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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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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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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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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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한빛쉘터2

DUMMY

생각해 보겠다는 내 말에 조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던 김 소령이 이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찬영군! 이곳이 얼마나 완벽한 쉘터인지 보여주겠네! 따라오게!"


한 나라의 사단장이 나를 쉘터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의지를 불사르고 있었다.


'저... 안 그러셔도 되는데... 딱히 볼 생각이 없는데..'


엄청 곤란한 얼굴을 대놓고 연기했다고 생각했지만, 김소령은 깔끔하게 무시해 버렸다.


"저기 나뭇잎을 쓸고 계신 분은 강 할아버지라네. 저분이 우리 쉘터의 영웅이이시지! 무려 태극 무공 훈장을 가지고 계신 분이시네. 6.25부터 베트남 전쟁까지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낸 분이시고 그 옆에 모여 계신 할아버지들은 우리 쉘터의 에이스들이시지"


김소령은 뜬금없이 세상 밝은 표정으로 강 할아버지를 소개하며 감상에 젖기 시작했다.



김소령의 사단은 몰려오는 좀비의 공격을 겨우겨우 막으며 서울로 가는 우회 도로에 진입 했지만,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었다.


서울로 들어가는 길이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뒤에서 몰려오는 좀비와 앞에서 사단을 발견하고 뛰어오는 좀비 중간에 끼어 오도 가도 못할 때 국도 도로 표지판이 김소령에 눈에 띄었다.


[어서 오세요. 한빛 병원입니다.]


김소령은 병원이라는 말에 두말하지 않고 병원 쪽으로 길을 틀었다.


그러나 병원에 거의 도착 했을 때 또 한 번 절망하고 말았다.


한빛 병원은 요양병원이었고 상황을 알 리 없는 병원 직원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뜬금없이 찾아온 군인들을 보며 호기심 어린 눈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젠장! 겨우 찾아온 곳이 요양 병원이라니, 소령님 어서 다른 대피처를 찾아야 합니다"


"곧 우리를 따라오던 좀비들이 들이닥칠 겁니다 "


"소령님 빨리 지시를 부탁드립니다."


김소령을 따르던 부하들이 다급히 재촉했다.


하지만 노인들의 얼굴을 봐버린 김소령은 그들을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여기서 좀비들을 막는다."


"예? 좀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 병원의 지형조차 모릅니다"


"우리 살겠다고 멀쩡히 살아 계신 분들을 좀비로 만들라는 말이냐? 우리는 군인이다. 국민을 지킨다"


두려움에 벌벌 떨던 군인들은 여기가 자신의 무덤이라며 푸념하고 쑥덕쑥덕 거렸다.


"어서 빨리 전열을 가다듬어라. 정문 후문을 확인하고 좀비들이 보이는 즉시 사살한다."


김소령의 사단은 나름 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급박한 순간에도 빠르게 전투 준비를 마쳤다.


전투준비를 하는 동안 병원 원무과장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노인들을 피신시켰다.


원무과장의 애타는 설득에도 노인들은 피하지 않고 1층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군인들이 전투준비를 하는구먼. 나름대로 체계는 있는데 경험은 없어 보이네, 박 영감은 어찌 생각하는 감?"


"뭐 요즘 방식 인가벼 세월이 많이 흐르지 않았는가 강 씨 "


"에끼 이 사람아! 세월은 변해도 전쟁은 안 변혀!! "


"또 또 그 소리지! 아주 전투만 생각하면 몸이 들끓지, 젊은 사람들 방해 말고 들어가자고."


원무과장이 노인들을 대피시키려고 설득하는 목소리보다, 할아버지들이 싸우는 목소리가 더 컸다.


병사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다들 어차피 이곳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 했으니 말이다.


좀비들은 예상보다 빨리 몰려왔다. 군인들은 최대한의 거리에서부터 좀비들을 저격하며 총탄을 난사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이상한 모습으로 몰려오고, 군인들이 진짜로 총을 쏴 사람들을 죽이자, 할머니들은 무섭다며 병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때 강 할아버지가 원무과장을 밀치고 나오면서 김소령에게 말했다.


