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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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최근연재일 :
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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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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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 동행1

DUMMY

삼솔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서 나는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좀비들을 수도 없이 보게되었다.


차헌터의 동료들이 총을 쏘면 주변의 좀비들이 몰려들어 귀찮다는 이유로 각자 칼을 꺼내서 몰려오는 좀비를 베고 찌르고 자르면서 죽였다.


특히나 차헌터는 손 속에 사정을 두지 않고 좀비들을 일격에 두 동강이 냈다.


좀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모습으로 오버 랩 되어 점차 내딛는 한발 한발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들은 좀비로 볼지 몰라도 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끔찍하게 죽어버린 시체 따윈 본적도 없고 볼 일도 없었다.


좀비가 하나하나 죽어갈수록 내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얼마나 식은 땀을 많이 흘렸는지 등 뒤가 이미 축축해져 있었다.


내 최후도 방금 목과 몸이 분리된 좀비처럼 되겠지··· 쓰러져 가는 좀비들이 가여웠다. 동병상련이었다.


그리고 이 길이 길어질수록 내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변이 좀비에게 도망쳤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리 오래 뛴 것 같진 않았는데 살려고 도망치다 보니 많이도 뛰어왔네.’


생존 본능이었다. 살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뛰었으니 얼마나 멀리 왔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때 내 뒤로 기척이 느껴졌다.


‘으힉!!!!’


나는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바로 머리를 보호하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좀비 새끼가 쫄기는 야 쫄지마 쫄지마 나는 차헌터님을 보좌하는 김택현이다.”


지금까지 차헌터 빼곤 그 누구도 나와 통성명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아무도 내 옆에 접근하지 않았고 보는 것만으로 욕설을 뱉어내며 등 뒤로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달랐다. 지금까지 차헌터의 동료 중 나에게 호의적으로 감싸듯 말해 주는 사람은 김택현 뿐이었다.


김택현인 걸 확인하고 방어 자세를 취하던 손을 조심스럽게 내렸다.


“차헌터님이 밥 먹는 시간이라고 잠깐 가던 길을 멈추래 “


뒤를 돌아보자, 이미 차헌터와 동료들이 한 건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저 건물 우리 쉘터 임시 대피소거든 빨리 날 따라와”


건물로 올라가자 건장한 네 명의 남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흥얼거리며, 가스와 버너를 꺼내 냄비에 물을 끓이고 있었다.


“캬 ~~ 내가 이 맛에 원정가는걸 못 끊지!”


“그러게 말이야 백화점을 수복 하다니!! 당분간 백화점 물품으로 쉘터가 풍요로워지겠어.”


“이게 다 차헌터님 덕분 아니겠어? 감사합니다 차헌터님!”


차헌터는 무표정한 얼굴로 냄비에 끓는 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 같이 힘을 합쳐서 가능했던 겁니다”


여전히 시선은 끓는 냄비에 고정되어 있었다. 적당히 물이 끓자 일행 중 내가 구해줬던 사람이 김택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서 오늘의 수확물인 칀라면을 꺼내봐”


“자~~아~~ 기대하시라!!!! 농민 칀~~~~라면!!”


‘저 푼수 같은 남자 새끼들 안에 끼고 싶은 생각은 1도 없다!!!’


내 생각을 알 리 없는 그들은 끓는 물에 라면을 넣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면이 익기만을 기다렸다.


“오 !!! 이 영롱한 때깔을 보라!!”


“찬양하라 칀~~라면!!”


푼수 같은 남자들 사이에서도 차헌터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코는 빠른 속도로 벌름거리고 있었다.


옹기종기 모인 남자들은 라면이 익기도 전에 거친 숨으로 후후 불며 흡입 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크~~~으”


“후르릅 쫍쫍”


라면의 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들은 모두 아쉬운 눈빛으로 냄비를 쳐다봤다.


그때 김택현이 비장한 눈빛으로 동료들을 휙 둘러보며 가슴팍에 있는 무언가를 꺼냈다.


“라면의 끝은 !! 바로!! 밥 !!”


김택현의 품속에서 나온 것 은 주먹밥이었다.


옹기종기 모인 남자들의 입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주먹밥을 냄비에 넣고 잘 저은 남자들은 허겁지겁 음식을 삼켰고 금세 냄비는 밑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차헌터는 다 먹었는지 툭툭 털고 일어나 가만히 있는 나에게 다가와 시비를 걸었다.


“역시 좀비 새끼라 밥도 안 먹는군”


'허 이 사람들 내가 좀비라고 밥이 아니라 인간을 먹는다고 생각한 건가?'


