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중 사건 발생 보고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감자케챱
작품등록일 :
2024.07.15 16:23
최근연재일 :
2024.09.06 19:37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346
추천수 :
0
글자수 :
114,939

작성
24.07.23 18:33
조회
24
추천
0
글자
15쪽

엘리베이터

DUMMY

나무로 만들어진, 얇지만 단단한 손잡이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저항 없이 남자의 눈동자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강예라는 비명을 지르며 효자손을 놓고 뒤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갑자기 움직임을 멈춘 남자가 내 위로 푹 쓰러졌다.


밖으로 튀어나와 있던 남은 효자손 자루가 내 얼굴 옆 바닥을 찍으며 더욱 남자의 머리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축 늘어진 남자의 몸은 끔찍하게 무거웠다.

양손으로 어깨를 밀어내니 힘을 잃은 몸이 반 바퀴 굴러 사무실 바닥에 널브러졌다.


잠시 막막한 심정으로 남자를 바라봤지만 머리 부분을 제외한 효자손 전체가 머리 안으로 파고들어간 모습으로 봤을 때 그가 살아날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가슴팍에 꽂혀 있는 커터칼만 봐도 남자가 직전까지 멀쩡히 살아 움직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반쯤 남은 노란 손잡이에는 붉은 피가 얼룩져 엉겨 있었다.


남자의 시체를 살펴보는데 강예라의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죽었어요?”


평소 당당하고 차분하던 강예라가 떨리는 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

흔들리는 동공은 남자의 시체에 고정되어 있었다.


“···네. 아무래도···.”


이미 큰 충격을 받은 듯한 강예라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시체의 가슴팍에 꽂힌 커터칼만 손짓해 가리켰다.


하지만 강예라의 시선은 남자의 얼굴을 떠나지 않았다.


“···제가 죽인 거죠?”


“같이···죽인 거죠.”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말을 뱉어내기가 더 힘들었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니.


강예라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잠시 후 강예라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어딘가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예라 님, 어디 가세요?”


그 불안정해 보이는 걸음걸이가 걱정돼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쓰러진 시체의 허리춤에 무언가 꽂혀 있는 것이 보였다.


검은빛으로 번들거리는 금속성 물체는 처음 보는 물건이 아니었으나, 익숙하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특이한 것이었다.


손을 뻗어 남자의 허리춤에 꽂혀 있던 권총을 집어 들었다.

차가운 형광등 빛을 받은 금속이 서늘한 빛을 발했다.


라이터인가? 이렇게 생긴 라이터가 있다고 들었던 것도 같은데.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려는 순간 불쑥 강예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세요?”


화들짝 놀라 들고 있던 권총을 아무렇게나 뒷주머니에 쑤셔 넣고 뒤를 돌아봤다.


강예라는 평소 자리에서 덮고 지내던 회색 무릎 담요와 탕비실에서 챙긴 듯한 식칼을 들고 있었다.

식칼을 잡은 손이 잘게 떨렸다.


“혹시 몰라서 한 바퀴 돌아보고 왔는데, 저런 사람이 사무실 안에 더 있는 것 같진 않아요.”


혹시 있었으면 또 찔렀을 생각인가?


의아한 마음에 그녀의 손에 들린 식칼을 흘깃 바라보았지만 강예라는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무의식적으로 무기를 챙긴 모양인데, 넋이 나간 듯한 얼굴을 보자니 손에 들린 칼이 영 불안했다.


손을 앞으로 내밀자 강예라가 별 저항 없이 식칼을 넘겨줬다.


그녀가 살짝 고개를 움직여 비키라는 듯한 눈치를 주기에 한 발짝 옆으로 비켜섰다.


강예라는 담요로 남자의 망가진 얼굴과 커터칼이 박힌 상체를 가려주더니, 셔츠깃 사이로 목걸이를 빼내 펜던트를 쥐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짧게 기도하듯 입속말을 중얼거린 강예라가 마침내 눈을 뜨고 날 바라봤다.


여전히 눈물자국이 남아 있지만 평정을 되찾은 표정이었다.


“이제 어쩌죠?”


