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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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최근연재일 :
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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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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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그리운 가족

DUMMY

‘하···이 꼴로 어떻게 집에 가지···’


나는 지금 티마트 화장실 거울 앞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깊은 한숨을 쉬며 절망하고 있었다.


처음엔 가족들에게 줄 식량을 구하기 위해 티마트로 갔다.


마트 안은 예상대로 모든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 처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안전한 곳이었다. 좀비들로 가득 찬 마트 안으로 들어오는 미친 인간은 없을 것이다.


식료품 코너로 가서 서둘러 굼주린 배를 채웠다.


가족들에게 전해줄 음식들로 빼곡히 채운 배낭을 준비하고,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티마트를 나가려고 했다.


워낙 좀비의 숫자가 많다 보니 좀비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그중에 내 눈에 확 띈 좀비가 보였다.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같은 반 석영이었다. 그날 몸살감기에 걸려 오전 내내 책상에 엎어져 있다가 결국 조퇴하고 병원에 간 녀석이었다.


이렇게 마트에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런데 석영이 녀석의 몰골을 보니 엉망진창이었다.


문득 내 모습이 궁금해져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 앞에 섰다.


‘어떤 모습이든 놀라지 말자 ‘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온통 피범벅인 거울을 옷가지로 닦아냈다.


‘하 처참하구나...’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가 얼굴을 덮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피 떡이져 대걸레 마냥 돌돌 말려 있어 누가 봐도 "나는 좀비요" 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 멍청하게도 나는 티마트로 오는 내내 "내가 좀비요!" 하고 걸어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하... 거울 안보고 그냥 갔었으면 부모님 가슴에 대못 박을 뻔했네 이렇게 "나는 좀비요" 하고 돌아다녔으니... 에휴 그 아저씨가 날 죽였다고 해도 할 말 없을 뻔했어.’


일단 수돗물이 나오는지 확인부터해 보았다.


큰 마트라 자체 정수라도 되는지 수돗물이 나왔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문을 잠그고 급하게 샤워를 했다.


‘으~허! 태어나서 처음으로 찬물 샤워하려니 얼어 죽것네!!’


샤워를 끝낸 후 거울을 보자, 내가 좀비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내 눈에 흰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실핏줄이 다 터졌는지 붉은색만 도드라져 보였다.


‘그래도 그렇지 도망가는 좀비 죽이겠다고 목숨 거는 사람이 어딨어!!’


끝없이 궁시렁거리며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을 나왔다.


티마트에는 의류코너가 있었는데 평소에도 의류 코너는 사람이 없었던 터라 멀쩡한 옷을 고를 수 있어 다행이었다.


평소 입고 다녔던 평범한 츄리닝 스타일의 옷을 골라 갈아입기 위해 평상시처럼 탈의실 문을 벌컥 열었다.


[크으악크르르]


문을 열자마자 매장 직원 옷을 입은 좀비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잠시지만 느릿하게 느껴졌고, 순식간에 몸을 문 뒤쪽으로 피했다.


매장 직원 좀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 멈췄다.


‘아이씨 깜짝이야 왜 저딴 데 숨어있어 또 쫄았네, 이래서 버릇이 무서워 앞으로 더 조심 해야겠어 .. 휴..’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으려다 내 옆에 있는 매장 직원 좀비가 여성이라는 것이 살짝 깨름직했다.


‘아무리 좀비여도 여자는 여자잖아. 부끄럽네 히히’


아무리 좀비여도 성별이 다른 좀비 앞은 부끄러웠다.


매장 직원 좀비를 살짝 밀고 탈의실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탈의실을 빠져나와 다시 빵빵 하게 채워진 가방을 들쳐업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가족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분명 가족들은 인간일 것이다.


좀비로 변해버린 나를 가족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려운 마음이 앞서 들었고, 혹시나 나 때문에 가족들이 위험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도 들었다.


집에 점점 가까워져 오자 기억 속에 있던 동네 모습이 더욱 확실하게 떠올랐다.


‘거의 다 왔지만 .. 부모님을 뵐 수는 없겠어... 지금 내 모습을 보시면 걱정하실 거야··· 그리고··· 그 x또라이가 날 죽일 거야 그건 확실해!’


어떻게 할지 정하고 나니 훨씬 마음이 편했다.


한동안 가족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다가 그 사람이 오기 전에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 사람 많이 다쳤으니 몇일은 누워있겠지? 근데 이상하네... 가면 갈수록 좀비가 없네···?’


집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좀비가 점점 안 보이고 있었다.


조금 걸어가 보니 왜 좀비가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좀비 시체로 쌓은 산 이었다. 다가오는 좀비들을 모두 죽여 여기에 쌓아 놓은 사람들은 내 가족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사람들이었다.


