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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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최근연재일 :
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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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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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 버킷 리스트

DUMMY

나는 멍하니 세진시의 한 주택 단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다.


짧았지만 한빛 쉘터를 떠나게 된 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눈앞이 막막했다.


목표는 차헌터를 피해 도망가는 거였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지 않았고, 대책 없는 도주의 결과물은 멍타기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 역시 나는 대책 없는 놈이었나?'


나는 정처 없이 지나가는 좀비들과 다를 게 없었다.


집도 없고, 갈 곳도 없고 해야 할 것도 없었다.


멍하니 지나가는 좀비들만 바라보는데, 어디선가 칼바람이 불어 종이 한 장이 내 앞으로 떨어졌다.


[숲세권, 풀 옵션, 넓은 마당, 복층 구조, 태열광 설치 모든 것이 갖춰진 예쁜 단독 주택 할인]


광고 전단지 였다.


'우와! 이건 엄마가 꿈에 그리던 집이네? 한번 가 볼까?"


나는 그네에서 내려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그래 세상이 멸망했어도 좀비들이랑 같이 지내라는 법은 없지! 내 집을 만들자!'


강 할아버지가 주신 세진시 지도를 펼쳐 들었다.


'음... 걸어가면 두 시간 정도 걸리겠네...'


나는 목표가 생기자 걸음을 재촉했다.


지도가 있었지만, 전단지에 적힌 집을 찾는데 예상보다 시간을 더 잡아먹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4시간이나 걸렸어 제발 좀비가 없는 좋은 집이었으면... '


밖에서 바라본 주택은 다른 집들과 다르게 외관이 멀쩡했다.


'옥상에 진짜 태양광 패널이 달렸네?'


나는 2층에 있는 모델하우스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잠겨있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와~~~ 이 정도면 당분간 지내기에 문제 없겠는 걸?'


모델하우스는 일반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침대와 소파 냉장고 티비까지 모두 갖춰져 있었다.


진짜 전기가 들어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꺼비집을 올렸다.


올리자마자 집안에서 가전제품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기쁨에 벅차올라 크게 포효했다.


"퀘엑! 뒈엑!! 퀘엑!!"


다른 것보다 이 개 소리부터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돗물이 안 나오는 게 아쉬웠지만 상관없었다. 이곳에는 무려 욕조가 있었다.


앞으로 씻는 건 물만 준비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좀비가 되서 무식하게 힘만 세졌으니 남아도는 힘 이런데 쓰면 될 것이다.


이것저것 구경하며 모델하우스 소개 글과 장부를 확인했다.


도어락 비밀번호는 모델 하우스 출입자 명단이 적힌 장부에서 찾았다


이제 이 집은 완벽한 자신의 첫 쉘터가 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둠칫둠칫 춤을 추며 거실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소파에 털썩 누워 이 기쁜 소식을 이헌터에게 전하려고 무전기를 들었다.


".........."


그렇다 이헌터와 나는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문순 할머니의 죽음으로 둘 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아쉬운 이별을 하다 보니 이런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아니면... 알면서도 준 건가? 도움이 필요할 때만 부르려고?'


나는 이헌터와 김소령의 성격을 생각하니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그렇게 찝찝하게 무전기를 소파 앞 테이블에 올려놓고 안방 문을 열어 잠깐 보았던 포근해 보이는 침실로 향했다.


문순 할머니를 찾느라 어젯밤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변이 좀비를 만나 죽을뻔하고, 돌아가신 문순 할머니에게 안식을 드리려 한참 동안 삽질도 했다.


피곤한 내몸은 빨리 침대로 뛰어들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에잇 모르겠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잡생각은 잠부터 자고 하자!'


푹신한 침대에 깨끗한 이불 위에서 이리저리 뒹굴뒹굴 거리다 그 포근함에 못 이겨 금방 정신을 잃고 말았다.


분명히 푹 잠들었었다. 이보다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아주 푹 잤다.


하지만 창문에 비치는 세상은 아직 밝은 낮이었다.


얼마나 잤는지 확인하려고 손목에 찬 시계를 응시했다.


시계는 3시를 조금 넘은 시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 22시간을 잔 거야? 세상이 좀비들로 멸망하고 있는데 ?'


나는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임찬영 정신 차려 이러면 안돼! 그래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적자'


일단 거실로 나가 스케치북과 펜을 들고 소파 앞에 털썩 주저앉아 탁자에 스케치북을 올려놓았다.


펜을 이리 저리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임찬영의 버킷 리스트]


1. 차헌터에게 걸리지 않고 조용히 사태가 진정 될 때까지 기다린다.


