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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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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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7 20:42
최근연재일 :
2024.09.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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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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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15화-연쇄




“안녕하세요~오랜만입니다

전역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하하”



서울출판사의

담당자와

미팅룸에서 마주한

이신이였다



담당은 이신에게

측은지심 같은게 있었다.


이신이

입대전

연재 코앞까지 갔다가

미끄러진

그 사건을 함께 겪었기 때문에.


“여기,새로 준비한 콘티입니다”


“네.기대되는데요?

한번 볼게요~”


담당은 아마 서른살 정도였다.


만화잡지사에서는

일반적으로

원고를 투고 하러 가면

놔두고 가라.이런식의 전개가

아니라 바로 그자리에서

읽고 바로 결과를 말해준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신은 한국의 만화시스템에

불신이 가득했다.



이신에게는 처음 만나게 된

담당에 대한 신용이 전혀 없었다.


따져 묻지는 않았지만

그냥 만화랑 아무 상관도 없는

비전공자가 구직활동중

하나 얻어 걸려 여기에 들어온것이지,

만화에 대한 안목은 고사하고

만화에 대한 애정이나 있을까

싶은 그런 사람이 태반이라고

생각했다.


만화도 볼 줄 모르는 인간이,

단지 밥벌이 하러 나온 사람이

내가 피땀 흘려 만든 원고를

어떻게 알아주겠나?

이런 불신이 가득했었다.



후에 이신은 알게 되었다.

일본도 전공자를 뽑는게

아니였단 사실을.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어땠는지

이 담당은 처음부터 죽이 좀 맞았었다.



조용한 상담실.

스윽,스윽 이신의 콘티를 담당이

넘기는 소리만 한번씩 들렸다.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라

맞은편에 앉은 이신은

뻘줌하게 담당자의

눈치만 살필 뿐이였다.



원래의 이신이였다면,

이 상황은

엄청나게 긴장되는 상황이다.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거나,아예

읽다가 그만 둬버리면

그 뒤에 담당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들으나 마나 안된다는

이야기일테니..


50대가 되었고,

전세계 메가히트작의

콘티를 제출한

오늘은 달랐다.


오늘은 이 눈앞의 담당자의 결정따위는

이신에게 아무 상관도 없었다.


연재작 결정은 월에 한번 회의를

통해서 이뤄지지만

당연히 편집장의 입김이 가장 세다.


이신을 연재 직전에

탈락 시켰던 그 팀장 말이다.



아무것도 눈에 안보이고

열정만 가득했던 20대 초반의

이신이 아닌,

산전수전 다 겪은 이신에게는

연재 따내기가 어린애 손목 비틀기

보다 쉬었다.


연재가 어떻게 결정 되고

누구에게 권력이 있다는

목표 분석이 이미 되었는데

뭐가 문제겠나?


쉬운예로 편집장에게

“100억”줄게 연재 시켜달라.

는 제안을 하면

그 제안을 거절할 사람이 있을까?


만화잡지사 편집자가 공직자도 아니고,

연재 들어간 작품이 흥행을

못하는 것은 비일비재하기에,

그 작품이 인기가

없어 연재가 조기 중지 되더라도

편집장의 경력에 흠조차 가지 않는다


물론 이신에게 그런 큰 돈은 없고,

있어도 이런일에 쓰진 않을 것이다.


마치 게임에서 소위”타임머신”이라고

불리는 “얍삽이”를 알아낸것 처럼

이신은 지금의 자기 상황이 너무

흐뭇해 빙그레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게다가 그 해결책에 부스터를 달아줄

“우연한 사건”이 이 출판사

건물에

들어오기 전에 일어나다니.







“좋은데요?”


“네?”


바로 앞에 앉아 이신의 콘티를

읽고 있던 담당이 다 읽었다는

소리를 했는데도 자기만의

흐뭇한 생각을 하다 깜짝 놀란

이신이였다.


“엄청 재밌어요~

설정도 좋고요”

담당이 진심 재미가

있었던지 만면에 거짓 없는

웃음을 활짝 띄우고

신나서 말했다.

그야 재미가 있을것이다.


“아.그런가요?감사합니다”


‘훗,이걸 재미 없다고

한다면 자네 앞길이

아주 힘들었을 것이야’




거기까지면 좋았을텐데

담당은 너무 재미 있었던지

주인공이 먹는 우동가게를

불고기 가게로 바꾸자는둥

쓸데 없는 조언들을 늘어 놓았다.


