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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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디투
작품등록일 :
2024.06.17 20:42
최근연재일 :
2024.09.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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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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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화-샤갈의 눈내리는 마을

DUMMY

8화-샤갈의 눈내리는 마을



“아유~다 지나간다.빨리 와봐”


영희 연쇄점 아줌마는

발까지 굴러가며

우리를 TV앞으로 불렀다.


“전부 이 뉴스뿐이여.

무슨 영어 이름 나라가

쳐들어왔나벼.어.어!여기!

여기 나온다!

잘 봐봐봐”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TV앞으로 온 우리 눈에도

방송이 보이게 되었다.


화면에는 남자 뉴스 앵커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비치고 있었고


얼굴 우측의 그래픽에는

“IMF구제금융”

이라고 씌여 있었다


-정부가 결국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형!!”


수혁이가 내 팔을

잡으며

기뻐서 뭔가 더 떠들려고

하는걸 본 순간,

이신은 급하게

손을 입에 가져다

대고 “쉿”

포즈를 해 겨우 막았다.



-경제 우등생 한국의

신화를 뒤로 한 체,

사실상의 국가 부도를

인정하고···-



이신은 저도 모르게

꽉 쥐고 있는

주먹이 엷게 떨리는걸

느꼈다.



-국제 기관의 품 안에서

회생을 도모해야 하는

뼈 아픈 처지가 된것입니다-



-두근!-



‘뼈 아픈 처지?’


‘크크크···만감이 교차한다..


이번의 난

-뼈아픈 입장-을

사양할게’


-두근-



“아이고 총각들.저거

저거 아이엠 뭐라는 나라가

쳐들어 왔다는 거여?

전쟁 났다는거 맞지?”



-두근-



이신은 피어나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아줌마의 답답한 소리 때문이 아니였다.


엄청난 불안감이 해방된 이 기분.


혹시라도 자기가 알던 역사와

달라지는건 아닌가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확증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결심을 더욱 다졌다.


‘이번에야 말로···

철저히 이겨 준다!’


“형!형 말대로 됐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이신의 손을 붙잡은 수혁.


이신도 두 손으로 그 손을 잡고 말한다.


“새끼야.맞지?

니덕에 됐어.니 덕에!”


“형!”

둘은 얼싸 안고

기쁨을 나눴다.


이신은 물론이고

김수혁도 이신에 대한

믿음이 더 없이 굳어졌다.



다음 순간

포옹을 확 풀며 수혁이

물었다


“근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다음날,이신 모친의 가게.

식자재를 나르고 있는

이신을 향해

이신 모가 짜증섞인 말을

쏘아 붙이고 있다


“아이고~알았다 안카나!

와이래 자꾸 캐쌌노?”


떡볶이 후라이팬에

고추장을 풀어 넣으며

엄마의 짜증은 계속 됐다.


“와 멀쩡한 곗돈을 빼라 카는지도 모르겠지만도,

알았다 카는데도 도대체 몇번이나 반복하는 기고?”


다음 식자재 자루를 두 손으로 들며

이신이 대답한다


“아~~엄마가 못 미더우니까 그렇지..

엄마가 곗돈 땡겨서 빼면

벌금 내야 되는거,그 돈

아까워서 안할까봐 그러지”


“탁!”


숟가락으로 사각 후라이팬

모서리를 치며 이신 모가 대꾸한다

“말 한분(한번) 잘했네!

아니이..두달만 있으면 내 차롄데!

어이?

내 차례되마 돈이 얼마나 더 들어오는지

아나?계를 뭐하러 하는데

그 곗돈 불릴라고 하는긴데..

와 그 돈 날리고,벌금 내고 꼽빼기로

손해 보는 짓을 하라카는기고!”



“으아~!저거 봐봐!”


자루를 모퉁이에 놓고

엄마 옆까지 바짝 다가와

이신이 말을 잇는다


“엄마가 이러니까 내가 자꾸

얘기 하는거잖아요!!”


“그 벌금 내가 내준다니까.

아니,더 줄게요!”



이신 쪽으로 홱~!

고개를 돌리며 엄마가

또 쏘아 붙인다.