“...자수를 하려고 해도 일단 경찰하고 연락이 돼야겠죠. 먼저 처음 계획한 대로 여기서 나가요.”


강예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회의실 쪽을 흘금거렸다.


결국 한차례 한숨을 내쉰 그녀가 회의실 문을 똑똑 두어 번 두드렸다.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자 조금 더 강하게 두드렸으나 역시 회의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강예라가 알수 없다는 듯 날 돌아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근처 책상을 딛고 올라가 회의실 안을 바라봤다.


한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질끈 감은 김 부장이 정 차장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고 회의실 반대쪽 벽에 붙어 서 있었다.


정 차장은 김 부장의 앞쪽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책상 위의 지우개를 주워 회의실 창에 던졌다.

지우개가 유리창에 부딪는 소리를 들은 정 차장이 고개를 들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정 차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지혁 씨!”


회의실 너머라 소리가 먹먹하게 들렸으나 어느 정도 분간할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문쪽을 가리키자 정 차장이 김 부장의 손을 뿌리치고 문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고 나온 정 차장은 강예라의 모습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며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안에서는 예라 씨 비명소리만 들려서···! 정말 어떻게 된 줄 알았지 뭐야!”


정 차장이 강예라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동안 김 부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뒷목을 긁적이며 우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상황이 너무 급해서···. 이해하지?”


“···예.”


차가운 표정으로 짧게 답하자 김 부장이 쩝, 입맛을 다시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의 시체를 보고 흠칫 놀라며 악! 비명을 내질렀다.


“주, 죽은 건가?”


“···.”


내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김 부장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는 강예라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자, 자네들이 죽인 거야?”


정 차장에게 어색하게 안겨 있던 강예라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 얼굴을 본 정 차장이 다급하게 말했다.


“정당방위죠! 김 부장님도 저 사람들이 어떤지 봤잖아요? 예라 씨, 걱정 마. 내가 무조건 증인 서 줄 테니까! 과장님도 해주실 거죠?”


정 차장의 다그침에 김 부장이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러면서도 살짝 질린 표정으로 강예라와 나를 바라봤다.


사무실 안은 강예라가 모두 확인했지만, 바깥의 상황은 알 수 없었다.


우선 내가 화장실에서 만났던 남자가 아직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고, 회의실 안에서 봤던 성 대리와 다른 이들 또한 사무실 안에 보이지 않으므로 밖으로 나간 듯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보이지 않도록 파티션 아래 바닥에 주저앉아 작전을 세웠다.


“회의실에서 나와도 상황이 달라지지를 않네. 고 인턴은 이미 1층까지 내려갔을지도 모르는데.”


김 부장이 침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나는 물티슈로 손 전체에 말라붙은 남자의 핏자국을 닦아내며 차분히 답했다.


“현우 님이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비명 같은 건 듣지 못했으니까 말씀하신 대로 1층까지 내려갔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네요.”


굳어버린 핏자국은 잘 지워지지 않았다.

힘을 주어 핏자국을 문지르다가 티슈에 손등의 상처가 쓸려 얼굴을 찌푸렸다.


김 부장이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기운 빠진 목소리로 답했다.


“···참 속도 좋아. 내가 할 말은 아닌가?”


나는 김 부장의 뒷말을 듣지 못한 척 말을 이어갔다.


김 부장의 행동에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이상한 사람들이 여러 명 있을 경우를 대비해 최대한 많은 수의 사람이 필요했다.

한 명을 막기 위해서도 나와 강예라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했다.


바깥에 몇 명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김 부장과 당장 시비를 가리며 싸우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다.


“일단 두 분도 아셔야 할 것 같으니 어쩌다···저 사람을 죽이게 된 건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정 차장이 살짝 두려움에 질린 눈빛으로 시체 쪽을 흘긋 바라봤다.


우리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약간 꺼림직해하는 기색이 남아 있긴 했다.

갑자기 살인자들과 있게 된 꼴이니 이해할 만했다.


김 부장도 그 사실이 다시 한번 떠올랐는지 반 발짝 정도 나와 강예라에게서 물러났으나 호기심에 찬 눈으로 내 말에 집중했다.


