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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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디투
작품등록일 :
2024.06.17 20:42
최근연재일 :
2024.09.11 18:0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5,049
추천수 :
122
글자수 :
149,807

작성
24.08.06 19:07
조회
495
추천
9
글자
11쪽

1화-지갑

DUMMY

1화-지갑




“흐윽~!”


기자회견 마이크 앞에서

눈물을 닦는 중년의 남자.


그를 둘러싼 기자들중

하나가 다급히 질문한다.


“대표님!이 눈물의 의미는 뭐죠?”

다른 기자가 연달아 질문한다


“푸른하늘 재단 누적

기부액 100억원 달성

기념회.이 기쁜 자리에서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너무

감격해서 그러신건가요?”


“촤라라라라락!”


카메라 플래쉬가 너무하다

싶을만큼 터지고 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어느정도

훔친 남자가 말을 이어간다..


“우리..LS재단의..오늘이 있기까지..

부..불철주야 고생하신..


우리..이신 회장님..”


“크흡~”


“우리 이신 회장님 생각에 그만..”




“탁!”


이 모습을 티비로 보고 있던

이신 회장이

티비를 꺼버리고 리모콘을

탁자에 놓았다.



“아~수혁이 짜식. 참···”


말은 그렇게 하지만

표정은 흐뭇하게

웃고 있는 이신 회장이였다.



40대도 다 지나고

50줄인

중년 남자이지만

눈빛에는

생기가 넘치고

인상에는 자심감이 가득했다.


양 무릎을 손으로

누르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이신.


그는 자신 넘치는 표정으로

혼잣말을 했다.


“드디어 다 이뤘구나!”

“어무이 한테 보고나 하러 가볼까?”










.

.

.

.

.

.






!

.

.

.

.

.





“예?”



이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말 했다.


한순간에

다른 차원, 다른 시간인

것일까?


이곳은 강남의 어느 아파트 단지.


조금전의 이신과 똑같은 얼굴이지만

눈빛은 탁하고


덥수룩한 머리.

염색을 못해

뿌리부터 올라온 흰머리가

검은 머리 보다 더 길다.


면도도 제대로 하지 않아

지맘대로 들쑥날쑥한 잔 수염.


싸구려 잠바떼기를

입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이신의 얼굴을 한 다른 사람 같았다


“아~이 아저씨.말귀를 못알아듣네?”

“딸꾹”


얼큰하게 술에 취한 30대 초반의 남자가

자신의 지갑을 이신의 얼굴앞에

흔들며 말하고 있다.

술에 취했지만 옷차림이나

악세사리들이 그의 부를 보여주고 있었다.



둘의 옆에 세워진 수십억짜리

자동차가 그 남자의 것인것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제가 이 지갑을 던져요.예?

던지면 아저씨가..딸꾹!

주워 오기만 하므는?어?

딸꾹! 그라믄 제가 말이죠?

5만원!오오만원 드린다니까?”


“아니이~아저씨가아아 딸꾹!”

“운전도 잘해주시고!어?!

차카신분 가타서..

그래서,어!선물!선물인거지!크으~좋다.선물!”


비틀거리며 이런 말을 뇌 깔리고 있는 남자앞에서

이신은 말이 없어졌다.




‘5만원이면 내 입장에서 적은돈이 아니야’




“에이!”


남자가 안주머니로

지갑을 넣으며 말했다.

“재미 없네..

싫으면 말..”


“확!”

그 순간 이신이

들어가고 있는

남자의 손을

다급하게 잡았다.


“엥?”



술에 쩔은 남자가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하..

할게요!”


이신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경직되어 말했다.


“하하하하하!”


“이제 말이 좀 통하네.

그래.그래.재밌잖아!!딸꾹”


“좋아,좋아 그렇게 나와야지.어?”

남자는 신나하며 다시

지갑을 꺼내 들었다.


왼쪽 눈밑 점이 유난히 밉쌀스러워 보였다.


“척”

엉성한 포즈로 두 다리를

벌린 남자.


“자아~갑니다요”

한 다리를 들어

어설픈 와인드업 자세를 한 후


“휙!”


지갑을 던졌다.


취했다고는 해도 왠지

자세가 좀 제대로 잡혀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신은 저절로

침이 “꿀떡”삼켜졌다.


그러나

일부러 그런것인지


지갑은 수직으로 높히 솟았기에


멀리 가지 못했다.

이신의 머리위를 지나


등 뒤 2미터 정도에 있는

허벅지 높이 정도의,

작은 잎이 조밀한

조경수에 “툭”하고 떨어졌다.



이신은 뒤로 돌아 지갑으로

향했다.


“뚜벅”

“뚜벅”


걸음 마다 자괴감이

올라왔지만


억지로,

또 간신히

그 감정을 꾹꾹 누르며 걸었다.


