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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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최근연재일 :
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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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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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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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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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 만만한 좀비

DUMMY

밤이 오자 거리는 더욱 음산해졌다. 피가 낭자하고 좀비가 어슬렁거리는 거리에서 자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골똘히 생각했다.


'오늘은 어디서 자야 되나.'


그나마 익숙하면서 좀비들에게 안전한 곳! 그리고 내가 한번 딥 슬립했던 곳 ! 학교 앞 피시방!


학교 앞 피시방에 들어가 그 안의 좀비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그나마 익숙한 공간인 피시방 안에서 그날 밤을 보내기로 했다.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지니,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얏 아프네.. 꿈이 아니구나’


좀비로 인해 멸망해 버린 세상


거기에 초능력처럼 강력한 능력을 갖게 된 헌터들.. 그중에 자신을 쫓는 차영진 헌터는 특히나 강력한 헌터의 능력을 갖고 있었다.


좀비들은 강력한 능력을 갖게 된 헌터들에게 베이고 찢기고 분리되고 산화하며 생을 마감하고 있다.


그들도 한때는 사람이었는데..


헌터들은 더 이상 좀비들을 사람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없어져야 하는 괴물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 또한 다른 좀비들과 다르지 않았다.


헌터들 앞에서 좀비들은 길가에 기어다니는 더러운 바퀴벌레 보다 못했고, 목과 몸이 분리되는 상황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었다.


'아무리 좀비가 위험한 존재라고 해도 나는 다른데! 너무 하잖아!'


나는 차 헌터가 나를 쫓아오며 죄의식 없이 좀비들을 무자비하게 베어 죽이는 것을 보았다.


좀비들은 차 헌터에게 발견되었다는 죄로 무참히 생명이 꺼져버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도 못한 채 길거리를 배회하는 좀비로 변해버린 사람들..


나는 문득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좀비한테 물린 게 죽어야 할 죄는 아니잖아!'


어째서 세상은 이렇게 변해 버린 걸까? 이제는 게임도 못하고 맛있는 식사도 못 하고 편히 잘 우리 집도 없다.


[툭..툭..]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뭘 했다고... 그저 수학 선생님이 같은 반 친구를 덮쳐 물어뜯는걸 말린 죄 밖에 없는데...’


흘러내리는 눈물을 추스르려 나는 마른 세수를 했지만, 한번 터져버린 눈물은 끝을 모르고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짜디짠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러 내려오자, 왼쪽 뺨에 따끔거림이 느껴졌다.


차영진 헌터의 칼을 피하면서 생긴 상처였다.


차헌터의 매서운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내 목을 스쳐 지나가던 칼날에 깔린 검기의 느낌은 잊을 수 없었다.


따가운 뺨을 손으로 매만지자 검기의 느낌이 다시금 생생하게 전해졌다.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망쳐야 해 그래야 살 수 있어! 이제 정말 조심히 행동해야겠어.’


내 볼에 상처는 삶의 의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불타는 내 의지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육체도 정신도 녹초가 되어있었다.


'일단 지금은 휴식을 취할 때야! 편히 쉬어야 내일 움직이기도 편할꺼야!'


뒤로 양껏 재껴진 의자가 어서 누으라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나마 익숙한 피시방에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힘든 날 자리를 못 잡고 길거리에서 노숙 했다면 더 비참했을 것이다.


카운터 의자를 뒤로 젖히자, 고단한 몸은 바로 축 늘어졌고 블랙아웃 되듯 바로 잠에 들어 버렸다.


그리고 밤새 좀비가된 김사영에게 쫓기는 꿈을 꿨다.


다음날 해가 뜨자 리어카를 끌고부지런히 움직여 삼솔 병원 앞에 도착했다.


예상과 다르게 삼솔 병원 안쪽은 아주 조용했다.


셔터가 쳐진 병원 1층 안에는 누군가의 피로 벽 전체가 낭자 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 좀비의 움직임은 없었다.


‘왜 아무도 없지? 혹시 안에 생존자가 있나?’


한참을 조심스럽게 병원 문 앞에서 안쪽을 들여다보며 염탐했지만 병원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두어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생존자가 있었다면 이렇게 조용할리 없어'


나는 용기내서 조심스럽게 셔터를 올리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곳인데 누군가의 피로 낭자된 조용한 1층은 기괴하기까지 했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더 무섭잖아. 귀신의 집에 온 것 같네’


나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목표는 1층 약 받는 곳이었다. 응급실 야간에 약을 받는 곳으로 세상에 모든 약이 다 모여있는 곳이었다.


