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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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디투
작품등록일 :
2024.06.17 20:42
최근연재일 :
2024.09.11 18: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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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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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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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계약

DUMMY

28-계약



“아이고~안녕하십니까~”

“어서..오슈..?”

“근데 누···구···?”



한겨울 추위에

석유난로 앞에

불을 쬐던 사장이

인사한다.

난로 위에는

정겨운

황금색 주전자에

물이 끓고 있었다.


-대한테이프-



이신이 도매 거래를 튼

충무로의 비디오테잎

도매점.


거기에 이신어머니가

찾아왔다.


“저 강사장님 맞습니까?”

이신 어머니는

허리를 숙여가며

쭈뼛쭈뼛

한마디 했다.


“예. 그렇소만”


“아이고~사장님. 제가예

저 들으싰을랑가 몰라

(들으셨는지 몰라)

미아동에 ”무비월드“라꼬..

오호호호호.말 할라카이

와이리 부끄럽노?”



사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무비..월드??


겨우 생각이 난 듯한

사장.


“미아···아!

아,예. 그 젊은 이사장. 알죠 알죠

근데···.”


“아,제가 가 애밉니다”

(걔 엄마입니다)


“아이고~그러시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날이 많이 춥죠?”


강사장이 자기가 앉아 있던 안쪽

의자로 이신어머니를 앉힌다


“아이고 고맙습니데이~

날이 춥기는 춥네예.호호”

“다름이 아이고예. 이거 좀 받으이소”


강사장에게 선물 포장이 된 박스를

내민 이신어머니.


“아니?이게 뭔가요?”

“아이고 마.제가 뭣이를 사드리야

될동 몰라가가..

(뭘 사드려야 될지 몰라서)

기양(그냥) 백화점 가마

사기는 치겠나 싶어서 꿀 한통 사왔

습니다.오호호”


“예?이 귀한걸 왜 저한테..”


강사장이

포장을 풀자

금박 띠가 붙은

꿀 한통이 나왔다.

포장이 꽤나 화려했다.


“아이고~사장님. 우리 아아(애)한테

다 얘기 들었습니데이~선생님이

물건 잘 챙기주신다꼬..

그래가 감사 인사 하러 왔습니다”



강사장은 잠시

당황한 눈치다


“아?그래요?장사가

잘 되시는군요?”


사실 강사장은 이신에게 오백만원

선금을 받고 다른 매장에 갈

신작 물량까지 빼서 조달해 줬던

것이다.


기존 매장들의 불평이 터져 나왔지만

이런 저런 핑계로 둘러 댔었다.


그런데 개업 한다는 날이 지나도..

다음 물량을 달라거나 아니면

환불을 해달라거나 아무 연락이

없어 내심 조마조마한 심정이였다.


양심바른 강사장은 공직자도 아니면서

선금으로 받은 500만원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휴~장사가 잘 된다니

참 다행이네요~”

강사장은 웃으며 말했다.


“하이고~이기 다 사장님

덕택 아입니까?그러이

앞으로도 잘 봐돌라꼬 제가

이래 인사할라고 찾아 왔다

아입니까?”


강사장이 양손으로

손사레를 쳤다.


“아이고~아닙니다.아드님이

참 어린데도 똑부러지더라고요.

제가 한건 없죠 뭐”


“아이고~감사합니다.

그래 봐주시서”


“고향이 경상도쪽이신가 봐요?”


이신 어머니가

짐짓 깜짝 놀래며 말한다.


“아이고!마 제가 너무 촌년

티를 냈는갑네예.아이고~

부끄러버라”


강사장은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뇨.아뇨.그런뜻으로 말한게

아니라 저는 여성분들이

경상도 사투리 쓰는게 참

귀엽게 들리더라고요”


“엄마야.엄마야!우짜마 좋노?

아이고 부끄러버래이~”


이신어머니는 실제로

얼굴이 빨개져서 몸둘바를

몰랐다.


“아이고~제가 괜한 소릴

했나 보네요?”


멋쩍어 하는 강사장도

얼굴에 홍조가 돌았다


“사장님,이거 여기 놓고 가요.

전표도 있어요”


현관문이 열려있는 점포라

배달원이 물건을 놓고 가며 말했다.


“어?어..어.그래.박군아”


지나가던 박군 때문에

생각이 떠오른 강사장.


“아이고..제가..이거

워낙 경황이 없어서..

커피.커피 어떠세요?”


“커피예?엄마야.

