굴에 통증이 느껴졌다. 지한은 옆구리를 손으로 짚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순순히 끌려가면 의심할 수도 있어 반항했더니 꽤나 아프네.....’


재진은 진기를 제압해 방패로 삼아 석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석현이 총을 쏘지 못하는 사이 주먹으로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석현이 의식을 잃고 뻗은 것을 확인한 뒤 진기마저 급소를 내리쳐서 기절시켰다.


재진은 조끼 주머니에서 나일론 끈을 꺼낸 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석현과 진기를 손목을 뒤로 해서 묶었다. 작업을 마치고 재진은 지한에게 다가가 입에서 헝겊을 빼고 손목의 줄을 칼로 끊어냈다. 지한의 얼굴과 팔에 난 상처와 멍을 보고 재진의 눈빛이 흔들렸다. 차마 지한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머리를 숙였다.


“제가 미숙해서 지한 씨를 위험에 빠뜨려 죄송합니다.”


지한은 덩치 큰 남자가 자신 앞에서 머리까지 숙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당황했다.


“지, 지금은 잘못이 있다 없다를 따지기보다 저 사람들 두목을 먼저 쫓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방금 그 총소리로 경계하고 있을 텐데요.”

“그렇겠죠.”


재진이 대답하기 무섭게 석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린 뒤 멈추자 지한과 재진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재진이 씁쓸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들이 코끼리 바위로 가는 일은 없겠네요.”

“예.”


지한의 대답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래도 지한은 재진과 함께 있어서 긴장이 풀렸다.


“기철 씨는 괜찮은가요?”

“칼에 찔렸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재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기철 역시 지한을 볼 낯이 없을 것이라고. 기철이 석현의 공격을 제대로 피했더라면 재진은 제때 전화를 받고 일을 더 쉽게 풀 수 있었을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재진은 석현과 진기를 가까이 따라붙을 예정이었다. 그들이 두목과 전화한 직후 재진이 두 사람을 제압하려던 것이 계획이었다. 그러지 못하게 된 것은 자신 때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기철 자신이 알았으며 후회하고 있었다.


재진은 칼을 조끼 벨트에 달린 칼집에 넣으며 물었다.


“지한 씨, 저들이 혹시 지한 씨 지도를 갖고 있습니까?”

“지도요? 저를 끌고 온 남자 주머니에 지도가 있어요.”

“알겠습니다.”


재진은 석현의 호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냈다. 잠시 지도를 살피던 그는 휴대폰을 꺼내 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철아, 지금 저쪽 발신기 위치는 어디야?”

“섬의 동북쪽이네요.”

“그렇다면 그쪽은 피하겠지. 일부러 우리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멀리 떨어뜨려 놓았을 테니까. 그 발신기도 곧 버릴 테지만. 코끼리 바위도 피할 테니 남은 길은 마을 중앙과 이어진 길이야. 장씨 부하더러 그 길로 가서 매복하고 있으라고 해.”

“알겠어요.”


지한은 재진이 전화 끊기 전에 끼어들었다.


“전화 중에 죄송한데요. 기철 씨에게 제 시계를 발견했는지 물어봐 줄래요?”


재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한이 한 질문을 기철에게 했다.


“예, 지한 씨 시계 발견했어요.”


재진이 기철의 말을 전해주자 지한이 환한 표정으로 웃었다. 재진은 전화를 끊고 의아하다는 듯이 지한을 쳐다보았다.


“재진 씨, 이제 우리를 쫓은 자들에게 제대로 대가를 물릴 수 있겠네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들이 저를 납치하려 했고 폭행까지 쓴 증거물이 있거든요. 재진 씨, 휴대폰 좀 빌려주실래요?”

“휴대폰요?”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보고서야 재진은 자신에게 문자가 와 있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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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탈출 24.08.21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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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위기 24.08.13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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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위기 +2 24.08.10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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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윤 피디 24.08.07 2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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