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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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최근연재일 :
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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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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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한빛쉘터1

DUMMY


무작정 앞만 보고 세진시 방향으로 달렸다.


차헌터의 쉘터가 있는 경원시는 나에게 너무 위험한 곳이었고, 세진시에서 이미 쉘터를 잃은 경험이 있었다고 했으니 세진시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부모님과 너무 멀리 떨어지는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가끔이라도 부모님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멸망했고 나도 좀비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족이 소중했다.


네비게이션이 없는 세상에서 살려면 지도가 필수라는 생각에 집에서 한국 지리 교과서도 챙겨 나왔다. 자세히 나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방향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교과서에 나온대로 개천을 따라 두어시간쯤 걸어가는데 큰 굉음과 함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변이 좀비인가? 아니면 헌터?'


일단 수풀에 몸을 숨기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군복을 입은 중후한 남성이 거대한 낫을 든 갓 여대생이 됐을 것 같은 여성에게 소리쳤다.


"이헌터 꼭 가야겠어?"


"말리지 말아요. 제가 가서 싹 없애 버려야 합니다"


짧은 반바지에 탱크 톱을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던 여성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낫을 크게 한번 휘둘렀다.


"너무 위험해 혼자 가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도 갈 겁니다."


여자의 반응이 단호하자 군인은 여자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정하게 말했다.


"다시 재정비해서 준비를 단단히 마치고 가자. 응? 내 말 들어 이헌터"


여자는 무너져 내렸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진수 아저씨가.. 나 때문에.."


자책하는 여자가 보기 안쓰러웠는지 여자 앞에 있던 군인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다


"김상사는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이야. 너무 자책하지마."


여자를 달래고 있는 군인들 무리는 딱 보기에도 많이 지쳐 보였고 부상을 당했는지 들것에 실려있는 사람도 보였다.


나는 조용히 숨어서 그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지리 궁상맞은 내 운명은 나를 그냥 두지 않았다.


그들이 갈 때까지 기다리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그 자리에 앉으려 했던 게 문제였다.


앉은 자리에 두꺼비 한 마리가 있었고 그대로 깔고 앉자, 두꺼비가 괴성을 질러댔다.


[끠~~이이~~익뀨귁~~]


두꺼비 소리는 마치 괴물 소리에 가까웠다.


순간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펄쩍 뛰어올랐다.


내 엉덩이에 깔린 두꺼비가 살아생전 뛰었던 것처럼....


순간 익숙한 기계음이 들려온다.


[철컥 철컥 처럭처럭]


총구를 장전하고 겨누는 소리가 났다.


'아... 씨발 x됬네 망할놈에 두꺼비 왜 하필 거기에 있어!'


나는 서둘러 스케치북을 들고 투항의 자세를 하며, 아주 조심조심 앞으로 다가갔다.


[저는 생존자입니다. 말을 못합니다]


"뭐야 너는? 혼자서 좀비들이 득실득실 거리는 도시에서 살아남았다고? "


"언어장애가 있는 생존자? 어떻게 혼자 살아남았지?"


군인들이 웅성거렸다.


[저는 각성자입니다]


"각성자? 그렇다면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이해되는군. 어디 쉘터 소속이지?"


[소속은 없습니다. 혼자 다니고 있습니다.]


헌터인데 소속이 없다고 하자 대장으로 보이는 군인의 눈빛이 빛났다. 안대위가 나를 볼 때 딱 저런 눈빛이었다.


"갈 곳이 없다면 우리 쉘터로 가겠나?"


[괜찮습니다. 저는 가던 길 가겠습니다.]


아까운 스케치북이 한장 한장 넘어갈 때마다 마음이 아파왔다.


나에게 스케치북은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물론 내 목소리로 말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조금 진전도 있었고 ....


그들에게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빠르게 뒤를 돌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뒤에서 빠른 속도로 무엇인가 다가왔다.


[슈~~~웃 팟]


방금까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던 여성이 내 목에 낫을 들이대고 있었다.


"누가 보내준다고 했지?"


확 짜증이 났다. 이제 보는 사람마다 총 들이대고 낫까지 들이댄다.


하지만 좋게 좋게 보내드리기 위해 최대한 내 표정을 숨겼다.


"야 너 빨리 김소령님께 사과드려! 감히 김소령님의 호의를 무시해?"


'이게 무슨 개 똥 같은 소리야?'


나는 진심으로 황당해서 입까지 턱하고 벌어졌다.


분명 이들에게 나는 사람으로 보였을텐데 좀비 사태가 일어난 후 인간들이 도덕관념과 예의범절이 없어졌다.


하지만 나는 반항 할 수 없는 한낱 좀비다. 또다시 자괴감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칼 든 사람이라면 모를까, 열 명 가까이 되는 군인들이 각자 총을 들고 있는 상태였다


'도망가면 저들이 쏘겠지. 열 명이 한 발씩만 쏴도 나는 벌집이 될 거야.'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밀려오는 자괴감을 애써 누르고 스케치북을 들었다.


