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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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2디투
작품등록일 :
2024.06.17 20:42
최근연재일 :
2024.09.11 18:0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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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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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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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고개만 끄덕

DUMMY

18-고개만 끄덕


“제일 원하는걸 드릴 수 있어요”


이 한마디에


편집장은

근처 카페로

밀어 넣는 이신의 손길에

못 이기는척 따랐다.


“아···참 나 진짜 바빠.

진짜 잠깐만 시간 되니까

말 할거 있으면 빨리 말해”


한파에 바람도

많이 부는 날이라

따뜻한 카페안으로

들어온 편집장의

안경은 한순간에

뿌옇게 김이 서렸다.



“예~예~

뭐 드실래요?

커피?”



“아무거나.그래.커피,커피”


편집장은 귀찮다는 듯

손사레를 치며 대답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카페를 가득 채우며

흐르는 캐롤 음악과

은은한 커피향에

편집장은 마음이 풀린듯

했다.


특히 너무 추웠던 터라

따뜻한 카페안에

들어온게 왠지

괜히 덕 본 기분이였다.


“삑”


이신은 탁자의 단추를 눌렀고,

즉시 종업원이 와서 주문을 받아갔다.


마음에 여유가 흘러 넘쳤던지..

중요한 이야기를 앞두고 있는 처지면서

이신은 이런 생각을 했다.


‘참,나···’


‘이때 보다

값은 몇 배나 올랐으면서

2024년 카페는

주문도 줄 서서,답답한

기계에 하고

커피도 자기가 와서 가져가야 하고..

이때는 이렇게 편했는데

세상이 왜 그렇게 됐지?’


기업은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야

성장할 수 있다는 기본이

틀어져 버린 미래가

희한하다는 생각을 하는

이신이였다.



“이봐.뭐해?”

“사람 바쁘다는데 불러 놓고 멍때려?”


“아이고 죄송합니다”


“네,네,말씀드릴게요···저..

편집장님”


“실은 제 담당 기자님께

들었습니다.인수한 갈비집 때메

좀 힘드시다고···”






















“야이 새끼야!”



며칠전,


서울출판사 편집부를

찾아 들어가던

이신은,우연히 공중전화

에서 통화중인

편집장의 소리를

듣게 되었었다.


편집장은

출판사앞 공중전화에서

엄청 큰 소리로

역정을 내고 있었다.


“니 힘들땐 내가

얼마나 챙겨줬어?새끼야.

근데 형이 곧 죽을판이라는데

동생이란 새끼가 그 돈을

못해줘?”



편집부에 전화기가 없을턱이

없는데 이 추운날,

공중전화를 쓰는것

자체가 어떤 통화인지를

대충 짐작하게

해줬는데다가


통화 내용을 들으니

이신은 대충

감이 왔다.


골목 모퉁이에 기대

편집장의 통화를 귀로만

듣고 있으면서

이신은 삐져 나오는 웃음을

두 손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소리는 겨우 참았지만,

그 웃음 때메 몸 전체가

들썩 들썩 떨리고 있었다


‘미친.하하하.이게 말이 되냐고?

안그래도 내가 이런일 있나 해서

오게 된건데,무슨 나 들으라고

세트 만들어두고


내가

공중전화 근처에 올때 큐사인이라도

준것처럼 이런 통화를 한다고?’


‘으하하하하!!

그래!인생이 이렇게

굴러가야지.

바로 이거야!

살 맛 난다!

크하하하하’



그 통화를 다 듣고 난 후,

어딘가로 씩씩 거리며 편집장이

사라진 후,편집부에 가서

담당자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내용은 이랬다.


편집장은 두달전에,

용산역앞에

대형 갈비집을 인수 했던 것이다.

잔뜩 대출을 끼고.


이 얘기를 듣자 마자

이신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감추느라 입으로 손을

틀어막고 난리를 치다

재채기랑 겹쳐 사레가

걸리고 난리가 났었다.


웃음으로,그리고 사레로

눈물 범벅이 되었지만 그래도

계속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담당이 미친놈 처럼 쳐다보는걸

느꼈지만 도저히 참질 못했다.



이신의 눈에 편집장은

마치 과거의 자신처럼 보였다.


뒤로 자빠졌는데 코가 깨지는 그런 인생..



IMF가 터졌는데 갈비 장사가 될 리가 없다.

조그만 분식점도 힘든데

나름 고급음식,게다가 역앞에

대형 음식점은 살아남기가 거의

불가능한 시절이였다.