좀비가 되고 예전보다 좋아진 시력으로 확인해 봤을 때 간간히 군인도 섞여 있었고 총기로 무장까지 하고 있었다.


‘함부로 다가갔다가는 총알받이가 되겠네 오소소소···팔에 소름 돋는 거 봐 ‘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군인이 지키는 쉘터가 우리 집 이어서 가족들은 무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은 좀비이니,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발길을 돌려 아파트 옆 건물에 위치한 상가의 문구점으로 향했다


좀비 거의 보이지 않아 순조롭게 문구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문구점에서 스케치북과 매직을 찾아서 쉘터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에 주저앉아 열심히 글씨를 적어 내렸다.


영화에 나오는 장면으로 활용해서 가족에게 편지를 남기기 위한 준비였다.


[저는 사람입니다. 근데 말을 못 합니다]


다음 장으로 넘겨서 또다시 적어 내렸다.


[저는 임찬영입니다]


되도록 크게 적기 위해 다음 장으로 넘겼다.


[좀비를 뚫고 식량을 구해 왔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1104호에 살고 계십니다.]


[제가 살아있다는 걸 부모님께 알려주세요.]


[여기 식량 놓고 갑니다. 또 구해 오겠습니다.]


물론 인간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식량만 제대로 전달하고 부모님께 내 무사함을 알리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을···

제발 쉘터의 군인들이 자신의 거짓말을 속아 주길 빌었다.


스케치북을 들고 쉘터 정문 앞에 서자 군인들이 일제히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소리를 들었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 들고 있던 스케치북의 첫 장을 최대한 쭉 들어 올렸다.


군인들이 수근 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천천히 한 장씩 스케치북을 넘겼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등에 짊어지고 있던 엄청나게 큰 가방을 내려놓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넨 후 미련 없이 뒤돌아 걸었다.


[탕 타탕탕]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너무 놀라 바닥에 엎드려 얼굴을 감싸안았다.


‘쓰벌 왜 쏘는 거야 내가 식량도 갖다줬는데!!’


이번에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입 밖으로는 내뱉지 않았다.


혹시나 좀비인 게 들킨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은 물론 앞으로 가족들에게 물자를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서둘러 스케치북에 글자를 적어 앞으로 내밀었다


[공격하지 말아 주세요 여러분께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다행히 군인들은 공격을 멈췄고, 잠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오감을 청각에 집중했다.


“저 꼬맹이 능력이 뭐지? 대단한데! 혼자 저 많은 좀비 소굴에서 살아남은 거잖아?”


“그러게, 우리 쉘터에 들어오면 물자 걱정은 없겠어.”


“안대위님 저희도 저렇게 능력이 뛰어난 헌터가 쉘터에 필요하지 않을까요 ?”


“그렇긴 한데 너무 꼬맹이라···”


“망해버린 세상에 꼬맹이고 뭐고 따질 게 뭐 있수?”


“좋아 내가 한번 대화를 해보지.”


“야 꼬맹이 위험한데 어딜 돌아다녀 아무리 각성자여도 밖에는 너무 위험해 들어와서 대화해 보자.”


나를 각성자라고 부르는 사람이 들어오라도 재촉했다.


나는 뒤돌아 스케치북에 글씨를 적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식량만 가지고 오겠습니다.]


“뭐지 ? 저 녀석 쉘터로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거부하는데요?”


“이상한 녀석이네! 좀비와의 동거가 더 좋다니...”


군인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다 들렸다. 나를 바라보며 멍청하고 무식하다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저 녀석 무섭다는 중2병에 걸린 놈 아닐까요 ?”


“자기 손에 흑염룡이 있다고 믿고 나 대는 거 같은데 좀 더 격다 보면 쉘터로 오지 않을까요?”


“허허 무서운 급식이군”


“밖에는 좀비밖에 없습니다. 어린애가 아직은 상황판단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나는 난감했다. 중학교 때 잠시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흑염룡을 불러 재끼는 정도는 아니었는데···나도 모르게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병사들과 대화를 마친 대위가 소리쳤다.


“좋다 여기에 부모님이 계시니 언제든 들어오고 싶다면 찾아와라.”


[네 부모님께 제가 보내드린 식량을 넉넉히 보내 주세요]


“하하하 알겠다. 무서운 급식 꼬맹아”


대위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가자, 병사들이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리지만 저 녀석이라면 옆 쉘터에 있는 차영진 헌터만큼 강한 건 아닐까? 혼자서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거리에서 왔다잖아””


“아 옆 쉘터에 차영진 헌터? 각성자 중에 제일 강하잖아. 저 어린 녀석이 차영진만큼 강할까?”


