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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디투
작품등록일 :
2024.06.17 20:42
최근연재일 :
2024.09.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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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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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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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강대호

DUMMY

17화-강대호



“뭐야?”


얼굴의 신문지가 벗겨진

남자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이신을 보더니..


“···..”

“···..”

“···누..누구세요?”


덥수록한 머리와

정리 안된 수염.

꽤나 살이 붙은 체형의

남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강대호-


이신은 원래의 생에서

제대 후,


만화가 데뷔를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알바와 병행하다보니

시간도 제대로 쓸 수 없어,


문하생을 알아 보다

당시 인기가 엄청 좋았던


“조운항”화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의 무협지 만화 시스템은

소위”공장”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이였고


그 이름 그대로

한달안에 단행본이 한 팀당 4권은

나오는 미친 스피드로 진행 되었다.



주간연재 잡지에서

연재하는 잡지의 경우,

즉,슬램덩크나 드래곤볼

같은 그런 일반적인 연재의 경우,


1년에 많아야 5권,

보통은 4권 나오는게 정상인데

이 무협지 공장에서는

한달에 한 팀당 4권을 뽑아 내는 것이다.

그야말로 공장 라인에서

물건이 쉴새 없이

쏟아지듯

만화책이 뽑혀져 나오는

것이였다.


어차피 그 무협만화를

읽는 독자의 기대치라는 것이

뭔가 엄청난 작품성이나

압도적인 작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였고,


그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납득 가능한 전개.

그리고 미칠듯한

스피드의 연재.


이것이였기 때문에

제작자인 각

무현만화 화실은

충실히 그 요구에

응해왔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큰 축에 속하는

“조운항 화실”의 대표인

“조운항”선생님은

한달에 한두번 얼굴만 비출뿐

작업에는 일체 관여 조차 하지 않는다.


그 화실의 여러 문하생들이

말도 안되는 급여와

처우로 생활하며

그 미친 스피드의 원고를

메꿔 가는 상황이였다.


이신은 이 화실에서

반년정도 생활을 했었는데..


아무리 97년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사회에서는

몰상식이라고 불리던

“선배 빤스 빨기”

까지 실행 되던 곳이

이 무협지 공장이였다.


아니,빤쓰빨기는

양반이였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학교에서 선생들이

자기 분풀이로

어린 학생들에게

말도 안되던 폭력을

행사하던 시절이였다.


학교에서조차 그러니


무협지 화실 같이

수직계급화된

조직에서는

정기적인 구타가

생활의 일부였다.


그런 시절이였다.


급여는 없는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원고를 계속 하면서

숙식제공이 된다는데

의의를 두고,무엇보다

“배울 수 있다는데”의의를 두고

반년은 생활 했었다.


식사라고 해봐야 90%이상이

라면과 커피믹스 정도였다.


이런 환경에서

20대부터 10여년

생활 한 강대호의

몸매가 그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신이

깨워서 일어난

이 화실의 대빵인

“강대호”였다.


답답할만큼

말수가 적은 사람이였지만,


다른 선배들 처럼

“빠따”도 때리지 않았고


무엇보다 실력이 엄청났다.

손도 빨랐다.


그래서 초보티를 약간

벗기 시작했을때부터


이신은 강대호에게

이것 저것 물어가며

꽤 많은것을 배웠었다.


이신이 듣기에

이 화실에서

가장 빠른 시기에

팀장의 자리에

오른 전설적인

인물이 강대호라고

알고 있었다.


그의 실력을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말수가 적을뿐 나이도 40이

다 되어 갔지만,

다른 고참들처럼

안가르쳐주려고 한다던가,

되도 않는 거들먹거림 같은게 없는

좋은 사람이였다.



그러나···


캐릭터가 너무 낡은 그림체였다···


그래서 개인 작가로 독립을 못하고

이런 공장에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처지 였었다.



그렇게 잠깐 지나간

인연이였던 강대호가


97년으로 돌아온 이신에게는

훌륭한 아군이 될 것만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


강대호는 잠에서

덜 깬것인지

멍한 눈만 껌벅거리며

대답이 없었다.