차라리 IMF도 타격을 줄 수 없는

수준의 부를 가진,강남에 있는

점포 였다면 이야기가 좀 달랐을지

몰라도 당시의 용산은 전혀 부촌이

아니였다.


역사 자체부터

현재의 거대한 멀티플렉스몰인 용산역이 아니라

기차 타는 플랫폼엔 야외 지붕만

있고 지하철 차체는 야외에서

비를 그대로 맞는 그런 허름한 역사였다



내가 달리기 1등을

하는 것보다,내가

2등,3등을 하더라도

미워하는 놈이

달리기 하다 자빠질때

인간은 더 행복을 느낀다.



“꼬숩다”

는 표현이 그냥 나온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감정을 느낄때

뇌에서 맛을 느끼는 주변이 활성화

된다는 설도 있다.


이신은 그 꼬수운 감정에

휩싸여 남이 보면 미친놈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에이~박기자 그놈은 왜

쓸데 없는 소릴 하고

앉았어?”



“커피 나왔습니다”


루돌프로 추정되는

사슴이 산타의 썰매를

끄는 앞치마를 한

여종업원이 커피를

가져왔다.


“에이..별게 다 짜증나게..

후룹”


“엇뜨!!”


“아이쿠 조심하세요”


이신이 재빠르게

휴지를 건내자

편집장이 그 손을 탁 치며

말했다


“뭐야?빨리 말 하고 끝내게.

나 바쁘다고!”


“·········..”



“좋습니다.말씀드리죠”


“제가 박기자님께 드린

콘티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

.

.

.

.

“그거 한달내로 새연재로 넣어주십시요”


이신의 표정과 눈빛에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고 자신감이 넘쳤다.



“뭐야?이거 미친놈 아냐?

너 돌았어?내가 그렇게

만만해···.”



“쾅!”


이신은 편집장의 말을 끊고

자신의 묵직한 가방을

탁자 위에 세게 놓았다.


그 묵직한 소리에

편집장은

사지가 확 오므라 들었다.


잘 알지도 모르는 작간지 뭔지

하는 놈이라지만

갑자기 화를 낸 통에

저 어린놈이 몽둥이라도

꺼내는게 아닌가

순간 쫄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이신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몽둥이와는 너무나

다른 말이였다.


“5백만원 현찰입니다”


“뭐?”

편집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신은 그 표정을 즐기며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 같았으면 돈으로 날 매수하려고

하느냐느니,어디서 이런짓을

배웠냐느니 쌍욕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편집장은

500만원이 아니라,

5천원 한장도 아쉬운 판이였다.



그랬기 때문에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것이다.



남이 지금 편집장의 모습을

봤다면 그저 황망한 표정이라고

할 것이지만

이신에게는

그 표정 하나 하나의

움직임이 뭘 의미하는지

속속들이 다 보여서

무척이나 즐거웠다.



“편집장님···”


“어?”


마치 이신이 부르길

기다렸다는 듯이 편집장이

득달같이 대답했다.


“그냥 이 가방 그대로 메고

가시면 됩니다”


편집장의 눈이

심하다 싶을 만큼

커졌고 입술이

바싹 말라 있었다.


그러나 아무 말을 하진

않았다.


뭐라 해야 할지

곤란할 것이다.


“아마..그냥 제 추측인데,지금

가게에 카운터 보러 가시는거 아닌가요?

인건비 아끼시려고..”


미쳐 대답은 못했지만

정곡을 찔렸는지 편집장은

뒤로 몸을 확 젖히며 놀랐다.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였다.



이신은 표정 관리를 하려

했지만

삐져나오는 건방진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냥 아아무 말씀도 안하셔도 됩니다.

자 둘러보세요.회사 사람도 없죠?


우리 둘만 아는 일이고,새연재 들어

가는거야 늘 있는 일이잖아요?


느닷없이도 아니고,제가 한달

시간도 드리잖아요?”


이신은 빠다를 한 박스는

통채로 먹은 듯

느끼한 백인이 영화에서

하듯 눈썹을 씰룩 거렸다.



편집장의 표정은 가관이였다.


아무 소리는 못내지만 이젠

그 큰눈 말고 입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마치 영혼이 반은 빠져 나간것

같았다.


표정이 저런 이유를 이신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받아도 괜찮을까?혹시 탈 날일

없을까?

근데 저 돈은 너무 갖고 싶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난리를 치고 있다 보니


뇌의 한계가 차버려

표정관리에 할당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리라..