리어카를 조제실 문 앞까지 끌고 와서 파이팅 겸 외쳤다.


‘자 이제 털자!!’


“킈으틔르즤으르릑”


여전히 내 입에서는 크르릉 거리는 개소리만 들렸지만 말이다.


제조실에는 많은 약이 있었는데 모두 영어로 써져서 뭐가 뭔지 몰랐다.


그저 가져가면 쓸 때가 있겠거니, 보이는 족족 약을 챙겼다.


'무슨 효과가 있는지 알게 뭐람? 자기한테 필요한 약이면 알아서 챙겨 가겠지!'


걸어 오면서 라면상자를 넉넉히 챙겨왔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약들은 작은 약병에 담겨 그대로 실을 수가 없었고, 아마도 쉘터에 도착 하기 전에 모두 바닥에 떨어져 버렸을 것이다.


제조실의 약병들을 상자에 담아 모두 챙겼을 때 쯤이었다.


[그르르륵 쾅 그르르륵 쾅]


자신을 향해 점점 다가오는 이상한 소리에 청력을 집중했다.


위 층에서 나는 소리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뭐지? 뭐야? 좀비가 이렇게 큰 소리를 낼 수는 없는데? 인간도 아닌 것 같고, 뭐지?’


목덜미가 쭈뼛쭈뼛 소름이 돋았다. 온몸이 초긴장 상태로 굳어버렸다.


그 순간


[콰~~쾅]


순식간에 2층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흙먼지가 걷히자 조금씩 거대한 인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건 변이 좀비잖아!’


일반 좀비와 다르게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 변이 좀비는 뚱뚱한 몸에 여기저기 울퉁불퉁 살들이 비집고 나왔고 커다란 얼굴이 사나운 얼굴을 하며 내 쪽으로 육중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으~악 도망치지 않으면 죽을 거야.’


1층 현관 앞에 있던 변이 좀비를 피해 도망가려면 응급실 뒤쪽 응급차용 통로로 가면 충분히 안전하게 도망갈 수 있었다..


예전에 형이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술을 엄청나게 쳐먹고 들어왔는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개 거품 물고 발작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집에 부모님이 외출 중이어서 내가 직접 119를 불러서 응급차를 타고 와본 경험이 있다.


병원 안 탈출구를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탈출구로 가지 못했다.


내가 도망치면 약을 구하지 못한 엄마는 병으로 죽게 된다.


‘어쩔 수 없어 최대한 유인해서 밖으로 내보낸 후 따돌린다.’


나는 용기 쥐어 짜내며 거대한 좀비 앞에 맞섰다.


내 의지와 다르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다가오는 거대 좀비가 누렁이빨을 드러내며 육중한 팔을 내 머리를 향해 뻗었다.


나는 예전과는 다르게 기민해진 감각과 빨라진 몸으로 순식간에 몸을 아래로 숙인 후 좀비의 옆구리 쪽을 파고들어 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제 밖으로 유인하기···컥’


변이 좀비는 덩치와 다르게 빨랐다.


등 뒤로 이동한 나를 확인한 변이 좀비는 빠르게 회전해서 뒤돌아 육중한 다리로 뻗어 나를 걷어찼고 나는 병원 현관 유리를 뚫고 밖으로 처 박혔다.


움직이기도 힘든 고통이 찾아왔다.


‘정신 차려 다른 곳으로 저 변이 좀비를 유인해야 해’


모든 정신력을 끌어모아 변이 좀비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자세를 잡았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누군가와 싸우는게 처음이었지만, 상대방은 사람을 먹는 괴물이었다. 두려움에 팔다리가 제멋대로 떨렸다.


변이 좀비도 사냥감이 도망가지 않고 멀쩡하게 서 있자 여유롭게 병원 문을 부수며 모습을 드러냈다.


강력한 힘과 빠른 몸놀림을 가지고 있는 좀비에 맞서기엔 나 자신은 너무 약했다.


하다못해 제대로 된 무기조차 없었다.


‘공격할 무기가 없어.. 최대한 멀리 유인하고 도망치는 수밖에 없어 그래 백화점으로 유인한다면 승산이 있다. 거긴 좀비가 많이 풀려 있으니까, 나에게 집중된 변이 좀비의 시선이 분산될 거야’


길이라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전날 쉘터와 아파트를 수없이 왕복했으니까.


온 신경을 다리에 집중하고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육중한 몸 때문에 느릴 거라고 생각했던 변이 좀비는 생각과는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쫓아오고 있었다.