[따라가겠습니다.]


"훗 진작 그럴 것이지 너 쉘터에 도착하면 김소령님께 사과부터 해!"


이 여자 생긴 것과 다르게 무대뽀다. 인상이 구겨지려는 걸 겨우 참았다.


그렇게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마냥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생존자 쉘터로 가게되었다.


그나마 다행인게 그들은 고글에 대해서 나에게 묻지 않았다.


내 간단한 자기소개가 나를 중2병에 걸린 고딩 정도로 이해시켰기 때문이다.


그들의 쉘터는 세진시 시내와 한참 동떨어진 한 요양 병원이었다.


한빛요양원이라고 건물 간판에 크게 쓰여 있었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산책을 하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눈에 띄었다.


원정대가 들어서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오늘도 수고했네. 그려 다친 데는 없는가?"


"애끼 이 할망구야 그런 말 하지 말랬지? 말이 씨가 된다고 혔어? 안 혔어?"


"걱정되니까 그라지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서로 투덕거리며 군인들의 안전을 살폈다.


김소령은 억지로 밝게 웃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언쟁을 말렸다.


"아이고! 걱정 마세요. 저희 특수부대 아닙니까! 절대 다칠 일 없습니다."


김소령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굴은 정말 억지로 웃고 있었다.


오늘 그는 김상사라는 군인을 잃었다고 했다.


오는 동안 살아남은 군인들은 김상사를 잃은 것을 많이 슬퍼했다.


'이분 다정한 분이시구나'


가슴이 조금은 따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이쿠 장일병아, 다리가 왜 그래?"


한 할머니가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는 군인을 보고 화들짝 놀라 다그쳤다.


김소령은 아차 싶었는지 바로 절뚝 거리는 군인에게 다가가 등짝을 후려쳤다.


"김 할머니 걱정 마세요 이 녀석 앞도 안 보고 걷다가 넘어진 겁니다. 치료 받으면 금방 나을 거에요 "


그때 병원 안에서 군복에 의사 가운을 입은 남자가 달려 나왔다.


"김소령님 오셨습니까?"


방금까지 다정한 미소를 짓던 김 소령의 얼굴이 무뚝뚝하게 바뀌었다.


"장일병이 좀 다쳤네. 치료해 주게"


"충성"


군의관이 다친 장일병을 부축해 들어가자, 나머지 군인들은 자전거에 실린 물품들을 일사불란하게 옮기기 시작했다.


체계가 제대로 잡힌 군인들을 보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물론 소리 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이거 참 미안하군 사람을 초대해 놓고 서 있게 하다니... 일단 들어가세"


나를 향해 겸연쩍어하는 김소령에게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보여줬다.


"미안하단 소린 왜 해? 신분도 알 수 없는 떠돌이한테!"


"지영아 우리가 초대한 손님이야 예의를 갖추렴!"


입술이 삐죽 나온 여자가 나를 힐끗 째려보더니 병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쟤가 원래는 저런 성격이 아닌데, 세상이 이렇게 되어버리고 조금 삐뚤어 졌어... 미안하네"


나는 다시 한번 괜찮다는 듯이 과하도록 밝게 웃어주었다.


병원 로비에 들어가자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 로비 전등에 불이 켜져 있었다.


"놀랐는가? 이곳은 요양 병원이라네 생명 유지 장치가 사용되는 곳은 비상전력은 필수지! 우리에겐 태양광도 있고 화석연료로 전력을 만드는 장치도 준비되어 있어"


뿌듯한 듯 자랑하던 김소령은 나를 1층 원무과로 데려갔다.


원무과는 책상 없이 의자만 깔려있었다.


세상이 변하고 병원에 사무적인 일을 하던 원무과는 군인들의 회의실이 되어 있었다.


김소령은 의자를 툭툭 털어주며 앉으라는 듯이 턱 짓 했다.


시키는 데로 의자에 앉자 김소령도 의자에 앉아 잠시 고민하듯 마른 세수를 했다.


"자네를 쉘터로 데려온 이유가 궁금하겠지? 하지만 그전에 내가 궁금한 게 있네 답해 주겠는가? "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케치북을 펼쳤다.


"자네 이름 나이 그리고 왜 그곳에 있었는지 알았으면 하네"


[임찬영 18살 각성하고 여기저기 떠돌며 여행하고 있습니다]


"허! 망해버린 세상에서 여행이라니 취미도 독특하군"


"그럼 능력은 어떤 게 있지?"


[달리기를 잘합니다. 빠르게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풋..으하하하 자네에게 딱 들어맞는 능력이구만 그래!"


"다른 능력은 없나? 멀리 볼 수 있다거나 힘이 엄청나게 세다거나..."


그는 나를 떠보았다. 만약 쉘터에 도움이 될 만한 능력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는 붙잡으려고 할 것이다.


[다른 헌터들은 그런 능력이 있나요?]


"하하 다른 헌터들을 만나보지 못했나?"


