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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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디투
작품등록일 :
2024.06.17 20:42
최근연재일 :
2024.09.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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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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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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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화-환전

DUMMY

5화-환전


“-티뷰론-이요”

“에이~아부지.양아치가 아니라요.

저 같이 어린애들 타라고 나온 차에요”


경찰서내 의경 생활관인 최고층 복도.

복도에 설치된 공중전화에 기대

건들거리며 통화하고 있는 김수혁.


하늘색 공중전화 옆에

“통화는 간단히”가 인상적이다.


통화중인 수혁 주위로

분주한 졸병들이

밝은 파랑 추리닝을 입고 지나다니며

“충성!”

“충성!”

연이어 경례를 한다.


삐딱하게 기대 통화중인

수혁은 한손을 수평으로

손만 까딱 까딱 그으며

통화중에도 그 경례를

받아주고 있다.


“에이~그런거 아니라니까요.

네.네~아부지.부탁드릴게요”


“철컥”


통화가 끝나고

수화기를 얹은 수혁.



빙글 돌아 아무나 지나가는

신병을 하나 붙들어 세운다.


대고참이 어깨를 잡자

소스라치게 놀란

신병이

“이경!신기윤!”

이라고 째질듯한 관등성명을

내뱉는다.



누군지도,

어느 소댄지도 모르는

얼어 붙은 신병의 양 볼을 잡고

수혁은 싱글거리며 말한다.


“앗싸~제대날은 티뷰론과 함께~~”

“야.너..어느”

“예!이경 신기윤!”

“아이~씨바.관등성명 사해(해제)!


너 이번에 들어왔냐?”

“예!그렇습니다!”

“그럼 26개월에서 두달 지났냐?”

“예!그렇습니다!”

“으하하하하하!!!!


진심으로 크게 웃어제낀 수혁.

너무 웃어 눈물까지 찔끔 나서 그걸

닦으며 얘기한다.

“야..ㅅㅂ.그럼 99년이여?이천년이여?

이천년이네?으하하하하!!

너 그거 몰라?99년에 지구 멸망하는거?”


신병은 흰자를 드러내고 45도 상단을

주시하며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지랄.너 알잖아.노스트라다무스..

알지?”


잠시 움찔한 신병은 곧이어 대답한다


“잘 모르겠습니다!”


“어?이 새끼 봐라?

기분 좋다가 갑자기 짜증 날라 그러네.

국민학생도 다 아는데 모른다고?”


“너 몇소대야?와..말년에 한푸닥꺼리 해주까?”

“아닙니다!아..압니다!”

신병이 필사적으로 빨리 대답했다.


“그래.알잖아.너 어뜨카냐?

제대도 못하고 군대에서 뒤지겠네?

와..최고로 불쌍한거잖아?”


“······..”


“뭐야?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대답이 없네?”



“아닙니다.그런적 없습니다”


“그런적 없기는 새끼.누가 팼냐?

이게 진짜 더 짜증나게···”


“어?”


“야.야~거기 본부!”


수혁은 본부중대에서 나오는

본부 인원 하나를

다급히 불러 세우고는

걔 앞으로 달려갔다.



“야!새끼야 니네 돌았어?”


“충성!뭐 말씀이십니까?”


근무복을 말끔히 차려 입은

본부중대 상경이

대꾸를 한다.


“이 새끼들 이거.

존나 빽으로 본부 쳐 들어가서

맨날 넥타이나 쳐 메고

훈련도 열외.근무도 열외.

그냥 군생활 헤엄치는 새끼들이.

안그래도 짜증나는데

돌았어?


제대 일주일도 안 남은

나를 새벽근무에 넣어?

시바. 칼춤 한번 춰주까?어?”


“예?그럴리가..”


“ㅅㅂ 내가 그럼 헛소리

하는걸로 보여?”


“아닙니다.즉시 수정해 놓겠습니다.”


“아오~아주 뒤진다 진짜.

어?뭐야.그거”


상경이 들고 있는 신문을

수혁이 “탁”채가며 물었다.


“아.그거 중대장실에

갖다 놓으려고..”


상경이 신문을 다시

가져가려고 손을 뻗으며 말하자


“아.이 새끼.잠깐 보고

주께.닳냐?”


“아.죄송합니다”


수혁은 신문을 촥 펴고

1면을 읽었다.


최상단 가로로 최고 굵은 글씨로는

“경제위기 초 읽기?”

라고 써 있었고

소제목들은 모두 하나같이

“환율급등”

“정부는 부정”

작은 사진과 함께 있는 기사에는

“경제부 총리는 경제위기

자체를 부정했다”


이런식의 기사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수혁이는

앞의 상경에게 말했다


“야.니 상수대학이지?”

