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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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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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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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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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어린이집 구조 작전

DUMMY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던 구조대는 두 번의 실패는 없다는 듯이 모든 것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최정예 군인들로 20명이 준비를 마쳤다.


아이들을 구조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돌발 행동을 할 수도 있었다. 김소령은 드론을 보내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미리 아이들이 탈출할 때를 대비해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적어 보내기도 했다.


몇 번의 확인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구조대는 원정길에 올랐다.


이번 원정길에는 경험 많고 주변 지리에 밝은 강 할아버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 할아버지의 친구분들도 따라나서려고 총기를 챙겼지만, 강 할아버지는 원정길이 멀고 험해 노인들이 따라나섰다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딱 잘라 거절했다.


가는 길에 어디서 왔는지 모를 좀비들이 간간히 보였지만, 이 헌터가 순식간에 처리해 버려서 군인들은 경계 임무에만 충실하며 어린이집 근처에 무사히 당도 할 수 있었다.


"여길 돌아가면 어린이집이 있다. 이제 모두 정신을 똑바로 차리도록!"


한 번의 실패로 아까운 목숨을 잃었던 김소령이 진지하고 근엄하게 말을 이었다.


"아이들은 모두 8명 선생님은 두 분이 계시고 임헌터가 좀비를 반대쪽으로 유인하는 사이 우리는 어린이집으로 바로 진입해 내가 지정한 인원은 아이들을 들고 뛴다. 나머지 인원들을 일반 좀비들을 정리한다. 아이들을 구조하는 인원들은 임시 대피소까지 절대 멈춰서는 안된다. 알겠나?"


병사들은 알았다는 듯이 굳은 의지로 주먹을 쥐어 보였다.


나는 김소령이 남들보다 10년은 빠르게 진급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혹시 빽이 든든한가 했다. 내 앞에서는 조금 가벼워 보이는 아저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진에 투입되자 김소령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제서야 김소령이 든든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를 바라보는 김소령의 얼굴이 비장해 보였다.


"부탁하네"


김소령의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게 두려워서인지 설레서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빠르게 뛰쳐나가 코너를 돌았고, 어린이집 근처에 있는 변이 좀비를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 근처를 맴돌던 변이 좀비는 그 덩치가 어마어마했다.


삼솔 병원에서 만난 변이 좀비보다 두 배는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 상태였다.


'쳇 이 새끼 사람을 얼마나 쳐 먹은 거야?'


내 머리 위로 드론 한 대가 멈춰 섰고, 내가 변이 좀비를 만난 걸 확인 했다는 듯이 드론은 바람을 내뿜으며 돌아갔다.


작전회의시간 강할아버지가 알려주신대로 길을 따라서 넓은 공터로 빠르게 뛰어나갔다.


강 할아버지의 예상대로 그곳은 넓은 평야에 가까웠다.


원래는 밭으로 쓰이던 땅이지만 세진시가 개발되면서 아파트를 지으려고 땅을 메워 놓은 곳이었다.


강 할아버지는 김소령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듣고, 내가 변이 좀비를 유인하기 편하도록 고심하고 고심하신 끝에 이곳을 골라 주셨다.


이곳에서 나는 구조대에게 15분의 시간을 벌어 주어야 했다.


육중한 몸 때문인지 느린 속도의 변이 좀비를 공터로 유인하는데 5분 정도 걸렸다.


변이 좀비는 잡히지 않는 먹잇감에 화가 났는지 크게 포효했다.


"크르뤡 크아~~악"


괴성이 끝나자마자 변이 좀비는 다시금 나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5분간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술래잡기를 계속 이어 나가고 있었다.


일이 술술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이 또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저 변이 좀비의 머리에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나 "


이성을 잃을 듯한 매혹적인 냄새에 의식이 점점 옅어졌다.


끝내 정신을 붙잡지 못한 나는 드문드문 기억이 돌아왔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변이 좀비에게 달려들던 기억... 변이 좀비의 어깨에 올라타 머리를 내리치던 기억... 그리고.. 변의 좀비의 뇌를 파내고 있던 기억...


겨우 정신이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피범벅이 된 내 손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때 내 뒤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너... 너... 폭주..한 거야?"


나는 무거워진 몸을 천천히 돌려 이헌터를 바라보았다.


"했네.. 했어.. 폭주 해버렸네 몸은 괜찮아?"


나는 흙바닥에 글자를 적었다.


[폭주?]


"아직 모르는 거야? 각성자들이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주해 버리는 경우도 있어... 내 자신을 컨트롤 못 하고 살육을 즐기는 거지. 그렇게 폭주해 버려서 자기 쉘터를 자신의 손으로 도륙한 헌터도 있어... 괜찮아 일단 진정해 다행히 죽을 정도로 폭주한 건 아닌가 봐"


[폭주하면 죽어?]


