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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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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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제갈량 - 7

DUMMY

함선들의 자침 소식에, 모두 어이가 없는 반응을 내보였다.


“경상 좌우 수사가 누구요?”

“박홍과 원균 아니오?”

“그 두 사람이 어찌 그런 어리석은 짓을······?”

“이 좌수사가 물어보니, 우리 병선과 병기가 혹여 적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여 자행했다 합니다.”


광해는 원래의 역사와 다르지 않았다는 걸 알고 그렇게 놀라지 않았으나, 다른 신료들은 탄식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이런······.”


반면, 신립은 표정을 굳히며, 차가운 목소리를 내뱉는다.


“패장보다 더 우매한 자들이오. 차라리 싸워서 죽는 게 나았을 것을······.”


신립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말이었다.

광해는 생각했다. 저렇게 살아왔으니, 이 사람이 탄금대에서 패하고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그나저나 빨리 좀 더 이야기해 주지.’


류성룡은 한없이 느릿느릿한 말투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더욱이 중간에 다른 신료들의 방해까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돌아갈 시간이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다행히 권율이 광해 대신 류성룡을 재촉한다.


“그렇다면 우리 수군이 열세였을 텐데, 이 좌수사가 어떻게 이겼다는 거요?”

“그 과정이 장계에 정말 자세히 적혀있었소이다. 그래서 앞으로 다른 장수들이 이 좌수사의 장계를 참조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당시, 전라 좌수영은 한산도의 북쪽에서 숙영하며 적의 동태를 탐지하고 있었단다. 그리고 적 함선이 송미포에 정박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후, 신속하게 동서로 포위했단다. 그러면서 뒤늦게 이를 발견한 적선이 포구를 빠져나오려고 할 때였다.


“불과 여섯 척의 판옥선이 선봉에 서서, 적선을 향해 달려가며 포격을 가했다고 하오. 이후에는 양쪽에서 포위한 우리 수군이 일제히 포격했고, 그 결과 스물여덟 척을 격침하고 열 척을 나포했소. 간신히 도망간 적선은 조선이 아닌 일본으로 향했다는데, 이는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사옵니다.”


마지막은 광해를 향해 시선을 맞춘 류성룡은 여기서 또 듣기 좋은 말을 꺼낸다.


“이게, 모두 저하의 빠른 판단 덕분입니다. 그때, 저하께서 신에게 어서 전라 좌수영을 출정하게 하라고 일러주시지 않았다면, 지금은 적의 후속 부대와 보급이 조선 땅에 끊임없이 밀려 들어왔을 터······.”


마지막에 류성룡의 말이 흘리듯 끊어졌다. 이유가 있었다. 광해의 눈이 감기면서, 고개가 꾸벅꾸벅 끄덕여졌던 것.


“아, 이런······, 저하께서, 피곤하신가 보오.”

“그럴 수밖에 없지요. 여기까지 제대로 쉬지 않고 말을 달려왔소이다.”

“장군, 아무리 급해도, 속도를 좀 조절해야 하지 않겠소?”


광해는 졸면서도 신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이미 시간이 다 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좌상, 나머지는 다녀와서 듣겠소이다.’


동시에, 김류도 떠올렸다.


‘너는 현실에서 상주 이야기를 들려주길.’


당연히 승리했다는 내용을 듣고 싶었다.

광해는 기분 좋게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끼며,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를 그려 넣었다.

이것도 잠시였다. 완전히 정신을 잃기 전에 머릿속에 새겨진 글자로 인해서,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역사 바꾸기의 클로즈 베타가 끝났습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가?


* * *


현실로 돌아와 눈을 떴을 때, 이혼은 클로즈 베타가 끝났다는 메시지의 해석에 잠시 시간을 썼다.


‘그럼, 이제부터는 본 게임이라는 건가?’


하긴,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더 본격적으로 힘들 것 같긴 했다.

상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곧바로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혼은 얼른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을 봤다.


‘김류.’


그 역시 현실로 돌아왔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이혼에게 전화한 일이었다.


“여보세요?”

(이혼? 나, 나야.)


목소리에서 도파민이 느껴졌다. 말만 더듬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대신,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그래서 기대하고 물어본 말.


“이겼니?”

(어, 이겼어!)

“그랬구나.”

(뭐야, 너. 기분 안 좋아?)

“좋지. 근데 아직 멀었잖아. 그러지 말고, 우리 지금 보자.”

(그래, 그래. 아예 저녁을 먹을까?)

“응. 그러자.”


점심도 김류와 함께한 이혼이었다. 이러다가 종일 붙어 다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저녁은 내가 살게. 아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들을 수도 있잖아. 우리, 그냥 우리 집에서 뭐 시켜 먹자.)