양팔을 휘젓고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하길래


대충 맞장구를 쳐주며

이야기를 한참 들어주던

이신은 장단 맞춰 주기에도

질려

이제 그만

담당을 만난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저,근데요···”


한창 떠벌이던

담당이

팔짓을 멈추고

대답한다


“네.작가님”

“요즘 편집장님은 좀 어떠세요?”

“편집장님요?”





















“이 점포야”


다음날,이신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길거리 어느 상가 앞.


수혁이 가게를 가리키며

이신에게 이야기한다.


“어때?”


가게는 빈점포에

“임대”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큰 대로변도 아니고,차도옆이기는

해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아니였다.


“크기가 좀 애매하긴 한데···

가격이 그렇다니 뭐..

일단 여긴 봤고,

대여점 좀 큰데 봤다메?거기 가보자”


이신과 수혁은 택시를 타고

버스 정류장

두개 정도 거리를 이동했다



뭐든 이런식으로 흘러가는게 당연한거지만

택시 타는걸 그렇게

금기시 하던

이신은 이미 사라진듯 하다.


큰 도로가에 있는 만화,비디오 대여점앞에 선 두사람.

매장은 제법 크고 입지도 좋지만

손님이 영 썰렁했다.


그도 그럴것이

IMF라는 대재앙이 터진지 며칠뒤라

길거리에서 곡소리가 안나는걸

다행으로 알아야 할

상황이니···


“형,근데 내가 궁금한게 있어.

또 막 이것도 모르냐고 놀리고 그럼 안돼.

알았지?”


“풉.알았어.물어봐”


“야이씨~!안해.안해!

저 표정 봐봐.저거.이미 눈으로 놀리고 있네

안해!이씨~”


돌아서는 수혁을 잡아채며

이신이 붙잡는다

“아냐.미안미안.

야~귀여운걸 어떡하냐?

물어봐.물어봐”


“이씨~두살 밖에 차이 안나면서

귀엽기는···자꾸 쳐 웃고 그러지 마라~

열받으니까”


“알았어.미안.물어봐”


잠바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입은 튀어나온 채로

눈치를 살피던

수혁이 겨우 입을 연다


“음···그게···”


“형이 시켜서 점포

알아보러도 다니고..

테이프 도매상,만화책 도매상도

다니고 요즘 내가 어딜 많이

싸돌아 다니잖아?”


“응.우리 수혁이가 요즘 수고가 많지.

근데?”


“IMF”라는게 막 대기업,뉴스에 나오는

그런 회사들이 부도 난거 아니야?

근데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거리 분위기 자체가 바꼈어..


원래는 내 눈에 이런거 들어오지도

않았을테지만 형하고 다녀서 이런게

눈이 들어오는건지 뭔지.


IMF랑 동네에 작은 가게랑은

뭔 상관이길래 벌써 손님도 없고

이렇게 썰렁해?”


물음이 끝나자 마자,

아직 이신은 입도 안 뗏는데

수혁이 양손을 퍼덕이며

소리친다


“야이 씨!잠깐만!

웃으면 진짜 죽인다!!!”


“알았어.알았어.하하하.

그리고 웃기기는 커녕

엄청 훌륭한데?그런 질문을 다 하고?”


“?”

수혁은 의외의 반응에

어리둥절 했다.


그리고 이신의 대답이

이어졌다.


“대답은 그냥 간단해”

“대기업 다니는 사람도

동네 구멍가게를 쓸거 아냐?

대기업 다닌다고 멀리 있는

백화점만 가는게 아니잖아?”


수혁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짤렸으니 두번 갈걸

한번만 가니까 그렇지”


수혁이 반박한다.


“내가 암만 등신이라도

대기업 다니는 사람 엄청 적은거

정돈 알거덩?그 사람들은

극히 일부분이잖아?”


“호오~”

이신이 짧은 감탄사를

터트린 후 이어서 말한다


“대기업이 혼자 일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들이랑 연결되어 있잖아.

이거 하나로

IMF에 영향받은

사람 수가 훨씬 많아지지?”


“그게 끝이 아니고,

그 중소기업 사람들을 대상으로

쉽게 이야기 하면 예를 들어

식당 하던 사람들

장사가 안될테지?

회사가 부도 나거나

정리해고 하면

그 식당 손님이 줄거니까.

그치?”


수혁이 당황해 하며

묻는다


“형..

