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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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디투
작품등록일 :
2024.06.17 20:42
최근연재일 :
2024.09.11 18: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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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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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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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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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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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4화-두배

DUMMY

4화-두배


“차용증 쓸게”


이신의 분위기가 장난이 아닌지라

다시 이신의 옆 그네에 앉은

수혁에게

이신이 한 말이다.



“돈이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지잖아?”

“내가 니 입장이라도

황당할거 이해도 하니까

일단,일주일?아니 이주일 안에 보여줄게.

그거 보고 나서 결정해”


“그리고 우리 사이니까···뭐 이런말 안해.

차용증 쓸테니까 얼마 빌려줄 수 있냐?”



“와..이 형 컨셉 희한하네~

너무 진지하게 나오니까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뭐야 진짜?”


이신이 발을 약간 굴려

그네를 살짝 타며 대답한다.


“내가 강요할순 없으니까

니 선택이지.그렇지만 분명한건

이거야.”



이신과 나란히 서로 정면만

보고 있던 수혁이

이신쪽으로 고개를

돌려 다음말을 기다렸다.



“내가 분명히 말 할 수 있는건

-1분1초-가 아깝다는 거야.

늦게 할수록 손해야.

지금하면 두배.내일은 얼마일진 몰라도.

점점 줄어.이익이”



차가운 그네 쇠줄을 확 잡고

수혁이 일어나며 이야기 했다


“아!뭐야 진짜~!

1분 1초가 아까워?

뭐 어디가서 하루만에

사기치는법 특강 받고 왔어?”


“이 양반 이거 뭘 해도

될 양반일세?”



수혁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신에게 만큼은

돈을 빌려주는게 아니라

여유 있는 만큼

다 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였다.

둘에겐 그런 믿음이 있었고

그 믿음이 생길만한 사연이

있었다.




짧은 인생이였지만

2년 넘는 군생활 동안

이만큼 마음 따뜻한 사람을 본적이

없었기에,이신이 싫다고만

않는다면 앞으로도

동업을 하던 뭘 하던

평생의 친구로 하길 희망한

상태였다.









-치직..-


퍽!

퍽!

윽!!


그들에게

무참히 밟히고

있던 이신앞에

빨간색

휴대용 소화기 두개가

“탁”

“탁”

떨어졌다.


-치직..-


“야이 개새끼들아!!”

생의 희망을

놓은채

밟히고 있던 이신은

수혁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이 돌아왔다



-치직..-


‘수..수혁이야?’














밤 11시가 넘은 시간.


이신은 버스에서

내려 집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째선지 한참이나 지난

그때의 기억이 단편적으로

떠올랐다.





수혁이는

백만원을 빌려줬다.


차용증은 쓴다고 했지만

수혁이가 그딴거 안 받는다고

은행 현금 지급기 앞에서

너무 싸워서..

그냥 쪽팔려서 그만 뒀다..



수혁의 집은

대단한 부자집이였다.



그 넉넉한 형편 때문에

희망을 걸었지만

진짜로 선뜻 빌려줘서

너무 다행이라 생각했다.


‘-100만원-

김치찌개가 3천원 안하는 집도

있던 터라 지금이랑

값어치가 다른 큰 금액이다’


돈이 들어와서인지

저절로 가볍게 뛰어 들어가고 있는 이신.

혹한에 꽝꽝 얼어붙은

시멘트 바닥을

“탕”

“탕”

울리는

이신의 뛰는 소리가

골목에

청명하게 울리고 있었다.



근 30년 과거로 돌와왔지만

그 사실에 신기해할 틈 없는

하루 였기에

한숨 돌린 이제

조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희 연쇄점-


이젠 레트로 드라마에 세트로나

나오는 구멍가게가 이신의

시야에 지나간다.


‘캬~-연쇄점-저 단어 자체를 본게 언제적이야?’


연쇄점뿐 아니라,

주변의 간판들이 다들 정겹다

“서울 세탁”

“미아 정식”

“장수목욕탕”

“쌍둥이 통닭”


이신이 돌아온

2024년보다

확연하게 영어 간판이

적어서 그런지

정겨운 느낌이 진했다


연쇄점 앞,

아이스크림통 하며

가게안에 메달린

미원통.

미쳐 여름에 떼지 않고 방치된

파리 끈끈이..

이런 저런 동네 구경을 하며

집으로 달려가던 이신.


신나게 동네 구경하던 것도 잠시.


몸이 기억하는 대로

골목을 달리다


“척!”

걸음이 멈추게 된다.


그곳은 엄마의 초라한

떡볶이 가게.

형편이 어려운 탓에

아무 간판조차 없었다.


