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공모전참가작

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3,908
추천수 :
73
글자수 :
515,968

작성
24.08.17 22:17
조회
22
추천
0
글자
12쪽

대결

DUMMY

영진은 부하가 데리고 온 중년 남자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얼굴이 짙은 갈색으로 그을리고 키가 작았지만,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보다 몸이 좋았다. 자주 산에 오르내리는지 다리 근육이 단단해 보였다. 중년 남자는 경계심과 두려움이 섞인 얼굴로 영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영진은 종이봉투를 든 남자에게 턱짓을 했다. 그러자 남자가 중년 남자에게 다가가 종이봉투를 열어 그 안을 보여주었다. 봉투 속에 든 지폐 뭉치를 보고 중년 남자는 놀라서 영진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여기서 사람 하나를 찾고 있습니다. 여기 마을은 작아서 외지인이 오면 금방 소문이 나겠죠?”

“예, 뭐, 그렇죠. 듣자 하니 무슨 회사에선가 어떤 사람이 촬영 장소를 여기로 하고 싶다고 이장님을 찾아왔다고 하던데요.”

“그 사람 외에 또 찾아온 사람은 없었는지.”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왔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는데요. 보지도 못했고요. 이장님 집이 우리 아랫집이어서 누가 드나들면 훤히 보이거든요.”

“흠, 그래요?”


영진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섬에 있는 산에 사람이 숨을 만한 데가 얼마나 있을까요? 뭐, 동굴이나 빈집이나 아니면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런 장소 말입니다. 그런 곳들 우리 애들에게 알려주면 이걸 드리죠.”


영진은 고갯짓으로 돈이 든 종이봉투를 가리켰다.


“예, 당연히 안내해드려야죠.”


돈에 욕심을 보이면서도 중년 남자는 여전히 경계심이 어린 눈으로 영진과 그의 부하들을 힐금거렸다.


“그 사람만 찾고 나면 우리는 섬을 떠날 겁니다. 여기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요. 그러니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 예.”


중년 남자는 알겠다는 듯이 영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그러면 당장 안내하겠습니다.”


중년 남자의 말을 듣고 영진은 부하들에게 턱짓을 했다. 그러자 부하 넷이 중년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



섬에 거의 도착했을 때 재진은 영진과 부하들이 타고 왔을 모터 보트 세 대가 해안가 바위에 줄을 묶고 파도에 출렁이고 있었다. 재진은 그것을 보고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직 녀석들은 지한 씨를 찾지 못했어.’


재진은 현도에게 귓속말을 했다. 현도는 재진의 말을 듣고 오른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피식 웃더니 보트를 영진이 타고 온 보트 옆에 댔다. 재진은 상대 보트로 훌쩍 뛰어서 건넜다. 보트 위에는 깍두기 머리 남자 한 사람이 보트를 지키고 있었다. 재진을 본 남자가 빠르게 무전기를 들어 올렸지만, 재진의 무릎으로 안면이 가격당해 무전기를 놓치고 말았다. 재진을 남자를 끌어 현도의 보트로 떠밀었다. 현도는 남자의 멱살을 잡고 칼을 남자의 목에 들이대며 씨익 웃었다.


“물고기 밥 되기 싫으면 친구들이 어딨는지 부는 게 좋을 거다.”


깍두기 머리는 덜덜 떨며 입을 달싹 거렸다. 현도가 남자의 입가에 귀를 갖다대며 말했다.


“응? 잘 안 들리는데?”


남자는 뻐금거리다 냅다 소리쳤다.


“형님! 여기 놈들이......”


현도는 냅다 남자를 난간에 박아버렸다. 남자는 입에 거품을 물고 보트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러는 사이 기철은 현도 부하들이 타고 온 두 보트 중 하나에 올랐다. 재진은 기철이 탄 보트가 섬 뒤편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보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재진은 영진의 보트와 섬의 바위에 묶은 밧줄을 접이식 칼로 끊어버렸다. 보트가 파도에 실려 떠내려가기 전 재진은 보트에서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영진의 부하들이 타고 온 보트로 몸을 트는 순간 모래사장에서 말소리가 났다.


“못 본 사이에 잡스러운 짓이 늘었어. 설마 우리 발을 여기 묶어둔다고 네 놈에게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하나?”


호영이 영진의 부하들과 함께 재진에게 걸어오며 말했다. 재진은 피식 웃은 뒤 입을 열었다.


“이거 영광이군. 직접 찾으러 가는 수고를 덜게 해줬으니.”


현도는 물론 그의 부하들이 보트에서 뛰어내려 재진의 뒤로 걸어왔다.


“그런데 말이야......”