나는 갈비뼈 부근을 손으로 짚어 가며 남자에게 커터칼을 꽂아 넣은 부분과 깊이를 설명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전혀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에서 봤던 남자랑 같은 반응이었어요.”


말을 마치고 강예라 쪽을 바라보니 그녀가 보일 듯 말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예라 씨가 저 사람이 절 무는 걸 막으려다 실수로 저 사람의 눈을 찔렀습니다.”


내 말에 김 부장이 살짝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눈만 찌른 거라고? 그럼 그냥 칼 맞은 것 때문에 죽은 거 아니야?”


“이 정도 깊이로요.”


손을 들어 머리 뒤쪽을 가늠해 가리켜 보이자 김 부장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럼···죽어야 안 쫓아온단 말이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최대한 잡히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잠시 고민하던 정 차장이 의견을 냈다.


“묶는 건 어때?”


“그것도 좋겠네요. 그 정도로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도요.”


정 차장의 의견에 따라 우리는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전선줄을 뽑아왔다.


각자의 가방에 전선줄을 챙기는 동안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권총을 가방 안에 던져 넣었다.

총을 들고 돌아다니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무실 바닥에 굴러다니게 두기도 불안했다.


준비를 마친 후 출입문 옆에 바짝 붙어 고개만 내밀어 복도 쪽을 살폈다.


시야가 닿는 복도 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고현우도, 발을 질질 끌며 걷는 이상한 사람도 없었다.


문 열림 버튼을 누르자 문이 작은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복도로 빠져나와 중앙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초조한 마음으로 도착을 기다렸다.

그때 복도 반대쪽을 기웃거리던 김 부장이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내가 그에게 다가가자 김 부장이 닫혀 있는 비품실 문을 가리키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이 안에서 뭐라도 좀 챙겨가는 게 낫지 않겠어? 가까이 붙지 않으려면 식칼보다는 긴 게 나을 거 아니야.”


확실히 대걸레처럼 사람을 밀어낼 만한 긴 막대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비품실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손잡이를 돌리는데, 덜컹하며 무언가 걸린 듯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안에서 놀란 듯 작은 비명이 들려왔다.


“잠겨 있어?”


김 부장은 안에서 난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내가 손잡이를 돌리다 말고 손을 떼자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김 부장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손을 들어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세 차례 두드린 후 한 번 쉬었다가 다시 세 번 두드렸다.


문 안쪽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잘못 들었나?


살짝 의심이 들었지만 다시 한번 침착하게 문을 두드린 후 문틈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요, 안에 누구 계세요? 저희 명도전자 직원들입니다.”


다음 순간 철컥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마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이구, 미안해요! 여기 사람이 남아 있는지도 몰랐는데, 사람 목소리를 들으니까 내가 반가워서 그만···.”


다급한 사과의 말에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목에 출입카드를 건 반백 머리의 미화원이 서 있었다.


낡은 대걸레를 양손으로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는데, 익숙한 얼굴이었다.


가끔 사무실을 청소하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 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이고, 창가 쪽 자리 앉는 총각이죠? 이걸 미안해서 어떡해···.”


미화원이 날 내려다보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고 고통을 꾹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괜찮습니다.”


그때 [19층입니다.] 하는 건조한 기계음과 띵 하는 도착음이 먹먹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정 차장의 비명이 이어졌다.


나를 부축해 일으키려 손을 내민 미화원에게서 대걸레를 낚아채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갔다.


정 차장이 비명을 내지르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마구 핸드백을 휘두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밖으로 달려 나오려던,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그 핸드백을 맞고 엘리베이터 안쪽으로 튕겨 나가 쓰러졌다.


벽에 머리를 세차게 박아 핏자국이 남았지만 남자는 순식간에 다시 일어나 괴성을 내지르며 정 차장과 강예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핸드백을 휘두른 기세로 휘청거리던 정 차장이 놀란 얼굴로 그 남자를 바라봤다.


정 차장이 반사적으로 들어 올린 손을 물기 위해 남자가 입을 벌렸을 때, 내가 그 입에 대걸레 자루를 처넣었다.


엘리베이터 안쪽으로 그 얼굴을 마구 밀어대는 동안 남자는 양팔을 휘두르며 날 노려봤다.