포장마차는 아니지만

삼각형 건물의 모서리 부분.

못 쓰는 자리에 겨우 얻은

초라한 가게.


김이 술술 나는 오뎅과 떡볶이

매대 뒤에 엄마가 앉아서 졸고 계시다.


지금은 잘 찾아보기도 힘든

노오랗고 어두운 백열전구빛이 초라함을

더하고 있었다.


저 초라한 옷차림 하며..

이 추운 날씨에

저 딱딱하고 추운

샛파란색 플라스틱

슬리퍼 하며..


가게 안에 갖춰진 집기들

모든것이 낡고 닳은 물건들 뿐이였다.


“가난”이란 글자를

공간으로 표현 한다면

이보다 어울리는 것이 없을것

같은 꼴이였다


한순간에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내가 이 모습을 다시 보게 될줄이야···’


‘나는 지금도 떡볶이를 안먹는다’


엄마가 파는 떡볶이는 양배추.파.양파.마늘.당근..

온갖 채소에다 설탕은 몸에 안 좋다며

사과를 갈아서 단 맛을 낸 고급 떡볶이였다.


이런 풍성한 재료라 남는게 없었다.


그마저도 달면 몸에 안좋다며

단 맛도 다른 떡볶이에 비해 떨어지니

장사가 잘 될 턱이 없었다.


이신은 이 문제로 엄마랑

어지간히도 싸웠었다.


자기 가정이 우선이지

안오면 그만인 남을 위해

왜 건강식을 하느냐?

그 결과 장사만 더 안되는데?

이런 주장을 이신이 하면


“남 눈에 눈물나게 하마

내 눈에 피눈물 난다 카는 소리

모리나?

우째 남이라꼬 몸에 안 좋은거

뻐~이(뻔히)알민서도

그걸 여서(넣어서)판단 말이고?

내사 마,굶어 죽으마 죽었지

그래는 몬한데이.

고마 시끄럽다!”


이런식으로 나오는데야

이신은 할 말을 잃었다.


누가 들으면 음식에 독을 풀어서

팔라고 한 것 같은 반응이 나오니

더 이상 대화할

의지조차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신은 그 부분이

후회된다.


당시 어린 나이때는

엄마의 마음은 이해 못하고

불같이 화를 내기만 했다.


좀 더 부드럽게,좀 더 조곤조곤

의견조율을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그런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이신이였다.



‘엄마와의 이런일들 때문에 떡볶이를 보면 괴롭기만 해서

난 지금도 떡볶이를 안 먹었다.보는것도 싫었다’


‘새벽같이 도매시장 가서

재료 떼오고,가져오면 다듬고..

늘 잠이 모자라 졸던 엄마.

난 또 그렇게 고생해서 조는 엄마가

보기 싫으니 뭐라 하기만 했었다’


‘이 모습을 내가 다시 볼줄이야···’


엄마가 눈치 못채게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

한참을 오열한 이신은

겨우 추스르게 되자

엄마에게 돌아왔다.



졸고 있는 엄마를 흔들며

불렀다



“엄마”


“아이고!어서오이소!”


“엄마.나야”

“아이고..시이가(신이냐)?”

“밥은 뭇나?.

아따나..잠이 이키(이렇게) 오노?”


“밥 먹었어”


엄마는 내 대답은

들은척 만척

앞에 있던 오뎅 한꼬치를

쑥 빼서 이신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김이 술술 났다.


“아나!오뎅 한개 무라”

“아..아뇨.됐어요”


엄마가 잠시 신이를 빤히 쳐다봤다.


“묵기 싫으마 치아뿌라.

내 묵지 뭐”

라며 오뎅을 입으로 가져갔다.


“엄마..저···그보다

드릴..말씀이 있어요”


엄마는 졸음이 떨쳐지지

않는듯

심드렁하게 오뎅을

씹으며 말씀 하셨다.


“그래.드리 봐라.

돈 이야기만 빼고”



이신은 등받이 없는

플라스틱 의자를

엄마 쪽으로 더 땡겨

앉으며 말했다.


“엄마.믿기 힘들어도..

웃지 말고 끝까지 잘 들어야 해.

“알았지?”


엄마는 여전히

입에 남은 오뎅을 씹고 있었지만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바꼈다.


“뭔데?와이카노?”



나는 그 초라한

엄마의 가게에서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주욱~말씀드렸다.


단,사실 내가 엄마랑

비슷한 나이고

미래에서 돌아왔단건 말씀 드릴 수 없었다.

엄마에게 아들인 내가

비참한 인생을 살았다고

말씀 드릴순 없었기 때문이다.