재진이 말을 다 잇기도 전에 호영이 잽싸게 재진에게 달려들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재진이 더 빨랐다. 간발의 차로 호영의 공격을 피한 재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니 녀석은 여전히 칼을 좋아하네.”


호영이 먹이를 노리는 호랑이같이 재진의 빈틈을 노리며 말했다.


“총은 시시하거든. 살과 뼈를 뚫고 들어가는 느낌은 칼에 비할 바가 아니지.”


호영이 턱짓으로 재진이 들고 있는 칼을 가리켰다. 그 행동의 어차피 너도 그렇지 않냐는 뜻이었다. 재진은 칼을 접어서 호주머니에 넣었다.


“내 칼은 사람을 찌르는 칼이 아니거든. 게다가 너 정도는 칼이 필요 없지.”


호영이 이죽거리며 재진을 향해 달려들며 칼을 휘둘렀다.


“니 잔꾀에 넘어갈 줄 알았냐?”


재진은 다시 호영의 공격을 피하다 옆구리 통증으로 삐긋해서 자세가 흐트러졌다. 호영의 칼이 재진의 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순간 재진은 모래를 집어 호영의 눈으로 뿌렸다. 호영이 멈칫한 순간 재진은 재빨리 발목에 묶어두었던 칼을 빼냈다. 접이식 칼보다 날이 긴 칼이었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현도의 부하들과 영진의 부하들이 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현도는 싸움에서 빠져 영진의 부하들이 타고온 보트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


기철이 옮겨탄 보트가 섬 뒤편에 도착하자 장씨 부하가 주위를 유심히 살폈다. 섬 뒤편에는 좁은 모래사장과 크고 작은 바위와 여기저기 엉킨 나무들과 수풀로 어수선한 상태였다.


“저기는 어떻습니까?”


장씨 부하가 물가 가까이 있는 큰 바위를 가리켰다.


“저 바위 뒤에 보트를 숨기는 게 어떻겠습니까? 바다에서는 보이겠지만 저 위치라면 섬에서는 바위 뒤를 보기가 어려울 겁니다.”


그 말대로 섬에서는 바위 뒤가 잘 안 보이는 곳이었다. 기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두 힘을 합쳐 저 바위 뒤로 보트를 끌어 올립시다.”


기철은 보트에 탄 현도의 부하 여섯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럽시다.”


현도의 행동대장 격인 주현이 대표로 대답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현도의 부하들은 잽싸게 보트에서 뛰어내렸다. 기철은 보트에서 내려 재진이 있는 방향을 한번 쳐다본 뒤 현도의 부하들과 함께 보트를 밀기 시작했다.



*



재진은 호영의 칼 든 손을 냅다 차버렸다. 그 공격과 어깨의 통증까지 겹쳐 호영은 칼을 놓쳤다. 호영은 금새 자세를 바로 잡았지만, 재진의 손이 더 빨랐다. 재진은 총을 맞은 호영의 팔에 칼을 꽂아 넣었다.


“윽......”


호영은 이를 악물고 신음이 더 커지는 것을 막았다. 그러고는 왼손으로 품속에서 날이 짧은 칼을 꺼내 재진에게 휘둘렀다. 재진은 잽싸게 뒤로 몸을 뺐지만, 볼을 크게 베이고 말았다.


“.....무기상이냐?”


재진이 우습다는 듯이 말했지만 호영은 핏발 선 눈으로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지난날과 달리 호영에게 도발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재진은 곤란했다. 기철이 지한을 찾아 섬을 떠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험상궂은 무리를 이끄는 남자를 막아야 했다. 적어도 시간을 벌어줘야 했다. 하지만 호영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데다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재진은 뒤로 물러나 호영을 노려보며 숨을 헐떡였다. 다른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 있겠지만 그것은 현도에게 보내는 사인이었다. 재진이 칼로 찌르는 것처럼 하다 발로 호영의 얼굴을 걷어찼다. 호영이 재진의 발차기를 피하고 자세를 바로 하는 순간 현도가 호영의 옆구리에 전기충격기를 갖다 댔다.


“으윽.....”


재진과 현도의 협공을 막지 못하고 호영은 모래사장에 무릎을 꿇었다. 재진은 볼에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고 이미 모래사장에 나뒹구는 영진의 부하인 곱슬머리 남자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목에 칼을 댔다.


“말해. 너희 두목은 어디 있지?”


곱슬머리 남자는 통증으로 얼굴을 찌푸리는 와중에도 재진을 노려보고 있었다. 재진은 남자의 목에 댄 칼에 좀 더 힘을 주었다. 남자는 숨을 거칠게 쉬다가 혀를 깨물어버렸다. 남자의 고개가 옆으로 꺾이면서 모래사장으로 푹 쓰러졌다.


“독한 녀석.”


