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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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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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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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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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각자의 사정

DUMMY

떠오르는 태양을 함께 바라보던 이 헌터의 시선이 어느새 나에게로 향했다.


한참을 말없이 나를 바라보는 게 무언가 골똘이 생각하는 듯했다.


여러가지 표정을 지으며 혼자 드라마를 찍던 이헌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야 임찬영 일단 나 따라와 여기서 할 말은 아니니까"


나는 이헌터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임찬영 안경 벗어봐"


나는 망설였다.


"괜찮아 어차피 너 좀비인 거 다 알아"


나는 조심스럽게 안경을 벗었고 안경 안에 숨어있던 붉은 눈이 그대로 이헌터의 눈동자에 비쳤다.


이헌터는 깜짝 놀라 몇 걸음 뒤로 뒷걸음질 치더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각오는 했었지만 진짜였네... 우리를 왜 속였어?"


나는 메모지를 꺼내 들었다.


[좀비라고 죽일까 봐요.]


"맞네.. 그때 네가 좀비인 걸 알았다면 망설임 없이 낫부 휘둘렀을 테니까."


이헌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변이 좀비를 죽이고 많이 혼란스러워 했었지... 혹시 사람이던 좀비던 무언가를 네 손으로 죽인 게 처음이었니?"


[ 네 ]


장황하게 변명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짧고 간결한 답변이 돌아오자, 이헌터의 표정은 점점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나도 지금 혼란스러워 널 어떻게 해야 할지...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해 너는 우리 쉘터로 갈 수 없어!"


나는 각오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헌터가 나를 좀비라고 밝힌 그 순간부터 그들과 나는 완벽한 벽이 생겨버렸다.


"미안하지만 네가 돌아왔을 때... 사실을 밝히고 너를 죽이려고 했었다. "


각오는 했지만, 이헌터의 말이 내 마음을 후벼 팠다


어두워진 내 표정과 다르게, 이헌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근데 난 널 죽일 수 없었어... 너는 완벽하게 사람처럼 행동했어, 아이들을 위로하고 해맑게 웃는 모습 하며, 문순 할매를 구하겠다고 나서준 것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거든... 그래도 널 쉘터로는 데려갈 순 없어!"


[이해 합니다]


이 헌터는 잠시 침묵했다.


"이렇게 사람 같은데... 너를 버려두고 가는 내가 미울 정도야..."


[자책하지 마세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죠...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헌터가 울먹이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건넸다. 둥근 모양에 아주 작은 하얀 구슬 이었다.


아까부터 이헌터에게서 나는 맛있는 냄새가 났다. 나는 덜컥 겁이났었다. 이제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완벽한 좀비가 된 것 같아서 혼란스러워 하던 중이었다.


"이거 아까잡은 변이좀비 한테서 꺼낸 거야... 넌 이걸 먹으면 폭주가 멈춰지는 것 같더라..."


빨리 받으라는 듯이 두어 번 손을 흔들다.


"자 빨리 받아! 일부러 주워 왔어."


나는 맛있는 냄새의 원인이 이 헌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헌터가 건네는 호의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이헌터가 건넨 구슬을 가방에 잘 챙겼다.


"아참! 기다려 이것도 받아"


이헌터는 아까 쉘터와 통신하던 무전기를 나에게 건넸다.


"잘 가지고 다니고 연락하면 잘 받고! 가끔이라도 생존해 있다고 연락하고! 위험한 일 생기면 연락해 최대한 도와줄 테니까! 같이 가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이헌터의 얼굴은 죄책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로 괜찮습니다. 할머니를 구하고 나면 떠나려고 했어요.]


나는 최대한 밝은 표정을 연기했다.


[그리고 그동안 감사했어요. 쉘터 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해 주세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빛쉘터에 조금이나마 정이 생겼나 보다. 서운한 감정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좀비라는 것도 위험한데 언제 폭주할지 알 수 없다.


이헌터의 말대로라면 하얀 구슬이 내가 인간성을 잃지 않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폭탄을 떠넘길 수는 없었다.


"쉘터에는 잘 말해 놓을 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꼭 연락해!"


눈에 눈물을 잔뜩 머금은 이헌터가 약수를 하자는 듯이 짓궂은 표정을 하며 손을 내밀었다.


나도 환하게 웃어 보이며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웃으며 뒤돌아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갑자기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돋았다.


***


차헌터는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라 근처에 있는 좀비들을 싹 다 잡아 죽이고 있었다.


"이 배은망덕한 좀비 새끼! 죽어! 죽어!"


차헌터의 분노에 수없이 많은 좀비들이 썰려 나갔고, 그 옆에 구경 중인 동료들은 차헌터를 보며 공포에 떨고 있었다.


