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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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디투
작품등록일 :
2024.06.17 20:42
최근연재일 :
2024.09.11 18: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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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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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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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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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1화-만화

DUMMY

11-만화



"아이고~내 정신 좀 봐래이~"

지갑을 놓고 와서는

무신 장사를 한다꼬.."


아침부터 지갑을 놓고 온

이신 어머니가 반지하

집으로 들어 오고 있었다.


"아이고 야는 일났는가..?”


-벌컥-


"~~이러지 마세요오~”

"어?뭐야?!엄마?"


-탈칵-


"하이고 이 자슥 이거

뭐하고 앉았노?


급하게 지갑을 찾으며 이신 모가

잔소리를 해댄다.


"뭐하노?니.아침 부터

노래 하고 앉았나?

노래 꼬라지 하고는 이러지

마세요는 무신.호호호

참말로 같잖데이.

다 큰기 해가 버얼건데

어이?이기 무신 짓이고?”


"니 할일 없나?

알밥 묵고 이카고 앉았그러

(앉았게)”


"아.씨.할일 있어요.바빠요"


"예에~예에~마이 바쁘세요.

진짜 바쁜 엄마는 나간다이"


-콰당-


"이 씨.엄마는 암것도 모르면서"

‘으아아..이거 이거. 잘 기억이 안나네?

그러니까..'


-찰칵-


이신은 미니카세트의 녹음 버튼을

누르고 흥얼 거리기 시작했다.


.

.

.

.

.

“에라이!

엄마 때메 아예 생각이 안나네"


'안되겠다.오늘은 포기하고 명동에

가야지'


그러면서 조간 신문의 환율란을

펼쳐 보았다.


1700원대였다.


'역시,가는게 맞아.

이건 위험부담이라고 보는게

틀린거야.가 보자!'


















지난 밤,

수혁의 집 거실.


어두운 복도 저편에서


수혁아버지가 있는 거실 소파쪽으로

수혁이 걸어 나왔다.


그 표정이 사뭇 비장했다


“아부지”


수혁아버지가

술병을 든 채

대답한다

"뭣이여?뭣인디?”

“앙!!니도..”

“딸꾹~니도 내가 한심하냐이?"


"아뇨.그런게 아니라요..

이제 어떡하실거예요?"


"뭔 방법 있어요?

술만 드신다고

해결 될게 아니잖아요"


-벌컥,벌컥-


소주 병나발을 

한껏 불던 수혁아버지가

병을 내려 놓는다

"캬아~직이네"

“으아아아~쉬바!

아!긍께 나보고 뭘 어쩌라고오~?"


수혁이 아버지에게

바짝 다가서며

부아가 난 목소리로

강하게 이야기 한다


"뭘 어떻게 해요?

신이형 말대로

어서 이 집을

팔아야죠!"




“부우우웅~~-“



“철썩!!!!!!”


벌떡 일어나 수혁의

뺨을 있는 힘껏 날린

수혁아버지가 이야기한다

"이새끼가 어따대고!"


워낙 세게 맞은 터라

상체 전체가 휘청거린

수혁.


고개가 돌아간채 잠시 멍하게

있자 코에서 코피가

스르륵 떨어졌다.


“뚝”

“뚝”


"안된다면 안되는줄 알아!!”


코피를 닦지 않고

그대로 흘리면서 수혁이

눈알만 돌려 이야기 했다


“그,그럼 어쩌실 건데요?

무슨 방법 있어요?"


"이런 썩어자빠질 새끼가.

어어서 애비한테 눈을 그따위로 떠?"


“이런 샹노무 새끼는 요래!!”


수혁아버지가 수혁의 배를 

정통으로 차버렸다.


"커헉!"

"나가 그딴식으로 가르쳤냐이?”

"어?이 썅노무 새끼야"


배를 잡고 고꾸라진

수혁의 머리카락을 잡고

고개를 들어 올린 수혁아버지는

그대로 얼굴에 주먹질을

시작 했다.


-퍼억!-


"그래!오늘 교육 한번 찐허게

지대로 해주마!"


-퍼억!-


"니 고참인지 뭣인지

그 쥐젖만한 새끼가"


-퍼억!-


"그 잡것이 알긴 뭘 안다고?이?

내 인생 반도 못 살아 본것들이!!"