정..리..해고?

그게 뭔데?”


이신은 아차 싶었다.


IMF이전까지는

종신고용이 기본개념이였다.


한 회사에 입사하면

퇴직때까지 그 회사에서

잘리는 일이 없는..


IMF 이후로

그게 깨졌기 때문에

수혁이

“정리해고”를

모르는게 당연했다.


“아하하.이제 부터

뉴스에 이 말이 자주 나올거야.

쉽게 말해 회사가

힘드니까 직원을 자르는거야”


“원래 회사 다니는

직원이였다면

그 사람들이 주말이나 휴가철에

가서 돈 써줘야 할 유흥지,관광지 상인들도

직원수가 줄어드니

장사가 안될테고.


여기까지만 예를 들어도

전국민이 다 해당되는거지”


“오~~그러네?

그럼 이제 시작이란 거야?

훨씬 빈 점포가 늘어난다는 거야?”


“응,이전에 본 적 없는 풍경이 벌어질거야.

그리고 우린”


“응?”


“우리만 그 지옥을

거슬러 돈을 긁어 모을 거야”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수혁을 응시하는 이신을 보고

수혁이 말한다


“와···이제 와선 본게 많아서

안 믿을래야 안 믿을수도 없고

형 진짜 캡이다.캡”




“하하하.그러니까 나만 믿으라고.

그럼 들어가 보자.야”


-딸랑~-



비디오 대여점으로 들어간

둘에게 들려온건 주인 아저씨의 통화 소리였다.


“거 참 답답하네..

점포가 나가야 뭘 어떻게 해줄거 아냐.

내가 더 답답해”


수혁이 놀란 토끼눈으로

이신을 쳐다 봤다.


이신은 아주 재빨리 한손을

올려 “쉿~”제스쳐를

취한 후 바로 급하게 내렸다.



사회는 그런 기본적인 구조로

다 연결되어 있다고

수혁이 한테 말 해주자 마자


이 가게도 그런 비극의 연쇄에 걸려 있단걸

알게 된 것이다.


이신은 가게를 주욱 훑었다.

규모가 제법 컸다.


당시의 비디오 대여점에서는

최신 비디오가 몇개 있냐가

매출의 척도였다.


한 가게에서 최신영화 테잎을 3개 갖췄다면

그 선착순 3명 안에 못 들면

예약을 걸든,딴 데를 가야 빌려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기작이라면 다른데도

경쟁률은 비슷할 것이다.


흔히들 “옛날이 좋았다”

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신은 그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었다.

이 얼마나 답답한가?

게다가 그렇게 빌려본 그 영화라는 것은,

좌우를 티비 비율 4:3에 맞춰 다 잘라낸

영상이라 심각한 경우

화면 양쪽 끝에 서서 대화하는

사람 둘다,몸이 잘리고

화면에는 배경만 있는

대화씬이 나오기도

했다.


거기에 그 해상도라는 것은

320*240수준이다.

이런 해상도의 영상을 어떻게 봤나?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4k해상도의 디스플레이에서

320*240화면을 전체화면으로

틀면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로 보이겠지만

그 당시의 디스플레이들은

최대로 뽑아내봤자 640*480해상도.

일반적으로는 320*240해상도에

1:1매칭 되었기 때문에 수치만 들었을때 처럼

그렇게 끔찍한 화질은 아니였다.



뭐 이런 이야기는

이신의 새 인생에서

쓸데 없는 이야기 였고,


어찌되었던

최신 비디오의

수급이 비디오점의

필수요소라고 이신은 생각했다.



“최신작”코너에는


“쥬라기 공원2”가 4개 있었지만

디스플레이 케이스만 있고

4개 모두 대여중이였다.


“아이고~통화가 길었습니다.

많이 춥죠?뭐 찾으시는거 있으신가요?”


힘든 통화를 끝낸 듯한 주인

아저씨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다.


“아~네네.

손님이 좀···없네요?”


“네?아하하.

날씨가 추우니까 그렇..

근데 누구세요?비디오 빌리러

오신분 아니세요?”



톤이 싹 바뀐 말투로

주인이 묻는다.


“요즘 IMF다 뭐다해서

경기도 안 좋고 좀 힘들죠?


이신이 넌지시 한마디 건내본다



“아..뭐..그렇죠..

근데···누구신지?”





이신이 대답한다.


“아···제가 이 점포 얻을까

해서 온 사람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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