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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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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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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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지한은 처음 외이도에 발을 디딜 때 어디서 재진을 기다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동굴이나 빈집 등은 자신을 노린 이들이 제일 먼저 찾아 나설 것 같았다. 민가에 숨어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작은 마을이다 보니 소문이 쉽게 퍼질 것 같았고 자신 때문에 마을 주민이 해를 입을 수 있었다. 그래서 외이도의 이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은 촬영 장소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를 이장에게서 듣게 되었다.


“외이도는 섬이다 보니 미신이 많죠. 요즘 젊은 사람들이야 그런 미신을 믿지 않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고기 잡으러 배 타고 나가기 전에 제를 지냅니다. 그렇다 보니 섬의 무당 할매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합니다. 그 무당이 금줄을 쳐놓은 곳은 섬사람들이라면 들어가지 않죠. 특히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입에 올리지도 않아요. 마을 서쪽에 무당이 금줄 쳐 놓은 곳은 옛날에 무덤이 있던 자리라 젊은 사람들도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요. 뭐, 가끔 무당 할매는 그곳에 가는 것 같지만......”

“그래요? 그런데 이장님은 그 무당을 별로 믿지 않는 것 같네요.”

“요즘 같은 21세기에 무당이라니...... 솔직히 섬 곳곳에 있는 사당이라든지 돌탑이라든지 하는 것들을 전부 치워버렸으면 했죠. 괜히 분위기도 우중충하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촬영 소식을 듣고 그런 것들도 섬의 특징이 될 수 있겠다 싶었죠. 뭐든 관광객에게 어필하면 좋으니까.”


그 말을 듣고 지한은 이장이 현실적인 사람이라 생각하며 말했다.


“무당은 섬에서 촬영하는 걸 싫어하시겠네요.”


지한의 말에 이장은 한숨을 쉬었다.


“섬에서 촬영했다가 관광객들이 많아져서 양기가 강해지면 음양 조화가 깨져 섬에 좋지 않답니다.”

“그렇네요.”


지한은 촬영이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죠. 참, 이장님. 저에게 사정이 좀 있어서 그런데 오늘 대화는 비밀로 해주세요. 섬을 다니면서 혼자 결정해야 할 문제라서요.”

“뭐, 그렇게 하죠. 어려울 것도 없으니까. 어쨌든 촬영 장소로 하는 것 잘 부탁합니다. 섬에 외지인들이 찾아와야 팍팍한 살림에 보탬이 되니까 말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다시 전화 드리죠.”


지한은 다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무당이 금줄을 쳐놨다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섬의 서쪽 산 중턱에 있었다. 짚으로 매듭을 만든 사이에 붉은 고추와 숯을 달아놓은 금줄을 넘어 지한은 거침없이 곳곳에 무덤이 있는 음습한 곳으로 들어갔다.


“.....묘지에 수상해 보이는 사당에 돌탑에...... 그다지 오고 싶은 데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오지 않는 데라고 하니 지금 상황에서는 안심이 되긴 하네......”


지한은 비석 없는 무덤 옆에 앉아 봉지 속에서 생수와 빵을 꺼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때라 조금 전부터 배가 고팠던 것이다.



*



영진은 산길을 해멘 끝에 영진의 부하 한 사람을 발견했다. 평균을 웃도는 키에 단단한 몸을 하고 턱이 뾰족한 남자였다. 남자는 산 중턱의 밭 근처 수풀이나 나무 뒤를 뒤적이고 있었다. 2, 3미터 떨어진 곳에도 영진의 부하가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동굴이나 빈집에서 지한을 찾지 못했군. 그렇지 않다면 수풀 속 같은 곳을 뒤질 리가 없으니까.’


재진은 섬 거주민처럼 차려 입은 현도의 부하에게 병지의 시계에서 빼낸 발신기를 건네주었다.


“남수 씨, 아까 말한 대로 잘 부탁합니다.”

“맡겨만 두십시오. 이 정도는 껌이니까.”


남수는 턱이 뾰족한 남자에게로 걸어가며 말했다.


“아니, 남의 밭에서 뭐하는 겁니까? 보아하니 외지인 같은데.”


턱이 뾰족한 남자는 머리를 들고 남수를 쳐다보았다. 남수는 영진의 부하 가까이 다가가며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혹시 당신이야? 어제 밭에서 누가 상추와 깻잎을 캐 갔던데. 아니, 거지도 아니고 왜 남이 농사한 걸 마음대로 훔치냔 말이야!”