“예.그렇습니다”

“거기 일류대잖아?”

“아,아닙니다”


수혁이 신문 1면을

상경에게 보여주며 묻는다


“넌 어떻게 생각해?

경제위기.이거.

이제 우리나라 부도 나냐?”


약간 생각하던

상경은 곧이어 대답했다.


“음..아무래도 대기업

도산이 이미 너무 많이

일어나서 말입니다”


“그냥 아무일 없이

지가기긴 힘들것도 같고..

죄송합니다.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환율은?”

제법 뭔가 아는것 같은

대답이 나오자

수혁은 재촉하며 연이어 물었다


“이런 혼란상황에선

원화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이미 꽤 떨어졌고요”


“떨어져??!”


갑자기 수혁이

상경의 양팔을 거세게 잡고

흔들며 고함친다


“이수경이 폭등 한다고

내 돈!

···아니,

폭등 한다고 했는데?”


“아..아..일반적으로..”

당황한 상경이 대답을 이어간다.



“환율 등락은 주로 달러

기준으로 말합니다.

지금처럼 원의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값일때

달러가가 올라가서

-환율이 올랐다-라고 표현합니다.

아마 그 분은 그 뜻으로

말씀 하신 걸겁니다”


잡은 두 손은 놓았지만

두 눈은 계속 상경을

노려보고 있는 수혁이였다.



눈은 상경을 노려 보고 있었지만

머리로는···


‘음···.복잡하군..

이 형.이거 잘 하고 있는거 맞아?’



























“척”


‘왔다.명동’

이신은 등에 가방을 맨채

명동 입구에 들어섰다.


2024년에는 거리에 중국어나 일본어만

들리는 명동이지만 1997년의 명동은

외국인이라곤 볼 수 없다.

당시는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 곳이 명동이였다.


달러를 은행보다 싸게 살 수 있다길래

왔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래도 약간 짐작가는데가 있었다.


거기는 나중에 가보기로 하고

일단은 대로를 따라 롯데백화점을 지나

을지로역 쪽으로 갔다.

역에 다다르진 않고 속골목으로 들어와서

명동성당 쪽으로 진입.

명동 파출소를 지나

중국 대사관앞 골목에 들어섰다.


여기는 지금은 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환전 가게들 뿐이지만

97년 당시에는

1세대 덕후인 이신 같은 애들이

바글거리는 외국서적 골목이였다.

“뉴타입”이니”아니메쥬”

“패미통””소년점프”등등···

여기에서 패트레이버 화보집을

큰맘 먹고 샀던 기억이 있다.


그 화보집 지금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런 추억을 곱씹으로 온 것은 아니다.

여기를 하도 뻔질나게 다녀서

왠지 달러도 아니고

“딸라”라고

써 있는 간판이 있던 기억이

흐릿하게 있어서 와 본것이다.


과연 주의 깊게 살피며 가다보니

골목중에서도 속골목에

“딸라 환전”이라고 써 붙여진

가게가 있었고

그 근처에 몇군데의 환전 가게가

있었다.



그 중 어디에 들어갈지는

차후에 생각하고

이신은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

달려갔다.















한참 후,


양복에 선글라스.마스크까지

낀 이신이 아까 환전 골목앞으로

들어왔다.



스무살 초반의 앳된 얼굴로

들어가서는

일단 깔보일게 분명하다.


복장이란

-일부러 꺼내주지 않아도 되는 명함-이다.


그나마 늙어가며 배운 삶의 지혜를

입은 이신에겐

다음 고민이 닥쳐 왔다.


이중에 어느 가게에 들어가야 할까?

이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한집씩 들어가서

오늘 1달러 얼마냐?

라고 물어보면 될터이다.


그런데 이렇게 골목을 이루고

있는 정도라면

경쟁도 경쟁이지만

어느 정도의 커넥션도 있으리라.


잠시 인파들을 피해

건물에 붙어 고민하던 이신은

결심을 굳혔다.


‘난 이미 큰 운을

등에 업고 있어.어느 가게에 가든

그 득실은 눈에 안 보일 정도일 것이다.

앞으로 내가 얻을 재화 전체에 비하면.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자!’



“척”


“척”



“딸랑~”


이신은 골목안의 아무 가게나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다.


가게 안은

드라마에서나 보던···

전당포 같은 구조였다.


앉아서 이야기를 하거나 하는

그런 가구 자체가 없고


싸구려 모텔 카운터 같은데가 있고

그 앞에 좁은 복도뿐이였다.


카운터로 걸어갔다.




“니미..색안경은 지랄.크크”


담배 연기를 뿜으며

정말 험상궂게 생긴

할머니가 앉은채로 말했다.


