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최근연재일 :
2024.09.14 19:3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939
추천수 :
145
글자수 :
287,263

작성
24.07.11 20:30
조회
168
추천
5
글자
10쪽

2# 망해버린 세상

DUMMY

‘그냥 갔나? 제발 그냥 가버려라!’


조심히 고개를 들고 눈 앞에 벌어진 상황을 확인했다.


나는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살았다는 생각에 행복에 젖은 포효를 했다. 나를 죽이겠다고 무섭게 쫓아오던 그도 바닥에 누워 대자로 뻗어 있었다.


혹시나 싶어 가까이 가서 몸을 툭툭 건드려 보았다. 움직임이 없었다. 팔도 들었다가 놔 보았다.


[툭]


확실히 의식을 잃어버린 것을 확인했다.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번졌고 어깨춤이 절로 춰지고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아싸!! 살았구나! 살았어!! 이제 잘 숨어 다니면서 치료 약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


물론 인간들이 듣기에는 개소리가 리듬 타듯이 들릴 것이다.


흥겹게 춤을 추며 걸음을 떼는데


기절했던 인간이 잠시 의식을 차렸는지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 인간이 의식을 찾으면 나는 죽게 된다.


두려움에 휩싸여 얼음이 되었다.


“아빠가 미안해···”


순간 긴장이 풀렸다.


이 인간도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두려움도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잠시 얼었던 내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즉시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등을 돌렸다.


‘그냥 가야 돼 저 인간이 깨어나면 분명히 저기 널브러진 거대 좀비 사체처럼 내 몸도 분리될 꺼야.’


몇 걸음을 가다가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무서웠던 인간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마 잠깐 돌아온 의식 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것 같았다.


양심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마치 넌 쓰레기라는 듯이 명치가 쿡 쿡 쑤셨다.


‘에이 ㅅㅂ 그래 애가 있다잖아. 그래 치료는 안 해줘도 좀비가 되는 것만 막아주자. 어차피 집에만 갔다가 다른 데로 튈 거니까 다시 볼 일 없을거야!’


나는 그 인간을 어깨에 들쳐업고 적당히 가까운 건물 옥상으로 가서 내려놓았다.


‘어이 아저씨 내가 살려준 거야! 그동안 끔찍했고 다신 보지 맙시다. 이이이이이 x새끼야’


마지막으로 지난 울분을 끌어모아 발길질을 했다.


사이다를 먹은 것처럼 가슴속에 무언가가 후욱 내려갔다.


‘근데 나한테 맞았다고 죽진 않겠지? ’


잠시 인간을 응시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다시 콧 노래를 부르며 옥상 문을 닫고 잘 닫혔는지 확인까지 했다.


'나처럼 착한 놈은 세상 어디에도 없지 암! 그렇고 말고!'


지성이 없이 돌진하는 좀비들은 이 문을 열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혹시 인간이 빨리 깨어날지 모르니 빨리 튀자!’


최대한의 힘으로 도망치고 있는데 내가 입고 있던 교복 상의 주머니에 무언가 들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참 폰이 있었지!!’


핸드폰을 보니 반가워졌다.


내 휴대폰은 조금 깨져 있었고 베터리가 없는지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휴대폰 충전할 수 있는 곳부터 찾아야겠다.'


나는 급하게 베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학교에서 가까운 단골 피시방으로 갔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 녀석들과 항상 같이 가던 필수 코스였다. 하지만 이제 내곁에는 아무도 없다.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피시방에 가서 휴대폰을 충전하려고 하면 사장님이 예비 베터리를 건네주셨던 것이 생각났다.


'애들이 베터리 충전 선을 자꾸 고장 내서 사장님이 생각해 낸 특단의 조치였지...'


내 연락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가족을 생각하자 발걸음이 빨라졌다.


[딸그랑]


문에 달린 종소리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


잠깐 겁을 먹고 그 자리에 멈춰서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하며 주위를 살폈다.


이곳에도 좀비를 먹는 거대 좀비가 있으면 큰일이란 생각에 식은땀까지 흘러내렸다.


주위를 둘러보자, 문에 달린 종을 바라보고 있는 여섯 마리의 좀비가 보였다.


나는 흠칫 놀랐지만, 피시방에 있던 좀비들은 움직임이 없었다.


매일 같이 친구들과 들렸던 피시방은 전기가 차단되었는지 어두웠고, 바닥에 흩뿌려진 핏자국은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바로 비어있는 카운터로 가서 예비 베터리 충전기를 찾았다.