지갑을 잡고 들어 올렸다


“헉!”



지폐 반 정도 길이로

접는 지갑인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지갑이 제대로 접히질 않았다.


언뜻 봐도 5만원권이 반에 좀

못 미치고 나머지는 수표 같았다.



‘젠장.나는 개 처럼 이런짓이나 하고 있는데

어느놈은 지갑이 이렇구나’


억누르느라 애를 썼지만

눈앞에 이런 다물어지지 않는 지갑을

보니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어찌 되었든


뒤돌아가 지갑을 남자에게 돌려 주었다.


10월의 새벽 3시.

한기로 입에서는 김이 제법 많이 나오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하!”

“자아아알 하셨어요!”


지갑을 건내 받은 남자는

비틀거리며 즐거워 했다.


이신은 어느정도 안도했다.


이런짓 시키는 놈이면

지갑을 갖다 줬을때 충분히

머리 쓰다듬기 같은 굴욕적인 행동을

할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아아아~~아저씨가,딸꾹”

“즈애미있게,어?!재밌게 해주셨으니까아···”

“어디보자아~그러니까아아~딸꾹!”



“오!있네!있어!

만원짜리 없는줄 알았는데..좋아.좋아!”



척!



“자!받아요!아저씨!

아저씨가 재미있게 해주셨으니까

만원 더 얹었,딸꾹..얹었어요.

육만원!!!받으세요!”



비틀거리는 남자가 6만원을

내밀었고


이신은 두손으로 그 돈을

받으며 90도로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 순간.

이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어머니의 모습.


어머니는 치매때문에

요양병원에 계신다.


이젠 아들인 나도 못 알아보는 어머니.


그 어머니의 간병비가

너무나 힘든데


부수입 6만원이라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신은 진심으로 연거푸 허리숙여

인사를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캬하하하하하하하하!!”


그야말로”재수없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웃음소리로

남자는 쳐 웃고 있었다.


조용한 새벽.아파트 건물에

메아리마저 쳐서

더욱 듣기 거북한 소리였다.



비틀거리며 허리를 굽혀 웃던

남자가 겨우 웃음을 멈추고 이야기했다.


“이 아저씨.진짜 재미있네?”


“네?”


뭔지 모를 불안감이 든

이신은 본능적으로

억지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바로 다음 순간

“척!”


남자는 이신의

양쪽 어깨를 제 손으로

잡았다.


“사,사장님?”

이제는 입에 붙어버린

사장님 소리가

자동으로 입밖으로 나온

이신.

그 표정은 당황과 불안으로

가득했다.



“그쵸?”


“네?뭐···뭐가요?”


불안감이 더 커졌다.


계속 양쪽 어깨를 붙들고

남자가 말했다.


“어차피 놀거면 재미있게 놀아야죠.꺼윽~”

“그쳐?”


“아..하···그..그런가요?”


이신의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당연하죠!”



남자가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제 얼굴 앞에

검지 하나를 “쑥!”올리며

이야기 했다


“한판 더 하죠!”




-쿵-


이신은 자기한테만

바람 한 덩어리가

날아와 부딪힌 느낌을 받았다.

몸이 싸늘해졌다.


“자.자.아저씨~

잘..딸꾹!잘

들어 봐봐바바바”


남자는 비틀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아이고오!!내가.내가

실수 했네”

“짝!”

남자는 자기 뺨을 살짝

때리며 말을 계속했다.


“아저씨가 아니라,

기.사.님!

그치 기사님.

죄송함미다아~”


말은 죄송하다고 했지만

남자는 기분 나쁘게

이신의 한쪽 어깨를

두세번 탁탁 치며 이야기를 계속 했다.


“룰은 간단해요”


“아까 처럼 내가 던진 지갑을

가져오시믄 된다아~이그지!

가릿?”




이신은 한 순간에

마음이 놓였다.


대리운전기사라는

직업은 취객”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다.


뺨도 맞아봤고

별 험한 꼴을 다 당했었다.


그래서 이번엔 무슨 짓을 당할지

긴장이 너무 됐었는데

이 정도 굴욕에

또 돈도 준다니


긴장이 풀리는걸 넘어

기분이 좋아질 지경이였다.


“단!”



“조건이 있거덩요.딸꾹!”


“꺼어억!아.죄송함드아..안주빨을

너무 세웠나?캬캬”


남자의 트림에

파절임 냄새 같은게

퍼져 이신은 괴로웠지만

겨우 표정관리를 해냈다.


“대신 말이죠..잘 봐바바.

저리 던질 거야”


라며 남자의 손이

골반쪽에서 서서히 올라갔다.


