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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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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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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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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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영진은 재진을 찍은 사진을 프로젝트 화면에 크게 띄웠다.


“김 이사가 이번에 고용한 자는 곽재진으로 5년 전까지 격투기 선수를 했던 자입니다. 지금은 사설 경호업체를 이끌고 있습니다. 특기는 무예타이이고 그 외 웬만한 무술은 거의 다 익힌 남잡니다. 신생 사설 경호업체지만 업계에서 단번에 1위 자리로 뛰어오른 실력자입니다. 추적 능력과 요원 경호 능력이 좋다는 것으로 평판을 얻고 있습니다.”

“김 이사는 꽤나 골치 아픈 자를 유 작가 경호원으로 붙였군.”


도현은 마치 머릿속에 새기기라도 할 듯 프로젝트 화면 속의 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영진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재진이라는 남자는 분명 까다로운 상댑니다. 하지만 이 사람을 상대할 자가 없는 건 아닙니다.”

“그게 누구지?”

“예. 신호영이라고 사채 추심원을 하다 경호업체를 이끌게 된 남자가 곽재진에게 앙심을 품고 있습니다.”

“어쩌다 곽재진에게 앙심을 품은 거지?”

“신호영이 사채 추심원을 그만두고 경호업체를 차렸을 때 곽재진과 협업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호영이 경호를 하다 사람을 죽게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갈등이 생겼고 둘이 사사건건 부딪치다 결국 원수지간처럼 되어 버린 겁니다.”

“그렇다면 둘 다 눈에 불을 켜고 있겠군, 그래.”


도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졌다.


“곽재진과 신호영 둘 다 탑급 실력자입니다. 하지만 실전에서 싸움은 신호영이 더 유리합니다. 곽재진은 선수 생활이 길어 교과서대로 움직이려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 네 말을 들어보니 믿음이 가는군. 어쨌든 신호영이 곽재진의 발목을 잡는 동안 영진이 네가 유 작가를 처리하면 되겠어.”

“......예.”


영진은 냉담한 얼굴이었지만 도현의 지시에 실망스러워하는 기색은 감추지 못했다.


“네 성에 차지 않는 상대라는 건 알아. 유 작가 처리하는 건 네겐 어린애 팔 비트는 것보다 쉬울 테니. 하지만 유 작가 뒤에는 김 이사가 있으니 혹시 생길 수 있는 일은 미리 막고 싶은 것뿐이야. 게다가 녀석은 힘이 약하다고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알겠습니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영진의 말에 도현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지한이 쓰게 될 사무실은 명훈의 사무실과 3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사실 회사의 공동 대표와 같은 위치의 사무실을 쓴다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지한은 군말 없이 결정된 일을 따르기로 했다. 그렇지만 회사 밖으로 사무실을 옮기자는 재진의 말을 들었을 때는 곤란한 심정이었다.


“안전을 위해서는 그러는 게 맞겠지만 사무실이 회사 밖에 있으면 여러 사람과 회의하고 컨텐츠를 만드는 일에 방해가 돼서요.”

“물론 그렇겠지만 요새는 재테크 근무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방법을 생각해도 괜찮지 않나 싶은데요.”


지한은 흐트러진 옷차림과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심각한 표정의 재진을 쳐다보았다. 명훈의 사무실을 나올 때만 해도 여유롭던 그의 태도가 지하 주차장을 다녀온 뒤 변화가 있었다. 게다가 명훈의 사무실에서는 별말 없다가 회사 밖으로 사무실을 옮기자고 하는 것을 보니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고 지한은 생각했다.


하지만 지한은 재진의 말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 진성이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은 애초에 알고 있었다. 그의 뜻을 거슬렸기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형석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었다. 정수를 FN에 데려오기 위해 기꺼이 정현을 위기로 몰았던 일 처리 방식을 봐도 그랬다. 하지만 지한은 단지 일만 하기 위해 FN에 들어온 건 아니었다. 안전한 곳에 피해서 있어서는 진성의 행동에 빠르게 대처할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사무실을 회사 밖으로 옮기는 것은 힘들 것 같네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대신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제가 드린 시계는 언제 어느 때든 차고 다녀 주십시오.”

“그럴게요.”

