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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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최근연재일 :
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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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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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한빛쉘터 3

DUMMY

"이놈에 자식! 아직도 퍼질러져 자고 앉았네! 일어나 이놈아!!!"


[철썩 철썩]


누군가 내 허벅지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안 일어나? 이 게으른 놈아 해가 중천이다. 이놈아"


나는 깜짝 놀랐지만 소리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후다닥 일어나 눈앞에 극대노한 노인 한분을 바라봤다.


혹시나 내가 좀비로 변할까 봐, 어제저녁에 분명히 문단속을 철저하게 하고 잤는데 병실 문은 마치 '아가야 잘 잤니? 까꿍!!' 하듯 환하게 열려있었다.


"성수 애비요 왜 애를 때리고 그란다요!! 말로 좋게 깨움 될거를..."


"말도 못 하는 놈을 어떻게 말로 좋게 깨워!! 그리고 이놈은 뭔 데 눈깔이가 새빨게!! 너 밤새 뭔짓한겨?"


나는 깜짝 놀라 눈을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 주섬주섬 고글을 찾아 빠르게 착용했다.


"이놈이!! 세수도 않고, 그 이상하게 생긴 안경부터 챙기는 것 좀 보소. 요즘 젊은것들은 알 수가 없어!!"


"성수 애비요 그라지 말고 이제 나오랑게요! 아가 김소령님이 깨나믄 찾아오라 하신다."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또 한 번 내 등에서 철썩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놈이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고개만 끄덕거....아참..이놈 말 못한다 했지..."


'하... 멸망한 세상에 좀비가 되어 헌터에게 쫓기는 것도 억울한데.. 이제 장애인 취급까지 받다니 그냥 이대로 차헌터에게 목을 내놓는 게 차라리 나은 선택 아닐까?'


노부부가 병실 문을 나가자 마자, 깊은 한숨을 쉬었다.


노부부가 보았다면 다시 한번 등짝에 불이 났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병실에 홀로 남겨지자, 조용해진 병실 창문 사이로 밝은 빛이 스며들었다.


나는 창가로 가서 바깥 풍경에 집중했다.


확실히 이곳은 쉘터로 적합했다. 한적하고 조용한 풍경이 그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창문 밖 세상을 구경하면서도 탈출할 곳을 찾는 눈은 쉬지 않았다.


'오늘은 꼭 원정을 나가서 도망쳐야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려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바지를 내렸을 때였다.


[드르르륵]


"왜 이렇게 안 ......"


내 뒤로 분명히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내 몸을 보고 말을 잃었다. 내 순결함도 잃었다.


"으아!!!!꺄!!!!!!!!!"


여자의 비명은 시간차를 두고 들려왔다.


이미 좀비가 되어버린 여자 앞에서도 부끄러워서 다른 곳을 찾아가 옷을 갈아입던 내가 완벽하게 순결함을 잃었다.


여자는 소리를 지르고 문도 닫지 않은 채 후다닥 뛰어가 버렸고 비명을 듣고 온 노인들이 내 병실 문안을 들여다보며 구경하듯 쑥덕거렸다.


"아이고 방댕이 보게!! 튼실허네!!"


"보았는가? 아직 다리에 털도 나지 않아서 뽀송뽀송 하네 글쎄!!"


하... 나의 순결함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빠르게 바지를 정리한 후 나는 빛의 속도로 병실을 빠져나와 1층 원무과로 전력 질주했다.


[드르르륵 쾅]


김소령은 깜짝 놀랐다는 듯이 동그란 눈이 되어서 나를 쳐다봤다.


"내가 부르기는 했지만 이렇게 다급하게 뛰어올 줄은 몰랐군. 천천히 와도 되는데 말이야."


나는 부끄러움으로 벌겋게 된 얼굴을 모자로 애써 감추며 스케치북을 들었다.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다름 아니라 이번에 구출 작전을 좀 도와줄 수 있겠는가? 산 밑 작은 어린이집에 살아남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계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네! 하지만 좀 까다로운 작전이야. 아파트는 좀비들이 워낙 많은 곳이라서 우리들만으로는 아이들을 구해올 수 없다네"


'살아남은 아이들이 있다니... 이번만 도와주고 갈까?'


아이들을 구출 해야 한다는 말에 바로 탈출할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우리 부모님은 모두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종종 부모님이 귀여운 아이들의 사진도 보여주고, 아이들과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시곤 하셨는데 부모님의 노력 덕분에 나는 아이들을 많이 좋아했다.


그리고 내 꿈은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도 아이들을 데려올지 말지 많이 고민했다네, 멀쩡히 살아있는 아이들을 눈앞에 두고도 구하지 않고 모른 척한다면 더 이상 군대를 유지할 필요조차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어제도... 그 아이들을 구하려고 갔다가 한 명의 군인을 잃었네..."