차헌터를 만나보았지만, 그가 정확하게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처럼 빠른데 검도 잘 쓰고 거기에 힘도 세고 거기에 그는 자신의 기운을 조절하는 능력도 있는 것 같았다.


그 기운을 뭐라고 해야 할 지 ... 마치 소설 속에 마나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차헌터를 만난 것을 비밀로 붙이기로 했다. 괜히 아는 척 했다가 김소령이 차헌터가 아는 사람이면 곤란했다.


차헌터도 군인 김소령도 군인이었다.


[헌터가 있다는 것만 다른 쉘터에서 들었습니다]


"그렇군 어린 나이에 혼자 떠돌다니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가네"


그의 눈빛은 안쓰러움과 측은함이 가득했다



"이제부터 내 얘기를 해주지. 나는 표천군에서 12사단을 맡고 있는 김인환 소령이라네, 좀비 사태가 터진 후 우리 사단은 청와대의 급한 연락을 받고 청와대를 지키기 위해 서둘러 몸을 움직였네만, 얼마 못 가 여기 세진시에도 좀비들이 퍼져서 많은 부하들을 잃고 좀비들에게 발목이 잡혀버렸었지... 겨우 찾은 지름길로 우회하던 중 여기 한빛 요양원에 들리게 되어 정착 했다네. 우리가 청와대에 연락을 받았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던거지."


[어째서 초기에 진압하지 못한 겁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네. 순차적으로 여기저기서 좀비들이 출몰했거든... 이곳을 지키기 위해 병력을 모아가면 다른 곳에서 좀비 사태가 터졌지 마치 누군가 인위적으로 조절해서 사람을 좀비로 만들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어."


[그럼 대통령님도 어째서 좀비가 나타났는지 모르시는 건가요?]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았을 때까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모르는 듯했네... 그리고 지금은 윗선들과 연락이 닿질 않아"


나는 표정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좀비가 나타났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치료 약이 나올 리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좀비로 살아야 했다.


내 표정을 유심히 보던 김소령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가 자네를 초대한 이유는 헌터로써 우리 쉘터에 정착해 줬으면 하네"


예상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는 고민하는 시늉을 하며 탁자 앞에 놓인 스케치북을 응시했다.


"어디 봐둔 쉘터라도 있는가? 없다면 우리 한빛 쉘터로 들어오게! 파괴자 쉘터인 다이너마이트도 우리 쉘터는 건들지 못한다네"


그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파괴자 쉘터를 입에 올렸다.


대단하다는 듯이 양손으로 엄지를 치켜들자, 김소령은 만족스러운 듯 크게 껄껄대며 웃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쨌든 그는 한 군대의 수장이었고 나는 한낱 위태로운 목숨을 가진 좀비였다.


신체적 능력이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저 삼엄한 경비를 뚫고 도망가기도 불가능했다.


'하 ... 사면초가가 이런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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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경원 쉘터의 변화 +1 24.08.09 73 3 11쪽
27 27# 필요에 의한 협조 +1 24.08.08 78 2 11쪽
26 26# 경원 쉘터의 위기 2 +1 24.08.07 89 3 12쪽
25 25# 경원 쉘터의 위기 1 +1 24.08.06 86 3 12쪽
24 24# 그 녀석을 찾아라 +1 24.08.03 88 2 13쪽
23 23# 애타는 마음 +1 24.08.02 85 5 12쪽
22 22# 빗속의 전쟁2 24.08.01 84 2 12쪽
21 21# 빗속의 전쟁1 24.07.31 85 3 12쪽
20 20# 버킷리스트를 현실로 만들자! +1 24.07.30 87 4 12쪽
19 19# 버킷 리스트 +1 24.07.27 87 4 12쪽
18 18# 각자의 사정 +1 24.07.26 83 3 12쪽
17 17# 사라진 박할머니 24.07.25 86 3 12쪽
16 16# 어린이집 구조 작전 +1 24.07.24 90 3 12쪽
15 15# 한빛쉘터 3 24.07.23 96 3 11쪽
14 14#한빛쉘터2 24.07.22 98 3 13쪽
» 13# 한빛쉘터1 24.07.21 107 3 12쪽
12 12# 두 번의 전멸 24.07.20 109 3 11쪽
11 11# 집으로 +1 24.07.20 109 3 13쪽
10 10# 동행2 24.07.18 108 2 10쪽
9 9# 동행1 +1 24.07.17 113 2 11쪽
8 8# 습격2 +1 24.07.16 112 3 11쪽
7 7# 습격1 24.07.15 121 4 12쪽
6 6# 저승사자와의 재회 24.07.14 117 5 10쪽
5 5# 만만한 좀비 +1 24.07.13 127 7 11쪽
4 4# 강탈자들 +2 24.07.12 144 6 11쪽
3 3# 그리운 가족 24.07.11 152 5 12쪽
2 2# 망해버린 세상 +1 24.07.11 169 5 10쪽
1 1# 영혼을태우는도주 +1 24.07.11 2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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