이젠 껌뻑 거리기까지

하는 노란 조명 밑에서


이야기를 다 해드렸다.









“끝이가?”

“내가 맞게 이해 했는지

잘 들어봐라이?”


“응”


“요새 뉴스에 자주 나오는-IMF-

카는기 며칠내로 터진다”


“응.응”


“그기 터지마 한마디로 나라가

부도가 난 기고,나라가 걸베이니까

(거지니까)

우리나라 돈,그렁께네”원”의

가치가 쓰레기가 된다”


“응.응.잘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미국돈

1달라를 살라카마 천원정도 하는데

-IMF-가 터지마 2천원으로 오른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꼽아가며

엄마는 말씀을 이어갔다



“그라이까네~!”

(그러니까)


“천원밖에 안하는 지금

딸라를 엄청시리 산 다음에

2천원으로 오르면 팔아!”


“그렇지!”

엄마의 이해가 빨라

기쁜 이신이 바짝 붙어 맞장구를 친다.


“그라마 바로 두배장사!

이기네?”


“맞어.엄마!”


막 신나서 이야기하던

엄마가


갑자기 분위기를 싹 바꿔서

한손으로 턱을 괴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근데···이 엄청난 정보를

니가 알수 있게 된 이유가···

그라이까네..

10일이나 연속으로···”


‘읔..너무 대충 둘러댔나?

역시 이부분이 걸리는건가?’


이신이 엄마의 인상을 살피며

불안해졌다.

엄마는 말을 이었다.


“10일이나 연속으로

꿈에 신령님이 나와서 알려줬다?”


엄마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이신은 너무 당황해서

어쩔줄을 몰랐다.


두 눈이 절로 질끈 감겼다.

‘아이구 역시 너무 어설펐어..’



















“신아!이눔아!”


엄마가 이신의 한쪽 어깨를

“탁!”치며 말했다.


“잘했다!이눔아”


이신은 어리둥절 했다.


엄마는 몸을 돌려

밤하늘의 달을

보며 말했다.


“암만캐도(아무래도) 응답이 왔는갑데이~.

내가 이날 이때까지

그래에~~(그렇게~)조상님께

빌고 또 빌었디만

드디어 응답이 왔는갑네!


우리는 팔자 핐다 이제!

오호호호호

이래 좋을수가 있나?”



‘헉!’

이신은 너무 의외에

반응이 오히려 당황 스러웠다.



한참을 기뻐하던 엄마는

급하게 이신 쪽으로 돌아서서

소리쳤다.



“집에 문갑.젤 밑 빼닫이(서랍)

다 빼마 그 밑에 돈 있다!

퍼뜩(빨리) 가서 새리봐라(세어봐라)”


연이어 손을 뻗어 손가락질 하며

외치셨다


“퍼뜩 가라!똥깡새이(똥강아지)!!”


“아.넵~!”


이신은 뒤도 안돌아보고

집으로 향해 달려갔다.


오르막을 힘차게 올라가던

이신은 한순간 높이

뜀박질 하며

“야호~”라고 소리쳤다.


이젠 꽤 멀어진 그 모습을 보며

엄마가 말을 했다


“저거 봐라.저거···

하이고 참말로···

아주 좋아 죽네.죽어”


‘그래.사나아(사내) 자슥이

한창 나이에 제대 했으이..

하고 싶은기 얼매나 많겠노?

그기 뭐든지 우리 시이(신이)도

깊이 생각을 해 본 기겠지’



‘-IMF-고 -환율-이고

지 나름대로는 연구 마이 했구마..’


‘근데···.’


한순간 엄마의

표정이 한심하단 표정으로

변하며 넋두리 한다



“그 말도 안되는 설정은 뭐고?

신령님 이라이..

아따나 마..마.. 모성애라 카는기

이래 위대하다이?

저런 헛소리를 다 장단 맞차주네..허허”



그리고는 다시 달을 향해

몸을 돌리고 읖조린다.


“하이튼간에 우리 아들.

이 엄마가 믿는다이?

화이팅이다.짜슥아”










“탁”



“탁”



“탁”




이신은 밤거리를

힘차게!

힘차게 달리고 있다.


‘백만원이라니!!!

엄마한테 이런 거금이 있었을 줄이야!


수혁이거랑 합쳐서

2백만원!

이거면 할만해!’


이신의

몸이 날라갈것 같이

가벼운 것은

근 30년전 체력으로

돌아와서 인지

꿈에서만

그리던 성공이

코앞이라 그런지

알 수 없었다.



이신은 날듯이 달리며

생각했다



‘내일은 명동이다!

진짜 인생역전 시작해 보는거라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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