여유롭게 구비 된 베터리 충전기는 완충 상태였다.


휴대폰 화면이 충전 중으로 바뀌었다.


나는 카운터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정신을 차린 후부터 정신없이 도망 다녀야 했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는지 나도 모르게 잠깐 잠들었다.


[쿵!딸그랑~ 쿵!따라랑]


깜빡 잠들었던 나는 문에 달리 종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 본능처럼 카운터 책상 밑으로 급하게 몸을 숨겼다.


'나... 좀비들을 옆에 두고 딥슬립 한거야?'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


[쿵 딸그랑 쿵 딸그랑]


한동안 계속 반복되는 소리에 이상함을 느끼고 책상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카운터 바로 앞 출입구에 피시방 사장님이 머리를 계속 박고 있었다.


얼마나 세게 박았는지 이마가 찢어져 뼈가 보일 정도였다.


‘에효 심장 떨어질 뻔했네. 근데 나도 좀비인데 왜 쫄지?’


자신이 한심해져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아까부터 출입문에 얼굴을 박고 있는 좀비를 보며 안쓰러운 얼굴을 했다.


‘참 인심 좋은 사장님 이셨는데···’


카운터에서 일어나 사장님을 조금 움직여 방향을 바꿔 주었다.


천천히 앞으로 가던 사장님은 컴퓨터 책상에 가로막혀 멈췄다.


'분명히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 계셨는데...'


서둘러 휴대폰을 확인하자 자신이 얼마나 무방비하게 잠들어 있었는지 알게되었다. 휴대폰이 완충되어 있었다.


‘멸망한 세계에서 이렇게 푹 자는 놈은 나밖에 없겠지? 어디서 뒤져도 할말하않’


나는 완충이 된 휴대폰을 들고 피시방을 나왔다.


그 안에서 휴대폰을 켜면 소리 때문에 또 다시 좀비들이 반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크~~~아 이 지니어스 난 역시 천재야’


자화자찬을 하며 피시방 건물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향했다.


피시방 옥상에 올라와서 옥상 문을 단단히 닫아두고 휴대폰의 전원을 켰다.


휴대폰에는 부모님과 형에게 온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수도 없이 와 있었다.


[울엄마 부재중 89..]

[울아빠 부재중 74..]

[x또라이 부재중 68..]


그리고 수많은 메시지 소리와 끝도 없이 울리는 알람소리 때문에 깜짝 놀랐다. 음소거 버튼을 최대한 빨리 눌러 휴대폰의 알람음을 음소거했다.


처음 휴대폰을 켜면 알람음이 울릴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멸망해 버린 조용한 세상에서 휴대폰을 켜니 마치 대형 스피커를 틀어 놓은 듯 시끄럽게 울려 심장이 쪼그라들 뻔했다.


‘인간이었을 때는 제법 깡도 있고 운동도 좀 해서 겁 없이 살았는데... 세상이 멸망하니 숨만 쉬어도 쫄아서 움찔하게 되네’


그때 내 앞을 지나가는 파리 한 마리가 보였다.


‘부럽다··· 파리야 부러워.. 너는 인간도 좀비도 죽이겠다고 달려들진 않겠지?’


안구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끼자 곧 콧물도 주르륵 흘렀다.


훌쩍훌쩍 흐르는 콧물을 옆에 버려진 옷가지로 대충 추스르고, 다시 휴대폰에 온 메시지 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찬영아 괜찮니? 이 메시지 보면 엄마한테 전화해 엄마가 너무 걱정하고 있어.]


‘이건 엄마 메시지고 ‘


[이 볍신 쉐캬! 빨리 전화해.]


‘이건 또라이꺼고’


[찬영아 이 메시지 보면 빨리 집으로 와라.]


“이건 아빠가 보낸 거네 그리고 마지막 문자는 ···”


[이제 곧 통신이 끊긴데... 찬영아 무사해야 해! 엄마랑 아빠랑 형은 안전하게 집에 있을 거야! 이거 보면 조심히 잘 숨어 있어. 사태가 진정되면 엄마가 찾으러 갈게]


엄마가 보낸 장문의 문자를 보고 나는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엄마는 내가 살아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마지막에 온 재난 안전 문자에는 나라에서 좀비 사태를 빠르게 진압 중이라며 밖으로 나가지 말고 자택에서 대기해 달라는 문자를 수시로 보냈다.