위협적인 언사에 흡칫 놀랐지만, 오해를 풀기 위해 재빠르게 가슴팍에 있던 삶은 계란을 꺼냈다.


삶은 계란을 차헌터가 볼 수 있게 앞으로 내밀고 순식간에 껍질을 까서 입속에 넣었다.


분명히 사람처럼 먹는 모습을 차헌터에게 보여줬는데 차헌터의 살기가 더 강해졌다.


[저도 식사를 합니다. 다만 지금 배가 고프지 않아 먹지 않는 겁니다.]


당황스러운 살기에 혼신을 다해 글자를 적었지만 차헌터의 살기는 더더욱 기세등등해졌다.


“너··· 이 X새끼 계란이 있었어!”


나는 어이가 없었다.


‘뭐 이딴 걸로 살기를 흘려? ‘


차 헌터는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로 말했다.


“계란이 있으면 있다고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라면에!! 어!! 계란 노른자 풀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그걸 숨겨!”


‘저기 아저씨 저 숨긴 적 없는데요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죠.‘


“이제 보니 이거 이기적인 좀비 새끼네”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가.. 그들은 나에게 라면을 권하지도 않았다.


‘옆에 가면 총 부리부터 겨눌까봐 옆에 가지도 못하고 맛있는 라면의 냄새에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데...’


나는 차헌터의 살기를 감당할 수 없었다. 곧바로 내가 메고 있던 가방을 열어 그동안 돌아다니며 간직해온 나의 간식들을 소개하려고 했다.


“난 저 좀비가 음식을 가지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


“좀비 새끼가 사람을 먹지 음식을 먹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어?”


“아씨 좀더 빨리 가방을 열어보자고 할걸 소세지도 있잖아! 라면에 넣어 먹었다면 더 환상적 이었을 텐데.. 췟”


내가 구해준 사람은 나에게 다가와 멱살 까지 잡았다.


“이 좀비 새끼야 먹을 게 있으면 있다고 말을···아 못하는구나!”


그때 김택현이 그 남자를 제지했다.


“우리 모두 얘가 좀비라 밥을 먹을 거라는 걸 상상도 못했지 않습니까? 당연히 사람을 잡아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 그냥 넘어가시죠”


나를 위해주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최종목적은 가방이라는 듯이 내가 들고 있는 가방을 자연스럽게 낚아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 가방의 음식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구경하던 김택현이 별안간 내 등짝에 스매싱을 날렸다.


“이러언!! 어린 놈의 좀비 쉑이 땍!!! 애들은 이런 거 먹는 거 아니야!! 압수다!! 압수!!”


그 말을 들은 나머지 세 명의 남자들은 일제히 김택현을 쳐다보았다.


특히 차헌터는 무서운 속도로 김택현의 곁으로 갔다.


김택현에 손에 들려 있던 맥주를 순식간에 낚아챈 차헌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건 상관에게 먼저 보고 하는 겁니다.”


어벙벙한 표정의 김택현을 뒤로하고 차헌터는 맥주는 따서 한방에 원 샷 해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돌아선 김택현의 등짝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난 그들의 행동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니 백화점 가면 널린 게 술일 텐데 뭐 그까짓 거로 삐지지..? 그리고 자기들이 먼저 멋대로 단정 지었으면서 왜 나한테 욕을 하고 지랄이야 지랄이..!!”


억울했지만 티 낼 수 없었다. 그들은 갑이었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상쇄시키기 위해 나는 가방 앞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예쁜 인형이 담긴 작은 키링이 있었다.


그리고 차헌터의 앞으로 총총총 걸어가 키링을 내밀었다.


[따님이 계시죠. 드리라고 챙겼습니다]


차헌터는 키링과 스케치북을 번갈아 가며 확인하더니 인상을 팍 구겼다.


“이딴 것 필요 없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키링 이에요 학교 다닐 때 인기 있었던 게 기억났습니다]


“쓰잘떼기 없는 참견이다. 넌 무사히 부모님께 약을 보내고 목 내놓고 죽을 준비만 하면 된다.”


차헌터의 살벌한 말에도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살기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인형을 보면서 뭔가 알 수 없는 아련한 느낌을 뿜어냈다. 그냥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따님이 아빠를 많이 보고 싶어 하겠죠. 저처럼요..]


차헌터는 키링을 한참 쳐다보았다.


‘키링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아이가 싫어하는 인형인가?’


그의 마음을 알 길은 없지만, 그만 자극 하자고 생각한 내가 인형을 챙기려 할 때 차헌터가 키링을 잽싸게 챙겼다.