“그래!그라이까네

애시당초 멀쩡한 곗돈을 와

빼라카는긴데?

벌금까지 내가민서.어이?”



코트를 주섬 주섬 입으며

이신이 대답한다


“에휴~엄마.그건 지금 말씀

드릴라고 해도,

아휴 여하튼 말씀 드려도

이해도 못하셔유~”


엄마 얼굴 앞에 자기 머리를

들이밀고 말을 이어간다


“엄마!내가 IMF맞힌거 봤지?

맞았잖아요”


“엄마야.야가 와이카노”

들이민 얼굴이 부담 스러운듯

이신을 밀어 내며 엄마가 말한다.


“엄마,그리고 지금 엄마가 빌려준

100만원이 몇배나 불어난거 아시죠?”


이 말에 이신 모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출수가 없어서

몸을 이신 반대로

확 돌리고는 겨우 웃음티를 감추며 말한다


“아,,아이고 이놈아.그래..니 잘났다”


“하하하!엄마는 이제 저만 믿으시면

돼요!!그럼 저 나갔다 올게요!”


힘차게 골목 밖으로 달려 나가는

이신을 보고 엄마가 소리친다


“야야~차 조심해래이~”


“네~~”


이신의 모습이 안보일때까지

지켜보던 이신 모.


‘진짜로 뭣이 될라카는긴가···

고작 며칠만에 돈이 그래(그렇게)

불어나다이(불어나다니)

이기 도대체 우짼 일인가 모르겠네..


우쨌든동,절마(저녀석) 저거 헛바람은 안들어야 될낀데···’

































“으아아아~혀엉”


현대자동차 대리점앞에서

기다리던 수혁은

이신을 보자마자

앓기 시작했다


“팔았냐?”


“팔았어···이게 말이 돼?

딱 한번 탔는데 차 값의 30%넘게 떼는게?”


“야.야.그냥 잊어.

그냥 수업료라고 생각해.


그게 싫으면 팔지 말던가.

저 차 저거 계속 타면 30%만 떼는게

얼마나 혜잔줄 알게 될껄?”


“뭐?혜자?그게 뭔 소리야?”


“앗.아..아냐.말이 헛 나왔어”



‘이런 이런..’


“아.그래도 장안동에 가서 팔면

이것보다 더 받았을거 같아서 아쉽고

그렇단 말이야”


“따라와.걸으면서 얘기해.

그리고 장안동에 니가 직접 갔잖아?

그냥 그날 거기 장사꾼들

회식하는거지~~

30%떼이는게 아니라,

니가 받는게 30%였을거다”


“진짜야?해봤어?”

이신의 빠른걸음을

쫓아가려 애쓰며

수혁이 놀라 물었다.


“아마 안 두드려 맞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걸?하하”


“야.그리고 너 아예 생각을

안하는거 같은데.니가 잘못

한건 그냥 그자리에서

까먹었어?”


“어?”


“이거 봐봐.까먹은 모냥이네.

니가 이 차를 산 자체가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까먹었네.까먹었어.

그러니까 돈이 아깝네 소리가

나오지.돈이 아까운게 아니라

니가 한 선택이 얼마나

잘못된 건지를

그걸 가슴에 새겨야지!”


“·········”

수혁은 눈길을

피하고 대답이 없었다.


“수혁아.그냥 잊어.

그건 잊고 내가 어제 뭐래디?”


“어..그러니까 앞으로···

어음···”



달리듯 빠른 걸음을 하던

이신이 갑자기 멈추자

수혁이 조금 더 앞서가다

급히 멈췄다.


이신이 또 심각한 얼굴로

수혁이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 했다



“수혁아.정신차려.

이제부터가 진짜야.

12월 초에 일단은

한 장이랄까 한 단락이

끝날거야.앞으로 대충

20여일 전후로 남았지?

그때 동안 우리는

최고의 수익을 내야 해”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앞으로 티뷰론 같은 헛..”


“아.형”


수혁이 이신의 시선을 피해

땅쪽으로 보면서 이야기한다


“나 솔직히,형이 하는 말

잘 이해가 안돼.안 믿는다 못 믿겠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머리에 잘 안들어와.