"그래... 진짜로 폭주하면 보통은 죽어 자신의 힘을 한계까지 끌어 올리는 게 폭주의 특징이니까 내가 너를 확인해 봐도 될까?"


확실히 정신이 돌아왔는지 묻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휙 돌렸다.


"그... 그래, 미안해 지금 너는 많이 당황스러울 텐데 내가 급했어! 잠깐 기다려줄게!"


나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감염되고 정신을 차린 유일한 좀비, 좀비이면서도 변이 좀비나 헌터처럼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갖추 있고, 그 능력이 점차 발전하고 진화한다.


내가 의식을 잃어 본능만 있을 때 나는 강했다. 그리고 분명히 뭔가를 먹었다. 삼키자마자 내 온전한 정신이 돌아왔다.


다행히 이헌터는 내가 좀비의 뇌에서 뭔가를 꺼내 먹는 걸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진짜 괴물이 된 거네...'


기분이 한없이 지하 세계 어딘가로 끌려가는 것 같았다.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버렸다. 조용히 조끼 안에 들어있는 가족사진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이헌터의 조심스러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미안하지만, 할머니 한 분이 실종되셔서 이제 가봐야 해. 우리 쉘터로 가는 건 다시 한번 생각해 봐. 소령님껜 내가 잘 말해줄게"


이 헌터는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뒤돌아서 황급하게 뛰어갔다.


혼자 남겨진 공터는 말 그대로 공허했다. 나를 스치는 칼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절망했다.


방금 나는 괴물처럼 좀비의 뇌를 뒤져 파먹었다. 본능에 몸을 빼앗기고 괴물이 되었다.


그때 주머니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땅콩 캔디의 비닐 소리였다.


나는 땅콩 캔디를 하나 까먹으면서 나에게 순수한 호의로 위로해 주셨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그래 난 살아있어! 인간이었고 앞으로도 인간처럼 살기 위해 노력할 거야 벌써 지치면 안 돼! 살아야 부모님도 다시 뵐 수 있어!'


나는 땅을 뚫고 지하로 처박힌 나의 자존감을 찾기 위해 부모님을 떠올렸다.


지금쯤이면 애타게 내 걱정을 하고 있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정신이 차려졌다.


좀비 치료제에 대한 확신이 없어진 지금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가장 큰 숙제였다.


그때 다시 한번 내 주머니 안에서 캔디를 싸고 있는 비닐이 부스럭거렸다.


'설마... 그 할머니는 아니겠지?'


방금까지 자신의 삶에 대해 절망하며 고민하던 좀비 하나가 주제를 모르고 오지랖을 발동했다.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최고속력으로 구조대가 돌아가는 길로 뛰어갔다.


4살에서 7살 사이에 어린아이들 8명을 데리고 돌아가는 구조대의 속도는 느렸고, 나는 금방 구조대를 따라잡았을 수 있었다.


내가 무서운 속도로 뛰어오는 것을 제일 먼저 알아챈 이헌터가 나에게 뛰어와 말했다.


"가고 싶은 데로 가라고 했잖아! 어째서 돌아왔어!!??"


[그 실종된 할머니가 누군지 알고 싶습니다.]


이헌터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박금순 할머니셔 "


[혹시 땅콩 캔디를 들고 다니시며 나눠주시는 분이십니까?]


"어! 맞아.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땅콩 캔디를 건네곤 하셨지."


[같이 가겠습니다.]


"안돼! 쉘터에 데려가기에 넌 너무 위험해."


[금순 할머니를 찾을 때 까지만 부탁 드립니다.]


"금순 할매가 너에게도 캔디를 줬니?"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헌터는 나에게 손짓했다.


"빨리 따라와! 해지기 전에는 도착해야 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따라나섰다.



한빛 병원으로 가는 동안 병사들의 가방에 쏙 들어가 머리만 빼꼼 내민 귀여운 아이들이 나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는 아이들 마다 밝게 미소 지어 보이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이나 익살스러운 표정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세상이 멸망하기 전, 가끔 스트레스 풀러 놀이터에 놀러 가면 아이들에게 지어주던 표정이었다.


놀이터의 아이들은 내 표정을 보면 재미있다고 웃기도 하고, 무섭다고 울기도 했는데... 병사들에게 업혀 가는 아이들은 표정이 없었다.


멸망한 세상에서 어린이집에 갇혀 버렸다면 부모들은 안타깝게도 아이들을 찾으러 올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살아 있다면 목숨보다 귀했을 아이들을 이렇게 방치할 리 없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가족에 관해 이미 많이 내려놓은 듯 표정이 좋지 못했다.


저런 표정으로 아이들을 통솔했으니, 아이들 표정이 어두운 것도 설명이 되었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길래 이렇게 아이들이 얼어있는 거냐고 따지듯 묻고 싶었지만, 나는 그럴 주제가 못 됐다.