등 뒤에 쉼 없이 거대한 무언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쿵쿵쿵쿵]


소리만으로 변이 좀비가 어느 정도 가까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변이 좀비는 빨랐지만 나는 더 빨랐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끔 버려진 차들 때문에 속도가 줄었지만 그래도 따라 잡힐 정도는 아니었다. 변이 좀비는 장애물이 되는 모든 것을 몸통 박치기로 쳐내며 따라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백화점이야.’


백화점이 가까워 올수록 일반 좀비들이 간간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변이 좀비는 최종 목표가 나라는 듯이 끝없이 나를 쫓아왔다.


‘뭐야 저 새끼 왜 다른 좀비는 쳐다도 안 봐?’


억울했다. 다 같은 좀비인데 왜 나만 먹으려고 하는가!!! 인간에게 쫓기는 것도 억울한데 돼지 같은 좀비에게 쫓기며 살아남기 위해 발악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억울했다.


‘왜 나만 쫓아와! 이 X새끼야’


“으웨아즈아크르 퀘쉐킈으햐”


큰 소리로 외쳤다. 억울해서 절로 눈물이 났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바람결에 흩어져 내렸다. 더 환장하겠는 건 백화점 앞을 지나갔지만, 그 많던 좀비가 하루아침에 대부분 사라져있었다.


‘젠장 헌터가 다녀갔나? 그 많던 좀비 다 어디 갔어!!! 미치고 팔짝 뛰겠네 하늘이시여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어린양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고 다 집어치우고 살고 싶습니다~아~~!’


눈물이 앞을 가려서일까 엎친 데 덮친다고 돌 부리에 걸려 앞으로 꼬꾸라지듯 넘어져 버렸다.


‘하··· 이제 저 거대한 입에 들어가 오도독오도독 씹히며 한 끼 식사가 되는구나! 내 인생아 안녕..’


질끈 감은 눈앞으로 강력한 바람이 불어왔다.


“어이 욕하는 좀비 만나서 격하게 반갑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목소리... 날 가지고 놀던 그 인간이었다. 무자비한 일본도를 지닌 그놈!!!


‘차라리 저 거대 좀비 입속으로 들어갈까?’


작가의말

수 많은 좀비물을 보며 항상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저들도 사람이었는데 주인공들은 어떻게 저리 쉽게 죽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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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경원 쉘터의 변화 +1 24.08.09 72 3 11쪽
27 27# 필요에 의한 협조 +1 24.08.08 78 2 11쪽
26 26# 경원 쉘터의 위기 2 +1 24.08.07 87 3 12쪽
25 25# 경원 쉘터의 위기 1 +1 24.08.06 86 3 12쪽
24 24# 그 녀석을 찾아라 +1 24.08.03 87 2 13쪽
23 23# 애타는 마음 +1 24.08.02 85 5 12쪽
22 22# 빗속의 전쟁2 24.08.01 83 2 12쪽
21 21# 빗속의 전쟁1 24.07.31 85 3 12쪽
20 20# 버킷리스트를 현실로 만들자! +1 24.07.30 86 4 12쪽
19 19# 버킷 리스트 +1 24.07.27 86 4 12쪽
18 18# 각자의 사정 +1 24.07.26 83 3 12쪽
17 17# 사라진 박할머니 24.07.25 86 3 12쪽
16 16# 어린이집 구조 작전 +1 24.07.24 90 3 12쪽
15 15# 한빛쉘터 3 24.07.23 96 3 11쪽
14 14#한빛쉘터2 24.07.22 98 3 13쪽
13 13# 한빛쉘터1 24.07.21 106 3 12쪽
12 12# 두 번의 전멸 24.07.20 109 3 11쪽
11 11# 집으로 +1 24.07.20 109 3 13쪽
10 10# 동행2 24.07.18 108 2 10쪽
9 9# 동행1 +1 24.07.17 112 2 11쪽
8 8# 습격2 +1 24.07.16 112 3 11쪽
7 7# 습격1 24.07.15 121 4 12쪽
6 6# 저승사자와의 재회 24.07.14 117 5 10쪽
» 5# 만만한 좀비 +1 24.07.13 127 7 11쪽
4 4# 강탈자들 +2 24.07.12 144 6 11쪽
3 3# 그리운 가족 24.07.11 152 5 12쪽
2 2# 망해버린 세상 +1 24.07.11 169 5 10쪽
1 1# 영혼을태우는도주 +1 24.07.11 2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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