그 표정을 보고 그런 분석을

하는 이 시간이

이신은 너무나 행복하다.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압도적 갑의 위치.


이제까지 늘상

반대 입장에서만 섰던

인생에선 상상도 못해봤던

쾌락.



“그냥 말도 마세요.

고개만 끄덕이세요.

그럼 편해집니다”



.

.

.

.

“고개만 끄덕이고

아무말 없이 이 가방

메고 나가시면 됩니다”



편집장의 표정은 이제

울기 직전까지 갔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커피를 한잔 마셨다.


들어올릴때 찻잔과 찻잔

받힘이 그 떨림에 부딪혀


“채채채채챙”


소리를 냈다


그게 또 이신은 재미있었다.

자기의 여흥에 흥을 북돋아주는

음악 처럼 들렸다.


“탁”


편집장은 커피를 마신 후,

잔을 놓았고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신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던

편집장은



겨우 입을 떼었다.


“다..”


“네?”


“담배 한대만..

피..필게”


“네?

아..담배요?

저 담배 연기 싫은데?”


이신은 또 능글맞게 웃으며

이야기 했다.


“끄응~”

편집장이 꺼낸 담배를

다시 집어 넣고 있었다.


“하하.피세요.농담입니다.

피세요”


편집장은 뭐라도

한마디 핀잔을

주고 싶었지만

앓는 소리만 내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몇번 담배를 빨며

고민하던 편집장.


담배를 끼운 손으로

이마를 긁기도 하고

꼰 다리를 다른 다리로

바꾸기도 하고

고민이 깊은 듯 했다.


그러다

이윽고





“끄덕”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탁자위의

가방끈을 낚아 채고는

한쪽 어깨에

메려는데

.

.

.

.


“확!”


편집장이

잡은 가방끈을

붙잡으며 이신이 말했다


“잠시만요!”



“뭐.뭐야!!”


편집장은 몇 초전까지

얼마나 비참한 표정을 했었던지를

깡그리 잊은듯

다시 완전 갑의 표정이 되어

소리쳤다


“죄송합니다.제가 거짓말을

조금 했어요”


“이새끼 뭐야!”


편집장이 크게

고함을 질렀다


“사실 이 가방에는

천만원이 들어있어요”


“뭐,,뭐야?”

갑자기 다시 을의 표정이 된

편집장이 말했다.



“이 천만원 다 가지고 싶으세요?”




























“와~형은 진짜 이런거

어떻게 다 알았어?”


이틀 후,

세무서 앞.

일을 본 이신과 수혁이

건물을 나오고 있다


“헤헤..난 뭐든 다 알잖아”

“진짜 대단하다.형.

난 부가세니 소득세니 이런거

자체가 한글이니 읽을줄이야 알지

뭔 뜻인지 지금도 모르겠는데

대여점 하면 이런거 세금 혜택 준다는걸

어떻게 알았어?”


“짜식아.난 뭐든지 다 알아.헤헤

그래도 나 바쁜데 너 아니면 내가

어떻게 인감 맡기고 이런걸 다 시키겠냐?

니가 내 대신 여러 관공서 다

다녀주고 해서 이런거 되는거지.

내가 대단해?

너도 대단해.임마”


“헤헤.그래?으하하하”

수혁이가 뒷머리를

긁으며 좋아한다



“나 그냥하는 말 아니야.

니 덕에 환율때도 얼마나 덕을 봤냐?

너 없었으면 그 시간안에

내가 얻은 수익은 1/10도 안됐을거야.

니가 친구들 한테 돈도 빌려주고..”


그때 수혁이 끼어든다


“아,그러니까 생각나는데

내가 그때 돈 빌려줄때

조만간 더 빌려준다 그랬었잖아?

그렇게 못했던게

걔들집도 다들 우리집 처럼

완전 개박살 났더라고..쩌업”


“말 안해도 그럴줄 알았어.

그렇게 전부 타이밍인데

난,아니 우린 니 덕에 그 타이밍

잘 잡았지 뭐냐”


“빵!빵!”


즐거워 하고 있는 둘을

향해 경적을 울리며

차 한대가 길가에 선다.


둘이 돌아보니

거대한 벤츠였다.

척 봐도 배기량 3000cc가

넘을거 같았다.


창문이

“지이이이이잉”

내려왔다



“아그들아.마이 기다렸제이?으하하하”

운전석에 앉은것은

수혁 아버지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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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휴대폰 +1 24.08.23 121 4 10쪽
19 암과 명 24.08.22 122 4 10쪽
» 고개만 끄덕 24.08.21 13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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