그 인상이 너무 험하여 이신은

순간 돌아갈까 생각이 들었다.


“뭣이여?벙어리여?”


할머니의 시비조에 오히려

오기가 생긴 이신은

말했다.


“어..얼마요?1달라에?”


“크크크.더듬기는 니미..”

“그것이야.그짝이 얼마 사느냐에 달렸지.카악~!퉷”

피던 담배를 재떨이에 구긴 후

가래침을 뱉으며 주인이 얘기 했다.


“아..아니 그래도 정해진 가격이 있을거 아..”

“어허!!뭣이여 지금?

은행 보단 쳐준다고오!그라고

많이 사면 많이 사는 만큼 더 쳐준당께?

은행 환전값 다 보고 왔잖나.자네.

맞재이?그러니께 얼마나 살껴?

그거나 씨불여봐.이!”


초면에 싸가지 밥말아먹은

말투가 어이가 없어

이신은 주인을 그냥 쳐다보고만 있었다.


“뭐여?자는겨?”


이제 빈정거리기까지 하는 주인.


이신은 욕이나 한바가지 하고

다른데를 갈까 했지만

한숨 죽이고 약간 더 생각을 해 보았다.


‘생면부지의 손님한테 저따위 태도를

하면서도 영업중이라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어차피 들어온거

값은 알아보고 나가는게 나아.좋아’



“백만원이면 달러 얼마 주시나요?”


“호오~돈은 좀 있나벼?”

“지금 떠 보는거 같은데 걍 다 내나봐.내 섭섭잖게

맞춰 줄텡께.”


주인이 얼굴을 이신쪽으로

쑤욱 내밀며 말을 이었다.


“여봐.지금은 당신이랑 나랑 쌩판 남이잖여?

그러니께 좋은말이 안나가지?

근디 말이여.자네가 나한테 10원 한장이라도

이익을 줘 봐.그럼 나도

그랄것잉게.이?그라고 나 잘해줘어~

쫄지 말고 자 줘봐봐.얼마 들고 온겨?”




































“딸랑~”


가게 밖으로 나온 이신.

이신은 들고간 200만원을

다 달러로 바꿨다.

아까 메고온 가방을 앞으로 메고

종종 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집에 가지 않으면,


골목 골목마다 강도들이 내 돈을

뺏어갈것만 같았다.




오늘의 환율은 달러당

“986원”이였다.


확실히 방금 환전한 가게에선

은행 보단 나은 값을 쳐줬다.


주인 할머니의 능글스런 멘트가

정신을 쏙 빼놔서 어리둥절한

상태였지만 어찌 되었든


명동까지 오는 차비나

시간 소비를 생각해도

남는 장사는 확실했다.



97년 은행에서 환전하지 않고

외화계좌를 유지할 수 있는지

아침부터 은행에 가서 알아 봤는데..


전산이 빠른것도 아니고

되긴 되는데 조건이 까다로웠다.


할 수 없이 일단은 집에서 보관

하는 수 밖에 없어서

이신은 매우 불안해하며

앞으로 맨 가방을 꼬옥

붙들고 빠른 걸음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집문서라도

들어 있다고 광고하는듯한

모습이였다.



‘이때는 스리꾼이라고 하는

소매치기도 많은 때야.

절대 뺏길 수 없어.

이돈이 당장 2배,4배 되서

내 인생을 바꿔줄 종자돈이란 말이야’


수많은 인파속을 종종 거리던


이신은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그래!이런 등신.

일평생을 가난에 찌들어

살아서 이런 머리가 안돌아갔네’



이신은 도롯가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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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작가님 +1 24.08.29 76 2 10쪽
23 분노 24.08.28 87 3 10쪽
22 유민지 24.08.27 91 3 10쪽
21 서열정리 24.08.26 105 4 10쪽
20 휴대폰 +1 24.08.23 121 4 10쪽
19 암과 명 24.08.22 121 4 10쪽
18 고개만 끄덕 24.08.21 133 4 11쪽
17 강대호 24.08.20 137 4 10쪽
16 어머니 24.08.19 147 4 10쪽
15 연쇄 +1 24.08.16 170 4 11쪽
14 14-서울출판사 24.08.15 167 4 10쪽
13 13화-장비와 여포 +1 24.08.14 171 5 10쪽
12 12화-금팔찌 24.08.13 185 4 10쪽
11 11화-만화 24.08.12 190 5 10쪽
10 10화-곗돈 24.08.11 189 4 10쪽
9 9화-아버지 +1 24.08.10 20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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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택시 24.08.07 227 6 10쪽
» 5화-환전 24.08.06 260 6 10쪽
4 4화-두배 24.08.06 264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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