-퍼억!-

“크허억!”


수혁아버지는 뒤이어

무릎으로 수혁 복부를

가격 했다


-커허어헉!!!!!!-


"그 새끼가 이 집에 대해서

뭘 안다고.주딩이를 놀려?!"


-쿵-

수혁은 그대로

무릎이 꿇려지며

앞으로 쓰러졌다.


"크흐흑..."


잠시 고통에 신음하던

수혁이 겨우 말을 시작했다.


"크..크윽..아부지"

"저...저도..."

"이...

이집..."


"파,,팔고 싶지 않아요..크흑"


앞으로 엎드려 있는 수혁의

그늘진 얼굴에선

피와 함께 눈물도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제..제가 태어난 크흑..집이 잖아요..흐흑"

"집안..구석 구석...

큽,아버지랑...그리고..

그리고...."

"엄마랑 추억이 없는데가

없다구요!!!!!!!

으아아아아앙"


"그..그걸...

아는 새끼가···”


수혁과 마찬가지로 눈물이

터지기 시작한 수혁아버지가 말을

잇는다.


“크흡···

그걸 아는 새끼가

그따구...소릴 지껄엿시야?”



"쾅!"

"쾅!"

"그럼 어쩔건데요?!"

앞으로 바닥에 엎드린

수혁이 한손으로 바닥을

연신 치며 울부짓는다


"으아아아아!!"

"저도 싫다고요!!!싫다고오!!"


그리고 바닥을 두드리던

주먹을 멈추고

꽉 쥐며 표정이 돌변한다.


울음을 멈추고 분노에 찬 표정이 된

수혁이 말을 계속한다

"저는 방법이 있는데....

그냥 포기는 못하겠어요"


"그리고 아버지"


수혁이 고개만 들어 아버지를

응시한다.


수혁 아부지는 여전히 울먹이고 있다.


"엄마...

크흑...엄마 생각을 했어요.."

엄마 생각을 해봤다고요!"


이젠 스스로 가슴을 치며

소리치는 수혁.


"엄마가 이 집을 우리가 간직한 채...

크흑...인생 나락으로 떨어지길

바랄까요?

엄마랑 우리 식구들

추억이 가득한 이 지,집..집이니까?"


수혁의 눈에서 눈물이 다시

쏟아져 내린다.


"아니면!!!!!!!!!!!"






"이 집으로 살아나길

바랄까요?!!!!!!!”




수혁의 절규가 그 큰집에

가득 찼다




















다시 다음날 오후,

어느 카페에서

이신과 마주 앉은 수혁.


"아이고~니네 아부지 너무 하시다.진짜"

"얼굴이 이게 뭐냐?"


이신 앞에 앉은 수혁이 얼굴은

멍과 반창고로 엉망인 상태였다.


"에휴~천성이 그런걸 어쩌겠어?"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으며

수혁이 대답했다.


"여하튼 진짜 수고 했다.수혁아"

그 아부지 허락을 받아내다니."


"수고는 무슨,형이 나한테 살길

알려준건데..그리고

뭐 하나 해결된건 없잖아.

집이고 뭐고 팔아야 숨을 좀

쉬지"


"헤헤.사실 그건 그렇지"


-툭-


"자,여기 천만원.

내 친구들 한테 빌렸어.

오늘 저녁에 천만원 더 빌릴거니까

그건 내일 줄게"


돈 봉투를 잽싸게 자기 가방에

담으며 이신이 말한다


"야~진짜..이래서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하나?강남이 다르긴 다르다야.

아직 20대 초반인 니 친구들이

이렇게 돈을 쉽게 빌려준다고?"


"뭐..다들 넉넉하니까.."

수혁이 뻘쭘해하며 대답한다.


"앞으로도 더 빌릴 수 있는애들

찾아볼게"


"야.수혁아..저..

확인차 묻는건데..

이때까지 내가 달러로

환금한거랑,차값이랑 이런거

아부지 드린거 아니지?"


“아니라니까.아부지가

요 며칠전까지 나한테 줬던 돈도

내 생각에 아마 어디서 빌리신 걸거야.

그런데도 자존심이 있어서

그런거 달라 소리 안하셔"


"요즘 날라버린 건설사들

찾으러 다니시느라

정신도 없으시고.."


"야..다행이다.