이신은 또 저도 모르게

침이 꿀꺽~삼켜졌다.


남자의 손이 다 올라가고


“빙~글”


돌아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아파트 차량 출입문이였다.


차량 두대가 왕복으로 지날 수 있고

차단기가 세워져 있는 아파트의 입구.

양 옆으로는

사람이 지나는 문도 있었다.

새벽시간이라 그런지,

고장인지 차단기는 둘 다 올려져 있었다.



그 출입문 바로 앞은 일반 차도였고

새벽이라 드문드문 이였지만 차량이 다니고 있었다.


“네?저기 어디요?”


“어디긴요?저기 차도죠”


“저기 차가 나올지도 모르..”

“어허!!”


“그러니까!!”



순간 남자의 표정이

진짜 악마 같았다.

헛것이 보이는지

양손을 파리처럼 비비며

입맛을 다시며 쪼개고 있는

남자에게 밑에서 부터 빨간 조명이

비추고 있는것 처럼 보였다.


허리를 사악 숙이고

제 양손을 사락 사락

비비고 입맛까지 다시며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ㅋㅋ.그러니까 재밌죠?”



“뭐..뭐라구요?”

이신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남자가 이신에게 바짝 다가와

아까와는 반대 손으로

이신의 어깨를

“탁”쥐며 말했다.


“에헤이~~이거 봐.또 그런

비관 적인 사고.또 나온다.또 나와.

그런 사고 노노해”


“왜그래?매사에?”


라며 남자는 안주머니에서

재빨리 지갑을 꺼내

이신의 얼굴앞에 내밀었다.


너무 가까이 댄 나머지

이신이 뒤로 움찔 피했다


“주워오면 이 지갑 통채로 다 드릴게!”




-쿵-



이신은 눈 앞이 아득함을 느꼈다.


그런 이신에게

남자가 계속 말을 이어 갔다

“500짜리 수표 몇장해서

아마 4천은 될 듯?”


“아.맞어!지갑!

이거 새거거덩?”


“중고로 팔면 못 받아도 몇백은

받을걸?난 그런거 안해봐서 몰겠지만

그렇다데.여튼 이 지갑은 뽀나스!”


“수표 신고하고 그런 유치한짓 안해.안해.

저 저 봐봐..지금 우리를 딱!어?

내 차 블랙박스가 찍고 있네.어?

내가 메모리카드 빼서 주께.아냐.아냐.


블박 녹음 되니까 들어가서 내가 다시 얘기 해주까?

아냐.아냐.딸꾹~.아저씨 폰으로 동영상 찍어.

내가 주워오면 이지갑 통채로 준다고

얘기하께”



안그래도 충격이 큰데

남자의 속사포 같은 떠벌림에

이신은 더욱 정신이 혼미했다.


“어때요?아저씨.어?이정도면

아저씨도,어?”


“나름 재미있지 않아?”




이신의 몸이 옅게 떨리기 시작했다.


‘4···4천이면···.’

‘4천이면 대..대리를 몇번..해..아니’


‘몇년을 해야 겨우 만질 수 있는 돈이야’


‘젠장’


‘젠장’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야.

언뜻 선택지를 준 것 처럼 보이지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이걸 안하면 그냥 병신이야!’



잠시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던 이신.




양 주먹을

천천히

꽉 쥐며


크게 대답했다



“할게요”



“오케이!자 간다이!”


휴대폰 녹화고

뭐고,그런걸 스스로

제안하는걸 보면


그런 녹화따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윽. 이제 까지 이런 순간들마다

내가 얼마나 고민하고 신중했었나?

그런데 지금 내 꼬라지는 왜

이러냐고?!!

이젠 그냥 지르겠어!’



이신의 대답이 떨어지자

마자

남자는 아까처럼 와인드업을

한 후 지갑을 던졌다.



“휙!!!”


그러나 아까와는 딴 판으로


지갑은 엄청난

거리를 날아가 차도 정중앙까지 갔다.


“뛰어!!!!!!!!!!!”


남자가 악마처럼 소리쳤다.


결심으로 고양된 이신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팍!”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탁”

“탁”

“탁”




“뛰어!”

남자가 뒤에서

신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탁”

“탁”


‘이 선택이’


“탁”

“탁”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탁”

“탁”



“더 빨리 병신아!!캬캬캬캬캬캬”


“탁”


“탁”

‘모른채..’

‘난 뛰고 또 뛰었다’




“탁”

“탁”

“탁”

“탁”

“탁”


“탁”


“탁”


“탁”


.

.

.

.

.

.

.

.

.

.

.

.

.

.











“쾅!!!!!!!!!!!!!!!!!!!!!!!!!!!!!!!!!!!!!!!!!!!!!!!!!!!!!!!!!!!!”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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