"왜 사람들을 죽이는지 모르겠네만, 저기 다가오는 사람들이 위험해 보이는 건 확실하군. 여긴 나무가 없는 평지지만 후문 쪽은 나무가 많은 험지일세! 그쪽으로 사람을 보내야 하네!"


"네? 할아버님 여긴 총알이 빗발쳐 위험하니 들어가 계시죠 ..."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육군사관 학교 시절부터 수석을 놓치지 않은 천재였다.


그래서 남들보다 몇 년은 빠르게 소령으로 진급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 노쇠해 보이는 노인이 이런 위험한 상황에 지휘를 방해하며 지적까지 하신다.


"자네가 왜 그런 얼굴을 했는지 알겠네만, 자네는 경험이 없네. 그런데 나는 다르지!"


노쇠한 노인이 환자복 상의를 쫘악 펼쳐 보이자, 환자복 안에 입은 면티에는 각종 훈장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네의 상관이기도 했다네."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뱃지 중에 가장 빛나는 뱃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준장 뱃지라네 허허허"


김 소령은 바로 경례를 하고 정식으로 인사했다.


"충성! 소령 김인환 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


왠지 좀비들로부터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전쟁만으로 준장에 오른 전설적인 인물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 할아버지는 이곳에 살고 있는 분이다. 거기다 전투 경험은 저 뱃지가 증언하고 있다.'


김소령의 머리가 빠르게 굴렀다. 전투 통제권을 잃지 않는 상태에서 강 할아버지의 경험을 얻어 낼 수 있는 방법


"가르침을 부탁 드려도 되겠습니까?"


"이 노인네가 보기엔 말이지 정문은 평지라 저들을 상대하기 쉬울 게야, 하지만 후문은 나무들로 둘러 쌓여 경험이 많지 않은 병사가 전투 하기엔 쉽지 않네! 그리고 병원 2층에 시야가 확보된 병원 입구 천장이 있네 저들은 총을 들지 않았으니 거기서 저격하면 효율이 올라갈 걸세"


김소령은 바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김소령과 강 할아버지가 전투를 이끌었다.


[탕 타다다다다 탕탕]


군인들은 쉴 새 없이 총을 난사했다.


하지만 실전 전투 경험이 없는 병사들은 대부분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걸어 나와 한 이등병에게 다가가 등 짝을 후려쳤다.


"예끼 이놈! 국민의 세금을 그렇게 막 쏴? 총알 아까운 줄 모르는구나! 예나 지금이나 젊은것들은 낭비벽이 심해"


그러더니 주섬주섬 품 안에 돋보기안경을 꺼내 들고 틀니를 착용했다.


"자네 말이 맞네. 나때는 총알 한 발도 귀하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쐈는데 요즘 것들은 게임처럼 쏘면 맞는 줄 안다니까?"


이렇게 말한 할아버지는 신세대 할아버지였던 모양이다. 손거울을 보며 렌즈를 착용했다.


"그래도 우리 지키겠다고 저렇게 애들 쓰지 않는가! 우리가 이해함세"


그 말을 마친 할아버지는 허리에 찬 의료용 보조기구를 떼어내었다.


할아버지들은 이등병 곁에 모여들어 이등병의 총을 강제로 빼앗으려고 했다.


"내놓으래도 !!! 내가 너보단 천만 배는 더 잘 쏴 내놔!"


"할아버지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이거 뺏기면 전 죽어요!"


이등병은 총을 빼앗기면 상관에게 죽는다는 생각에 안 뺏기려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작은 소란에 김소령이 달려왔다.


"할아버님들 이러시면 안 됩니다."


"닥치고 총이나 주거라! 내가 왕년에 전장에서 백발백중이었다."