커피 좋지예”


이신 어머니는

한 손으로 빨개진

볼을 감싸쥐며 대답했다.












































다음날,

서울출판사 면담실



면담실

책상에 앉은 여성은

무릎위의 두 손중

한 손으로 다른 손의

손톱 위 살을

쥐어뜯고 있었고

다리도 달달 떨고 있었다.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흐음..그래 학생..

아이고,아이고 내가

또 실수를 했네.

우리 작가님은..

학생인가?”


유민지 앞에 앉은 편집장이

담배 연기를 후욱 뿜으며 물었다.


“아..아뇨.콜록!콜록!

자..작년에 고등학교

졸업해서 학생은 아니에요”

담배 연기를 손으로

털어내보려다 그게 또

밉게 보일까 참는 유민지였다.


“아~~고졸?”


당시 주간 만화 작가중에

고졸 학력은 전혀 눈에 띄는

학력이 아닌데도 편집장이

괜히 빈정 거린 것이다.



유민지 옆에 앉아 있는 이신이

편집장을 노려 봤다.


“허이구~무서워라.

무서워라.아주 그냥 무서워서

지리겠네.알았어요.알았어”


“자..보자.보자..등본 확인했고

계약서 거기 있죠?

읽어 보세요”


이미 잔뜩 주눅 들어 있던

유민지는 계약서를 두손으로

들고 몇줄 읽는다 싶더니

옆에 이신을 쳐다본다.


그 눈빛에는 “도와달라”는

간절함이 그득했다.



“아..뭘..”

이신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거 다 읽어봐야지.

앞으로 너 혼자 다 해야 하는데.쯧”


그 말이 끝나자 마자

앞에 앉은 편집장이 깐죽거렸다.


“오오~~~~

뭐야?뭐야?진짜 오빠야.뭐야?”


이신이 자리에서 확 일어나려 하자


“알았어.알았어.안할게요~예,예”

하며 능글맞게 쪼갠다.


계약서를 끙끙 거리며

읽고 있던 유민지에게

또 편집장이 말을 건다.


“저..근데..이..나루투 캐릭터들

얼굴 다 그린다고 하던데..맞아?”


이신과 곧 대판 싸울것 같아

조마조마 하던 유민지는

능글맞은 편집장이

갑자기 질문을 하자

놀라서”꺅”소리를

낼뻔 했다



“아,네..”


“그럼..여기서..한번 그려볼..”

까지 이야기 하고

이신의 표정을 곁눈질로

슬쩍 본 편집장.


이신의 표정이 장난이

아니다.


“...건 없겠네?그치?

그렸다는데 뭐.히히”



이신이 폭발 한계 까지

갔다가 내려왔다를 반복했다.


“다···읽..었어요”


한참을 집중해서

계약서를 읽던

유민지가 계약서를

탁자에 놓으며 한숨과

함께 말했다.


“뭐 이해 안가는 부분이나

그런거 있어요?”


또 자동으로 이신을

쳐다보는 유민지였다.


사실 이해 안가는거 밖에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딱딱한 문체에

처음 보는 단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신은 유민지가

다시 쳐다보자

아예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유민지의 작은 입에서

한숨이”포옥~”나왔다.


“네.없어요”

저절로 눈이 감긴채

유민지가 대답했다.


“네.그럼 도장 찍으세요”


“아.네..이름 옆에요?”


이때 이신이 확

유민지 옆으로 몸을 붙이고

계약서를 자기쪽으로 땡겼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이름 옆에

도장 찍을 곳을 가리켰다


“여기 찍어”


유민지가 도장을 찍자


계약서를 접어

윗 페이지의 뒷쪽면과 다음페이지의

가운데에 도장이 반반씩

찍히도록 한 후

“여기 찍어”

를 반복해 다 찍고

다음은 출판사측 계약서와

나란하게 놓고


“자.여기 이 두장 가운데

찍어서 두쪽 모두 반씩

찍히게 찍어”


“여..여기요?”

“그래”

유민지가 찍자 페이지를 넘기며

또 반복했다.


다 찍고 나자 유민지를

보며 이신이 말했다


“다 외웠지?어디 어디 찍는지?”

“아..네”

“머리속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봐.

머리에 집어 넣고 외워.

앞으로는 혼자 해야 할거 아냐?”

“아···네”


그 말을 하자 마자

편집장쪽으로 홱~!

시선을 돌린 이신.


“다 끝났죠?”


막 깐족거릴 표정을 하고 있던

편집장은 미련이 남은 듯

대답했다


“아,왜?커피나 한잔 하고 가지?”


“꺅!”