‘빠른 진압? x까는 소리 그렇게 돌아다녔는데 군인은 눈을 뜨고 찾아봐도 없었어!‘


의미 없는 재난 문자에 분노가 치밀어 하마터면 휴대폰을 던질 뻔했다.


옥상에서 바라본 내가 살던 동네는 지옥이었다.


여기저기 불타는 건물들과 사지가 찢겨진 시신의 피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흉측한 도로, 사람의 피로 가득한 피 웅덩이, 어슬렁거리며 사냥감을 찾는 좀비들.. 거기에 해가

지면서 나타나는 붉은노을은... 여기가 지옥이라는 걸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좀비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어느 하나 답이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어쨌든 내가 보고 있는 현실은 사람들이 대부분 좀비가 되었고, 세상은 아직도 멸망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좀비다 그건 확실했다.


수학 선생님이 내 팔을 물었고, 난 엄청난 두통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확실히 감염되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나는 생각할 수 있고, 사람처럼 인간을 공격하고 싶지도 않았다.


배고프면 인간이었을 때처럼 음식이 먹고 싶은 평범한 사람 같은 좀비...


나는 이 세상에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존재가 되었다.


인간일 때와 특별히 다른 것이 있다면 몸놀림이 가벼워진 것과 내 의지와 다른 개 짖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 정도다.


그 어떤 형태든 나는 살아있었다.


한참 생각에 잠겨있는데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피시방에 있는 라면이라도 먹어야겠다.'


다시 피시방으로 내려가 진열대에 있는 사발면 하나를 꺼내 스프를 넣고 물을 넣으러 발길을 돌렸다.


'아... 전기가 없어서 뜨거운 물이 안 나와...'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냉장고를 열자 썩은냄새가 진통을했다.


'여기 있는 건 다 상했나보내...'


어쩔 수 없이 미지근한 생수를 부어 라면을 불려 먹기로 했다.


생수와 라면 그리고 과자들을 챙긴 나는 옥상으로 다시 올라갔다.


생라면에 물을 붓고 과자를 먹으면서 옥상에 드러누웠다.


하늘은 예전과 다른 게 없는데 세상은 너무 많이 변해있었다.


조용히 하늘을 보고 있자니 엄마.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다.


'배 채우고 바로 출발해야지'


미지근한 물에 불린 생라면은 진심으로 최악이었다.


작가의말

몸은 좀비여도 인간성을 잃지않은 찬영이!!

축 생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28# 경원 쉘터의 변화 +1 24.08.09 72 3 11쪽
27 27# 필요에 의한 협조 +1 24.08.08 78 2 11쪽
26 26# 경원 쉘터의 위기 2 +1 24.08.07 87 3 12쪽
25 25# 경원 쉘터의 위기 1 +1 24.08.06 86 3 12쪽
24 24# 그 녀석을 찾아라 +1 24.08.03 87 2 13쪽
23 23# 애타는 마음 +1 24.08.02 84 5 12쪽
22 22# 빗속의 전쟁2 24.08.01 83 2 12쪽
21 21# 빗속의 전쟁1 24.07.31 85 3 12쪽
20 20# 버킷리스트를 현실로 만들자! +1 24.07.30 86 4 12쪽
19 19# 버킷 리스트 +1 24.07.27 86 4 12쪽
18 18# 각자의 사정 +1 24.07.26 83 3 12쪽
17 17# 사라진 박할머니 24.07.25 86 3 12쪽
16 16# 어린이집 구조 작전 +1 24.07.24 90 3 12쪽
15 15# 한빛쉘터 3 24.07.23 96 3 11쪽
14 14#한빛쉘터2 24.07.22 97 3 13쪽
13 13# 한빛쉘터1 24.07.21 106 3 12쪽
12 12# 두 번의 전멸 24.07.20 109 3 11쪽
11 11# 집으로 +1 24.07.20 108 3 13쪽
10 10# 동행2 24.07.18 108 2 10쪽
9 9# 동행1 +1 24.07.17 112 2 11쪽
8 8# 습격2 +1 24.07.16 112 3 11쪽
7 7# 습격1 24.07.15 121 4 12쪽
6 6# 저승사자와의 재회 24.07.14 117 5 10쪽
5 5# 만만한 좀비 +1 24.07.13 126 7 11쪽
4 4# 강탈자들 +2 24.07.12 144 6 11쪽
3 3# 그리운 가족 24.07.11 152 5 12쪽
» 2# 망해버린 세상 +1 24.07.11 168 5 10쪽
1 1# 영혼을태우는도주 +1 24.07.11 228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