턱이 뾰족한 남자는 애써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려 했다. 그러나 얼굴이 일그러져서 더욱 인상이 나빠 보일 뿐이었다.


“농작물을 훔치려는 게 아니라...... 뭐 좀 찾고 있었습니다......”

“뭐? 그걸 어떻게 믿어? 저번 여름에도 감자를 몰래 캐내 가더니. 당신들 외지인은 공짜에 눈이 뒤집혀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


남수는 턱이 뾰족한 남자 바로 옆으로 가서 손가락질을 하며 따졌다.


“니 얼굴 보니까 제대로 된 새끼가 아니네. 얼굴에 독기가 올랐어. 너 같은 새끼는 육지에서도 분명 남 등 처먹고 살았을 새끼야!”

“뭐? 새끼?”


턱이 뾰족한 남자는 남수의 멱살을 잡고 눈을 부라렸다.


“이 새끼가 누구보고 이 새끼 저 새끼야? 내가 니 새끼냐?”


남수는 과장되게 버둥거렸다. 덕분에 턱이 뾰족한 남자의 셔츠 주머니에 발신기를 집어넣어도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볼 일을 마친 남수는 마치 다 죽어가는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동네 사람들! 불한당 같은 놈이 사람을 치네 쳐. 어이구, 동네 사람들!”


남수가 피우는 소란을 듣고 근처에서 수색하던 얼굴이 유난히 창백한 남자가 다가왔다.


“진기야, 뭐하냐? 문제 일으키지 말라는 형님 말 못 들었어?”

“아, 석현 형님. 이 사람이 새끼니 뭐니 하면서 밭에 심은 거 훔치지 말라며 신경을 건드리지 뭡니까?”


진기는 여전히 남수를 보며 눈을 부라렸다. 그것을 보고 석현이 말을 토막토막 끊으며 명령했다.


“놔, 드리라고, 했다.”


석현의 강압적인 말투에 진기는 몸을 움찔하고는 남수의 멱살을 풀었다. 석현은 웃는 얼굴로 남수에게 말했다.


“우리가 뭐 좀 찾고 있습니다. 농작물은 절대 안 건드릴 테니까 걱정 마십시오.”

“뭐, 농작물을 안 거드린다면야...... 어쨌든 빨리 찾고 가쇼. 괜한 오해 사지 말고......”


기세등등하던 조금 전과 달리 남수는 한풀 기세가 꺾여 있었다.


“알겠습니다.”


석현은 끝가지 인내심을 발휘해 웃는 얼굴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남수는 마치 겁먹은 사람처럼 빠른 걸음으로 그들 곁을 떠났다. 영진의 부하들의 눈이 닿지 않은 곳까지 오자 남수는 재진에게 손으로 오케이 표시를 보냈다. 그것을 보고 재진은 만족스럽다는 눈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


지한은 가게에서 산 빵과 비스킷으로 배를 채우니 긴장이 풀렸다. 체력 보충을 위해 지한은 시계에 알람을 맞춰 무덤 옆에 누웠다. 재진이 준 시계에는 발신 기능뿐 아니라 녹음과 알람 기능까지 있었다. 지한의 휴대폰에 GPS 추적 앱을 깔았지만, 지금처럼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지한의 위치를 알릴 방법은 시계에 추가한 발신 기능이었다. 한 시간 낮잠을 자고 일어난 뒤 정신을 깨울 겸 지한은 무덤과 돌탑 사이를 돌아다녔다. 그는 무엇보다 바깥 상황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


“휴대폰을 어떻게 해서든 가져왔어야 했는데. 굳이 내게 아니어도......”


지한은 후회된다는 듯이 혼잣말을 했다.


“전화하려고 밖으로 나갔다가 그 사람들이라도 만나면 안 되니까......”


지한이 사당 곁을 지나며 아쉬운 듯 중얼거리자 어디선가 불쑥 말소리가 들렸다.


“젊은 놈이 뭘 그리 중얼거리냐? 귀신이라도 들렸냐?”


지한은 놀라서 발을 헛디뎠다.


“뭘 그렇게 놀라?”


사당 문을 열고 키가 150이 조금 넘고 머리가 하얀 노파가 밖으로 나왔다. 노파는 찢어진 눈 끝이 위로 올라가고 주름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안도의 숨을 내쉰 지한은 이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혹시...... 무당 할매?”


그 말을 듣고 노파는 눈을 치켜떴다. 덕분에 노파의 인상이 호랑이 같아졌다.