“저는 이신이라고 합니다.

강대호씨 맞죠?

주간 소년 캠프 아시죠?

제가 거기서 연재를 들어가려는

참인데 잡지사에서

소개 받아서 찾아 왔습니다.

강대호씨가 실력이 엄청 좋으시다고

해서요”



“······”

강대호는 말 없이 누워 있던 다리를

내려 간이 온돌에 걸터 앉았다.


“그···.런···.데······.요?”


“척!”


“제가 연재 들어갈 작품을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신은 나루투의 캐릭터 설정 잡은것과

콘티 복사한것을 카운터에 놓으며

이야기 했다.


강대호는 그 자료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고

잡을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한참을 보더니

그는 다시 이신을 보며 말했다.


“저···..”


“네”


“저·········이···

일···..이..

많아···.


서···.요”


이신은 강대호의 스케쥴을

다 알고 있었다.


미칠듯한 스피드로

그려내기도 했고,

화실에서 사실상

선생님 바로 밑의 위치였기에

크게 바쁘지는 않다는 것을.


이 만화방은 조운항선생님

소유인데 알바 겸

여기에 와서 이렇게

누워서 자는게

강대호의 일과중 긴 시간을

차지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선생님.제가 뭘 하나

가져 왔어요”



“와그르르~~”


이신은 카운터위에

양손으로 들고 온

까만 비닐 봉다리를

쏟았고,안에서는

노란 단지우유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


강대호의 감정표현중

최고 수준에 달하는

한마디가 입에서 나왔다.


“선생님.이거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자 여기 빨대요”


이제까진 나무늘보 처럼 느려 터졌던

강대호가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호랑이의 앞발 처럼 재빠르게

빨대를 낚아 채더니

순식간에 입으로 가져가

종이 껍질을 벗긴후,

또 다시 빛의 속도로

단지우유의 뚜껑에


“뽁!”

하고 빨대를 꽂았다.


“쪼오오오오옥~~~~”


그리고는 단숨에 빨아제끼는데

숨한번 안 쉬고

그 가는 빨대로 잘도

단지 우유 하나를 작살냈다


이신은 강대호가 단지우유에

환장하는걸 익히

알고 사 온것이였지만,

근 30년만에 보는 터라

또 다시 감탄이 튀어나왔다.


“아유~정말 이거 좋아하시는군요.

많으니까 천천히 드세요”


“뽁!”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번째 단지 우유에 빨대를

꽂은 강대호.


“선생님.제가 스케쥴 좀 알아 봤는데요.

제 원고 도와주실 수는 있겠더라고요.

제 원고를 다 해달라는게 아니라요.”


“뽁!”


3병째 단지우유를 빨면서는 이제

속도도 좀 줄고 이신의 말도

듣는 듯 보이는 강대호였다.


“콘티는 물론 드리고,

얼굴은 제가 펜터치 할겁니다.

나머지 다 해주시면 되는데요.

배경까지 아예 싹 마무리요”



“어···.그거···.”


“선생님”


“네.제가 그것도 알아봤거든요?

선생님.화실에 스텝분들

많잖아요?그 분들도 일정 부분

쓸 수 있는거 압니다.

만약 그럴 여력이 안되면

톤붙이기나 지우개질은

따로 스텝을 구하셔서 하셔도 되구요”


“뽁!”


“그···.럴···..려···”


4병째를 빨기 시작한

강대호는 무슨 대꾸를 하려 했으나


“그럴려면 돈이 든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제가 선생님한테 이거 해주시는

대가로 달마다···.”


돈 얘기가 나오자 강대호의

빨대에서 빨려 올라가던

바나나우유가 멈췄다


“250만원 드리겠습니다”


“아!”


금액을 듣자 강대호의

최대 감탄사가 또 터졌다.


“괜찮죠?그 금액으로

사람 쓰실수 있는 만큼 쓰시면 됩니다”


97년 당시에 소년 잡지에서

연재를 하고 적어도 2쇄까지

증쇄가 가능하면 월에 300만원

넘는 돈을 벌 수 있었다.