김소령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이헌터 만으로는 그곳에 있는 좀비를 처리 할 수 없었네, 그러니 부탁이네 도와주게"


하지만 난감했다. 내 능력을 모두 드러낼 수도 없었고, 거기다 나는 좀비라 일반 좀비들을 유인하기도 힘들었다.


나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 말했다.


[사실 숨긴 능력이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좀비들이 저를 인식하지 않습니다. 변이 좀비만 예외로 저를 인식하는 것 같았습니다.]


김소령의 얼굴빛이 조금 돌아왔다. 내가 자신들을 돕기 위해 능력을 오픈하는 거라고 생각 한 듯했다.


"그럼 변이 좀비만 자네를 인식하고 공격한다는 말인가?"


[네 제가 주변에 있으면 다른 평범한 좀비는 쳐다보지 않고 저만 공격했습니다.]


"정말 불행 중 다행이군. 우리가 제일 골치 아파 하던 것이 바로 변이 좀비였네! 유치원 근처에 변이 좀비가 있는데, 어제도 그 변이 좀비가 우리의 작전을 방해 했다네"


'뭐? 불행 중 다행? 지금 나한테 변이 좀비한테 뒤지라는 소린가?'


내 얼굴이 무참히 일그러졌다. 이유야 어찌 됐건 자신을 미끼로 쓰겠다고 한다.


아무리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일이지만 너무 화가 났다.


다시 울그락 불그락 얼굴이 달아오르자 김소령이 황급히 이야기를 덧댔다.


"좀비를 처리하라는 말이 아니라네.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옮길 동안만 좀비를 유인해 주었으면 하네. 오고 가는 길은 우리가 모두 정리해 놓았고, 이헌터와 우리 사단이 자네를 지켜줄 걸세 미안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부탁하네 식자재가 떨어진 지 이틀이나 되었다고 했으니... 얼마 버티지 못할 걸세..."


나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아내며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사실 안 해도 되는 일이었다. 위험한 일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냥 이대로 떠나버리면 작은 아이들은 고통스러운 굶주림을 느끼며 죽어갈 것이다.


차마 싫다는 단어를 적어내지 못했다.


[네 돕겠습니다.]


"고맙네.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데 준비할 것들이 좀 있어서 이따가 호출하겠네."


나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거리고 원무과 문을 나왔다.


그때 내 옆에 굉장히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 한 분이 다가오셨다.


"아가~~ 거기 이쁜 아가~! 고생이 많네 힘들지? 한창 필 나이에 세상이 이렇게 됐으니 얼마나 힘들까..."


할머니는 작은 주머니를 들어 주섬주섬 뒤지더니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비닐봉지에 쌓인 5개의 땅콩 캔디였다.


"세상에 자신보다 소중한 건 없단다. 누가 뭐라하든 너부터 챙겨야 해"


할머니는 땅콩캔디를 나에게 더 가까이 내밀었다.


"다른 사람 주지 말고 힘들 때 혼자 먹으렴 또 필요하면 할미에게 오너라"


좀비가 된 후 나는 사람들에게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헌터든 변이 좀비든 나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통에 목숨을 보전하는데 급급했었다.


이렇게 아무런 목적 없이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동해서 눈물이 날뻔했다.


할머니는 캔디를 나눠주고 내 팔을 몇 번 툭툭 쳐서 위로를 건네주시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마음 따듯한 선물을 바라보았다.


원무과 안에서의 불쾌한 기분이 눈 녹듯 사그라들었다.


김소령의 호출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할머니들이 만들어 주신 맛있는 밥을 먹고 병원 밖을 산책하러 나갔다.


어제 본데로 병원 안팎은 완벽하게 요새화 되어있었다.


병원 밖 담벼락에는 철제 구조물과 함정이 설치되어있었다.


정문과 후문에는 철판을 몇 겹씩 덫 대어 총알도 뚫지 못할 만큼 단단히 준비되어 있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병원을 구경하고 있었지만 내 뒤를 몰래 쫓아오는 할아버지들의 수군거림은 놓치지 않았다.


"저 녀석 정말 이상하지? 내가 말했잖은가!! 두 눈이 시뻘겋게 되어있었다고!!"


"아무리 봐도 좀비는 아닌 것 같은데 밥도 먹고 사람을 공격하지도 안 하는데?"


"정말 수상해 혹시 그때 쳐들어온 놈들 뿌락찌 아녀?"


"그건 아닌 것 가터! 오늘 아기들 구출하는 걸 돕는다고 원무과 안에서 말하는 걸 내 똑똑히 들었네. 그런 나쁜 놈들과 어울렸다면 자기 목숨 챙기기 바쁘지 않겠는가?"


"김소령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수상한 놈을 들고 왔는지 쯧쯧"


"아이들을 구하는데 따라간다니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이!"


