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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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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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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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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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상현은 외이도 배가 들어온 선착장에서 조금 떨어진 해안가에서 혼자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사실 지한이 섬에 발을 디딜 때부터 그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장의 집으로 안내하는 것뿐 아니라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이 봐온 근사한 곳들을 안내하며 점수를 따고 싶었다. 하지만 지한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만큼 그를 방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이리 늦으시지? 배는 한참 전에 닿았는데. 더구나 배 안에 매점이 없어 지금쯤 배고프실 텐데......”


상현은 걱정스레 선착장 쪽으로 쳐다봤다가 다시 눈앞 해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있을 때 상현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여보세요.”“김 이사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상현은 상대방 남자의 목소리가 조금 어색하고 딱딱하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선착장에서 좀 떨어진 해변에 있습니다.”

“유 작가님과 함께 있습니까?”

“유 작가님은 지금 혼자 섬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먼저 촬영 현장을 보고 싶으신 것 같았어요. 볼 일을 다 보시면 저에게 전화 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래요?”


상대방 남자의 목소리가 당황한 듯 떨렸다.


“그럼, 유 작가님이 오면 이 번호로 전화 주십시오.”

“그러지 말고 여기로 오셔서 같이 기다리면......”


상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남자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상현은 휴대폰 화면을 힐긋 쳐다본 뒤 호주머니에 넣었다. 다시 해변가 모래 위를 서성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한 무리의 남자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칼이나 각목을 든 인상이 험악한 남자들이었다. 상현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남자들 중 한 명이 상현에게로 다가와 멱살을 틀어쥐었다.


“왜.... 왜 이러십니까?”


상현이 목이 졸려 캑캑거리며 말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상현을 영진 앞으로 끌고 왔다. 영진은 겁에 질린 상현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유 작가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정확히 뭐라고 했지?”

“배, 배에서 내려 잠시 혼자 섬을 둘러보겠다고 했습니다. 자, 작품 구상을 한다면서......”

“작품 구상을 하기 위해 혼자 섬을 둘러보겠다고?”


영진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자기를 쫓는 자가 이리 많은데 한가하게 섬 구경이나 하고 있을 인간이 어딨지?”


영진이 손가락을 까닥하자 남자는 멱살을 놓고 상현을 강제로 모래사장에 꿇렸다. 상현은 냉정하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영진과 뒤에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호영에 오금이 저리는 것을 느꼈다.


“유 작가가 뭐라고 했는지 한마디도 빼지 말고 다 말해.”

“예, 예.”


상현은 지한과 전화로 나눴던 대화 전부를 영진에게 털어놓았다. 상현의 말에 영진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녀석이 알아챘어. 덫이라는 것을 알고 나타나지 않은 거지. 그리고.....”


영진은 홱 몸을 돌려 해안가 맞은 편에 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해안가와 길이 이어진 나지막한 야산이 눈에 들어오자 영진은 부하 둘에게 명령했다.


“너희 둘은 즉시 저 산을 뒤져. 녀석이 우릴 보고 있다면 저기만 한 데가 없으니까.”

“예, 형님.”


다시 상현에게 눈을 돌리던 영진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래. 우리 애가 실수해서 사람을 잘못 데려온 게 아니었어. 녀석들의 술수에 넘어갔던 거야. 이번에도 머리를 써서 녀석이 우리 계획을 눈치챈 거지.”


영진은 지한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했던 도현의 말을 이제야 이해했다.


“집이 있는 큰길로만 다닌다고 했지? 사실은 그 반대겠지.”


영진은 상현을 보고 즐겁다는 듯이 빙글빙글 웃었다. 그 웃음을 보자 상현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섬에 가게가 있지? 먹을 거나 생필품을 파는 데 말이야.”

“예? 예, 예. 가게가 있습니다. 서, 선착장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작은 구, 구멍가게가 있습니다.”



영진은 자신의 부하 중 두 사람에게 턱으로 까닥했다.


“되도록 빨리 가게로 가. 거기서 녀석이 어쨌는지 보고해.”

“예, 형님.”