“가지고 온 성의를 생각해서 챙기마”


사실 키링을 처음 봤을 때부터 차헌터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지고 다녔다.


혹시나 딸에게 선물할 키링으로 감동해서 날 한 번쯤은 죽이지 않고 놓아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실수한 것 같았다.


차헌터의 아픔을 제대로 건드린 듯 차헌터의 얼굴은 삼솔 병원으로 출발하는 내내 굳어있었다.


김택현은 그런 우리의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앞서서 길 안내를 하던 나에게 김택현이 다가왔다.


“원래 멋모르고 던지는 짱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이녀석아! ”


나는 전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택현을 바라보았다.


“차헌터님 말이다. 지금 네가 짱돌 던진 거라고··· 안 죽은 게 용하다”


나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원래 우리는 경원시 사람이 아니야 옆 동네 세진 시 사람이었어”


나는 다시 김택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빛이 어두웠다.


“차헌터는 원래 군인이었어 나도 그렇고 우리는 시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인 성심원의 아이들을 대피시키라는 지시를 받고 그곳에 갔다. 차 헌터는 가는 길에 6살난 딸도 같이 성심원으로 데려갔지. 우리는 성심원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성심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좀비가 많이 퍼져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었거든 .. 그래서 그곳에 쉘터를 꾸렸다. 다행히 담장이 높아서 좀비들에게 안전할 수 있었지..”


김택현이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우리는 완벽한 쉘터를 만들었다고 믿었다. 무기도 충분했고··· 하지만 그 파괴자 새끼들··· 그 새끼들이 우리 쉘터의 무기를 강탈하고 여자아이들을 데려가려고 변이 좀비를 우리 쉘터로 유인했어! 그것도 두마리나.. 갑작스러운 공격에 우리는 속수무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병력도 무기도 충분했지만 지켜야 할 아이들이 40명이나 되었으니까..그리고 그때는 차헌터가 각성도 하기 전이었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 변이 좀비를 풀었다는 말에 나는 왈칵 분노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그 공격으로 차헌터는 쉘터도 잃고 아끼던 딸도 잃었다. 너무나도 소중한 딸이 변이 좀비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지. 그리고 각성하게 된 거야"


김택현이 그 상황을 잊을 수 없는지 입술을 짓눌러 씹었다.


"지금도 항상 자책하시지, 자신이 조금만 일찍 각성했다면 예쁜 딸과 성심원에 있던 아이들을 잃지 않았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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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경원 쉘터의 변화 +1 24.08.09 72 3 11쪽
27 27# 필요에 의한 협조 +1 24.08.08 78 2 11쪽
26 26# 경원 쉘터의 위기 2 +1 24.08.07 88 3 12쪽
25 25# 경원 쉘터의 위기 1 +1 24.08.06 86 3 12쪽
24 24# 그 녀석을 찾아라 +1 24.08.03 87 2 13쪽
23 23# 애타는 마음 +1 24.08.02 85 5 12쪽
22 22# 빗속의 전쟁2 24.08.01 83 2 12쪽
21 21# 빗속의 전쟁1 24.07.31 85 3 12쪽
20 20# 버킷리스트를 현실로 만들자! +1 24.07.30 86 4 12쪽
19 19# 버킷 리스트 +1 24.07.27 86 4 12쪽
18 18# 각자의 사정 +1 24.07.26 83 3 12쪽
17 17# 사라진 박할머니 24.07.25 86 3 12쪽
16 16# 어린이집 구조 작전 +1 24.07.24 90 3 12쪽
15 15# 한빛쉘터 3 24.07.23 96 3 11쪽
14 14#한빛쉘터2 24.07.22 98 3 13쪽
13 13# 한빛쉘터1 24.07.21 106 3 12쪽
12 12# 두 번의 전멸 24.07.20 109 3 11쪽
11 11# 집으로 +1 24.07.20 109 3 13쪽
10 10# 동행2 24.07.18 108 2 10쪽
» 9# 동행1 +1 24.07.17 113 2 11쪽
8 8# 습격2 +1 24.07.16 112 3 11쪽
7 7# 습격1 24.07.15 121 4 12쪽
6 6# 저승사자와의 재회 24.07.14 117 5 10쪽
5 5# 만만한 좀비 +1 24.07.13 127 7 11쪽
4 4# 강탈자들 +2 24.07.12 144 6 11쪽
3 3# 그리운 가족 24.07.11 152 5 12쪽
2 2# 망해버린 세상 +1 24.07.11 169 5 10쪽
1 1# 영혼을태우는도주 +1 24.07.11 2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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