"차헌터님 이제 그만 하십시오. 그런다고 도망간 그 자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차헌터는 칼춤을 멈추고 김택현을 바라보았다.


"남은 동료들이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김택현의 시선이 나머지 동료들을 향했다.


하나 같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들의 얼굴을 보고, 차헌터는 미안한 마음에 검을 거둬들였다.


"알겠다. 경원 쉘터로 돌아가자."


아직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차헌터를 보며, 김택현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한시간 전 경원 쉘터에 도착한 차헌터와 동료들은 그곳을 지키는 쉘터장의 환대를 받으며 경원 쉘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이고 우리 찬영이랑 함께 약을 구해주신 분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느분이 차헌터님이십니까?"


극진한 환영과 감사 인사를 받고 있었음에도 안대위의 물음을 싹 무시한 차헌터가 본론부터 얘기했다.


"그 좀ㅂ... 아니 찬영이는 어디 살고 있나요? 만나봤으면 합니다"


"아...찬영이요? 급하게 찾으시는 건가요?"


"네 빨리 만나봤으면 합니다."


차헌터는 단호한 어조로 짧게 이야기를 꺼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불러 주시죠!"


안 대위는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는 쉘터들 사이에 최고의 헌터라고 불리는 남자였다.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나쁠 게 없었다.


안대위는 차헌터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다.


"그게 찬영이가 아침 일찍 원정을 간다고 혼자 나갔습니다. 나간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쾅 콰직!]


차헌터의 주먹질에 대리석 탁자가 반으로 쪼개져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혼자 나갔단 말입니까?"


안대위는 깜짝 놀랐다.


헌터를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차헌터가 힘으로 대리석 탁자를 쪼개버리는 것을 보고 차헌터의 힘이 부럽고 탐이 났다. 놀란 가슴이 두려움으로 진정되었다.


안대위는 차헌터의 눈치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찬영이 녀석이 워낙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다 보니...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도 혼자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렸는데 굳이 혼자 가겠다고 떼를 써서..."


안대위는 그가 나이 어린 찬영이를 좀비 소굴로 혼자 보낸 것에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차헌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차헌터가 우리 찬영이를 많이 아끼는 모양이야!'


안대위는 크게 오해하고, 차헌터가 나간 자리를 존경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차헌터는 무려 하루 동안 쉬지 않고 경원쉘터 근처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찬영의 그림자조차 찾지 못했고,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으~~~아~~~악!! 이 호로 자식 은혜를 원수로 갚아? 잡히면 죽인다 아주 찢어 죽인다 세포까지 갈아버린다!!!"


차헌터가 좀비들처럼 포효했다.


한참을 괴성을 질러 대며, 주변의 모든 것들을 때려 부숴버리던 차헌터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제서야 우물쭈물 김택현이 나서서 말했다.


"차헌터님 경원 쉘터로 돌아가시죠! 혹시 찬영이가 다시 돌아 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차헌터를 차분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택현뿐이었다.


"알겠다. 일단 경원 쉘터로 다시 돌아간다."


경원 쉘터는 차헌터가 다시 돌아오자, 전보다 더 극진히 대접했다.


쉘터에 들어오자마자 안대위에게 가서 물었다.


"언제 돌아온다는 말은 없었습니까?"


안대위는 손수건을 꺼내 식은땀을 닦으며 질문에 답했다.


"없었습니다. 원정을 나갔으니 곧 돌아오겠죠 찬영이의 부모님이 여기 계시거든요"


차헌터는 찬영의 부모님이 계신다는 말에 화를 잠시 누그러트렸다.


"혹시 좀.. 아니 찬영이 부모님을 뵐 수 있을까요?"


"예 바로 모셔오겠습니다."


안대위는 꽁지가 빠지게 뛰어나갔다.


"이... 개...같은... 미친...좀비 새끼가... 날 엿 먹여? 좀비라고 확다 까발려 버릴까 보다!"


차헌터는 너무 화가 나서 앞뒤 분간이 힘들 정도로 부들부들 분노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찬영의 부모님을 뵙는 순간 분노는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차헌터님 찬영이.. 찬영이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시죠?"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차헌터를 바라보는 찬영의 엄마는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이 자식 부모님 걱정 안 하게 얘기 잘하라고 그렇게 잘 타일렀는데 ...'


찬영의 부모를 보니 찬영이 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그때 찬영이의 아빠가 무릎 꿇은 찬영의 엄마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찬영이가 차헌터에게 간다고 편지에 적어 놓고 나갔습니다. 혹시 못 만나셨습니까?"


"저에게 가겠다고 했다고요?"


"네 편지에 차헌터의 쉘터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차헌터의 분노가 조금 사그라들었다.


"따로 남긴 말은 없었습니까?"


