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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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최근연재일 :
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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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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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0# 동행2

DUMMY

김택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차헌터에게 엄청나게 큰 실수를 해버린 것이다.


실수였지만 차헌터의 아픈 기억을 들추고 후벼 판 파렴치한 놈이었다.


한낱 좀비인 나는 그 자리에서 목이 베였어도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차헌터의 눈치를 봤다. 그러자 옆에 있는 김택현이 안심하라는 듯이 말했다.


“눈치 볼 필요는 없어 차헌터도 그냥 넘어간 것 같으니까.”


나는 김택현을 향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파괴자들과 싸울 때 그래서 그렇게도 잔인한 모습을 모여줬던 거구나.'


차헌터는 파괴자들을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모두 죽였다.


좀비를 죽일 때보다 더 잔인하게 난도질했다. 사람들을 사냥해 죽이는 일을 즐거워하듯 말이다.


난 그가 사이코패스인 줄 알았다 .. 연쇄 살인마 같은..


차헌터의 살인에는 이유가 있었다. 살아 있어봤자 아무 짝에 소용없는 인간들이었다.


자기들 무기 챙기자고 무고한 사람들에게 그런 잔인한 짓을 하다니 차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의 목표가 만약에 부모님이 계시는 쉘터로 향한다는 생각을 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 또한 차헌터 같을 것이다. 아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죽기 전에 꼭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나 .. 날 죽일 사람에게 사과해야겠다고 다짐 한 거야?’


한낱 평범한 좀비가 태평양 같은 오지랖을 부렸다고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던 내게 김택현이 물어왔다.


“근데 넌 어쩌다 좀비가 됐냐?”


그 물음에 차 헌터와 일행들 모두 궁금했는지 스케치북을 꺼내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좀비가 된 선생님에게 친구를 구하다가 선생님께 물렸습니다]


다들 나를 불쌍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볼 때 차헌터가 냉랭하게 말했다.


“그리고 너도 좀비가 돼서 친구들을 물었겠지.”


그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 깊이 박혔다.


기억에는 없지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베프인 친구 현우를 먹고 있는 수학 선생님을 뜯어말리다가 팔이 물렸다.


그 상처가 아직도 확실하게 내 팔에 남아 있었고.. 나는 타오르는 고통에 온몸을 뒤틀다가 블랙아웃 되듯 의식이 끊겼었다.


그리고 처음 의식이 돌아왔을 때 .. 티 마트에서 본 내 몰골은 누가 봐도 살인마 같았다. 온몸에 피떡이 되어 있었으니까. 그 피는 아마도 내가 물어뜯어 먹은 내 친구들의 피였을 것이다.


의식이 돌아오고 차헌터에게 쫓기다 우연히 목숨을 건졌을 때 학교에 찾아가 볼까 생각했다.


혹시나 살아있는 친구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도 들었다.


하지만 학교로 가는 길,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좀비는 없었다.


이것은 모두 피했던가 학교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모두 좀비가 되어 학교에 갇혀 있던가... 둘중 하나였다.


내가 친구들을 물어 좀비로 만든 기억이 있다면 나는 지금 살아 숨 쉬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잡스러운 생각들에 휩싸이자, 죄책감이 들어 더는 학교 쪽으로 발길을 옮기지 못했다.


그리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티마트에서의 내 모습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흘러내렸다. 멈추려 노력해 보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을 멈출 줄 몰랐다.


“차헌터님 이 새끼 웁니다.”


“어!! 어!! 좀비 새끼가 진짜 또 우네?”


다들 신기한 구경이라도 된 듯 쳐다보았다.


차헌터가 나에게 다가와 허리를 숙이고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드리 밀며 말했다.


“야 또 우냐? 찔찔 짜네! 이 새끼 ”


‘콱 물어버릴까?’


놀리듯 깐족거리는 차헌터가 미웠다.


그래도 내가 자기 생명의 은인인데! 거기다가 동료들도 살려줬는데!


내게서 살기를 느낀 차헌터의 표정이 굳었다.


“죽고 싶으면 뭔 짓을 못 할까?”


‘헉!!’


움찔했다. 그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헌터라 그런가? 신기하네 내 생각을 어떻게 읽지? 헌터한테 그런 능력도 있는 건가?’


나는 살기 위해 스케치북에 빠르게 글을 적었다.


[지나가는 미친개는 물어도 저는 안 물어요.]


스케치북을 본 차헌터의 얼굴 표정이 조금 풀렸다. 나의 생존본능 단계도 하향 조정되었다.


그 후 일행들은 더이상 대화 하지 않고 삼솔 병원으로 가는 길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삼솔 병원에 도착했다.


“이야 완전 박살 나기 직전인데?”


“효자 좀비야 너 저기 들어가서 약 가지고 나올 수 있겠냐? 곧 무너질 것 같은데?”


변이 좀비가 나를 쫓아 나올 때 좁은 병원 안을 헤집어 놔서 병원 안은 천장이 뚫려 위태로워 보였고 벽 이곳저곳이 움푹 패여 있었다.


하지만 가야 했다. 약이 저곳에 있으니까.


나는 일행들을 향해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 병원 정문을 향해 걸어가다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차헌터가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야 좀비새끼 너 잠깐 서봐"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제발 마음이 바뀐게 아니길 빌었다.


"너희들은 근처 약국에 가서 필요한 약품을 챙기도록 해 나는 저 효자 좀비 놈을 감시해야겠다.”


동료들에게 지시를 끝낸 차헌터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다가왔다.