“이런 건방진 녀석을 봤나? 제 발로 이곳에 들어와 멋대로 신세 진 주제에 고마움을 몰라?”


노파의 호통에 지한은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말이 헛나왔네요.”


지한이 거듭 머리를 숙이자 노파의 뾰족하던 눈빛이 조금 순해졌다.


“그런데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는 것 몰라? 금줄까지 쳐 놨는데.”

“아, 예, 그렇긴 한데......”


지한은 섬의 비공식적 금지구역으로 들어온 이유가 퍼뜩 생각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관광객이라기 보다는 이 섬에 볼일이 있어 온 사람이군......”


노파는 다시 한번 지한을 위에서 아래까지 훑어보며 말했다.


“흥, 섬을 촬영 장소로 하겠다고 온 녀석하고 관련이 있어.”


지한은 속으로 조금 놀랐다. 그는 무속을 믿거나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노파의 감이 예리하다는 것은 인정했다. 그래서 섣불리 노파를 속이려 들면 일이 꼬인다는 것을 알았다.


“예, 그렇습니다. 이장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섬의 무당분이 촬영을 반대한다고 들었습니다.”


노파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날카로운 눈초리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이장 녀석은 섬을 개발해야 되니 관광객을 늘려야 하니 헛소리를 하고 있지. 그 땅에는 그 땅의 그릇이 있어 어울리지 않는 곳에 돈이 몰리면 오히려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모르고. 저번에는 무슨 길을 만든다고 하질 않나 섬 지도를 만들지를 않나.....”


노파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혀를 찼다.


“이봐, 외지 총각. 한 번 생각해봐. 당신이 여기 와서 섬사람들에게 득이 되고 있는지 피해를 주고 있는지.”


그 말에 지한은 찔려서 슬그머니 눈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여기로 오면서 했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자신 때문에 조폭 같은 사람들이 섬에 몰려왔다. 재진은 그들과 싸울 것이고 그러는 중에 섬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자신이 여기로 오지 않았으면 섬사람들에게 그런 위험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섬을 촬영 장소로 쓰고 싶은 욕심에 애써 외면했던 사실을 노파가 정확히 지적했다.


노파는 지한의 얼굴에 드러난 죄책감을 읽었다.


“그만 가봐. 자기 잘못 알았으면 두 번 다시 이런 짓 하지 말고.”

“......예.”


대답을 듣고 노파가 돌아서자 지한이 급히 입을 열었다.


“저기, 무당 할머니. 혹시 섬 지도를 갖고 계세요? 제가 이 섬은 처음이라 길을 몰라서요.”

“.....이장 놈이 억지로 하나 손에 쥐어준 것은 있지.”

“그 지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마침 사당 안에 있으니까 갖다주지.”

“혹시 휴대폰을 갖고 계신가요? 제가 전화할 때가 있어서......”

“그런 건 없어,”


노파는 마치 안 좋은 말이라도 들은 듯이 톡 쏘듯 대답하고는 뒤돌아 사당으로 걸어갔다. 지한은 아쉬움을 느끼며 노파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노파는 사당에서 나왔다. 지한에게 다가온 노파는 A4용지에 볼펜으로 그린 섬 지도를 건네주었다. 직접 발로 다니며 일일이 그린 듯 상당히 자세한 지도였다.


“대동여지도 같은 거네요.”


노파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자 지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조선 시대 김정호가 그린 한반도 지도인데요......”


노파는 지한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그딴 건 상관없고. 이제 섬 지도도 받았겠다 여기서 어서 나가. 오래 있으면 기가 흐트러지니까.”

“제가 좀 사정이 있어서 잠시만 더 있으면 안 될까요?”

“그럴 것 없어. 외지 총각 찾는 사람이 근처까지 왔으니까.”

“절 찾는 사람이요?”


지한은 머릿속에 재진과 영진의 부하들을 동시에 떠올렸다.


“외지 총각을 돕는 쪽이야. 그러니 빨리 여기서 나가.”


노파는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진 뒤 다시 사당 쪽으로 몸을 틀었다. 잠시 망설이던 지한은 사당 쪽으로 돌아섰을 때는 이미 노파는 사당에 들어간 뒤였다.


금줄 쳐진 방향으로 걸으며 지한은 중얼거렸다.


“저 할머니, 정말 신기 있는 거 아냐? 날 돕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있는 건 어떻게 안 거야?”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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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윤 피디 24.08.07 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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