당시 물가 대비 상당한 고소득이였다.


그렇지만 이런 계열이 다 그렇듯,

하청으로 내려가면 그 금액이

터무니 없이 내려가는데


짬이 있어 이런 사정을 다 아는

강대호는 이 금액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하고 있는 화실에서

얻는 수익은 고작

월에 70만원이였기 때문이다.


현재 수익의 3배가

넘는 고소득이였다.


“하···

하···

하······하게···”



“하하.선생님 천천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심정과 다르게 천성이 말이 늦어

하겠다는 말을 못 뱉고 있는

강대호를 향해 이신이 말했다.


“하..할···..게···.요”

힘겹게 의사를 전달한 강대호.

“뽀가각”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잡고 있던 단지 우유통이

조금 우그려뜨려질 만큼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감사합니다.선생님.

여기 제 삐삐번호고요.

잡지사 담당기자 번호도 여기

있습니다”


“제가 일주일 뒤에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콘티를 완성 해주세요.

궁금한거 있으시면 연락주시고요”


“스윽”


“아.그리고 자,여기..

착수금 100만원 입니다.

강대호 선생님!

이걸로 맛있는거 사드시고

힘내서 잘 부탁드릴게요”


“아!”


“가..아···감사합···..”



“네네.잘 알겠습니다.

저는 그만 가볼테니,아.

삐삐 번호 좀 적어주세요”


“······네···..”










이신은 그렇게

만화방을 나와

택시를 잡아 탔다


“용산이요.그 육교 밑에

농협하나 있는거 아세요?”


“아..한강 다리 넘어가기 전에요?”


“네.맞아요.거기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신은 현재 말도 안되는 짓을

벌이고 있다.


담당기자가 “좋네요”

라고만 했을 뿐

자신의 만화가 연재에

들어간다는 아무런 약속이 없는데


그 작품의 스텝을 고용하고

일을 시키고

심지어 선금까지 줬다.


상식선에서 말이 안되는

행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상식선에서는 그럴터이다.


97년의 이신이라는 남자는

미래를 다 알고 있는

상식 밖의 인간이다.


그리고 이 인간은

다 계획이 있었다.











“어?편집장님?”

“음?”


건물모퉁이에서

이 시간에 퇴근하는것을

다 알고 기다리던

이신이 우연인척

편집장에게

말을 건다.



편집장은 40대 중반에

호리호리한

체격이였다.


이신의 인생의

큰 분기점 중

하나에서

최악의 경로로

이탈시킨 남자.

이신은 우연과

계획이 겹쳐져

오늘 이 편집장에게

이신 자신이

분기점의 선택을

제공하려 한다.


이신의 부름에

편집장이 기억이 나는지

아는채를 하려고 한다


“어?아···저···.이···..

이···..”


“하하.이신입니다”


“어,그래 이신.

여기 어쩐일이야?

담당이랑 약속 있어?”


그렇다.연재 한번 못해본,


연재 문턱에까지 갔지만

자기 손으로 잘랐던 작가.

아니 작가 지망생.


편집장의 눈에는 그냥

이정도의 존재감이 이신이였다.


성이라도 알아준게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아 네.그게 아니고

오늘 편집장님 좀 만날라고

찾아왔습니다”


“뭐야?지금?

안돼에~뭔 소리야.근무시간

끝났는데.다음에 약속 잡고 와”


추워서 한손으로

코트 가슴 부분을

여미고 있는 편집장의

팔을 잡으며 이신이 앵겼다


“에이~편집장님.저 추운데

여기서 오래 기다렸어요~”


“안돼.안돼~

나 지금 빨리 가봐야 된다 말야”


“편집장님”


갑자기 얼굴을 들이댄 이신 때메

편집장은 움찔 뒤로 약간 물러섰다.



“뭐..뭐야?”


“전 지금 편집장님이 어디 가시는지,

그리고 뭐가 필요한지 다

잘 알고있습니다”



“그리고 제일 원하시는걸 드릴 수 있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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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서울출판사 24.08.15 168 4 10쪽
13 13화-장비와 여포 +1 24.08.14 171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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