"아이들부터 구해야 하니 오늘은 두고 보세나! 딴 짓거리 하다 걸리면 바로 처리하면 되네."


마지막 말을 꺼낸 어르신의 품속에 익숙한 기계음이 들렸다. 권총을 장전하는 소리였다. 내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맞네. 우리 후임들은 우리가 지켜야지."


'할아버지들 다 들려요... 제발 저에게 관심 좀 그만 가져주세요!'


나는 티 안 나게 속으로 훌쩍거렸다.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외부인을 경계하는 건 이 시대에는 당연한 일이다.


대놓고 나를 경계하며 숙덕거렸지만, 일반인들은 들을 수 없는 거리에서만 대화하셨다. 아마도 듣고 상처가 될까 봐 염려하셨던 것 같다. 미워할 수 없는 할아버지들이었다.


병원을 한 바퀴 산책하고,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을 때 내 앞을 이헌터가 막아섰다.


"아까는 .... 미안...했어... 저기... 그런 상황이었을...줄은... 나는 ...이지영 이라고 해 "


나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뭐야? 죽인다고 할 땐 말만 잘하더니 왜 말을 저렇게 더듬어?'


이헌터가 우물 쭈물 하다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내가 사과할께! 오해해서 미안해!"


내 앞에 내밀어진 손을 보고 잠시 멈칫했지만, 그녀는 손을 거두지 않고 내 반응을 기다렸다.


나는 되도록 밝은 표정으로 웃어 보이며, 악수에 동의하고 손을 맞잡았다.


"저기 아이들을 구하는 데 따라간다는 말이 맞아?"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자, 그녀의 얼굴도 밝아졌다.


"정말 고마워 이건 진심이야! 어제 내가 실수 하는 바람에 아이들도 구하지 못하고... 김 상사 아저씨도 목숨을 잃었어... 그래도 같이 가 줄 수 있어?"


이헌터는 위험한 일에 내가 나서준다고 하자 지난 실수를 곱씹는 듯했다.


"위험한 일인데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네가 다치지 않게 내가 최대한 도와줄게! 그리고 김 소령님이 곧 출발한다고 전해달라셔."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며 이헌터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거기 있는 변이 좀비는 다행히 느리지만 힘은 정말 강해 나와 맞먹을 정도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거야."


이헌터에게 좀비에 대한 특성을 듣고 생각했다.


"아무리 빨리 도망 다녀도 한 방 맞으면 죽는다는 소리구나. 아... 가는 길에 그 두꺼비나 찾아서 난도질 해야겠다."


이제 보이는 두꺼비는 모두 난도질해서 죽여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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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경원 쉘터의 변화 +1 24.08.09 72 3 11쪽
27 27# 필요에 의한 협조 +1 24.08.08 78 2 11쪽
26 26# 경원 쉘터의 위기 2 +1 24.08.07 87 3 12쪽
25 25# 경원 쉘터의 위기 1 +1 24.08.06 86 3 12쪽
24 24# 그 녀석을 찾아라 +1 24.08.03 87 2 13쪽
23 23# 애타는 마음 +1 24.08.02 84 5 12쪽
22 22# 빗속의 전쟁2 24.08.01 83 2 12쪽
21 21# 빗속의 전쟁1 24.07.31 84 3 12쪽
20 20# 버킷리스트를 현실로 만들자! +1 24.07.30 86 4 12쪽
19 19# 버킷 리스트 +1 24.07.27 86 4 12쪽
18 18# 각자의 사정 +1 24.07.26 83 3 12쪽
17 17# 사라진 박할머니 24.07.25 86 3 12쪽
16 16# 어린이집 구조 작전 +1 24.07.24 90 3 12쪽
» 15# 한빛쉘터 3 24.07.23 96 3 11쪽
14 14#한빛쉘터2 24.07.22 97 3 13쪽
13 13# 한빛쉘터1 24.07.21 106 3 12쪽
12 12# 두 번의 전멸 24.07.20 108 3 11쪽
11 11# 집으로 +1 24.07.20 108 3 13쪽
10 10# 동행2 24.07.18 108 2 10쪽
9 9# 동행1 +1 24.07.17 112 2 11쪽
8 8# 습격2 +1 24.07.16 111 3 11쪽
7 7# 습격1 24.07.15 120 4 12쪽
6 6# 저승사자와의 재회 24.07.14 117 5 10쪽
5 5# 만만한 좀비 +1 24.07.13 126 7 11쪽
4 4# 강탈자들 +2 24.07.12 143 6 11쪽
3 3# 그리운 가족 24.07.11 152 5 12쪽
2 2# 망해버린 세상 +1 24.07.11 168 5 10쪽
1 1# 영혼을태우는도주 +1 24.07.11 22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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