그렇게 차헌터를 뺀 나머지 일원들은 병원 앞 약국으로 원정을 갔고, 차헌터가 걸어오는 것을 확인한 나는 망설임 없이 무너져 가는 병원으로 들어갔다.


병원 안은 고요 했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혹시나 다른 생존자가 내 리어카를 끌고 갔으면 어쩌나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 줄 모른다.


다행히 리어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야 빨리 챙겨 이 건물 얼마 안 가 무너질 거다.”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리어카에 다가가 떨어진 물품을 챙기고 변이 좀비 때문에 챙기지 못했던 약품들까지 알뜰하게 긁어 모아 리어카에 실었다.


이제 이 리어카를 부모님이 계시는 쉘터에 옮기기만 하면 내 삶의 마지막 임무가 끝나는 것이었다.


준비가 다 끝났다는 듯이 리어카를 몰 자세를 취하자 차헌터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도 좋냐?”


[네 어머니께 약을 드릴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차헌터가 가까이 오더니 내 머리를 헝클었다.


“쉐키 심성은 착했구나.”


처음으로 차 헌터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게 된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차헌터님 ! 헌터님! 큰일났습니다!”


저 멀리서 김택현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곧 숨이라도 넘어갈 것처럼 차헌터를 찾았다.


“김택현 무슨 일이야?”


“진짜 큰일 났습니다 파괴자 ..파괴자 그놈들이 헉! 헉!”


“택현아 천천히 말해봐 파괴자 새끼들이 왜?”


“저희 쉘터에쳐들어 왔다고 합니다. 많은 숫자가 쳐들어와서 쉘터가 포위 된 상태라고 합니다”


[뿌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상황은 어떤데?”


“상황을 알리러 나온 녀석의 말로는 40~50명 정도 되어 보이는 파괴자 무리가 트럭 5대를 끌고 왔다고 합니다. 그들은 모두 완전 무장 상태고 헌터로 보이는 이들도 두 명이나 함께 왔다고 합니다.”


아무리 좀비에 각성까지 한 사람들이 나타나는 현실 파괴 세계가 되었지만, 각성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 마을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상황이니까.


그런데 각성을 마친 헌터가 둘이나 오다니 차헌터의 쉘터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트럭에는 변이좀비까지 실려 있겠군”


“네 헌터님 상황이 급박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동시에 그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이 녀석은 어찌할까요?”


“흠··· 어쩐다···”


둘은 잠시 내 생사여탈권을 두고 고민하는 듯 보였다.


‘아니 이게 고민 할 상황이야?? 빨리 가야 된다며!! 나 좀 놔줘어~~~’


[약을 전달할 때까지 살려주시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흑흑]


스케치북을 보여주고 간절하게 빌 듯 양손로 싹싹 빌었다.


“약속은 지켜야겠지.”


차헌터 입에서 약속이란 단어가 나왔다 희망이 보였다.


“근데 널 살려 준다는 건 아니다. 언젠가 찾아내서 죽일 거다.”


내 희망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부모님께 약을 전달 잘해라! 내가 쉘터 일을 끝내고 나면 곧 너를 찾아갈 거니까. 네 삶을 조금 연장했다고 생각해라.”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앗싸 살았다.’


죽음의 위협에서 벗어나자 뛸 듯이 행복했다. 하지만 차헌터의 앞이니 얌전 떨며 조심했다.


차헌터가 김택현과 병원문을 나서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뒤돌아 나에게 왔다.


‘왜?? 왜 ?? 왜 오는데? 저승사자가 왜 다시 오는데?’


나는 속으로 절규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 바뀌어 날 죽이러 오는 거라고 생각한 나는 무릎을 꿇고 아까 살려달라고 적었던 스케치북을 높이 들고 큰절을 반복했다.


“허.. 이 새끼가 사람 뭘로 보고 야 !! 나 약속은 지켜 임마!!”


눈치를 보고 있는 나를 향해 등짝을 후려치더니 주섬주섬 조끼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어 내게 내밀었다.


“그 눈깔로 부모님 만날래? 부모님 가슴에 대못이라도 박을 작정이냐?”


사실 나는 부모님을 뵐 생각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내 눈은 누가 보아도 좀비의 눈이었고 이 눈을 가릴 방법은 없었다.


“야 이거 선수용 선그라스 고글이야 이거 쓰고 부모님 만나서 안심시켜 드려”


그가 내민 것은 안경 집이었다. 독약도 자살용 단검도 아니었다. 안에는 검정색으로 선팅이 되어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고글이 있었다.


“너 이뻐서 주는 거 아니다. 부모님 꼭 뵙고 잘 말씀드려”


차헌터의 잘 말씀드리라는 말은 곧 네가 죽어도 충격받지 않게 잘 설득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도 아빠였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차헌터는 안경집을 건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김택현과 떠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다짐했다.


‘다시는 잡히지 않겠다! 이 인정 많은 개쉐키햐!!!’


마음속의 외침을 이미 저 멀리 멀어진 차헌터가 들을 일은 없었다.


리어카 손잡이를 허리까지 올려 잡고 나는 여유롭게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동네 약품은 다 털어야지”


그렇다 나는 양심이 1도 없는 일개 평범한 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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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집으로 +1 24.07.20 108 3 13쪽
» 10# 동행2 24.07.18 108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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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습격1 24.07.15 120 4 12쪽
6 6# 저승사자와의 재회 24.07.14 117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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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망해버린 세상 +1 24.07.11 168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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