현도가 혀를 한 번 찬 뒤 말했다.


“아마 두목을 배신하면 더 독한 짓을 당하니 그렇겠지. 그나저나 곤란하게 됐어. 사망사건이 나왔으니 경찰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텐데. 교통사고는 양쪽이 입을 다물기만 하면 되는데.....”


현도는 자신의 부하들과 영진의 부하들이 싸우는 쪽으로는 눈길도 보내지 않고 재진에게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


“그냥 섬 깊은 산속에 묻어버리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을 텐데.”

“.....아니, 일이 끝나면 내가 직접 경찰에 자수해야지.”

“아니, 왜 사람이 변했지? 전에는 네가 직접 손 댄게 아니라고 입을 싹 닦더니? 그리고 앞으로 전과 달고 경호 일 하게?”

“......이번 고객은 편법을 싫어하거든.”

“이번 고객만 고객이야? 더구나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다시 쓰겠어?”

“......”


재진은 가물가물한 정신을 차리려고 입술을 깨물고 자신을 노려보는 호영을 쳐다보았다. 얼마나 세게 입술을 깨물었는지 피가 나고 있었다. 재진은 문득 부끄러움을 느껴 현도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려고 다시 한번 속으로 중얼거렸다.


‘난 여기에 이기려고 온 게 아니다. 어떤 수를 쓰든 내게 주어진 임무를 성공시킬 생각만 해야 해.’


재진은 현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장씨, 일단 저 녀석과 바닥에 누운 녀석들을 격리하고 날 따라와. 먼저 간다.”

“먼저 간다고? 일 처리하고 너를 어떻게 찾아가라고?”

“전화하지.”


재진은 해변가를 벗어나며 휴대폰으로 기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


위치 추적기를 보며 현도의 부하들과 비포장 길을 걷던 기철은 재진의 전화를 받았다.


“기철아. 의논했던 대로 지금부터 수시로 발신기 신호를 알려주라.”

“병지 씨 시계에서 뗀 발신기 신호 말이죠?”

“알았어요. 두 점이 가까워지면 바로 전화하면 되죠?”

“그래.”


기철은 휴대폰을 호주머니에 넣고 추적기를 보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도의 부하들이 기철을 따라 움직였다. 추적기 속 신호를 따라가며 기철이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거 예상과 다른걸? 깊은 산속 동굴 같은 데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



영진은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산길을 잘 아는 마을 사람과 함께 지한을 찾으러 부하 다섯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 사람이 숨어있을 만한 동굴이나 빈집을 수색하는 부하들에게서 지한을 찾지 못했다는 보고만 들어왔다. 지한이 혹시라도 민가로 내려갔다고 해도 좁은 마을 안에서 외지인 소식이 당연히 퍼졌을 것이다. 그러나 의심 갈 만한 소식 하나 없었다.


“녀석은 어디 숨어있는 거지? 설마 땅속으로 사라지지는 않았을 텐데......”


영진은 바다가 둘러싸고 있는 외이도가 처음으로 막막한 곳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개인적 사정으로 금요일에 97 편 올리겠습니다. 24.09.16 2 0 -
96 페이퍼 컴퍼니 24.09.16 7 0 12쪽
95 구치소 사건 24.09.14 7 0 12쪽
94 구치소 사건 24.09.13 11 1 12쪽
93 구치소 사건 24.09.11 10 1 11쪽
92 구치소 사건 24.09.10 14 1 11쪽
91 구치소 사건 24.09.09 16 1 12쪽
90 구치소 사건 +2 24.09.07 14 1 12쪽
89 공략 +2 24.09.06 13 1 12쪽
88 공략 24.09.04 14 0 12쪽
87 공략 24.09.03 14 0 12쪽
86 공략 24.09.02 12 0 11쪽
85 공략 +2 24.08.31 17 0 12쪽
84 공략 +2 24.08.30 14 0 11쪽
83 수사 24.08.28 16 0 12쪽
82 수사 시작 +2 24.08.27 18 0 12쪽
81 수사 시작 +3 24.08.26 20 0 12쪽
80 탈출 24.08.24 21 0 12쪽
79 탈출 24.08.23 16 0 11쪽
78 탈출 24.08.21 19 0 12쪽
77 탈출 +2 24.08.20 17 0 12쪽
76 대결 24.08.19 18 0 12쪽
» 대결 24.08.17 23 0 12쪽
74 대결 +3 24.08.16 22 0 13쪽
73 위기 +2 24.08.14 18 0 12쪽
72 위기 24.08.13 19 0 12쪽
71 위기 +2 24.08.12 20 0 13쪽
70 위기 +2 24.08.10 21 0 12쪽
69 위기 24.08.09 20 1 12쪽
68 윤 피디 24.08.07 23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