들으면 그때는 알겠는데 말이야”


이신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불과 10년전?

40대 초반의 자신이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화를 냈을 것이 뻔하다.

왜 그런것도 모르냐?

정신 차려라!라며

윽박질러서 상대가 자신의 기준에

부합되도록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은 안변한다는

것을 겨우 알고 있는 상태이며

마음도 그만큼은 다스릴줄 알게 되었음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신은 다~알고 있는것이라도

전달함에 있어서 모자란 부분이 있었을수도

있고,수혁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듣기 때문에 자신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걸

이해해줘야 한다는걸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나이 50을 지천명이라고 하던가?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는 의미이다.

과연 그런가..하고 이신은

생각했다.


“아.알았어.수혁아.

여튼 모르는거 있으면 즉시 묻고,

뭐든지 너 혼자 결정하면 안돼.

그것만 확실히 하면 돼.

알겠지?”


“어.어..알았어”


왠지 혼날거 같았던 수혁은

이신이 다정하게 이야기 해줘서

기뻤다.



“야..빨리 가자.안되겠다.

그냥 택시 타자”


“어.좋지.택시”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이신의 마음은 점점 긴장

되었다.


지금 만나러 가는

사람은 수혁이 처럼

고분 고분한 사람이

아니란 점이 그렇고,


97년으로 돌아오고 나서

늘 괴로움을 주던

-역사가 내 기억과 다르게 전개 되는 불안감-


그 불안감이 다시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점이 그렇다.


“형.왜 그래?

뭔 걱정 있어?”


이신의 표정이 이상하자

옆에 앉은 수혁이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


이신도 수혁과 눈을 마주쳤다.





이신의 눈에 비친 수혁의 모습은

.

.

.



사실


회귀 이전에


이신의 원래 인생에서

만났던


-마지막 수혁-의 모습과

똑같았다.


원래 생에서 이신은


제대한 다음해 정도에


수혁의 아버지 장례식에서


수혁을 만난것이 마지막이였고


그 이후로 한번도 만난적이

없었다.


지금 이신의 눈에는

상복을 입고

오열하던 그 수혁의 모습이

비친 것이다.


당시 수혁은

누렇고

뻣뻣한 삼베

수의를 입고

머리에 새끼줄도

두른 그런 상주의

모습이였다.


이신을 보고 너무나

오열을 해서

이신 자신도

정말 크게 울었었다.



이신 스스로도

이렇게 가까운 사이의

사람이 상을 당한 경험은

처음 이였어서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었다.


수혁을 좋게 생각했던

마음은 이신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제대 후 사회에 던져져

생활하기도 바빴고,


너무 어린 나이에

부친상을 당한 수혁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가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달 두달 만나지 못하다

보니 수십년을 못 본 사이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이 주욱

흐르자


눈 앞에 자기를 믿어주고

있는 수혁이 사랑스럽게 보인 이신이였다.


수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이구~우리 수혁이가

형 걱정해떠여?

어디 수혁이 꼬추 잘 있나

한번 만져보자~어?”


“아이씨!미쳤나 진짜.

걱정해준 내가 미친놈이지.

으아~~하지 말라고오!!”






















수혁과 길을

걸으며 거리의

풍경을 보는 이신.


“민들레 영토”라니..


그러고 보니 이 시절에는

온 동네에 깔린

편의점이 정말 드물고,

스타벅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다.


카페가 있긴 하지만

2024년 처럼 많지는

않았다.


이 추운 날,

길가에 어떤

할머니가 하는

노점에

연인둘이 쪼그려 앉아

열중하고 있는 것을

보니···


“달고나”였다.


저 달고나가

수십년 후

전세계인이

알게 되는

과자란걸

이 거리의 아무도

몰랐으리라..


한참 걷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



‘허얼~한때 유행했던 카페다.마침 약속 장소가

여기라니’


카페에 도착한 둘은 2층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어,저기”

수혁이 상대를 알아보고

손으로 그쪽을 가리켰다.



이신은 그 상대에게 가서

90도로 정중히 인사를 드렸다.


이신의 앞에 삐딱하게

앉아 있는 남자는


수혁의 아버지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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