2. 다른 쉘터들과도 절대 엮이지 않는다.


3.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해 약한 변이 좀비를 사냥해 구슬을 얻는다.


4. 마이홈을 예쁘게 꾸며서 사람답게 생활한다


5. 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하루종일 연습한다.


6. 백화점에 가서 플스를 가지고 와 1일 1게임 한다.


나는 6번까지 적고 다음을 적지 못했다. 왜냐하면 6번이 제일 마음에 들었고 당장 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선생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학교와 학원을 왕복 하느라 자는 시간도 부족해서 게임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웠다.


꿈을 위해 스스로 찐따를 자청하며 공부에만 몰두했다.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어버렸다.


마지막으로 학교에 등교하려고 아침을 먹고 있을 때 휴대전화 울려 퍼진 비상 안전 문자는 내 인생을 바꿔 버렸다.


[어젯밤 이유를 알 수 없는 시민들의 폭동이 산발적으로 발생. 시민 여러분들께서는 안전을 위해 자택에서 대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빠는 혹시 모르니 오늘은 쉬라고 말씀하셨지만, 엄마는 아빠의 등짝을 세게 후려치시며 말했다.


"곧 고3이 학교에 안 가면 어떻게!! 내신은 어떻게 챙기라고 !!"


옆에 있던 형이 동조하며 말했다.


"엄마 말이 맞아요. 지금이 중요한 시기긴 하죠. 저 자식이 빠져 가지고 아빠가 가지 말랬다고 날름 가방을 내려놔? 맞고 갈래 그냥 갈래? "


명문대 의대에 떡 하니 합격한 형은 항상 나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뭐 하여튼 그런 사유로 학교에 갔던 나는 좀비가 되어버렸지만, 가족들을 원망한 적은 1나노그램도 없었다.


더 이상 공부하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도 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사람이고 싶었다.


사람다운 행동을 하기 위해 플스를 가지러 백화점부터 가기로 했다. 게임을 하는게 내 또래 아이들이 하는 가장 사람 다운 일이다.


나는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해 게임을 하는거다. 라고 자기 합리화를 아끼지 않았다.


마이홈에서 백화점 까지는 걸어서 1시간 정도 거리였다. 하지만 플스를 만난다는 생각에 나는 전속력으로 뛰어 최대한 빨리 백화점에 도착하기로 했다.


백화점으로 달리는 걸음은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가볍기만 했다.


'어? 나 왜 더 빨라진 것 같지?'


내 신체 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았다.


어제만 해도 뛰어다니면 조금씩 숨이 차오르곤 했는데 10분을 전력질주 해도 숨이 차질 않았다.


생존에는 좋은 일이지만 인간 범위를 벗어나는 것 같아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전력질주 했을 때 드디어 저 멀리 높은 건물이 보였다.


'맞아 !! 저 건물이야!! 플스야 기다려라~~'


내 예상보다 더 많은 좀비가 백화점 앞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뭐가 저렇게 많아? 음... 일반 좀비가 저렇게 많다는 건... 변이 좀비가 없다는 거겠지?'


삼솔병원의 경험으로 좀비가 없는 곳에는 변이 좀비가 있을 수 있었다. 나에게 변이 좀비는 위험한 존재였다.


수많은 좀비를 비집고 들어가 백화점 정문 앞에 겨우 도착했다.


일단 문이 활짝 열려있고 안에도 좀비들이 가득한 걸 보니 안심되었다.


백화점 안내문을 보고 5층에 장난감과 게임 샵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곧바로 5층으로 올라갈만한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


꾀 유명한 백화점이었는지 사람도 많았고, 좀비 습격 당시 위층에 있던 사람들이 도망가려고 계단으로 몰렸는지 계단은 좀비로 빼곡했다.


'하... 여길 어떻게 올라간담?'


나는 발길을 돌렸다. 서로 얽히고설킨 좀비들이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그나마 걸어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찾았지만, 그곳 사정도 만만치 않았다. 시체와 좀비들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아씨!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없나?'


나는 백화점 1층을 빙 둘러보았다.


[방화문 직원 전용 통로]


라고, 적힌 문을 발견했다.


닫혀있는 문이라 열기가 무서웠다. 한참을 망설였다.


"내 쪽으로 열 수 있는 문이니까 문 열고 뒤로 빠져야겠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놀라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문을 활짝 열었다.


그 안에서 매장 직원 옷을 입은 좀비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휴 그냥 열었으면 좀비들한테 깔려 죽을 뻔했네!'