김소령은 할아버지들의 머리에 씌여진 훈장으로 가득한 모자를 보고 바로 이등병의 총을 빼앗아 할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


이미 강 할아버지의 지휘 능력을 경험한 김소령은 노인들의 능력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잘 보고 배우거라! 총은 말이다. 이 한상사님처럼 쏘는 거다."


그리고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총을 든 할아버지는 정확하게 한 발에 하나의 좀비를 사살했다.


빠른 속도로 이마만 정확하게 쏘자. 김소령과 이등병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때 강 할아버지가 다가오며 말했다.


"이 정도로 놀라다니 6.25때 우리가 싸웠던 걸 보면 거품 물고 쓰러지겠구나?"


할아버지 두 분이 총을 달라는 듯이 김소령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노인들에게 총기가 지급되자, 하나같이 전투할 준비를 끝내고 좀비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강 할아버지의 지휘력과 백발백중 저격수급 소총수 할아버지들 덕분에 많은 양의 좀비를 손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김소령과 간부들은 그들의 실력에 경외심마저 들었다.


좀비정리가 마무리되자, 병사들은 살았다는 안도감에 자신들을 도와준 할아버지들을 찾아 헹가래를 쳤다.


파괴자들의 습격 또한 좀비들을 막은 것처럼 강 할아버지가 김 소령과 함께 지휘했고 나머지 할아버지들의 활약으로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지겹도록 전쟁을 격으신 할아버지들에게는 파괴자들은 그저 초보 사냥꾼 정도였다.


4번의 전투는 손쉽게 한빛 쉘터의 승리로 끝났다.



눈을 감았다 뗀 김소령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감히 장담하건데 우리 한빛 쉘터가 세진시에는 가장 강력할 거라네! 우리 쉘터에는 전투에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있으니 말이네! "


나를 쉘터로 끌어들이려는 김소령의 생각과는 다르게, 나를 바라보며 끝없이 혀끝을 차올리고 소곤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녀석이 김소령이 데려왔다는 헌터라는 놈인가 보네?"


"딱 봐도 어린 티가 줄줄 흐르는 녀석이 어른 앞에서 하고 있는 꼬락서니 하고는 에잉"


"아무리 세상이 말세라지만, 이제 별에 별꼴을 다 보는구먼그래.. 늙으면 죽어야지 살아 뭣하겠는가?"


아마 고글 탓일 거다. 아직 어린 녀석이 어른들 앞에 모자와 고글을 당당하게 쓰고 있으니 할아버지들 입장에서는 예의 없는 놈, 못 배운 놈 정도로 여겨질 뿐이었다.


나는 좋아진 청력을 원망하며 생각했다.


'김소령님 저 벌써 찍힌 것 같은데요?'


내 생각과는 다르게 김소령은 나에게 쉘터를 소개하기 바빴다.


"어이쿠! 벌써 저녁 시간이네? 어서 가세나! 우리 쉘터에서 나오는 음식을 먹어보면 남지 않고는 못 베길 걸?"


김소령이 껄껄 웃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식당 안은 이곳이 멸망 세계라는 걸 잊을만큼 깔끔했고 음식들은 정갈했다.


멸망한 세계에서는 맛볼 수 없는 나물 반찬들과 고기반찬에서 나오는 향긋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하하하 어서 먹게나! 자네 표정을 보니 숨넘어가기 직전이군."


식판에 양껏 음식을 담았다. 그리고 쉼 없이 음식들을 씹어 삼켰다.


음식을 다 먹을 때쯤 나는 궁금한 게 생겼다.


식재료들이 하나 같이 신선했고 질이 좋았다. 이런 식재료를 공급해 주는 곳이 있다면 알아내서 부모님이 계시는 쉘터에도 알려드리고 싶었다.


나는 아끼는 스케치북을 열어 궁금한 걸 적어 넣었다.


[식재료는 어디서 온 건가요?]