“도 인턴! 야! 엘리베이터 문 닫힌다! 밀어!!”


김 부장이 한 손에 빗자루를 들고 달려오며 외쳤다.


내가 대걸레로 남자의 머리를 미는 사이 김 부장이 남자의 배를 빗자루의 손잡이 부분으로 마구 밀어댔다.


남자가 버둥거리는 동안에도 엘리베이터 문은 계속해서 닫혔고, 마침내 좁은 틈만 남겼을 때 김 부장과 내가 다급하게 빗자루와 대걸레를 끄집어냈다.


드디어 움직일 수 있게 된 남자가 엘리베이터 문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그가 손을 좁은 틈으로 비집어 넣기 전 다행이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저 사람들이 버튼을 누를 지능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밭은 숨을 몰아쉬며 닫힌 문을 바라보는데, 강예라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다급히 외쳤다.


“저기!”


복도 반대편에서 충혈된 눈의 성 대리가 우리를 똑바로 노려보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 사이 피를 토한 건지 아니면 무언가를 물어뜯는 것인지, 입가에 시뻘건 피가 잔뜩 번져 있었다.


“뛰어!”


버럭 외친 김 부장이 앞서서 비상계단 출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그사이 새로운 대걸레를 챙겨온 미화원도 김 부장과 함께 출입구를 향해 달렸다.


출입구 철문 앞에 가장 먼저 도착한 김 부장이 주저없이 문을 밀고 비상계단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사람들의 뒤를 따라 뛰던 나는 출입구 철문의 모습을 보고 놀란 신음을 삼켰다.


회청색으로 칠해진 철문에는 피로 된 손자국이 정신없이 찍혀 있었다.


그제야 바닥을 바라보니, 복도에서부터 비상계단 안쪽까지 굵직한 핏방울이 뚝뚝 떨어져 있었다.


“지혁 님!”


다급한 강예라의 외침에 마지막으로 문틈에 몸을 비집어 넣었다.


성 대리가 회의실에서와 마찬가지로 괴성을 내지르며 문에 몸을 부딪쳤지만, 방화문 자체의 무게와 사람 수 덕분에 수월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다른 이들과 함께 철문에 등을 대고 밀어붙이며 눈으로 바닥에 떨어진 핏자국을 쫓았다.

점점이 떨어지는 핏물은 아래쪽 계단참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계단참에 고인 피웅덩이 속에 익숙한 차림새의 사람이 누워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 시체를 바라봤다.


옆에서 함께 양손으로 문을 밀고 있던 김 부장이 내 얼굴을 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어딜 그렇게 보는···.”


김 부장 또한 그 시체의 모습을 발견한 듯 한차례 헛숨을 삼키고 말이 없었다.


김 부장의 반응에 같은 방향을 바라본 정 차장과 미화원도 입을 틀어막고 숨죽인 비명을 내질렀다.


뒤이어 고개를 돌린 강예라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목덜미부터 어깨까지 시뻘건 살점이 드러난 채, 뿌연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죽은 시체의 정체는 고현우였다.


방금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계단 아래 시체에 누워 있는 상황에서, 등 뒤에서는 쿵쿵 문 두드리는 소리가 음산하게 이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출근 중 사건 발생 보고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철물점 24.09.06 5 0 14쪽
17 비명 24.09.03 7 0 12쪽
16 익명 24.08.29 10 0 13쪽
15 편의점 24.08.27 13 0 15쪽
14 이동 24.08.23 12 0 13쪽
13 살인자 24.08.21 14 0 12쪽
12 노인 24.08.17 15 0 13쪽
11 감금 24.08.14 16 0 12쪽
10 아이 24.08.12 19 0 14쪽
9 지원상사 24.08.07 18 0 13쪽
8 출발 24.08.05 19 0 13쪽
7 복도 24.08.01 23 0 13쪽
6 수상한 인물 24.07.30 23 0 15쪽
5 2층 24.07.26 25 0 16쪽
» 엘리베이터 24.07.23 25 0 15쪽
3 회의실 24.07.21 27 0 18쪽
2 신호불량 24.07.17 31 0 16쪽
1 재난경보음 24.07.15 45 0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