다시금 내 처지를 생각하자, 어린이집 교사들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들었다.


선생님들은 가족들에 대한 걱정을 뒤로 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좀비로부터 지켜냈다.


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희생이었다.


얼어버린 아이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나는 최근 유행했던 아기백상어 노래를 허밍으로 신나게 흥얼대기 시작했다.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음만은 정확하게 흥얼거리자, 처음에는 웅얼거리던 아이들이 어느새 가사를 붙여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교사들도 익숙한 노래에 긴장이 풀렸는지 조금씩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은 병사들은 아이들이 힘들까 걱정하면서 가방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걸음걸이를 조심히 했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한 곡은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순간 나는 차헌터가 생각났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눈앞에서 잃었다고 했다.


나는 그런 장면을 보고도 제 정신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했다.


나를 죽이겠다고 찾아올 차헌터가 두렵고 끔찍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외심이 들었다.


쉘터로 돌아가는 길 중간중간 좀비가 나타났지만, 병사들은 아이들이 놀랄까 봐 총을 쏘지 않고 칼로 조용히 처리했다.


아이들은 배낭에 들어가 뒤쪽을 보고 있어서 앞쪽에 일어나는 끔찍한 일을 볼 수 없었다.


사람들이 좀비를 죽이는 걸 보는 게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아직까지 적응하기 힘들었다.


내 눈에는 여전히 사람이 사람을 살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구조대는 한빛 쉘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소령은 병원 안에서 나오는 원무과장을 보자, 최대한 빠르게 다가갔다.


"박금순 할머니 일은 어떻게 된 겁니까?"


"저도 귀신이 곡하겠습니다. 간호사가 약 시간에 맞춰 가보니 사라지고 없으셨다고 합니다. 입구를 지키는 경비들에게 모두 물어봤지만 본 사람이 없다고 하구요."


"병원 내부에 숨어 계실 가능성은 없습니까?"


"지금 3번째 병원 내부를 샅샅이 뒤지는 중입니다. 원래 많이 돌아다니긴 하셨지만 이렇게 갑자기 사라지고 그랬던적은 없었습니다."


김소령은 급하게 간부들을 원무과로 소집했다.


의자가 몇 개 없어 불편한 간이 의자에 앉은 나는 김소령의 말을 귀담아듣기 위해 노력했다.


"4개 조로 나뉘어 병원 주변을 수색한다. 아 그리고 찬영이와 진아는 잠시 남거라."


명령을 받은 간부들이 재빨리 원무과를 빠져나갔다.


"강 할아버님이 올 때까지 잠시 기다려!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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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경원 쉘터의 변화 +1 24.08.09 72 3 11쪽
27 27# 필요에 의한 협조 +1 24.08.08 78 2 11쪽
26 26# 경원 쉘터의 위기 2 +1 24.08.07 87 3 12쪽
25 25# 경원 쉘터의 위기 1 +1 24.08.06 86 3 12쪽
24 24# 그 녀석을 찾아라 +1 24.08.03 87 2 13쪽
23 23# 애타는 마음 +1 24.08.02 84 5 12쪽
22 22# 빗속의 전쟁2 24.08.01 83 2 12쪽
21 21# 빗속의 전쟁1 24.07.31 83 3 12쪽
20 20# 버킷리스트를 현실로 만들자! +1 24.07.30 85 4 12쪽
19 19# 버킷 리스트 +1 24.07.27 86 4 12쪽
18 18# 각자의 사정 +1 24.07.26 83 3 12쪽
17 17# 사라진 박할머니 24.07.25 85 3 12쪽
» 16# 어린이집 구조 작전 +1 24.07.24 90 3 12쪽
15 15# 한빛쉘터 3 24.07.23 95 3 11쪽
14 14#한빛쉘터2 24.07.22 97 3 13쪽
13 13# 한빛쉘터1 24.07.21 106 3 12쪽
12 12# 두 번의 전멸 24.07.20 108 3 11쪽
11 11# 집으로 +1 24.07.20 108 3 13쪽
10 10# 동행2 24.07.18 108 2 10쪽
9 9# 동행1 +1 24.07.17 112 2 11쪽
8 8# 습격2 +1 24.07.16 111 3 11쪽
7 7# 습격1 24.07.15 120 4 12쪽
6 6# 저승사자와의 재회 24.07.14 117 5 10쪽
5 5# 만만한 좀비 +1 24.07.13 126 7 11쪽
4 4# 강탈자들 +2 24.07.12 143 6 11쪽
3 3# 그리운 가족 24.07.11 152 5 12쪽
2 2# 망해버린 세상 +1 24.07.11 168 5 10쪽
1 1# 영혼을태우는도주 +1 24.07.11 228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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