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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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최근연재일 :
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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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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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 사라진 박할머니

DUMMY

김소령이 창문을 바라보며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잠시 후 강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소령이 기다린 듯 강 할아버지에게 질문을 했다.


"강선배님 께서는 박금순 할머님의 거처를 아신다고 들었습니다. 저희에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김소령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강 할아버지는 우리들을 둘러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충 둘러보고 올 것 같으면 말도 꺼내지 말게! 내 듣기로는 병원에서 수색 중인 사람들도 투덜거리며 대충 찾는 척만 했다고 들었네, 노인네라고 무시하는 겐가?"


강 할아버지는 화가 나 있었다.


필요 없다고 늙었다고 병사들은 박할머니가 없어졌을 때 대충 찾았고, 찾지 못하자 투덜거리며 박할머니 탓을 했다.


강 할아버지의 친구 분들이 그 모든 것을 보고 들었고, 모든 내용을 전달받은 강 할아버지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나마 김소령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원무과를 찾아는 왔지만 영 내키지 않는 얼굴을 하고 계셨다.


내가 나서서 스케치북에 글씨를 적어 넣었다.


[저는 박금순 할머니를 꼭 찾고 싶습니다.]


강 할아버지는 내 스케치북을 보더니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김소령 찬영이를 박 할매 집으로 보내주게 다른 사람은 내가 거부하겠네"


김소령은 망설임 없이 이야기 했다.


"저희 소대가 보호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합니다. 제가 꼭 박 할머니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계신 곳을 알려주세요. "


그때 이헌터가 망설이는 강 할아버지의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문순이 할매 어디 있어? 당장 말하라고 !!"


이헌터는 인내심에 한계가 왔는지 선을 넘어 버린 상태였다.


"이 가시나가 어디서 멱살을 잡노!!! 땍 !! 어린놈의 가시나 !!"


강 할아버지는 말은 그렇게 해도 미소 짓고 계셨다.


"늙은이 찾는다고 젊은이 희생 시킬 수 없다. 나는 그게 제일 걱정이다. 나한테 약속해라 살아 돌아오겠다고..."


강 할아버지의 말은 진심이었다. 더 이상 자신들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죽는 것이 싫었다. 그건 강 할아버지의 친구들 의견이기도 했다.


관자 놀이를 꾸욱 꾸욱 누르던 김소령이 나와 이헌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들었나? 우리 쉘터에서 이 야심한 밤에 맨몸으로 도시를 들어가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지?"


우리에게 물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나에게 물었다.


세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나는 천천히 팔로 동그라미 표시를 그려 보였다.




곧바로 나와 이헌터는 강 할아버지가 표시해 둔 박문순 할머니의 생가로 출발했다.


우리가 나왔을 땐 이미 저녁이 되어 밤하늘에 달만 덩그러니 떠 있었다


강 할아버지의 지도는 우리를 아끼는 만큼 완벽했다.


좀비와 마주쳐도 둘이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한 루트를 피해 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30분쯤 걸었을까. 오는 내내 나를 힐끗힐끗 보던 이헌터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고마워 할머니 찾는 걸 도와줘서 "


나는 김소령이 챙겨준 메모지에 작게 글자를 적었다.


[도와주는 거 아닙니다. 저도 할머니를 찾고 싶은 마음에 지원했습니다.]


내 메모지를 본 이헌터가 걸음을 멈추고 우두커니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너 .."


뭔가를 말하려던 이헌터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그 후 우리는 말없이 좀비들을 처리했다.


완벽한 파티 사냥이었다.


나는 스피드로 좀비들을 찾아냈고, 이헌터는 큰 낫과 힘으로 찾아낸 좀비를 빠르게 처리했다.


지도에 표시된 지점에 거의 다 왔을 때 우리는 눈 앞에 보이는 암울한 상황에 다시 한번 큰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에 만나기 싫었던 존재가 서있었다. 변이 좀비였다.


빼빼마른 나무 같이 생긴 변이 좀비가 늘어나는 팔로 이헌터를 공격했다.


이헌터는 자주 겪었던 일처럼 쉽사리 공격을 피해냈다.


변이 좀비의 그다음 공격 대상은 나였다.


이헌터를 향해 늘어뜨린 팔을 방향을 꺽어 나를 향해 휘둘렀다.


빠르게 날아오는 변의 좀비의 공격을 겨우 피해내고 이헌터와 시선을 나누었다.


아니 시선만 나누었다. 이헌터는 변이 좀비의 시선이 나에게 향하자 냅다 도망을 갔다.


'아....이....샤...앙...녀....니....'


변이 좀비의 변칙 적인 공격이 내 복부를 강타했다. 내 몸은 하늘로 솟구쳤다.


날아가는 나를 보며, 나를 미끼로 사용한 그녀는 냉정하게 뒤돌아 변이 좀비에게 큰 낫을 휘둘렀다.


'아...이 ... 궤...가...튼....녀....니...'


하늘로 붕 떠버린 나는 중력을 온 몸으로 받으며 땅으로 처박혔다.