숫제, 자기 집에 초대까지 한다. 이혼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런 다음 전화를 끊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면서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그렸다.


‘일단, 전의 역사보다 훨씬 더 빨리 제해권을 장악했다.’


이는 당장 조선 땅에 발을 디딘 일본보다 전력이 뒤떨어지지만, 버티는 것만으로 적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상주에서 잘 막아주기만 한다면, 한양을 내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거, 역사가 많이 바뀌겠네.’


여기까지 떠올리고 불현듯 생각났다. 지난번에 과거로 회귀한 후, 다시 돌아왔을 때는 역사가 일부 변했다는 것을.

잠시 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특히 많이 느꼈다.

정류장 옆 편의점 유리창에 붙은 포스터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니.


<남양주 도서관 임진왜란 특별전 - 광해군의 조일전기>


아까 못 봤던 건데, 지금 보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조일전기라고”


무심코 내뱉은 말에 옆에 있던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이혼을 힐끗 봤다.


“저 형도 너처럼 광덕인가 봐?”


광덕? 그게 뭐지?


“당연하지. 광해군은 재평가받아야 마땅한 사람이야. 형도 광해군 팬이세요? 혹시 카페도 가입하셨어요?”


듣고 보니, 광덕은 광해군 덕후를 뜻하는 것 같았다.

이혼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뭐, 그건 아닌데······.”


마침 버스가 도착해서, 얼른 탑승하며 이혼은 생각했다.


‘세상이 뭔가 변했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임진왜란’이라는 검색어를 창에 넣다가, ‘임진’까지만 썼을 때 눈에 확 들어오는 연관된 문구가 또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 임진왜란

- 임진왜란 이순신

- 임진왜란 광해군

- 임진왜란 김류

- 임진왜란 이순신 난중일기

- 임진왜란 광해군 조일전기


역시 중간에 있는 조일전기였다. 궁금증에 원래 적으려 했던 임진왜란이 아닌, 그걸 터치한 이혼.

그러자 가장 위에 올라온 검색 결과.


조일전기(朝日戰記) - 위키 전과 한국


이 또한 터치한 후, 처음부터 쭉 읽어갔는데······.


조일전기(朝日戰記)는 조선의 제15대 왕 광해군이 임진왜란 6년 동안 쓴 일기이다. 1962년 12월 20일 대한민국의 국보 제76호로 지정되었으며, 역사학계에서는 류성룡의 징비록,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함께 임진왜란 3대 기록물로 분류한다.

또한, 2013년 6월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11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의 권고를 유네스코가 받아들여 난중일기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되었다.


“······!”


충무공 이순신의 기록 습관을 따라서 앞부분만 긁적거렸을 뿐이다. 그런데 바뀐 역사 속에서 광해군은 계속 일기를 썼단 말인가.

이렇게 되면, 광해군, 즉, 자신의 기록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혼은 위키 전과 창을 닫고, 재빨리 조일전기를 검색해서 찾았다.

검색 결과가 꽤 나왔는데, 그는 아예 전자책으로 내려받기 시작했다.

때마침 버스에 도착했고, 이혼은 올라타자마자 버스 안에서 조일전기 탐독 삼매경에 빠져들어 갔는데.


‘시작일이 좀 특이하군.’


이혼은 고개를 갸웃했다. 과거로 돌아가서 처음 적은 일기는 4월 24일. 그런데 왜 4월 17일부터일까?


‘내가 나중에 복기해서 4월 17일부터 써놓았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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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4월 17일, 맑음


아침에 눈을 떴더니, 아득한 곳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 꺼림칙함에 밥도 챙겨 먹지 않고, 궐 앞으로 서둘러 갔다. 역시나 불길한 예감대로였다. 일본의 침략을 알리기 위해, 경상도에서 급하게 보낸 기발이 궐을 향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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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 기록은 자신이 다시 과거로 가서 적은 일기일까?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현재로 돌아와서 이혼이 쓰지 않은 기록을 읽고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이 기록은 과거에서 살아가는 광해가 쓴 것이었다.


‘묘하네.’


고로, 과거의 광해가 어떤 정체성을 지녔는지, 규정하기 어려웠다.

지금 정의하자면, 이혼이 과거로 갔을 때 빙의한 광해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따로 남은 광해가 서로 다르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여전히 반정이 일어난 거구나.’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아직 광해군이라는 칭호가 바뀌지 않았다.