열댓 명의 좀비들이 쏟아져 나오고 문 앞은 얽히고설킨 좀비들이 바둥거리고 있었다. 문 안쪽은 조용해졌다.


직원 좀비들을 하나하나 다른 곳으로 옮기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갔다.


간간이 직원 좀비들이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저 서 있는 사람일 뿐이었다.


5층에 올라와 잔뜩 기대감에 절어 얼굴에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방화문을 열었다.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곳은 아이들이 뛰어놀던 유.아동 코너였다.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온몸이 물어 뜯긴 아이들, 양팔이 뜯겨진 아이, 다리가 뜯겨 기어다니는 아이까지 아이들의 모습은 하나 같이 처참했다.


전쟁이 나면 제일 처참하게 피해를 보는 게 아이들이다. 멸망한 세상에서도 제일 처참한건 아이들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누구인지 알아내면, 정말로 내 손으로 없애버리고 싶었다. 끓어오르는 살기가 나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나 끔찍한 모습에 결국 뒤돌아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방화문을 있는 힘껏 가격했다.


[콰~~앙]


생각보다 엄청난 소리에 잠시 움찔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내 뒤로 아이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소리를 따라 아이들은 점점 더 모여들었다.


아이들을 입구에서 먼 곳으로 유인하기 위해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


한빛 쉘터에서 구조했던 아이들에게 불러줬던 '아기백상어' 였다.


아이들은 나를 곧 잘 따라왔다.


아이들을 모아놓으려고 5층을 한바퀴 돌았지만 어른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들을 대피 시켜줄 어른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또 다시 화가 끓어오르려고 했지만, 여기서 화를 내는 건 감정 낭비일 뿐이었다.


나중에라도 내가 살아남아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이를 만나게 된다면, 그때 지금 장면을 잊지 않고 꼭 전력을 다해 씹어 먹어 버리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키즈카페에 몰아넣은 나는 노끈을 찾아 키즈카페 주변을 완벽하게 원천 봉쇄했다.


그리고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가지고 와 메모를 적었다.


[좀비가 된 아이들이 있는 곳입니다.]


만약 이 백화점을 수복 하러 온 쉘터가 있다면 이 표지판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아이들은 천국에 가야해...'


아이들이 살인자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을 다했다.


아이들 일을 마무리하고, 플스를 가지고 가려던 내 계획을 철회했다.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진 세상에 나 혼자 띵가띵가 여유 부리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 버킷 리스트를 바꿨다.


6. 내 능력이 닿는 데까지 사람들을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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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경원 쉘터의 변화 +1 24.08.09 73 3 11쪽
27 27# 필요에 의한 협조 +1 24.08.08 78 2 11쪽
26 26# 경원 쉘터의 위기 2 +1 24.08.07 89 3 12쪽
25 25# 경원 쉘터의 위기 1 +1 24.08.06 86 3 12쪽
24 24# 그 녀석을 찾아라 +1 24.08.03 87 2 13쪽
23 23# 애타는 마음 +1 24.08.02 85 5 12쪽
22 22# 빗속의 전쟁2 24.08.01 83 2 12쪽
21 21# 빗속의 전쟁1 24.07.31 85 3 12쪽
20 20# 버킷리스트를 현실로 만들자! +1 24.07.30 87 4 12쪽
» 19# 버킷 리스트 +1 24.07.27 87 4 12쪽
18 18# 각자의 사정 +1 24.07.26 83 3 12쪽
17 17# 사라진 박할머니 24.07.25 86 3 12쪽
16 16# 어린이집 구조 작전 +1 24.07.24 90 3 12쪽
15 15# 한빛쉘터 3 24.07.23 96 3 11쪽
14 14#한빛쉘터2 24.07.22 98 3 13쪽
13 13# 한빛쉘터1 24.07.21 106 3 12쪽
12 12# 두 번의 전멸 24.07.20 109 3 11쪽
11 11# 집으로 +1 24.07.20 109 3 13쪽
10 10# 동행2 24.07.18 108 2 10쪽
9 9# 동행1 +1 24.07.17 113 2 11쪽
8 8# 습격2 +1 24.07.16 112 3 11쪽
7 7# 습격1 24.07.15 121 4 12쪽
6 6# 저승사자와의 재회 24.07.14 117 5 10쪽
5 5# 만만한 좀비 +1 24.07.13 127 7 11쪽
4 4# 강탈자들 +2 24.07.12 144 6 11쪽
3 3# 그리운 가족 24.07.11 152 5 12쪽
2 2# 망해버린 세상 +1 24.07.11 169 5 10쪽
1 1# 영혼을태우는도주 +1 24.07.11 2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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