김소령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 식재료들은 할머니들이 소일거리로 재배한 것들이라네! 우리 쉘터는 자급자족할 수 있을 만큼 농사에 재능이 많은 분들도 함께하고 있다네"


할머니들은 집에서 소소하게 텃밭을 꾸리던 실력으로 병원 주차장을 온통 텃밭으로 탈바꿈시켜 벼렸다. 시골 병원이라 주차장이 흙바닥이라 가능했던 일이라고 한다.


김소령이 자랑스럽게 얘기했지만,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외부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 자체적으로 생산했다는 것은 부모님께 이런 신선한 식재료들을 보내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 여기 사람들이 먹는 것도 부족할 텐데 나눠 주진 않겠지...'


식사를 마친 김소령은 병실 중 한 곳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오늘 밤은 이곳에서 묵게! 그럼 오늘은 편히 쉬게나."


방 안내까지 마친 김소령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병실 문을 닫고 나갔다.


김소령은 정말이지 지치지 않고 하루 종일 나를 데리고 다녔다.


하루 종일 김소령과 함께있으니, 탈출 기회도 잡지 못했다.


쉘터 이곳저곳을 김소령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탈출할 만한 루트라도 찾아보려고 했지만, 이곳의 경계는 체계적이고 삼엄했다.


군인이 지키는 쉘터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깔끔하게 정리된 환자용 침대와 침구는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쉘터 김소령의 따듯한 호의와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안전한 쉘터


만약 내가 좀비가 아니었다면 벌써 합류하겠다고 약속을 해버렸을 것이다.


'내가 좀비라는 게 밝혀지면 다들 나를 죽이겠다고 덤벼들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원정대에 합류하는 방법뿐이었다.


'원정대에 합류하면 기회가 생길 거야'


목표가 정해지자 잡념을 떨쳐 내기 위해 그냥 자기로 했다.


침대에 누워 그리운 가족 사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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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경원 쉘터의 변화 +1 24.08.09 72 3 11쪽
27 27# 필요에 의한 협조 +1 24.08.08 78 2 11쪽
26 26# 경원 쉘터의 위기 2 +1 24.08.07 87 3 12쪽
25 25# 경원 쉘터의 위기 1 +1 24.08.06 86 3 12쪽
24 24# 그 녀석을 찾아라 +1 24.08.03 87 2 13쪽
23 23# 애타는 마음 +1 24.08.02 84 5 12쪽
22 22# 빗속의 전쟁2 24.08.01 83 2 12쪽
21 21# 빗속의 전쟁1 24.07.31 85 3 12쪽
20 20# 버킷리스트를 현실로 만들자! +1 24.07.30 86 4 12쪽
19 19# 버킷 리스트 +1 24.07.27 86 4 12쪽
18 18# 각자의 사정 +1 24.07.26 83 3 12쪽
17 17# 사라진 박할머니 24.07.25 86 3 12쪽
16 16# 어린이집 구조 작전 +1 24.07.24 90 3 12쪽
15 15# 한빛쉘터 3 24.07.23 96 3 11쪽
» 14#한빛쉘터2 24.07.22 98 3 13쪽
13 13# 한빛쉘터1 24.07.21 106 3 12쪽
12 12# 두 번의 전멸 24.07.20 109 3 11쪽
11 11# 집으로 +1 24.07.20 108 3 13쪽
10 10# 동행2 24.07.18 108 2 10쪽
9 9# 동행1 +1 24.07.17 112 2 11쪽
8 8# 습격2 +1 24.07.16 112 3 11쪽
7 7# 습격1 24.07.15 121 4 12쪽
6 6# 저승사자와의 재회 24.07.14 117 5 10쪽
5 5# 만만한 좀비 +1 24.07.13 126 7 11쪽
4 4# 강탈자들 +2 24.07.12 144 6 11쪽
3 3# 그리운 가족 24.07.11 152 5 12쪽
2 2# 망해버린 세상 +1 24.07.11 169 5 10쪽
1 1# 영혼을태우는도주 +1 24.07.11 22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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