다소 실망했지만, 역사의 흐름은 정말 도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조일전기의 뒷부분을 읽어갈수록 그 생각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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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 4월 25일, 흐림


조선의 작은 조정이 충주성에 도착했다. 한데, 여기서 의견이 갈렸다. 신립은 탄금대에서 결사 항전을 하자고 고집을 부렸고, 권율은 문경새재의 험준함에 기대자고 주장했다. 나 역시 권율의 뜻과 같으나, 대신들은 신립의 경험에 더 무게를 두었다. 결국, 나는 대신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임진년, 4월 26일, 흐림


당장 비라도 내릴 것 같은 날씨였다. 그 때문인지, 예감이 불길했으나, 제승방략에 따라서 모여드는 병력을 보며 기분이 나아졌다. 오늘 하루만 천 이상의 기병이 집결했다. 원래 대기하던 3천과 함께, 4천의 숫자를 넘어섰다. 어쩌면 북진하는 일본군을 이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진년, 4월 27일, 비


역시 비가 내렸다. 그러자 나뿐만 아니라, 대신들도 이 빗속에서 어찌 적을 맞이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하나, 신립은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 마침 척후가 도착했는데, 적이 문경새재를 통과하고 있었단다. 이래저래, 신립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오늘도 2천의 병력이 합류했다는 것. 6천이라면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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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조일전기 속 광해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음 날, 다시 2천이 집결한 후, 총병력 8천의 기병을 이끌게 된 신립.

가토 기요마사의 2만 병력과 자웅을 겨뤘으나, 완벽하게 깨졌다.

신립은 그 자리에서 자결했다.

그 즉시, 광해는 대신들과 황망하게 쫓기고 말았다.

나중에 등골이 서늘했다느니, 겨우 목숨을 건졌다느니, 이런 내용을 일기에 담았다.


“음······.”


신립이 또 한 번 역사의 흐름을 망쳤다. 그에게 끌려다니며 패전을 자초한 셈이었다.

만약에 현실에서 과거로 간 이혼이었다면? 그래서 빙의된 광해였다면?

무조건 탄금대가 아닌 문경새재를 선택했을 것이다.


‘아니다. 남 핑계 댈 필요가 없어.’


이혼은 입맛을 다셨다.

무협 소설을 읽다가 적에게 당한 주인공을 본 기분이랄까?

뒷부분을 읽고 싶은 의욕이 떨어졌지만, 꾹 참고 이어서 탐독했다.

원래 영화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기대가 없으면 재밌는 법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처음에 큰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서 흥미가 떨어졌으나,


‘그나저나 김류가 많은 걸 해냈구나.’


그다음 부분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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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물속에서, 바다에서 - 5 +3 24.08.18 1,502 48 11쪽
45 물속에서, 바다에서 - 4 +2 24.08.17 1,515 49 12쪽
44 물속에서, 바다에서 - 3 +1 24.08.16 1,549 49 12쪽
43 물속에서, 바다에서 - 2 +2 24.08.15 1,593 48 12쪽
42 물속에서, 바다에서 - 1 +1 24.08.14 1,651 52 13쪽
41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8 +1 24.08.13 1,655 50 12쪽
40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7 +3 24.08.12 1,608 49 11쪽
39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6 +4 24.08.11 1,607 48 11쪽
38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5 +3 24.08.10 1,636 49 11쪽
37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4 +3 24.08.09 1,625 47 11쪽
36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3 +3 24.08.08 1,644 45 11쪽
35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2 +4 24.08.07 1,670 46 11쪽
34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1 +3 24.08.06 1,746 46 11쪽
33 전세 역전의 조짐 - 8 +4 24.08.05 1,729 46 12쪽
32 전세 역전의 조짐 - 7 +2 24.08.04 1,679 48 12쪽
31 전세 역전의 조짐 - 6 +2 24.08.03 1,662 48 11쪽
30 전세 역전의 조짐 - 5 +2 24.08.02 1,723 46 11쪽
29 전세 역전의 조짐 - 4 +3 24.08.01 1,690 48 11쪽
28 전세 역전의 조짐 - 3 +2 24.07.31 1,710 51 12쪽
27 전세 역전의 조짐 – 2 +4 24.07.30 1,758 50 12쪽
26 전세 역전의 조짐 – 1 +3 24.07.29 1,778 50 11쪽
25 세자는 전쟁 영웅 – 8 +2 24.07.28 1,795 46 12쪽
24 세자는 전쟁 영웅 - 7 +2 24.07.27 1,731 49 11쪽
23 세자는 전쟁 영웅 - 6 +3 24.07.26 1,733 48 10쪽
22 세자는 전쟁 영웅 - 5 +2 24.07.25 1,743 47 13쪽
21 세자는 전쟁 영웅 - 4 +3 24.07.24 1,760 49 12쪽
20 세자는 전쟁 영웅 - 3 +2 24.07.23 1,757 47 13쪽
19 세자는 전쟁 영웅 - 2 +2 24.07.22 1,760 45 11쪽
18 세자는 전쟁 영웅 - 1 +2 24.07.21 1,823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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