“혹시 모르지 차영진만큼 강한 힘으로 각성 했을 수도···”


“근데 그 소문 들었어? 차영진이 상급 변이 좀비를 만나서 죽을 뻔했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돌아와서 헛소리를 한데 좀비가 도망도 가고 욕도 했다나..?”


그 말을 듣고 순간 움찔했다. 저 군인이 말하는 도망도 가고 욕도 하는 이상한 좀비가 자신이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상급 변이 좀비를 혼자 상대하다가 정신이 나간 거 아냐? 어떻게 좀비가 도망도 가도 말도 한다는 거야?”


“사실이래도! 내가 통신병한테 직접 들었어! 그 좀비를 쫓다가 상급 변이 좀비를 만났는데 겨우 목숨을 건졌다고 하더라고 지금은 쉘터에서 회복 중이고”


그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었다.


좀비사태가 일어난지 한 달이 되었고, 나를 죽이려던 일본도든 미친 인간은 차영민이고, 각성한 인간을 사람들은 헌터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 다행히 그는 목숨을 건져 무사히 쉘터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먹으려던 좀비는 변이 좀비라고 불리고 있었다.


사실 좀 찜찜하긴 했다. 도움을 주긴 했지만, 혹시나 죽어서 구천을 맴돌며 꿈에 나올까 두렵기도 했다.


좀비들이 사람들을 죽이는 멸망에 가까운 판타지 같은 세상인데 귀신이 없다는 보장도 없다.


멸망하기 전 세상에서는 귀신보다 좀비가 세상을 멸망시킬 거란 말이 더 허무맹랑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위험한 상황이나 곤란한 상황에서도 좀비를 죽이지 않았던 건 그들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들 입장에서 좀비는 아주 위험한 인간의 적이었다.


나조차도 의지가 있는 사람인데도 좀비가 되었다고 공공의 적이 되어 일본도에 쫓기지 않았던가...


이제 부모님이 안전하다는 걸 확인했으니, 오늘은 아파트 쉘터를 위해 끊임 없이 생존 물품을 구해다 전달하기로 마음먹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티마트를 향해 걸어갔다.

가는 길에 길가에 버려진 리어카도 하나 주웠다.


좀비가 되고 나서 생긴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예전보다 체력도 스피드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덕분에 몇 번이고 티마트와 쉘터를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해도 힘든 느낌을 전혀 받지 않았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을 보고 오늘의 마지막 식료품을 쉘터로 옮기려고 리어카를 끌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자신이 좀비가 된다면 ... 가족들의 안전이 제일 걱정되겠죠?

착한 찬영좀비는 오늘도 가족 걱정 뿐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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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경원 쉘터의 변화 +1 24.08.09 73 3 11쪽
27 27# 필요에 의한 협조 +1 24.08.08 78 2 11쪽
26 26# 경원 쉘터의 위기 2 +1 24.08.07 89 3 12쪽
25 25# 경원 쉘터의 위기 1 +1 24.08.06 86 3 12쪽
24 24# 그 녀석을 찾아라 +1 24.08.03 88 2 13쪽
23 23# 애타는 마음 +1 24.08.02 85 5 12쪽
22 22# 빗속의 전쟁2 24.08.01 84 2 12쪽
21 21# 빗속의 전쟁1 24.07.31 85 3 12쪽
20 20# 버킷리스트를 현실로 만들자! +1 24.07.30 87 4 12쪽
19 19# 버킷 리스트 +1 24.07.27 87 4 12쪽
18 18# 각자의 사정 +1 24.07.26 83 3 12쪽
17 17# 사라진 박할머니 24.07.25 86 3 12쪽
16 16# 어린이집 구조 작전 +1 24.07.24 90 3 12쪽
15 15# 한빛쉘터 3 24.07.23 96 3 11쪽
14 14#한빛쉘터2 24.07.22 98 3 13쪽
13 13# 한빛쉘터1 24.07.21 107 3 12쪽
12 12# 두 번의 전멸 24.07.20 109 3 11쪽
11 11# 집으로 +1 24.07.20 109 3 13쪽
10 10# 동행2 24.07.18 108 2 10쪽
9 9# 동행1 +1 24.07.17 113 2 11쪽
8 8# 습격2 +1 24.07.16 112 3 11쪽
7 7# 습격1 24.07.15 121 4 12쪽
6 6# 저승사자와의 재회 24.07.14 117 5 10쪽
5 5# 만만한 좀비 +1 24.07.13 127 7 11쪽
4 4# 강탈자들 +2 24.07.12 144 6 11쪽
» 3# 그리운 가족 24.07.11 153 5 12쪽
2 2# 망해버린 세상 +1 24.07.11 169 5 10쪽
1 1# 영혼을태우는도주 +1 24.07.11 2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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