"차헌터 옆에 있으니 안전할 거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그때 남편의 부축을 받던 찬영의 엄마가 쓰러지듯 바닥으로 넘어졌다."


"우리..찬영이 실종 된거죠? 우리 찬영이 좀...흑...흑... 찾아주세요...흑..흑.."


찬영의 부모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차헌터를 애타게 바라보았다.


"저희가 찾아보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일단은 곧 쓰러질 것 같은 찬영의 엄마를 달래는 게 우선이었다.


차헌터는 골똘이 생각했다. 진짜로 자신에게로 오기 위해 떠난 거라면... 그런 기특한 짓을 한 거라면 지금 여기서 한가하게 화만 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차헌터는 서둘러 동료들을 불렀다.


"너희들이 여기 남아서 찬영이를 기다리도록 해 나는 우리 쉘터로 가볼 테니까."


"저희도 함께 가겠습니다"


"지금 고집부릴 때가 아니야 찬영이와 길이 엇갈릴 수도 있고, 너희들 달고 가면 2시간 거리 4시간이나 걸려서 가야 돼"


김택현과 동료들은 차헌터의 말을 따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헌터는 쉬지 않고 뛰어 2시간 만에 쉘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임찬영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자신의 쉘터는 아직 처참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 모습을 눈으로 보고 나니, 임찬영이 아직 도착하지 못한 것이길 바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한 마음에 견딜 수 없었다.


혹시 변이 좀비에게 먹히진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밤 사냥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쉘터를 공격한 변이 좀비가 근처에 있다가 찬영을 잡아먹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차헌터는 주변에 변이 좀비를 찾으러 다녔다.


그렇게 밤샘 수색 결과 변이 좀비는 쉘터 근처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게 하루가 또 하루가 지나고, 경원 쉘터에 있던 동료들에게서 무전이 왔다.


"치~~지직 차헌터님 자리에 계십니까?"


"그래 듣고 있다."


"아직 찬영이가 오지 않았습니다. 찬영이가 거기로 갔습니까?"


"안 왔다. 이 새끼 잡히면 그냥 죽여....버리면 안되겠지, 좀 더 대기한다."


"찾으시더라도 좋게 타이르세요. 아직 어린애 아닙니까. 그럼 저희는 여기에서 좀 더 상황을 지켜보겠습니다 "


간단한 무전이 끝나고 차 터는 본격적으로 임찬영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찬영이 쉘터에 찾아올 까봐. 차헌터는 쉘터 정문에 대문짝만하게 무전기와 편지를 남겼다.


[너 이 새끼 이거 보면 대가리 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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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경원 쉘터의 변화 +1 24.08.09 73 3 11쪽
27 27# 필요에 의한 협조 +1 24.08.08 79 2 11쪽
26 26# 경원 쉘터의 위기 2 +1 24.08.07 89 3 12쪽
25 25# 경원 쉘터의 위기 1 +1 24.08.06 87 3 12쪽
24 24# 그 녀석을 찾아라 +1 24.08.03 89 2 13쪽
23 23# 애타는 마음 +1 24.08.02 85 5 12쪽
22 22# 빗속의 전쟁2 24.08.01 84 2 12쪽
21 21# 빗속의 전쟁1 24.07.31 85 3 12쪽
20 20# 버킷리스트를 현실로 만들자! +1 24.07.30 87 4 12쪽
19 19# 버킷 리스트 +1 24.07.27 87 4 12쪽
» 18# 각자의 사정 +1 24.07.26 84 3 12쪽
17 17# 사라진 박할머니 24.07.25 86 3 12쪽
16 16# 어린이집 구조 작전 +1 24.07.24 90 3 12쪽
15 15# 한빛쉘터 3 24.07.23 96 3 11쪽
14 14#한빛쉘터2 24.07.22 98 3 13쪽
13 13# 한빛쉘터1 24.07.21 107 3 12쪽
12 12# 두 번의 전멸 24.07.20 109 3 11쪽
11 11# 집으로 +1 24.07.20 109 3 13쪽
10 10# 동행2 24.07.18 108 2 10쪽
9 9# 동행1 +1 24.07.17 113 2 11쪽
8 8# 습격2 +1 24.07.16 112 3 11쪽
7 7# 습격1 24.07.15 121 4 12쪽
6 6# 저승사자와의 재회 24.07.14 118 5 10쪽
5 5# 만만한 좀비 +1 24.07.13 127 7 11쪽
4 4# 강탈자들 +2 24.07.12 144 6 11쪽
3 3# 그리운 가족 24.07.11 153 5 12쪽
2 2# 망해버린 세상 +1 24.07.11 170 5 10쪽
1 1# 영혼을태우는도주 +1 24.07.11 23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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