영진의 지시를 받은 부하 둘은 선착장 쪽으로 뛰어갔다. 영진은 다시 턱짓으로 상현을 가리키며 명령했다.


“이 녀석을 데려가. 쓸모가 있을지 모르니까.”

“예, 형님.”


조금 전 상현의 멱살을 잡았던 남자가 다시 다가서자 상현은 자신도 모르게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상황이 정리되자 호영이 입을 열었다.


“그럼, 저는 재진이 녀석을 마중 나가겠습니다.”


영진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지.”

“곧 전해드리죠.”


호영은 느긋하게 대답한 뒤 선착장으로 몸을 돌렸다. 그것을 보고 영진이 턱짓하자 깍두기 머리 남자 다섯이 호영의 뒤를 따랐다.




*




지한은 정민이 데리고 온 남자 두 명이 해안가와 연결된 산 방향으로 오자 바위 뒤에서 벗어났다. 외이도 선착장에 내릴 때만 해도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상현과 전화 통화를 하던 중 한 가지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지한이 외이도로 간다는 것을 진성 쪽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정확한 날짜와 경로를 알지 못하면 타이밍 좋게 차를 들이박지 못했을 것이다.


목적지와 날짜를 아는 사람은 지한 일행과 상현뿐이었다. 지한은 재진의 일행을 의심하지 않았다. 혹시 그중 진성 쪽에 넘어간 사람이 있다면 사람을 착각해 우진을 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상현뿐이었다. 하지만 상현의 말 덕분에 의심자가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이도를 촬영 장소로 권한 건영이라는 사람이었다. 건영이 가장 의심스러웠지만, 상현도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상현을 찾아내 그 뒤를 밟았다. 해안가에서 일어난 일로 지한은 상현을 의심 목록에서 지웠다.



지한은 영진의 부하 두 사람을 피해 달아나는 중에도 손목시계가 어딘 가에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했다. 재진은 손목시계 안에 발신 장치를 집어넣었다고 했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때도 재진은 지한이 있는 위치를 알고 싶어 했다. 썩 마음에 드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제대로 도움이 되고 있었다. 휴대폰이 없어도 재진에게 위치를 알릴 수 있었다. 거친 산길을 달리는 중에 지한은 생각했다.


‘재진 아저씨가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터야 해. 이장님에게 들은 곳이 멀지 않아 다행이야.’



영진은 해안가와 연결된 산으로 지한을 찾으러 간 부하가 빈손으로 돌아오자 화가 났지만 직접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이 기진맥진해서 쓰러질 때까지 서로를 때리게 했다. 그렇게 시작된 싸움을 뒤로 하고 영진은 가게를 다녀온 부하들의 보고를 받았다.


“가게 주인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녀석이 다녀간 게 맞답니다. 녀석이 사간 건 빵, 비스킷, 생수, 어포, 초콜릿과 사탕 같은 것들과 성냥과 초를 사갔답니다. 그리고 파는 물건은 아니지만, 손전등과 낚시꾼이 주고 간 침낭도 돈 주고 가져갔다고 합니다.”

“.....녀석은 산속에 숨어 있군. 비상식량과 침낭을 준비해서.”


영진은 부하 한 사람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는 가서 섬 주민 중 산을 잘 타는 사람을 하나 찾아와. 무작정 산을 뒤지는 것보다 산길을 잘 아는 사람의 안내를 받아야 녀석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으니까.”


명령을 받은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예, 형님.”



*




재진은 장현도의 제트 보트에 타서 외이도로 향하는 중에 명훈에게 이제껏 벌어진 일을 보고했다. 제트 보트의 모터 소리가 울렸지만 보고를 하는 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재진의 보고를 받은 명훈은 너무 놀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재진은 마치 꾸지람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조용히 명훈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죄송합니다, 김 이사님. 일이 이 지경이 되어서 면목 없습니다.”


명훈은 진정하려고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이번에는 네 탓을 해야겠다. 어떤 이유를 대든지 간에 유 작가를 지키지 못한 것은 사실이니까.”

“예.”

“더구나 지금 유 작가더러 섬에 남아 있으라고 한 거는 네 판단 잘못이다. 아무리 저격수가 무섭다고 해서......”