그거 우리 진짜 요긴하게 써야 

하는 거거든.자꾸 물어 보기

그래서 껄끄러웠어.

그리고 집은 당장 내놨지?"


"어,오전에 부동산 여러군데 주욱

아부지랑 같이 돌았어.


"그래.근데 안 팔릴거야,

그러니까

아부지 변호사랑 예약도

잡아 놨지?

거기가 제일 중요해.

지금 이 채무 다 어떻게 하면

제일 피해 없게 막을지,

그리고 집 문제도 잘 물어봐봐.

변호사 비용은 부르는대로

한다고 하고..”


이신이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며

이야기 한다


"자.가자.이제 나 명동 가고

다른 볼일도 봐야 해.

넌 내가 시킨거 알지?"


"알았어.그런 책을 왜 사란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형이 하라는데

이유가 있겠지.

변호사 만나고 사러 갈게”


"하하.고맙다.

자 우리 둘 다 화이팅 해보자고"

"화이팅!”

“화이팅!”














이신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환율 2천원.


2천원이라는 숫자가 딱

떨어지는 숫자이기도 하고

당시에 하도 뉴스가 많이 나와서

은연중에 그 숫자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환율이 2천원까지 오르고

그 후에는 떨어지게 된다.


그 환율이 2천원이 되기까지

불과 몇일 안남았고

자본금은 한계에 달해 있기에


오늘 처음으로 명동에서

환전소 말고,

다른곳을 

이신은 다녀왔다.


환전소랑 비교도 안되게

무서운 곳이였지만

IMF가 터질지 말지를

불안해 하던 입장이라


IMF가 실현 되자

그 이전보다는 훨씬 불안감이

적어 견딜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사안 자체가

불안을 동반 할 수 밖에 없었던 터였다.


아무래도 주민등록 등본같은

개인정보를 다 갖다 바친게

걸렸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다.

돈이 뻥튀기 되는데

가진 돈이 없다고 가만히 있을수는

없었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이신.


이신의 방 책상에는

고대유물이 되어 버린

제도용 잉크,

그것을 찍어 쓰는 펜,

채색하는 색색 마카.

원고용지 등이 놓여 있었다.


대충 씻고

나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책상앞에 앉은

이신.


'하하하.

이제 수억,아니,

수십억 짜리 만화 하나 그려 볼까?'






이신은 이전 인생에서

만화가 지망생이였다.


마냥 지망생만 하다 망할 실력은

아니였는데 초반엔 운이 더럽게 따라주질

않았었다.


국내 굴지의 만화 잡지사에

이신을 담당하는 담당 기자까지

배치되어서

연재 준비 단계에 들어 가는 레벨

까지 갔었었다.


그런데...연재가 들어가기 바로 코앞에서···


이제 다음주면 계약서 쓰자는

시점에서 편집장이 교체 되고

그 교체된 편집장은


이신의 원고가 연재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려 버린

것이다.


딱 한사람의 그 결정 하나로

이신은 오만 발버둥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속절 없이 흐르고..


결국은

군대에 끌려가야 했기 때문에


그 당시,그 나이에는 연재를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군 복무중

이신은 당연하게 복귀작을

열심히 준비중이였었다.


그러나,

지금 연습장을

편 이신은

그때 준비한 원고와는 전혀 다른

러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남자 매릭터의 머리는 뾰족 뾰족한데

짧고 칠이 들어가지 않아서

검은 머리가 아니라

밝은색이였고


"스윽~"

"스윽~"


반다나를 하고 있었다

반다나 앞면에는 철판 같은 것이

있었다.


"스윽~"

"스윽~"


인간 소년임에도

요상하게 양 볼에

두가닥씩

수염도 그렸다.


신발은 검은색

군화처럼 목이 길었는데

특이하게

발가락 부분만

뚫려서 발가락이

다 보이는 디자인이였다.


이어서

반다나 가운데에 

문양을 슥슥 그려 넣었는데


한쪽은 삼각형 모양.

반대쪽은 둥근 모양이였다.


나뭇잎을 연상하는 듯한

마크였다.



대충 캐릭터를 다 그린 듯

이신은

씨익 웃으며,

그 캐릭터 머리 위에

만화의 제목을 

스윽 스윽 써 넣었다.




.

.


.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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