“방수 기능이 좋으니까 샤워하거나 세수할 때도 빼놓지 마시고요. 회사 밖으로 나갈 때 제가 옆에 있더라도 잘 차고 있어야 합니다. 방수 기능 외에 재밌는 기능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지한은 재진이 그렇게까지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계 선물 고맙습니다. 잘 차고 다닐게요.”


재진은 머뭇거리다가 조금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 이사님 사무실에서 지한 씨를 도련님이라고 불러서 미안합니다.”


도련님이라는 호칭을 잊고 있었던 지한은 조금 놀란 얼굴로 재진을 쳐다보았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 있어서 표정이 훤히 보였다. 어색함을 넘어 부끄러움까지 느끼는지 재진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이마까지 약간 붉은 기가 돌았다. 지한은 그제야 재진이 웬만하면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는 이유를 알았다. 진성이나 도현처럼 포커페이스가 안 되는 사람이어서 표정을 감추느라 재진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재진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에 드러내는 것을 안 좋게 여기지만 지한은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무표정한 얼굴로 상대의 약점을 알아내려는 진성 같은 사람보다 훨씬 나았다.


“괜찮습니다. 이미 잊고 있었는걸요.”

“다행입니다.”


재진은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지한은 그가 처음에 보인 위압적인 인상과는 달리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 그리고 경호 인원을 한 명 더 늘리기로 했습니다. 우진이라고 몸싸움도 잘하고 상당히 실력자입니다.”

“예.”

“그리고 스케줄 표를 보니 외근이 좀 있더군요. 오늘 오후에도 그렇고.”

“촬영 장소에 맞춰 시나리오를 쓸 생각인데다 로케 매니저가 컨펌을 원해서요.”

“예, 그렇군요.”


재진의 목소리에 감탄의 기색이 어렸다. 젊은 나이에 벌써 중요한 결정권자가 된 지한이 꽤 대단해 보였다.


“그럼,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예. 그럼, 문밖에서 보초를 서겠습니다.”

“예.”


재진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자 지한은 책상으로 돌아와 앉았다. 아직까지 지한은 책상 앞에 앉아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리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야 자리에 맞는 책임자의 무게를 체감할 수 있었다.


*


병지는 여전히 형민이 답답했다. 지한이 시나리오를 쓰는 것을 전제로 ‘부름’을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드는 것에 형민은 찬성했다. 그러나 도무지 그의 취향에 맞는 촬영 장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로케 매니저가 지한에게 컨펌을 이유로 형민을 설득해주길 원하는 일까지 생겼다. 그리고 또한 병지 자신이 수십장의 사진을 보며 머리를 싸매는 이유이기도 했다.


재진의 부하인 우진이 모는 차 안에서 병지는 지한에게 선별한 사진들을 건네주었다.


“사진들을 얼마나 봤는지 이제는 그곳이 그곳인 것 같더라고.”


지한이 사진을 넘겨보는 것을 곁눈질로 지켜보며 병지가 툴툴거렸다.


“어니, 윤 피디는 대체 뭘 원하는 거야? 마이산이라도 준비하라는 건지. 당장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은 데라면 미친 듯이 좋아할지도 모르지.”

“그런 장소에서 강신무를 춘다면 으스스한 분위기를 화면에 담을 수 있어 좋지. 임팩트 있는 장면을 찍을 수도 있고.”

“뭐, 그렇긴 한데...... 지한아, 내가 생각해봤는데 ‘부름’ 원작을 거의 다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 되도록 시청자들이 질리지 않게 만들려면 많은 부분을 쳐내야 할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괴기 스릴러물로 쓰고 있어.”

“흠, 괴기 스리러물이라...... 그러면..... 이거 완전 내 취향인데.”

“네가 좋아할 줄 알았다. 그나저나 흡혈 형사물은 언제 완성되냐?”

“으윽, 지한이 너도 남의 아픈 부분을 두드려 패는 데가 있었네.”


병지는 쓰다만 흡혈 형사 시나리오를 떠올리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보고 지한은 병지를 놀리는 건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사진으로 눈을 돌려 살펴보던 중 지한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액정화면에 뜬 번호를 보니 정현이었다.


“이봐, 유 작가, 요새 신수가 훤하지? 윤 피디도 영입했겠다 회사에서 지위도 올라갔겠다 요즘 유 작가가 제일 잘 나가는 것 같은데?”


정현은 지한이 전화를 받자마자 특유의 으스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잘 나가다뇨. 어쨌든 덕분에 한시름 놨네요.”