변이 좀비가 긴 팔을 늘어뜨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이헌터는 여전히 나를 미끼로 사용하고 있었다.


죽을 힘을 다해서 변이 좀비가 휘두르는 공격을 이리저리 피해 다녔다.


변이 좀비는 눈앞에 먹잇감이 요리조리 피해 다니자 거칠게 포효했다.


포효를 마친 변이 좀비가 나에게 변칙적인 공격을 퍼부었고, 변이 좀비의 왼팔에 내려 찍혀 버렸다. 너무 강한 공격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때 변이 좀비의 뒤에서 이헌터가 기운을 끌어올린 공격으로 변이 좀비를 반으로 나누었다.


꿈인가? 내 눈앞에 방금 나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여자가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니...


나는 얼떨떨 한 얼굴로 눈만 깜빡였다.


"정신 차려! 괜찮아?"


나는 그 정신에도 말을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짝!! 짝!!!짝!!]


"야 !!야!! 괜찮아? 정신 차려봐!!!"


내 볼에 후끈 꺼리는 느낌이 들었다.


[촤~~~~악}


차가운 느낌도 들었다.


아.... 고통스러운데... 일어나야 하는데...


[짝~!!짝!! 퍽]


마지막 한방은 흐려져 있던 내 정신을 한방에 끌어 올려주었다.


적어도...어금니 하나는 날아가지 않았을까?


나는 퍼뜩 일어나 내 잇몸에 붙어있는 치아를 확인하기 위해 혀를 입속에서 돌렸다.


"이제 정신 차렸네! 야 일어나 가자."



방금요단강 구경을 하고 왔다.


가려고 일어난 이헌터의 팔을 붙잡고 입술 사이로 흐르는 핏물을 직접 확인시켜 줬다.


"아 ㅅㅂ 더럽게 이딴 걸 확인 시켜주고 지랄이야! 메모지에 써! 직접 보여 주지 말고."


너무 어이없어서 떡 벌어진 입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한 쪽 팔로 급하게 내 입가에 피를 닦았다.


이헌터는 머슥한 얼굴과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갑자기 변이 좀비가 나타났는데 너랑 나는 말이..안 통하잖아 ..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 상황이 진짜 급박했다니까? 넌 어차피 좀비니까 안 죽을..."


그녀는 하던 말을 멈추고 급하게 입을 막았다.


나는 이헌터를 빤히 바라봤다.


이헌터는 곤란 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 나 눈치 깟다!! 그래 예전에 눈치 깟어 !! 모른 척 해줬을 때 떠나야지 왜 돌아와서 사람 복잡하게 만들어!!!"


이헌터의 속사포 같은 속마음을 나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너 오고나서 일거수 일투족 다 감시했다. 좋은 놈 같아서 믿어보려고 했는데 망할 변이 좀비랑 싸울 때 들어버렸다. 좀비들 같이 소리내고 사람이빨자국이 선명한 네 팔도 봐버렸어..."


이헌터가 말끝을 흐리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


[당신 말고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아니 없어 나만 알아"


[죄송하지만 비밀로 해주실 있겠습니까?]


이헌터는 침묵했다.


[박금순 할머니만 찾으면 저는 떠나겠습니다]


"그래 일단 금순 할매를 찾는데 집중하자 .. 하지만 그때 했던 말은 진짜야 폭주... 너는 좀비의 모습도 보였지만 분명히 폭주한 각성자의 모습도 보였어..."


나는 이헌터의 말을 애써 무시했다. 지금 복잡한 생각을 해봐야 금순 할머니를 찾는데 방해만 될 뿐이었다.


내가 박금순 할머니 집 쪽으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자, 이헌터도 조용히 나를 따라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이헌터와 나는 박금순 할머니가 사는 마을에 들어섰다.


강 할아버지도 노인들이 사는 작은 마을이라고 얘기해 주셨는데, 마을은 정말 고요했고 흔히 보이던 좀비들도 없었다.


이헌터와 나는 곧장 할머니네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네 집은 초록색 기와지붕으로 된 마당이 넓은 집이었다.


한참 사람이 왕래하지 않은 듯 장독대 여기저기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어둑어둑한 밤이라서 그런지 음산하고 으스스했다.


이헌터는 도착하자 마자, 여기저기 뒤져가며 금순 할머니를 찾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금순 할머니의 모습은 모이지 않았다.


"여기에 오신 게 아닌가봐... 혹시 쉘터에서 찾았으려나?"


나는 이헌터와 생각이 달랐다. 분명 이 할머니는 집에 왔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의 집 앞 마당에 할머니가 항상 주시던 땅콩 캔디의 껍데기가 버려져 있었다.


[조금 더 찾아보죠.]


내 스케치북을 보고도 이헌터는 벌러덩 누워 빈정거리며 말했다.


"에이~~ 분명 쉘터에서 찾았을 거야! 울 할매 겁 많아서 어디 못 가. 그러니까 좀 쉬었다 쉘터로 돌아가자."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않는 이헌터를 보며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정말 생각 없이 사네.'