명훈은 간신히 말을 끊었다. 화가 난 나머지 재진에게 험한 말을 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재진은 휴대폰 너머로 명훈이 참고 있다는 낌새를 느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명훈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어쨌든 지금은 유 작가를 구해내는 게 제일 중요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찰청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 어떻게든 도움을 부탁하지.”


명훈의 말을 듣고 재진은 잠시 멈칫했다. 곤란한 표정으로 구레나룻을 긁다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김 이사님, 경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저에게 연락하시겠습니까?”

“경찰이 섬으로 가기 전에?”

“예. 서로 행동을 맞춰야 해서요.”

“.....알았다. 어쨌든 유 작가를 빨리 구해내. 어떤 수를 쓰더라도.”

“......알겠습니다.”


재진은 굳은 얼굴로 휴대폰을 귀에서 내렸다. 그러다 갑판 위에 놓인 지한의 휴대폰을 보게 되었다. 찌그러지고 연기가 나는 차 안에서 병지는 지한의 휴대폰을 들고나왔다. 재진이 괜찮은지 확인하려고 다가갔을 때 병지는 휴대폰을 쥐고 넋 나간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택시에 태울 때 병지는 지한의 휴대폰을 넘겨주며 지한을 꼭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재진의 뒤에 앉은 기철은 발신 추적기에서 눈을 떼고 재진의 등을 쳐다보았다. 재진은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기철은 재진이 자신을 억지로 다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후회나 자기 비하는 지금 쓸모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지한을 구해내고 맡은 임무를 다하는 것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재진은 앓는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 재진이 입을 열었다.


“기철아, 의논한 대로 내가 호영과 싸우는 동안 너는 옆으로 빠져 지한 씨를 찾으러 가.”

“.....선배가 뭘 말하는지 알겠지만....... 부상당한 몸으로 괜찮겠어요?”

“그거는 저쪽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이제부터 내 앞에서 부상에 대해서 말하지 마라. 난 총 맞은 적 없으니까.”

“선배.”

“내 말대로 해. 저쪽은 먼저 섬에 도착했어. 제트 보트가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녀석이 날 마중해주겠지. 나와 장씨 부하들이 저쪽에 맞설 동안 너는 어떻게든 그곳을 빠져 나가.”


재진은 반대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알겠어요, 선배. 참, 그리고 준구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권 작가 주변으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 하긴, 허점을 쉽게 보일만한 사람은 아니지.”


재진은 제트 보트를 몰고 있는 현도에게로 몸을 돌렸다.


“장씨, 애들이 타고 온 보트 중 한 대를 선착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데라고 해. 섬에 닿으면 보토를 숨기도록 하고. 기철이 지한 씨와 함께 육지로 타고 가야 하니까.”


그 말에 현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재진을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곽씨가 말하는 거 들어보니 우리 임무는 주로 후방 지원 같은데? 우리 애들이라면 그걸 싫어할 텐데. 우리 애들은 그렇게 뜨뜻미지근하게 싸우는 거 싫어하는데. 뭐든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거든.”

“부탁해. 이번 일에서 중요한 건 지한 씨를 구해내는 거지. 나도 이기려고 싸우지 않을 테니까. 섬에서 나가는 지한 씨를 엄호하는 게 내 목표야.”


현도는 입술을 씰룩이더니 다시 눈길을 보트가 향하는 바다로 향했다.



“그런데 만약 지한 씨가 놈들에게 이미 붙잡힌 거라면 어떻게 할 거야?”


현도의 말에 재진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굳혔다.


“.....그러면 녀석들은 섬에 없겠지. 볼 일 다 봤는데도 섬에 남아 있을 리가 없는 놈들이야. 괜히 섬 사람들의 경계심을 일으켜 경찰의 주의를 끌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섬에 아직 그놈들의 보트가 있기를 바라야겠네. 그런데 곽씨, 이 빚은 상당히 오래 갈거다. 그건 알고 있지?”

“당연하지.”


재진의 대답에 현도는 칼자국이 난 입가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 재진은 점점 가까워지는 외이도 선착장을 보며 말했다.


“이제 제대로 일해보자.”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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