“그래? 고마운 줄 알면 성의 표시를 하는 게 예의 아닐까? 더구나 나한테 빚까지 있잖아.”

“빚이라뇨?”

“이봐, 벌써 오리발이야? 윤 피디와 극단을 소개해주고 소개비를 받기로 했잖아?”

“그랬죠. 하지만 돈으로 받는 건 거절한다 했으니...... 설마 윤 피디님 드라마에 나오고 싶은 겁니까?”

“그 설마가 맞아. 귀한 사람들을 소개해줬으니 그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겠어?”


알고는 있었지만, 정현은 여전히 오만하게 사람을 떠보는 데가 있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지한은 여기서 태클을 걸지 않으면 정현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흐음, 시청자들은 아직 한 배우님의 과거를 용서하지 않았을 텐데요.”

“......”


지한의 생각대로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정현이 했던 것처럼 이름이 아니라 직업을 말한 덕분에 새삼 정현이 놓인 상황을 강조했다. 잠시 할 말을 잃었던 정현은 들릴락 말락하게 툴툴거렸다.


“역시 지위가 올라갔다고 더 건방져졌어···.”


정현의 말을 들었지만 지한은 일부러 모른 척 했다.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저기.... 작은 역 하나라도 맡게 해주면 안 될까? 윤 피디가 연출하는 극에 진짜 나가고 싶어서 그래.”


정현은 기가 죽은 목소리로 부탁했다.


“그런 거라면 제가 아니라 윤 피디님에게 부탁해야죠. 윤 피디님은 정현 씨의 연기를 높이 치시니까 역할을 줄 것 같은데요.”

“알았어.”


지한이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자 병지가 씨익 웃으며 쳐다보았다.


“흐응, 한 배우는 지한이 너에게 맡기면 되겠네. 갈수록 조련 솜씨가 늘어나.”

“조련은 무슨.”


차를 모는 우진 옆에 앉은 재진은 조금 전부터 빨간색 차 뒤에서 따라오는 은색 승용차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빨간색 차는 바로 직전에 통과한 교차로에서 우진이 모는 차 뒤에서 달려오는 중이었다. 그에 반해 은색 차는 벌써 10분이나 우진이 모는 차와 같은 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수상한 차를 신경 쓰던 재진은 지한과 병지의 대화를 들으며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재진은 연예 업계에서 경호 일을 해와서 정현의 평판을 알고 있었다. 까탈스럽고 예민한 배우를 지한은 능숙하게 다루고 있었다. 게다가 본인이 아는지 모르지만, 회사의 대표 이사의 조카가 또래인 지한을 존경하고 의지하고 있었다. 명훈도 직원 이상으로 지한을 걱정하고 믿고 있었다. 재진은 새삼 지한이 달리 보였다.


우진이 모는 차가 촬영 장소로 찜한 산 중 하나로 다가가는 데도 은색 승용차는 차를 한 대를 사이에 두고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은색 승용차 뒤에는 기철이 모는 차가 따라오고 있었다. 재진은 뒤로 돌아 지한을 쳐다보며 말했다.


“여기서 잠시 멈췄다 가겠습니다. 차 하나가 뒤를 따라오는 것 같아서요.”

“예. 급하게 가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재진은 우진에게 몸을 돌려 머리를 끄덕였다. 신호에 따라 우진은 갓길에 차를 댔다. 재진은 차에서 내려 마치 엔진을 살피기라도 할 듯 범퍼를 열었다. 그러고는 곁눈질로 은색 차를 살폈다. 은색 차는 멈추지 않고 빨간색 차를 따라 재진의 곁을 지나쳤다. 선글라스를 벗고 은색 차 안을 힐긋 본 재진은 순간 멈칫했다. 짙게 썬팅이 된 차여서 확실하지 않지만 어두운 곳에서도 적을 대비한 훈련을 해온 재진은 대략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남자는 익숙한 형체를 하고 있었다.


“분명 신호영의 형체였는데......”


재진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멀어져가는 은색 차를 응시했다. 그러는 동안 기철이 모든 차가 재진 곁으로 다가와 섰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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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위기 24.08.13 19 0 12쪽
» 위기 +2 24.08.12 19 0 13쪽
70 위기 +2 24.08.10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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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윤 피디 24.08.07 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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