김소령과 강 할아버지가 보낸 길이었다.


그들은 똑똑했고 현실적이었으며 현 상황을 누구보다 자세히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어두운 밤에 보낸 것이었지만, 헌터를 그것도 둘 씩이나 그냥 보낼 리 없었다.


나는 금순 할머니네 집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할머니 집 뒤 쪽으로 작은 산길이 이어져 있었다.


산길을 따라 쭈욱 가니 누군가의 산소들로 길이 만들어져 있었고, 그 끝에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금순 할머니!'


나는 놀라서 다급히 금순 할머니 곁에 다가가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금순 할머니의 몸은 이미 차갑게 식고 딱딱하게 굳어 세상을 떠난 지 한참이 되어 보였다.


나는 금순 할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할머니는 복부를 찌른 칼과 함께 유서로 보이는 편지를 손에 꼬옥 쥐고 계셨다.


[이미 망해버린 세상 늙은이가 살아 뭐하겠소, 젊은 사람 짐 안되게 내 아들 곁으로 일찍 떠나니 나를 발견하거든 이 자리에 묻어주오. 나를 걷어준 이 감사하오. 내 하늘에 가서도 그 은혜 잊지 않겠소. 나처럼 미련 둥이로 살지 말고 마음 편히 살기 바라오.]


할머니를 안고 편지를 보면서 나는 오랜만에 소리 내어 울었다. 마음속에 모든 걸 털어버리듯 본능에 모든 것을 맡긴 채... 한참 동안을..


내가 포효하며 우는소리를 듣고 이헌터가 헐레벌떡 달려왔다가 할머니를 발견했다.


이헌터는 나를 밀치고 할머니의 뺨을 어루만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할매가 이럴 사람이 아니야... 할매... 할매...나왔어 할매... 할매가 좋아하는 공주왔어..."


이헌터와 나는 한참 동안 금순 할머니를 생각하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나는 할머니의 유언을 들어드리기 위해 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이헌터를 기다렸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걸 알았는지, 이헌터는 자신의 가방에서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여기는 구조대 여기는 구조대 금순 할머니를 찾았다. 다시 한번 말한다. 금순 할머니 찾았다."


무전기를 다시 가방에 넣은 이헌터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며 가방 안에서 작은 화장품 케이스는 꺼냈다.


"기다려.. 우리 할매 이쁜 모습으로 아들 만나야지"


이헌터는 흐르는 눈물을 겨우 참아내며 금순 할머니에게 화장을 해줬다.


이헌터가 금순 할머니에게 화장을 해 주는 사이, 나는 금순 할머니의 아들이 묻힌 무덤 옆에 금순 할머니의 자리를 만들었다.


곱게 화장한 금순 할머니를 아들의 무덤 옆에 고이 눕혀드렸다.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돌아서니 산 능선에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멸망한 세상에 다시금 하루가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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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경원 쉘터의 변화 +1 24.08.09 72 3 11쪽
27 27# 필요에 의한 협조 +1 24.08.08 78 2 11쪽
26 26# 경원 쉘터의 위기 2 +1 24.08.07 87 3 12쪽
25 25# 경원 쉘터의 위기 1 +1 24.08.06 86 3 12쪽
24 24# 그 녀석을 찾아라 +1 24.08.03 87 2 13쪽
23 23# 애타는 마음 +1 24.08.02 84 5 12쪽
22 22# 빗속의 전쟁2 24.08.01 83 2 12쪽
21 21# 빗속의 전쟁1 24.07.31 84 3 12쪽
20 20# 버킷리스트를 현실로 만들자! +1 24.07.30 86 4 12쪽
19 19# 버킷 리스트 +1 24.07.27 86 4 12쪽
18 18# 각자의 사정 +1 24.07.26 83 3 12쪽
» 17# 사라진 박할머니 24.07.25 86 3 12쪽
16 16# 어린이집 구조 작전 +1 24.07.24 90 3 12쪽
15 15# 한빛쉘터 3 24.07.23 95 3 11쪽
14 14#한빛쉘터2 24.07.22 97 3 13쪽
13 13# 한빛쉘터1 24.07.21 106 3 12쪽
12 12# 두 번의 전멸 24.07.20 108 3 11쪽
11 11# 집으로 +1 24.07.20 108 3 13쪽
10 10# 동행2 24.07.18 108 2 10쪽
9 9# 동행1 +1 24.07.17 112 2 11쪽
8 8# 습격2 +1 24.07.16 111 3 11쪽
7 7# 습격1 24.07.15 120 4 12쪽
6 6# 저승사자와의 재회 24.07.14 117 5 10쪽
5 5# 만만한 좀비 +1 24.07.13 126 7 11쪽
4 4# 강탈자들 +2 24.07.12 143 6 11쪽
3 3# 그리운 가족 24.07.11 152 5 12쪽
2 2# 망해버린 세상 +1 24.07.11 168 5 10쪽
1 1# 영혼을태우는도주 +1 24.07.11 22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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