유민지의 팔을 거칠게

땡겨 일으킨 이신이 말했다

“갈게요”


“풉.알았어.그래”





































서울출판사앞 카페

이신과 유민지가 마주 앉아 있다.

“계약서 잘 챙겼지?”


“네···”


“그거 먹어.케이크”


“아..네”


“어휴~속 터지네 진짜···”


케이크를 먹으려 포크를

들었던 유민지는 이신의 말에

화들짝 놀라 다시 포크를 내려 놓았다


“아,쫌!먹으라고..그냥 먹어.내가 뭔

지랄을 하든 말든.어휴···”



“그리고 먹으면서 들어.

넌 애가 왜그러냐?

옛날부터..”


“네?”


이신은 앗차 싶었다


“아..아니!옛날 사람 처럼 왜그러냐고!

왤케 주눅이 들어 있어.맨날.

어?니가 무슨 사기치고

계약 했어?니가 작간데

왜 그렇게 막 쫄아 있냐고”


“저···솔직히..”


‘?’


이신은 유민지가 무슨 말을

할거 같은게 신기했다.



“저..솔직히 이 계약 이해가..

안가요..

왜 제가 작간지..”


“뭔 소리야?니가 주인공

얼굴 그리잖아!그럼 작가 아냐?”


“예?그..그렇지만..

그것도 선생니..아니..

아저씨가 알려 주신거고..

글.그림 공동인데

저는 스토리도 안 쓰고..

콘티도 안 짜고···뎃생도···.”


어느새 유민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만,민지야”


“너 조운항 선생님 화실에

들어갔지?”


“네..”


“너 조운항 선생님 본 적 있어?”


눈물이 나 음성이 안나온 유민지는

한손으로 입을 막고 고개만 가로 저었다.


“강대호 선생님 화실에서

조운항 선생님 화실로

심부름도 자주 가잖아.몇주나

됐는데도 한번도 본 적 없지?”


“흐흑..네···”


“근데 조운항 화실에서

한달에 책이 몇권이나 출판 되잖아?

거기 작가 이름 누구로

써 있어?”


“흐흑..조..운항이요..”


“그래.원고에 선 하나 안 긋는

그런 사람도 작가로 나오잖아.

근데 니가 뭐가 문제란 건데?”


“아..아뇨..그..서..선생님은

오..오랜 세월 작업 하시다가..

대..선생님 ..되셔서 이제서야..”


“아!좀!답답한 소리 좀 하지마!”

“그럼 너 계약서에 도장 왜 찍었는데?

어?말해봐”


“크흐흐흡”


유민지는 더 서럽게 울 뿐이였다.


이신은 자신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참으며 말을 이었다


“넌 돈이 필요 했고,

그래서 계약 한거지?그럼

그냥 그대로 맡은일만 잘 하면 돼”


“그리고 그딴 양심 바른 소리.

다신 하지마.니 죽을때 까지 말이야”


탁자 위에 얹고 있는 이신의 주먹이

꽉 쥐어진다.


“니가 아무리 양심 바르게

살아본들 아무도 평가 안해주고

쳐다도 안 봐!남들이 널 쳐다볼때가

언젠줄 알아?”


유민지는 계속 고개 숙여 울고만 있다


“너 뜯어먹을때야.

가진거 쥐뿔도 없는 너라도

그거라도 쳐 뜯어먹으려고!

세상에는 그런 새끼들 밖에 없어!

근데 너 그래가지고 어떻게 살려고 그래?”


결국에는 눈물이 터져 버린 이신이였다.




흐느끼던

유민지가 이신의 흔들리는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아..아저씨..왜..왜그래요?”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아..아저씨 대체 뭐에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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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작가님 +1 24.08.29 77 2 10쪽
23 분노 24.08.28 87 3 10쪽
22 유민지 24.08.27 92 3 10쪽
21 서열정리 24.08.26 106 4 10쪽
20 휴대폰 +1 24.08.23 121 4 10쪽
19 암과 명 24.08.22 122 4 10쪽
18 고개만 끄덕 24.08.21 134 4 11쪽
17 강대호 24.08.20 137 4 10쪽
16 어머니 24.08.19 148 4 10쪽
15 연쇄 +1 24.08.16 170 4 11쪽
14 14-서울출판사 24.08.15 168 4 10쪽
13 13화-장비와 여포 +1 24.08.14 171 5 10쪽
12 12화-금팔찌 24.08.13 186 4 10쪽
11 11화-만화 24.08.12 191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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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아버지 +1 24.08.10 209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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